홍재경은 얼마 전부터 흥신소 직원들을 고용해 장만호의 흔적을 찾고 있었다.
한달전쯤에 바그다드에 도착한 장만호는 아직 신혼인 자신의 아내에게 조차도 연락을 끊은 채로 사라져 버렸다.
한동안 장만호의 신혼집을 도청하던 흥신소 직원에게서 아무런 소득이 없자 홍재경은 자신이 장만호에게 입금한 천백만 달러의 계좌추적에 나섰다.
그 동안 쌓아왔던 은행 내부의 인맥을 이용해 추적에 나섰지만 이라크 은행에서 수십개의 계좌로 흩어진 천백만달러의 흔적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한달간의 끈질긴 추적 끝에 오늘에서야 천백만 달러중의 일부 금액이 ‘로라 컴퍼니’와 연관된 계좌로 흘러 들어간 정황을 포착했다.
술잔을 들고 창밖을 바라보는 홍재경의 눈빛이 불길하게 빛나고 있었다.
“똑똑똑”
“네 들어오세요.”
“본부장님! 회의 준비 다 되었어요. 모두 회의실에서 기다리고 계세요.”
“금방 갈께요. 수진씨”
보험팀의 막내인 설수진이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민재의 얼굴을 바라본다.
매주 월요일 오전에는 ‘중동지역 영업지원 본부’의 전체 회의가 열린다.
대현생명 빌딩 25층의 널찍한 회의실 안에는 13명의 영업지원본부 소속 직원들이 모여 앉아 있다.
“오연수 팀장님! 먼저 보험팀의 보고부터 받겠습니다.”
“네 본부장님! 지난주에는 레바논 통신사 자회사 중 송전탑을 건설하는 업체와 보험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납입금 규모는 3년 단기계약으로 약 400만 달러 정도고 특별 약관 적용시..”
한동안 오연수 대리의 보고가 이어지고 민재가 신중한 얼굴로 내용을 듣다가 중간중간 질문을 한다.
“본부장님. 지난주에 저희 선박팀에서는 두바이 정부의 실무책임자인 국장급 직원과 미팅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그 쪽에서 요구하는 모래 준설 포크레인의 용량을 맞추려면 아무래도 선박의 제작 금액이 조금 올라갈 것 같습니다. 상승폭이 얼마정도 일지는 따로 보고서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민재’에게 보고를 하는 작은 키의 통통한 윤태호차장은 대현조선 설계부 출신으로 ‘영업지원본부’ 선박팀의 팀장을 맡고 있는 37세의 남자이다.
“윤팀장님! 이제 두바이 모래 준설선 공개입찰 결과발표가 보름도 남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더욱 신경 쓸 것이 많아질 겁니다. 대현조선과 긴밀하게 협조해서 혹시라도 빠지는 서류는 없는지, 두바이 정부의 실무자들중 대현조선에 비협조적인 인물은 없는지 꼼꼼하게 체크하도록 하세요. 1조원 가까이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기회입니다. 나와 대현조선의 배근호 사장님이 윗선에서 움직이고는 있지만 혹시라도 두바이 실무자들에서 안좋은 이야기가 나오지 않도록 팀장님 이하 선박팀원들이 각별하게 신경써 주시기 바랍니다.”
두바이 정부의 모래 준설선 입찰 결과 발표는 한국의 설날 연휴가 끝나는 2월 3일 월요일 한국시간으로 오후 세시에 발표될 예정이다.
세계 유수의 선박 업체들이 두바이 실무자들과 왕가를 향해 엄청난 로비를 시도하고 있지만 이미 선박 수주는 95%이상 대현 조선으로 임의 확정된 상황이다.
가장 위협이 되었던 영국의 선박업체와 호주 회사의 견적서는 함단왕자를 통해 비밀리에 이민재의 수중에 들어와 있는 상태이다.
