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화 (12/20)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이라는 구약성경의 한구절을 명분으로 삼아 2000년간 그 지역에서 뿌리내리고 살아온 이슬람 팔레스타인 민족을 학살하고 몰아낸 후 전 세계에 흩어져 살던 유대교도인 유대인들이 몰려와 세운 나라가 이스라엘이다.

1차대전과 2차대전의 틈바구니 속에서 전세계에 흩어져 살던 유대인들은, 그들의 막강한 자금력과 정치적인 로비로 영국과 미국이라는 나라를 등에 업고, 2000년전 유대인이 세운 유다왕국 과 그 보다 훨씬 이전에 전설로 존재하는 이스라엘 왕국이 팔레스타인 지역에 존재했었다는 근거로 팔레스타인 지역이 자신들의 땅이라는 말도 않되는 주장을 펼치며 국가를 세우고 중동전쟁을 일으킨다.

아직도 미국내에 거주하는 육백만명의 유대인들은 미국의 자금줄 대부분을 틀어쥐고 미국정부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여러차례 이어진 중동전쟁에 음으로 양으로 이스라엘을 지원하게 해 결국 이스라엘이 승리하게 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웃기는 것은 그들이 그토록 열성적으로 팔레스타인 지역이 자기들 땅이라고 우기는 근거인, 성경에서 솔로몬 왕의 영화시대라고 묘사하는 이스라엘 왕국도 기원전 10세기경에 불과 이백년 남짓의 기간 동안 극히 일부의 팔레스타인 영토만을 지배했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천년전의 유다왕국은 불과 몇십년간만 존재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 두왕국이 지배했던 면적을 모두 합쳐도 한국의 경상도 지역만큼 밖에는 않된다는 사실이다.

말도 되지 않는 억지를 펼치며 국가를 세운 유대인들은 몇천년간 그 지역에 뿌리내리고 살고 있던 팔레스타인 민족을 탱크와 기관총을 앞세워 팔레스타인 지역의 양쪽 귀퉁이에 팔레스타인 자치지구라는 명칭의 자그마한 지역으로 몰아낸다.

그 와중에 수십만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죽어나갔지만 선진국이라는 유럽의 여러 나라도 세계의 경찰이라는 미국도 침묵한다.

유대인들이 그토록 증오하는 히틀러와 나치의 홀로코스트를 자신들의 손으로 저지르는 아이러니를 보이는 것이다.

나치의 홀로코스트보다 몇십배나 많은 아랍인들이 이스라엘과의 전쟁으로 죽어갔다.

학살당하고 학대당하던 팔레스타인인들은 자신들보다 월등한 무기를 가진 이스라엘을 상대로

맨몸으로 투쟁하고 칼을 들고 저항한다.

그리고 이스라엘인들을 암살하는 여러 게릴라 단체들이 탄생한다.

그 중의 하나가 하마스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점령하고 있는 가자지구와 웨스트 뱅크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과격 무장 단체로, 1987년에 무슬림 형제당(Muslim Brothers)에서 분리되어 창설되었다. 하마스를 조직한 사람은 무슬림 형제당에서 활발히 활동을 했던 아마드 야신(Ahmad Yasin)이며, 1987년 인티파다(Intifada)라고 불리는 팔레스타인 민중봉기가 발생한 후 모습을 나타냈다.

하마스의 군사조직으로 에즈 에딘 알 까삼(Ezz Eddin al-Qassam)이라는 명칭의 단체는 차량을 이용한 폭탄공격, 그리고 자살 특공대를 이용해 이스라엘인들과 친 이스라엘 서구 정치인들을 암살하고 있다.

이란과 기타 아랍국가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 동정적인 여론이 형성되어 있는 유럽지역의 국가들에서 정치적 선전을 통해 자금모집활동을 전개하고 있기도 하다.

한마디로 하마스는 이스라엘이라는 모순적인 나라가 탄생시킨 20세기의 괴물인 것이다.

초승달빛을 받은 모래구릉의 그림자가 하얀 사막위에 길게 늘어져 있다.

암만을 떠나 네시간 가량 사막을 달린 짚차의 본넷트에는 새하얀 모래먼지가 뽀얗게 덮여있다.

‘고뜨라’로 코와 입을 가린 민재의 눈이, 멀리 사막 한가운데에서 비추는 불빛을 발견한다.

길도 없는 사막을 지도 한장과 나침반에 의지해 네시간 동안 달려온 길이다.