“저희 건설팀에서는 현재 ‘대현 건설’과 연계해서 발전설비의 설계도와 실적 들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설계도는 거의 완성 단계인데 실적서류와 현재 운영하고 있는 다른 발전소들의 운영 내역 필름들이 계속되는 독촉에도 불구하고 아직 들어오지 않고 있습니다. 대체 ‘대현건설’에서는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는지..그것들이 들어와야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에서 입찰 공고가 나오기 전에 견적서와 안내영상을 완성할 수 있는데 말입니다. 팀장님께서 ‘대현건설’사장님을 한번 만나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박성재 대현그룹 회장 비서실장의 직계후배인 현기훈 차장이 불만 섞인 음성으로 말한다.
36살의 건장한 현기훈은 현재 ‘건설팀’의 팀장을 맡고 있다.
“알겠습니다. 조만간에 제가 대현건설 신기남 사장님을 뵙고 정식으로 협조 요청을 하겠습니다. 그리고 건설팀과 다른 팀에서도 사우디 발전설비의 건설정보가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보안 유지에 각별하게 신경 써 주시기 바랍니다.”
‘대현 건설’ 내부에서는 이민재의 ‘영업지원본부’를 무척 고까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인물들이 상당수 있다.
‘중동지역 영업지원본부’에서 자신들의 고유 영역을 침입했다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그것은 대현그룹을 일군 모태가 대현건설이라는 자부심과 현재 수십개에 달하는 대현그룹 계열사들 중에서 건설부분이 2년째 매출1위를 고수하고 있다는 엘리트의식 때문이다.
아직 사우디아라비아의 매출규모 20억불에 이르는 발전소 건설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현 상황에서 그들이 비협조 적으로 나오고 견제하는 것은 당연한 문제라고 ‘민재’는 생각하고 있다.
정중헌 회장의 특별지시로 ‘영업지원본부’가 창설되었지만 아직 뚜렷하게 보여준 것이 없기에 계열사 사장들중 일부는 무시하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것은 올해 32살의 젊은 나이로 본부장 까지 무서운 속도로 승진하고 있는 ‘이민재’에 대한 견제심리와 홍명진 전 회장을 추종하는 무리들의 뒷 공작이 작용한 탓이다.
이러한 대현그룹내의 분위기를 잘 파악하고 있는 ‘이민재’는 하나하나의 행보에 만전을 기하며 움직이고 있다.
“똑똑..”
“본부장님, 현기훈 입니다.”
“네, 들어오세요. 현팀장님”
‘민재’가 회의를 끝내고 돌아와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 건설팀의 팀장 현기훈이 본부장실의 문을 노크하고 있다.
“커피한잔 드시겠어요? 현팀장님.”
“아닙니다. 본부장님.. 이거...외람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본부장님도 이제는 비서를 구해야 되지 않겠습니가? 이주일 후에 두바이 모래준설선을 저희 대현에서 수주하면 정식으로 이사님이 되시지 않겠습니까. 이사님이 되시면 회사에서 차도 내주고 상근이사님들은 비서도 채용하는 것이 관례이기도 하구요. 본부장님께서 출장으로 자주 자리를 비우셔서 저희들도 조금 애로 사항이 있거든요. ”
현기훈이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연다.
그동안 몇 차례 박성재 비서실장과 이민재의 술자리에 동석한 적이 있는 현기훈은 새롭게 영입된 다른 팀장들과 팀원들에 비해 비교적 ‘민재’와의 사이가 가깝다.
“하하..그것은 나중에 제가 이사로 정식 발령장이 내려오면 그 때 다시 생각을 해보죠. 그런데 그것 때문에 현팀장님이 일부러 찾아오신 것은 아닌 것 같은데요? ....”
“얼마 전에 비서실장님을 만났습니다. 해수 담수화 설비 문제에 상당히 우려를 많이 하셨습니다. 담수화 설비 건설실적 세계1위인 삼정중공업을 배제한다면 네데란드의 전기투석식 담수화설비 업체가 가장 크다고 하시면서 본부장님께서 그 쪽의 담당자와 한번 만나보시는 것이 어떠냐는 말씀을 하셔서요...”
‘중동지역 영업지원본부’가 편재상 대현그룹 비서실의 지휘를 받는 구조이기는 하지만 박성재 비서실장이 직접 ‘이민재’에게 지시를 내리거나 할 상황은 아니었다.