민재의 눈에 기쁨이 어린다.

오아시스 한편에 군데군데 자리한 천막 중 가장 커다랗게 자리한 베두인 천막에 그 남자가 있었다.

River라고 불리는 남자.

팔레스타인 고국을 위해 의사라는 신분을 버린 남자,

팔레스타인 무자헤딘(전사)들의 전설인 남자,

민재의 10대 후반을 4년간 지켜본 남자였다.

“Storm~”

“River~”

천막안에 있던 40대의 아랍남자가 민재를 격하게 끌어안는다.

남자의 부리부리한 눈에는 기쁨과 반가움의 빛이 충만하다.

“얼마만이지?”

“5년만이야. 레바논의 사막에서 시아파의 배신자들을 추적하는 작전에서 보고 못 봤지.”

“하하 벌써 그렇게 됐군..”

“5년전에 만났을 때..곧 코리아로 돌아갈 것 같다고 하더니..지금 코리아에 있어?”

“하하.. 한국에서 얌전하게 보험 영업을 하고 있지.”

“하하하..Dust storm 이라고 불리던 네가 보험이라니...안 어울리는걸..하하”

“오아시스에서 양을 돌보는 River는 어울리나?..하하”

“그런데 보험 영업을 하는 친구가 왜 하마스에 관심을 가지는 거지?”

웃던 남자가 표정을 바꾸며 진지하게 묻는다.

“사실은 말이야...”

민재가 리버에게 모든 상황을 설명해 준다.

이 남자의 도움을 받으려면 사실대로 모든 것을 털어 놓아야 한다.

‘리버’라고 불리는 이 남자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CIA와 모사드가 10년 넘게 이 남자의 뒤를 추적했지만 한때 웨스트 뱅크 팔레스타인 자치지구에서 난민들을 상대로 의료행위를 했다는 기록 밖에는 찾을수 없었다.

그 기록에 있는 이름도 가짜였다.

민재는 17살때 이라크와 요르단 국경지역 카라마(Karama)의 훈련 캠프에서 이 남자를 처음 보았다.

정예첩보요원을 양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걸프전(1차)에서 CIA의 정보력에 맥없이 패한 후세인과 모사드의 첩보에 번번이 무너지던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들이 합작으로 설립한 카리마 비밀캠프에 민재가 들어온 것은 큰 아버지 덕분이었다.

민재가 부모님의 복수를 위해서 갖추어야할 능력중의 하나가 무력과 첩보능력이라는 판단을 한 큰 아버지가 이라크 관라와의 연줄을 통해 민재를 캠프에 합류 시킨 것이다.

KGB훈련 교관들을 초빙해 4년간 이루어진 카리마 캠프는 2차 걸프전 발발 기미가 보이자 폐쇄되었고 그 후로 한번도 열리지 않았다.

4년간의 교육을 모두 이수한 교육생은 채 10명도 되지 않았다.

그 중에 리버가 있었다.

그가 동료들에게 리버라고 불렸던 이유는 빨리 팔레스타인을 해방시키고 요단강가에 낚시를 드리운 채 ‘흐르는 강물처럼(A River Runs Through It)의 주인공처럼 늙고 싶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기 때문이었다.

지남 밤 민재와 포르노 동영상 대화창으로 대화를 나누던 남자가 바로 이 남자, 리버였다.

민재는 모든 교육과정을 폭풍처럼 빨리 흡수 한다고 해서 ‘스톰’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스톰이라는 별명이 가진 또 하나의 의미는 17살과 18살 사이에 10cm이상 키가 자란 민재를 놀리는 의미였다.

당시 20대 후반이었던 리버와 10대 후반 이었던 민재는 유달리 가깝게 지냈다.

4년간 한 방에서 형과 동생처럼 지내며 많은것을 민재에게 알려주었던 리버였다.

캠프 해산하고 민재가 옥스퍼드에 입학한 후에도 인터넷을 통해 따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몇번의 작전을 함께 수행했다.

캠프교육을 이수한 리버는 웨스트뱅크(팔레스타인 자치지구 이름) 주변의 요르단과 시리아 국경지대를 돌며 이슬람 무장단체의 의뢰를 받아 첩보활동을 15년 넘게 이어오고 있는 베테랑 첩보원이 되었다.

“스톰! 하마스 요원들이 내 동포라는 사실을 알고 있나?”