정중헌 그룹회장으로부터 비서실에서는 ‘영업지원본부’를 외곽에서 지원하고 계열사 사장들과 이민재와의 관계를 조율하는 역할까지만 하라는 특별지시가 내려 왔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박실장이 자신의 직속후배인 현기훈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전해오는 것이다.
“비서실장님의 의도와 우려는 충분히 알아들었다고 전해 주세요. 조만간 제가 해수 담수화 설비 문제에 보고서를 작성해 비서실장님께 직접 보고드릴 예정입니다. 그리고 현 팀장님, 해수담수화 프로젝트는 극비인 것 아시죠? 사우디 정부의 공식적인 발표가 있기 전까지는 건설팀의 팀원들에게도 절대로 알려지면 안됩니다. ‘삼정’에 그 정보가 들어가면 발전소 설비까지 통째로 빼앗길 가능성이 있어요.”
“물론입니다. 본부장님..비밀 엄수는 걱정하지 마십시요. 박성재 실장님에게는 본부장님이 말씀하신대로 전하겠습니다.”
현기훈이 본부장실에서 물러나자 ‘민재’는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의 젯다항구 근처에서 건설되고 있는 전기 흡착식 해수담수화 시험 설비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다.
‘로민 솔루션’의 이름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그 설비 공사는 1주일 전부터 시작되었다.
지난번 사우디 방문에서 ‘마흐드’왕자에게 시험설비가 들어설 후보지가 될 마을을 몇군데 추천 받은 ‘민재’는 곧바로 마을들을 답사하고 한 마을 지정해 ‘지현우’ 로민 솔루션 기계팀장에게 알려줬었다.
스탠바이하고 대기중이던 ‘지현우’와 ‘오성식’ 두강개발 사장은 20명의 설치인원과 함께 사우디행 비행기에 곧바로 탑승했고 이미 젯다행구에 도착해 하역되어 있던 전기 흡착식 설비를
수령해 시골 마을에서 설치를 시작한 것이 일주일 전이었다.
이 내용은 아직 ‘대현’에 알려지지 않은 비밀이었다.
‘로민 솔루션’의 시험 설비가 정상 작동되고 ‘마흐드’왕자를 비롯한 사우디 왕가에 그 설비의 효용성이 알려지고 그들의 지원하에 ‘로민’과 ‘대현건설’이 대등하게 협상할 수 있는 자격을 얻을 때 까지는 극비에 붙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2011년 1월 18일 월요일은 서울시내에 눈이 조금 내렸었다.
눈 쌓인 도로위에 잔뜩 밀려서 기어가는 승용차들이 거북이처럼 꾸물대며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25층에의 창문을 통해 바라보는 민재의 오른손 검지와 중지사이에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담배 한가치가 끼워져 있었다.
아라비아 반도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사실상의 전제군주제 국가이다.
이는 "사우드 가문의 아랍 왕국"이라는 뜻의 국가의 이름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현재까지도 사우드 왕가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모든 경제권과 정치력을 한손에 쥐고 있다. 사우디의 국왕은 물론이고 전 인구의 90%가 수니파를 신봉하며, 시아파(이란이 다수를 차지)는 나머지 10%가 신봉한다. 시아파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로부터 차별을 받는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슬람교 이외의 종교를 인정하지 않으며, 내국인은 물론이고 외국인들도 이슬람교 이외의 종교 집회가 금지된다.
사우디 국민은 이슬람교에서 타 종교로 개종하면 참수형을 당하거나 국외로 추방당하는 것 둘 중에 하나를 골라야만 한다(그것이 계속 유보되면 참수형을 당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들은 심한 차별을 받고 있는데, 사우디는 여성의 운전을 금지하는 법은 없으나, 여성에게는 운전면허를 발급해 주지 않고 있다. 또, 다리를 드러내면 안 되기 때문에 치마도 긴 치마만 입으며, 8살 생일이 지난 여자는 아바야(검은 천으로 만든 겉옷)을 둘러야 한다.
예전엔 세계 최대의 산유국이었던 사우디는 근래에 러시아에 밀려 2위로 내려앉았다. 2017년엔 미국이 1위로 올라설 추세이지만 그래도OPEC(석유 수출국 기구)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가가 사우디아라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최대의 항구도시 젯다의 남쪽 예멘과 접하는 지역에 ‘대추야자나무가 나는 얀부’라는 의미의 ‘얀부 알 나킬’이란 작은 해변 마을이 있다.
흔히 “얀부”라고 줄여서 부르는 이 작은 마을의 주민은 약 700명 정도로 거의 대부분의 주민들이 작은 배를 타고 고기잡이로 생계를 이어가는 열악한 마을이다.
올해 11살이 되는 ‘얀부’마을 촌장의 딸인 ‘알리마’는 열흘 전부터 해변에서 이상한 것을 만드는 스무명 가량의 검은 머리의 남자들을 보았다.
학교에서 배워서 알고 있던 레미컨 이라는 차량 열대와 함께 마을로 들어온 그 남자들은 레미컨차량의 후미에서 쏟아져 나오는 시멘트로 해변바닥 암반의 일부를 콘크리트로 덮고서 일주일도 되지 않아 양성된 콘크리트 위에 커다란 조립식 건물을 완성하고서 그 건물 안에서 뭔가를 뚝딱거리며 만들고 있었다.
낮에만 일하는 습성이 있는 마을의 어른들과는 다르게 그 동양인 아저씨들은 한밤중에도 뚝딱 거리며 일을 계속했다.
그 아저씨들은 마을 중앙에 있는 커다란 마을회관에서 잠을 자고 회관 옆에 있는 ‘하디야’의 집에서 밥을 먹었다.
‘알리마’는 친구인 ‘하디야’를 통해 그 아저씨들이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왔다는 것을 알았다.
방학기간이라 별로 할일도 없고 해서 그 창고 같은 건물을 들여다보려고 했지만 아버지인 촌장의 불같은 진노로 결국 포기해야만 했다.
자기 또래의 남자아이들은 그 창고에서 일하는 한국인 아저씨들에게 여러 가지 과자도 얻어오고 ‘하디야’는 그 아저씨들이 게임기라고 부르는 화면이 어지럽게 바뀌는 손바닥만 한 기계를 얻어서 신나게 놀고 있는데 여자애가 그런 곳에 가까이 가면 안된다는 아버지의 말은 ‘알리마’를 슬프게 했다.
하지만 ‘알리마’의 왕성한 호기심은 아버지의 눈을 피해 결국 창고의 창문을 통해 안을 들여다 보게끔 만들었다.
창고 안의 한국아저씨들은 커다란 기계를 조립하고 그 기계에서 연결된 파이프의 한쪽을 바닷물 속에 담가두고 있었다.
‘바닷물을 끌어 올려서 소금을 만들려고 하나? 그런데 내가 본 염전은 무척 넓던데..’
학교에서 염전이 있는 곳에 견학을 다녀온 ‘알리마’의 궁금증은 창고 안을 들여다 본 후에 더욱 심해졌다.
“알리마~~ 알리마~~ 저녁먹어라! 어디에 있니?”
오빠가 자신을 찾는 소리에 놀란 ‘알리마’는 후다닥 마을 안쪽으로 뛰어 들어 갔다.
커다란 자동차에서 들리는 엔진소리같이 쿵쿵거리며 들려오는 기계음에 새벽에 깨어나게 된 ‘알리마’는 그 소리가 얼마 전에 지어진 한국 아저씨들의 창고에서 들려온다는 것을 알았다.
“알리마! 새벽부터 어디가는 거야?”
“응 엄마! 파라다(보석)랑 같이 동네 한바퀴 뛰다가 올께..”
급하게 옷을 입은 ‘알리마’는 전혀 보석같이 생기지 않은 바보 같은 강아지 ‘파라다’와 함께 그 곳을 향해 뛰어갔다.
창고에 도착한 알리마는 무척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다.
마을 쪽을 향해있는 커다란 파이프에서 물이 콸콸 쏟아지고 있었다. 그 물은 마을 쪽으로 30m쯤 향하다가 모래속으로 사라지고 있었지만 짠 바닷물을 끌어올려서 마을로 향하게 하는 한국 아저씨들의 행동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안돼~~ 파라다! 그건 바닷물이야. 먹지마~~”
바보 같은 파라다는 어느새 흘러내려가는 물을 할짝거리며 핥고 있었다.