민재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남자가 민재를 보며 말했다.

“알고 있지.”

“그런데도 내가 너를 도와줄 거라고 믿고 온 거야?”

“하마스가 리버와 같은 민족이라는 것도 알고 근래 하마스가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다른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들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지. 하마스에서 PLO의 지도자들을 암살했다는 것도 알고 있고...”

민재의 말을 들은 리버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한참을 침묵하던 그가 사막으로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입을 열었다.

“스톰! 네 말이 맞아. 가슴 아프게도 그들은 변했지.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해 총을 들던 순수한 무자헤딘에서 정치 이익 집단으로 변해 버렸어. 만약 네 말대로 그들에게 두바이의 정치자금중 일부인 수억 달러가 유입된다면 더 무섭게 변하겠지. 그래서 자네를 돕기로 했어. 스톰!”

“고마워 리버”

“고마워 할것 없어. 이것으로 5년전에 레바논 사막에서 진 빚을 갚는 것뿐이니까.”

“그래도..”

“지난밤에 네 연락을 받고 자치지구에 있는 정보원들을 통해 알아보았지. 왕자비는 웨스트뱅크에 있어. 하마스 무장요원 5명과 함께 있다더군. 그 시녀라는 여자도.. 내일이면 가자 지구로 옮겨질 거야. 가자지구는 웨스트 뱅크에 비해서 하마스요원들이 훨씬 많지. 가자지구에 가면 왕자비는 인의 장막 속으로 사라질 거야. 오늘 중으로 처리해야해. ‘하킴’이 요르단 국경을 넘어 웨스트 뱅크까지 안내할거야.”

“정말 고마워..리버”

“스톰! 이번이 우리가 만나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겠군. 모사드 애들이 너무 가깝게 쫒아오고 있어서 말이야..하하”

“리버.. 나중에 은신처가 필요하면 바그다드의 ‘로라 컴퍼니’트위터에 메세지를 남겨..그럼 내가 달려올께.”

“후후..그럴 일은 아마 없을 거야..이만 떠나게 친구..”

“리버...”

“몸 조심해. 스톰”

“리버! 너도..”

굳게 맞잡은 두남자의 손 사이로 아침 햇살이 밝게 비추고 있었다.

‘민재’는 안락한 의사생활을 마다하고 고국을 위해 거친 사막을 택한 남자의 쓸쓸한 미소를 뒤로하고 다시 짚차에 올랐다.

그의 옆자리에는 20대 아랍청년 한명이 함께 타고 있었다.

서안지구라고도 불리는 웨스트 뱅크(West bank)는 수자원과 천연자원, 영공마저도 이스라엘이 약 80%를 장악하고 있으며, 서안지구내의 이스라엘민 정착촌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이스라엘의 군대를 주둔시키고, 도시와 도시간의 도로에 촘촘히 박힌 이스라엘 검문소와 인종차별적인 분리장벽의 건설로 인해 팔레스타인인들은 철저한 이스라엘 군인들의 통제하에 도시와 마을단위로 완전히 갇히게 되어 제대로 된 경제 활동을 하지 못해 거의 난민 수준으로 전락해 가고 있다.

수시로 이스라엘군과 이슬람 무장단체들 간의 총격이 벌어진다.

기자 시절 ‘미농’이라는 이름을 가졌던 왕자비는 그 웨스트 뱅크의 한 시골 마을 조악한 흙집에 있었다.

시리아 국경과 가까운 요단강가의 마을은 한눈에 보아도 쇠락해 가는 팔레스타인 마을 이었다.

왕자비와 함께 있는 다섯명의 하마스 요원들은 이곳에서 가자지구까지 왕자비를 호송할 무엇인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아랍인 시녀와 함께있는 왕자비의 표정은 의외로 담담해 보였다.

리버와 헤어지고 그가 붙여준 하킴의 안내로 여덟시간 만에 마을에 도착한 민재는 왕자비를 망원경으로 확인하고 날이 어두워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킴은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차량을 대기하고 있었다.

날이 어두워지고 시작했다.

M16의 조준간에 하마스요원의 머리가 정확하게 들어오는 순간 민재는 숨을 멈추고 방아쇠를 당겼다.

“탕”

문 앞에 서있던 하마스 요원이 쓰러지고 가늠자속에 마당에서 모닥불을 피우던 모자쓴 남자의 모습이 잡힌다.

“탕” “탕”

모닥불을 쬐고 있던 두명이 쓰러진다.