‘이상한 일이네. 파라다가 비록 멍청하긴 하지만 지금까지 바닷물을 먹은 적은 없었는데..’
‘알리마’는 물을 쏟아내고 있는 파이프 쪽으로 다가가 손끝으로 살짝 찍어서 맛을 보았다.
짠맛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맹물이었다.
‘맙소사 이건 민물이잖아..“‘알리마’의 놀란 눈이 커다래졌다.
“꼬마야! 그건 아직 먹으면 안돼. 지금 정밀 수질검사중이니까 이틀 안으로 결과가 나올 거야. 그때까지만 좀 참아주렴.”
어느새 다가왔는데 수염이 까칠한 한국 아저씨가 자신에게 말을 하고 있었다.
그 아저씨는 일하는 아저씨들 중에서 대장으로 보였던 덩치 크고 착하게 생긴 아저씨였다.
‘알리마’는 뒤돌아서 집으로 뛰어 가며 소리쳤다.
“엄마! 아빠! 빨리 나와 보세요~~”
‘세상에! 귀한 민물을 땅바닥에 그냥 흘려보내다니..한국 아저씨들은 모두 바보 인가?’
‘알리마’의 뒤로 ‘파라다’가 쫄랑거리며 따라가고 있었다.
‘이카루스’는 평일 밤인데도 불구하고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다.
‘혜리’의 코너는 물론이고 한달 반쯤 전부터 코너 하나를 맡아서 운영하는 ‘윤정’의 코너에도 빈자리가 없이 빽빽하게 남자손님들이 몰려 있었다.
‘혜리’의 청순하고 소녀같은 외모와 ‘윤정’의 약간 백치미 섞인 섹시한 미소가 남자손님들에게 인기를 끄는 이유인 것 같다고 ‘민재’는 생각하고 있었다.
‘한승희’도 지난 3개월간의 운영으로 노하우가 쌓였는지 많은 손님테이블을 이리저리 오가며 분위기를 주도해 가는 모습이 과거 은행의 말단 직원이었던 모습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카루스’의 가장 넓은 칸막이 자리 안에는 이민재를 비롯한 3명의 남녀가 자리하고 있었다.
“최 부사장, 강팀장 그리고 최팀장도 내가 내일 모래 두바이로 출장 가는 것 모두 알고 있지?”
“다음주 화요일이 모래준설선 입찰 발표일인가요? 벌써 그렇게 되었네..”
민재의 말에 강민희가 혼잣말처럼 제일 먼저 대답한다.
“이대표! 모래 나가면 언제쯤 입국 예정이지? 여러 가지 벌려놓은 일들이 많은데..”
‘로민 솔루션’의 부사장인 최경수가 곤란하다는 얼굴을 짓는다.
약 한달 전쯤 실시한 ‘로민 솔루션’의 전체회식 자리에서 ‘민재’를 부르는 호칭이 애매하다며 ‘대표’로 통일하자는 강민희의 의견에 모든 직원이 찬성하고 나서서 처음에는 고사하던 민재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기로 했었다.
“두바이에 들렀다가 젯다로 날아가 봐야 해. 지현우 기계팀장에게서 담수화 시험설비에서 추출한 담수 샘플의 수질검사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말이야. 식수로 바로 사용해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을 정도로 깨끗한 1급수 판정이 나왔다더군. 그 결과를 가지고 ‘마하드’왕자와 회의를 한번 해야 할것 같아. 그리고 바그다드의 ‘로라 컴퍼니’에도 한번 들러봐야 하고..아마도 일주일 이상 자리를 비워야 할 것 같은데.”
“대표님! 강원도 속초의 생수회사인 설악산수(雪嶽山水) 인수문제는 어떻게 처리할까요?”