“탕”

창으로 얼굴을 내밀던 검은 두건 남자의 머리에서 피가 튄다.

나머지 한명의 하마스요원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민재는 여전히 M16이라는 미국식 소총이 몇십년동안 세계 각국에서 쓰이는 이유가 정교한 타겟 타격성과 내구성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권총을 빼어들고 흙집으로 달려 나갔다.

그의 얼굴에는 검은 위장 크림이 발라져 있었고 검은색 전투복을 착용하고 있었다.

사막에서 만난 ‘리버’는 안내원만 붙여준 것이 아니고 무기와 전투복도 제공해 주었다.

‘로라 컴퍼니’의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이번 작전에서 ‘리버’의 그런 대가를 바라지 않는 도움은 민재에게 커다란 힘이 되었다.

“타타타타”

집쪽에서 AK소총 특유의 격발음이 들려온다.

한명 남은 하마스 요원의 모습이 창가로 보이는 순간 이미 민재는 땅을 구르고 있었다.

두바퀴를 구르고 몸을 멈춘 민재가 무릎쏴 자세로 매그넘 권총의 방아쇠를 당긴다.

“탕”

민재의 손에 묵직하게 밀려오는 매그넘의 발사 진동과 함께 AK를 발사하던 푸른옷의 남자가 뒤로 넘어간다.

왕자비가 있는 방의 창문을 뛰어넘는 민재의 눈에 왕자비 뒤에서 작은 권총을 빼어들고 있는 시녀의 모습이 보인다.

“슉~”

민재의 손을 떠난 단검이 시녀의 이마에 박히고 시녀의 몸이 왕자비의 무릎에 쓰러진다.

“까아아아악”

왕자비의 비명소리가 귀를 울린다.

왕자비에게 다가간 민재의 손에는 barbituarte마취제가 들은 주사기가 들려있다.

정맥에 마취주사를 맞은 왕자비의 눈이 감기고 모로 쓰러진다.

민재가 왕자비를 어깨에 메고 나오자 하킴의 트럭이 마당에 도착한다.

한치의 어김없이 시나리오대로 진행된 작전이었다.

삼십분 후 요단강가에 도착한 민재와 하킴은 타고 왔던 모터보트에 잠든 왕자비를 옮기고 검은 강의 한가운데로 나아간다.

강을 건너면 바로 요르단 국토이다.

그들이 떠나고 난 10분후 강가에 수많은 써치라이트가 비추기 시작한다.

그들의 흔적을 발견한 이스라엘 군이 이제 서야 도착한 모양이다.

금요일 밤 일곱시

암만공항에서 두바이 왕실전용기가 이륙한다.

목요일 새벽 네시에 도착했던 초음속 제트기였다.

비행기의 넓은 의자에 기대어 잠들어 있는 왕자비의 초췌한 얼굴을 바라보던 민재는 문득 피곤이 밀려오는 것을 느낀다.

요르단에 들어와 사막을 달리던 중간에 마취에서 깨어난 왕자비는 한마디도 하질 않았다.

잠들어 있는 왕자비의 귀에 뫼비우스의 띠와 비슷한 문양의 귀걸이가 달려 있다.

그 문양은 전투 훈련을 이수한 무슬림 무자헤딘 전사들이 가슴에 새기는 문양이었다.

함단에게 그 이야기를 해주려고 고개를 돌리던 민재의 눈에 귀걸이를 침중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함단의 모습이 보인다.

하마스요원은 시녀가 아닌 왕자비였던 것이다.

아니 시녀도 공주에게 포섭 당했거나 애초에 하마스요원을 왕자비가 선발하여 시녀로 들였을 수도 있었다.

왕자비는 두바이 정보부에 넘겨져 가혹한 조사를 받은 후에 유폐되거나 사살될 것이다.

민재는 자신이 40시간 넘게 한잠도 못잤다는 걸 그제서야 깨닫는다.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비행기의 작은 진동을 느끼며 민재는 잠속으로 빠져 들었다. 

11월 11일 월요일 오전

인천 공항으로 입국하는 민재의 서류가방에는 두바이 국영 석유회사인 캄팩 (Kampac)사와의 보험 계약서가 들어 있었다.

사백만 달러 규모의 보험납입 금액은 그리 큰 것은 아니었지만 AIG에서 독점하고 있던 두바이 유전 보험시장에 ‘대현생명’이 뛰어들 수 있는 교두보로서의 의미는 매우 컸다.

이 계약은 ‘세이크’ 왕자가 감사의 표시로 주는 선물의 의미였다.

세이크 왕자의 터키방문 일정상 그를 만나지는 못했지만 함단왕자가 연결해준 전화통화로 새해에 사우디아라비아 젯다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였다.

그 자리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삼왕자인 ‘마흐드’ 왕자도 동석하게 될 것이다.

홍재경 상무에게 출장보고를 마치고 해외 영업부 사무실로 내려온 민재가 캄팩사와의 보험 계약서를 공개하자 중동팀 전체에서 함성이 울렸다.

타 팀의 팀장들과 직원들은 ‘또 무슨 일일까?’ 하는 질투의 눈빛으로 토끼들을 바라보았다.

민재의 활약에 힘입어 요즘 ‘대현생명’주가는 연일 상종가를 기록하고 있는 중이다.

민재와 중동팀원 들에게는 연말의 정기인사이동에서의 진급과, 총 보험 수주금액의 일정부분을 연말에 정산하여 지급하는 인센티브에서 사상 최고액의 보너스가 예상되고 있었다.

재경은 요즘 기분이 무척 좋았다.

지난주에 바그다드까지 날아가 ‘로라 컴퍼니’ 대표라는 ‘라샤드’를 만나고 온 ‘장만호’가 아주 낙관적이라는 평가를 했고, 오늘 회장실에서 민재가 수주해온 계약을 보고하는 자리에서 아버지 홍회장에게 크게 칭찬과 격려를 받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오늘 저녁에는 자신의 주식을 비밀리에 매수해줄 투자자를 만나기로 했다.

주식을 팔아 120억원을 마련해서 달러로 환전해 ‘로라 컴퍼니’ 대표에게 전해주면 모든 일이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것이다.

요즘 분위기만 보아서는 ‘대현생명’ 차기 회장은 자신이 분명하다고 생각하는 ‘재경’이었다.

‘윤정’에게 지하 주차장에서 기다린다는 신호를 보낸 ‘재경’은 콧노래를 부르며 사무실을 나섰다.

투자자와의 미팅에 ‘윤정’을 데리고 나갈 생각이다.

투자자가 윤정의 미모에 혹해 껄떡 거리기라도 하면 하룻밤쯤 윤정을 무료임대 해줄 생각도 있는 재경이었다.

저녁 일곱 시.

‘죽도(竹島)라는 이름의 고급일식집에서 만난 깔끔하게 생긴 사십대의 남자는 윤정의 미모에 관심을 보이지 않아 ’재경‘을 약간 실망시켰지만 사업이야기는 아주 부드럽게 풀려 나갔다.

내일 증권 거래소에서 만나 서류를 작성한 후 주식을 양도하기로 하고 남자와 헤어진 ‘재경’은 조수석에 앉은 윤정의 보지물을 손가락으로 음미하며 그녀의 오피스텔로 차를 몰았다.

재경과 윤정이 오피스텔 문 앞에서 부둥켜안고 서로의 혀를 빨며 열쇠를 찾던 그 시간, 민재는 ‘장현주’와 함께 ‘이카루스’의 입구로 향하는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어서오세요!”바 입구에서 상냥한 웃음으로 반기는 아르바이트 아가씨의 미소가 상큼하다.

‘승희’가 실장을 맡은 지 이제 열흘 남짓 정도였지만 이카루스의 남자 손님들이 예전에 비해 눈에 뜨이게 많아진 것이 입구에서 부터 민재에게 느껴졌다.

바 가운데에 있는 20개 정도의 테이블과 벽쪽으로 붙어있는 10개 정도의 칸막이에는 벌써 삼분의 이 정도 손님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었다.

가장 남자손님들이 붐비는 곳은 혜리와 또 한 아가씨가 있는 입구 왼쪽의 바(Bar) 스탠드 코너였다.

다른 두개의 코너에는 네 다섯명이 앉은 반면 혜리의 코너에는 열명 넘게 남자들이 있었다.

이제 출근한지 사흘정도 밖에 안되는 혜리는 어느새 이곳 ‘이카루스’에 적응을 한 듯 손님들과 깔깔거리며 웃고 있었다.