최동건 증권팀장은 요즘 몇군데 업체들에 대해 합병과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설악산수는 무조건 경영권을 인수해야 해. 언제까지 로민 솔루션이 영업 커미션만으로 먹고 살수는 없으니까. 해양심층수를 개발해서 ‘로민’의 메이커를 달고 소매점으로 판매하는 생수판매 시스템을 빨리 구축해야 될 것 같아. 이번에 사우디의 담수화설비를 ‘로민’에서 수주 받기만 하면 당분간은 전 직원들이 눈코뜰새 없이 바빠 질거야. 그 전에 설악산수를 인수하고 강원 도청과 연계해서 해양심층수 개발을 완료해야 해. 최경수 부사장과 최동건 팀장은 서둘러서 이일을 마무리하고 담수화 설비쪽으로 신경을 썼으면 좋겠어.”
“흐음! 서둘러야 겠군. 수심이 깊은 동해에서 해양 심층수를 퍼올려 전기 흡착식 담수설비로 정수한 ‘로민 오션워터’를 시중에 출시하면 불티나게 팔릴 거야. 그러면 이대표 말대로 그 수익금으로 로민 전직원의 월급정도는 충분히 커버가 되고도 남겠지. 걱정하지 말고 다녀와 이대표. 이대표가 입국할 때면 ‘설악산수’의 경영권이 우리 로민으로 넘어와 있을 테니까.”
“그럼 최 부사장만 믿고 맘 편히 나갔다 올께..자 이제 편하게 한잔씩들 마시자.”
민재가 ㅤㅌㅏㅈ자에 있는 양주병을 들어 한잔씩 따라준다.
“한실장님! 여기 맥주 두병만 더 주세요~~”
요즘 속이 쓰려서 양주를 마시지 못한다는 강민희는 맥주를 주문한다.
해양심층수(海洋深層水)는 수심 200미터 아래의 깊은 바다에 있는 물이다.
일반적으로 그린란드 앞바다와 남극해에서 만들어지는 심층수를 가리킨다.
표층에 있는 바닷물과는 다른 성질을 가지고 있는 심층수는 바닷속 대류에 의해 이동하며, 지구의 기후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대체로 온도가 낮은 심층수는 영양 염류가 풍부하다.
지금 ‘로민 솔루션’에서 개발하고자 하는 심층수는 몇 만년전에 해수면을 흐르던 표층수가 남극의 빙하에 부딪혀 차가운 심층수로 변하고 나서 대류운동으로 인해 수심이 깊은 동해로 흘러 들어온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 심층수를 전기흡착식 설비로 정수한 후에 ‘웰빙’이라는 단어에 죽고 못 사는 한국의 소비자들에게 적절한 광고와 함께 일반 생수보다 조금 더 높은 가격으로 판매하려는 것이다.
“어머~ 이대표님! 오랜만에 들르셨네요. 호호 얼굴 잊어버리겠어요. 자주 좀 오세요. 저 오늘 대표님한테 술 한잔 얻어 먹어도 되죠?”
화려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합석하는 ‘한승희’를 보는 ‘강민희’의 눈에 불똥이 튄다.
강민희는 이미 한승희와 ‘민재’가 가끔 섹스를 나누는 사이라는 것을 눈치 채고 있다.
오늘 모처럼 ‘이민재’와 뜨거운 밤을 보내려고 했던 ‘강민희’에게 노골적으로 민재에게 추파를 던지고 있는 ‘승희’의 존재는 눈에 가시나 다름없었다.
술잔이 비워지는 숫자가 늘어 가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두 여인의 기 싸움은 더욱 맹렬해져 갔다.
결국 그날밤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민재’의 침실로 입성한 여자는 ‘강민희’였다.
‘민재’ 일행의 술자리가 끝날 때 쯤 몰려 들어온 5명의 ‘이카루스’ 근처 회사의 중견 간부들인 단골손님들 때문에 ‘승희’가 도저히 몸을 뺄 수 없었기 때문이다.
2011년 2월 2일 화요일
두바이 해양청에서 발표한 모래준설선의 경쟁 입찰 결과는 ‘대현조선’이 가장 높은 평점을 받은 것으로 결정되었다.