중간쯤의 테이블에서 회사원인 것처럼 보이는 삼십대 남자 두명과 이야기를 하고 있던 ‘승희’가 샾 안으로 들어서는 민재의 얼굴을 발견하고 활짝 웃으며 다가오다가 뒤따라오는 ‘현주’의 모습에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가 풀어진다.

“술은 뭘로 드릴까요? 팀장님.”

민재를 칸막이 자리로 안내한 ‘승희’가 예의 애교 넘치는 목소리로 묻는다.

“현주씨! 발렌타인 리미티드 어때?”

“좋아! 그걸로 하지뭐..”

“실장님 들으셨죠..그리고 안주는 치즈하고 실장님이 알아서 주세요.”

“네 팀장님. 그럼 말씀들 나누고 계세요.”

바(Bar)의 실장답지 않게 무릎 위 10cm쯤 올라가는 타이트한 검은 정장 치마와 검은 스타킹에 순백색의 블라우스를 입고 웨이브 진 긴 머리를 포니테일로 묶은 OL차림의 ‘승희’에게서 묘한 색감이 흐른다.

민재만 그렇게 느끼는 것이 아닌 듯 실룩거리는 ‘승희’의 엉덩이를 향해 침을 흘리는 늑대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현주’는 아버지 장의원이 예산안 문제로 국회에서 몸을 뺄 수가 없어서 아버지 대신 민재의 두바이 출장건에 대해 물어본다는 핑계로 민재를 불러냈다.

“대현조선의 1차 견적금액은 팔억 천만불이야. 공개입찰 과정에서 그보다 적게 견적하는 회사가 있을 경우 네고를 해야 하지만 그래도 대략 팔억불 정도 예상하면 될거야. 함단 왕자와도 그런 수준으로 잠정 합의 했고..리베이트는 총 금액의 13%정도 될 거야.”

“응? 응 알았어. 아버지에게 그렇게 전할께..”

지난번 강화의 모텔에서 적나라하게 섹스를 나눈 두 사람은 어느새 서로 반말을 하는 사이가 되었다.

“근데 민재씨?”

“왜?”

“혹시 우리 ‘현경’이 한테 전화오지 않았어? 요즘 나만 보면 민재씨 소식 물어 보던데?”

“지난주에 두 번 정도 왔는데 내가 출장 준비 때문에 바빠서 만나지는 못했어. 근데 ‘현경’씨가 나한테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 거야?”

민재가 짐짓 모르는 것처럼 능청스럽게 현주에게 묻는다.

“아유~ 능구렁이..그렇게 순진한척 하면 내가 속을 줄 알고? 현경이가 민재씨에게 관심 있어서 그런 다는 걸 잘 알면서 능청은 ...근데 우리 현경이 이쁘지 않아? 관심없어?”

“후후후..나는 현경씨 얼굴보다 더 예쁜 현주 보지에 더 관심 있어. 크크”

민재가 주위에 안들리는 목소리로 장난친다.

“아우~ 나쁜 놈..색마..히잉~” 현주의 목소리에 비음이 섞인다.

“킥킥..색골 유부녀..총각한테 보지물 질질 흘리며 보지 까고 박아달라던 변태..크크”

“히~잉..하지마~..잉”

탁자 건너편에서 민재를 응시하는 현주의 눈에 열기가 어린다.

“호호..두분 무슨 이야기가 그렇게 재미있으세요?”술과 안주를 챙겨온 승희의 목소리가 들린다.

“한 실장님 여기 앉으세요. 이쪽은 장덕호 의원님을 보좌하시는 장 현주비서님. 그리고 이쪽은 ‘이카루스’를 운영하시는 한승희 실장님. 인사들 나누세요.”

‘민재’가 승희를 자기 옆자리에 앉히고 두 사람을 소개해 준다.

“반가워요. 한실장님..바(Bar) 분위기가 정말 좋네요.호호”

“호호. 고마워요. 장 비서님. 그리고 말씀 낮추세요.”

“초면에 그럴 수 있나요?..호호 술한잔 하실래요?”

“네 고마워요, 장비서님도 한잔 받으시고..팀장님도 한잔 받으세요.”

곁에 바짝 붙어앉은 승희의 손이 ‘민재’의 허벅지 안쪽을 쓸어오다가 지퍼부분으로 향한다.

술잔이 오가면서 두 여자의 수다는 점점 길어지고 탁자밑에 승희의 손은 점점 대담해진다.

어느새 바지 지퍼를 열고 민재의 팬티 속으로 가늘고 긴 손가락이 스며든다.