1조원 가까이 되는 금액의 선박을 수주한 ‘대현조선’에 대해 한국의 매스컴에서는 며칠간 크게 보도했지만 뒤에서 모래준설선 수주를 조율하고 이루어내는데 핵심적 역할을 한 ‘이민재’의 정체를 눈치 챈 매스컴은 한곳도 없었다.
한국의 유력신문 1면에는 두바이 해양청장과 악수를 나누는 ‘대현조선’배근호 사장과 그 옆에서 웃고 있는 ‘장덕호 의원’의 사진이 크게 실렸다.
두바이 해양청장과 배근호 사장이 총 금액 8억불로 모래 준설선 발주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서로 교환하는 모습이 한국의 kbs 9시 뉴스에 나오던 2월 4일 목요일, ‘대현생명’에서는 ‘이민재’를 정식 이사로 임명한다는 특별진급 공고가 대현생명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었다.
이민재는 과장으로 입사한지 불과 사년만에 모든 직원들의 꿈인 회사 임원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대현생명’의 참새들은 이를 두고 차세대 경영을 맞길 오너의 자식들 외의 평사원으로는 사상 최고의 진급속도라고 질투섞인 푸념들을 해 댔다.
그리고 그날 ‘로라 컴퍼니’ 법인 통장으로 육천오백만달러가 대현조선에서 입금되었다.
이 금액은 총 수주금액의 13%인 리베이트에서 지난번에 선 입금된 삼천만 달러를 뺀 나머지 금액이었다.
‘로라 컴퍼니’의 대표실에서 로라와 함께 입금을 확인한 ‘민재’는 곧바로 ‘함단왕자’의 비밀계좌로 삼천사백만 달러를 입금했고 이천만 달러는 ‘로민 솔루션’의 법인 통장으로 송금했다.
큰 아버지인 이영묵의 통장으로는 백만 달러를 입금했다.
나머지 천만 달러와 지난번 홍재경에게서 탈취한 천백만달러는 로라컴퍼니 통장에 남겨두고 인터넷 포털회사인 ‘구글(google)’의 주식을 사들일 예정이었다.
구글은 삼정전자의 스마트폰인 ‘애나콜’ 검색엔진의 소프트웨어와 삼성전자 노트북의 운영체계인 크롬OS를 제공하는 회사였다.
아무튼 ‘이민재’와 ‘로라 컴퍼니’는 지난 삼개월간 특별한 투자 없이 사천이백만달러를 벌어들인 셈이었다.
한화로는 520억원이 넘는 금액이었다.
민재는 ‘로라’의 자그마한 입안으로 들어가 있는 자신의 귀두가 마치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리는 것 같은 황홀한 느낌을 받으며 잠에서 깨어났다.
지난번 사우디방문길에 만나고 한달만에 만난 로라의 몸은 마치 데일것 처럼 불타올랐다.
좁고 끈적거리는 로라의 바기나는 굵고 두툼한 민재의 페니스를 받아들여 끊임없이 애액을 흘려대며 꼬물거리는 질벽의 주름들이 귀두부분을 자극해 댔다.
영국인 아버지의 우월한 체형을 물려받은 로라는 동양인으로서는 좀처럼 가지기 힘든 길고 날씬한 팔다리로 민재의 몸을 휘감으며 밤새 오르가즘의 파도를 타고 너울 거렸다.
지난밤에 두번이나 사정한 민재의 페니스는 좆기둥과 귀두를 핥아대는 ‘로라’의 뜨거운 혀에 힘입어 또다시 불끈거리며 일어섰다.
로라의 다리를 끌어당겨 자신의 목 양편으로 벌린 민재는 곧바로 둥근 그녀의 엉덩이를 벌려 보라색의 항문 주름으로 혀를 가져다 댄다.
항문의 중앙부터 퍼져나간 주름 하나하나의 골마다 마다 민재의 혓바닥 끝이 쓸어가고, 민재의 귀두를 입에 물고 혀로 휘감아 돌리던 로라의 동작이, 항문부터 저릿저릿하게 퍼져나가는 고통같은 짙은 쾌감에 못 이겨 결국 귀두를 토해내고 머리를 젖히며 숨막히는 신음성을 뱉어낸다.