아까부터 발기해있었던 민재의 좆기둥이 힘차게 맥동 친다.

술이 몇잔 들어가자 몇년간이나 알고 지낸 사이처럼 서로 언니, 동생하며 서로 예쁘다고 추켜세우고 의기투합하는 여인들이 친해지는 속도에 민재가 혀를 내두른다.

‘민재’의 부푼 귀두를 엄지와 검지로 쓰다듬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승희’는 눈빛하나 안변하고

깔깔 거리며 즐거워한다.

“아~ 정말 재밌다. 동생 나 화장실 좀 다녀올께. 딴데 가지마. 알았지?”

“네 언니! 다녀오세요.”

‘현주’가 일어나면 민재의 바지 지퍼를 열고 팬티안으로 스며들어가 있는 자신의 손이 보일지도 모르는데 ‘승희’는 자신이 상관할 바가 아니라는 듯이 손을 뺄 생각을 하지 않는다.

‘현주’가 칸막이 입구 중간에 달려 있는 사각의 자그마한 나무문을 열고 화장실로 향한다.

‘봤을까?..에이~ 봤으면 어때?..’

“오빠! 저 언니랑 섹스했죠?”

“어? 뭐라고?..”

“오빠랑 나를 쳐다보는 저 언니의 눈만 봐도 알아요. 니가 왜 내거 옆에 찰싹 붙어 있냐? 그거 내거다. 건들지 마. 그런 눈빛..히히 ..맞죠?”

“허허..거 참!..그렇다 치고..근데 왜 그렇게 친한 척 하는 거냐?”

“원래 예쁜 사람들은 다 통하는 게 있어요. 글구 저언니랑 나랑은 구멍동서..아니다..히히..기둥동서 잖아요..킥킥...저 언니도 오빠랑 나랑 그렇고 그런 사이인거 눈치 챘을 걸요..”

“니들은 질투 안나냐?”

“뭐~ 오빠가 내 남편도 아니고 애인은 음..맞나?..암튼 오빠는 내가 구속한다고 해서 저에게만 머무르지 않을 남자라는 거 첨부터 알고 있었거든요. 오빠가 나랑 최국장 사이도 이미 알고 있는데...괜히 속 끓여 봐야 저만 힘들어 지는 거죠. 그리고 저도 오빠 한사람만 바라보는 거..체질상 오래 못할 것 같고..헤헤..미안 오빠~. 그리고 저 언니도 척 보니까 유부녀 냄새가 나는 것도 같은데 독점권 주장할 처지는 못되잖아요. 히히..예쁜 사람들은 척 하면 알아본다니까요.”

“음~ 여자들 육감이라는 게..있긴 있구나..”

“오빠~ 나 아까부터 보지물 흘러서 팬티까지 다 젖었어 히잉~어떡해~ 좀 있으면 스타킹 까지 배어 나올거 같애요..화장실 가서 팬티 갈아입어야 겠다. 그전에 오빠 좆~ 한번만 빨고 가두 되죠?”

“창녀 같은 년. 남자 좆빨고 싶어서 환장한 개보지 년. 강간 당하면서도 좋다고 더 세게 박아달라고 하면서 좋다고 보지 물 질질 흘리는 변태 같은년~..”낮은 목소리로 으르렁 거린다.

“아흑~,,오빠~ 하지마요~..아후~보지물이 더 나오잖아~..아흐~”

몸을 바르르 떨던 승희의 고개가 숙여지고 지퍼 밖으로 튀어 나와 있던 충혈된 귀두가 따뜻하고 촉촉한 곳으로 빨려 들어간다.

살짝 까칠한 것 같으면서도 말랑말랑한 혓바닥이 귀두를 휘감는다.

“씨팔년~..사람들 많은 가게에서 좆대가리 빠니까 좋아?”

“우웅~..” 입속 깊이 귀두를 넣고 승희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 승희의 색스러운 모습을 보던 민재는 심술이 나며 한가지를 테스트하고 싶어졌다.

“아무 한테나 보지 벌리는 창녀! 너 현주랑 내가 씹하는 거 보고싶냐? 아니면 니가 씹하는 거 현주한테 보여 주고 싶냐?” 그말을 듣고 순간 멈칫 거리던 승희가 몸을 부르르 떨어대며 좆을 더 세차게 빨아댄다.

“으음~” 민재의 입에서 기분 좋은 둔중한 탄성 소리가 새어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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