어슴푸레 밝아오는 창밖의 풍경에는 아랑곳없이 호텔방의 온도는 마냥 올라가기 시작했다.
“민재! 리비아의 내전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어요. 리비아 시민군에서 저희 ‘로라컴퍼니’쪽으로 비밀리에 도움을 요청해 왔어요. 어쩌죠?”
“리비아 내전에는 절대로 참가해서는 안돼. 로라! 이번사태는 카다피를 축출해 내려는 정치적인 성격이 진하지만 그 뒤에 숨어있는 것은 시아파의 알라위계 정부군과 수니파를 추종하는 시민군의 종교분쟁이야. 거기에 리비아의 분열을 조장하는 미국 CIA의 공작이 더해졌고... 복잡하게 얽혀있는 리비아 상황에 쓸려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해야해. 시민군 쪽에서 계속 도움울 요청하면 적당한 선에서 식량이나 의료물품등을 지원해 주겠다고 하고 한발 물러서 있도록 해. 절대로 ‘로라 컴퍼니’의 직원이나 파견원이 분쟁에 끼어들면 안돼. 리바아 파견원 들에게 공문을 보내서 경거망동 하지 않도록 다시한번 주의를 줘. 그리고 얼마 안가서 카다피정권이 붕괴될 거야. 그 이후를 대비해서 시민군의 핵심인사 한두명에게 비밀리에 자금을 보내주고 긴밀한 관계를 맺어두었으면 좋겠어. 리비아 내의 건설회사를 인수할 수 있는지도 알아보고..내전이 끝나면 서방의 지원 아래 복구공사가 시작될 테니 곧바로 건설특수가 일어 날거야. 무슨말인지 알았지?“
“알았어요...그런데 몇시 비행기에요?”
“바그다드 공항에서 10시에 출발하는 젯다행 비행기야.”
“젯다에서 ‘마흐드’왕자를 만나고 나면 다시 바그다드에 들리실 수 있어요?”
“음~..최대한 시간을 쪼개서 들리도록 해볼께.”
“너무 무리해서 움직이지는 마세요...”
열풍이 몰아치고 떠난 침대에 발가벗고 누운 채 민재의 가슴을 손끝으로 간질이는 로라의 목소리가 조용하게 호텔방 안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젯다의 별장에서 다시 만난 ‘마흐드’왕자는 바닷물을 담수화시켜 별다른 화학약품 처리를 하지 않고도 곧바로 식수로 사용할 수 있다는 민재의 말에 상당한 관심을 표해왔다.
‘마흐드’왕자는 EU유수의 기관에서 인증한 수질검사서와 ‘얀푸’마을에서 직접 배송되어온 담수를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현 사우디 국왕에게 보여준다고 하며 서둘러서 리야드왕궁으로 향하는 왕실전용 여객기를 타고 떠났다.
그리고 곧 있을 왕위 계승서열 1위인 ‘와실라’왕세자의 젯다 부근 방문일정에 ‘얀푸’ 마을도 끼워 넣어 보겠다는 말을 했다.
생각보다 ‘마흐드’왕자와의 면담을 만족스럽게 끝낸 ‘민재’는 UPI통신사에 근무중인 옥스퍼드 동창생과의 통화를 끝내고 바그다드행 비행기에 올랐다.
민재가 사우디의 하늘위에서 흰 구름을 내려다보고 있던 그 시각, 홍재경은 서울 미아리의 골목길에 있는 ‘한길유통’ 사무실 문을 열고 있었다.
주류박스들이 쌓여있는 허름한 창고의 한쪽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한길유통’ 사무실 안에는 미리 약속을 한 듯 키는 자그마하지만 단단한 체구를 가진 오십대 중년의 남자가 홍재경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오십시요. 홍상무님! 제가 남태근 입니다.”
“반갑습니다 남사장님! 홍재경입니다.”
악수를 나눈 두 남자는 쇼파에 마주 앉아 한참동안 나즈막한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의논한다.
사무실 밖에서는 검은 양목을 입은 커다란 덩치들이 양주 박스를 트럭에 실으며 연신 흐르는 땀을 닦아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