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재를 만나 50만 달러를 받아온 날 저녁, 장의원이 현주에게 1조원 규모의 두바이 선박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을 때 현주는 이민재라는 남편 후배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을 느꼈었다.
잘생긴 얼굴에 못하는 외국어가 없고..능력까지 갖춘 출중한 남자..그에게서는 남편에게는 없는 야성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옷장을 열고 옷을 고르는 현주는 자신이 살짝 흥분했다는 것을 느낀다.
짭쪼롬한 바닷바람이 살랑거리며 불어오는 허름한 횟집의 평상에 앉아, 깻잎에 싸서먹는 전어회는 고소하고 쫄깃했다.
남자가 프랑스에서 보낸 10대때 첫사랑이었던 주근깨의 프랑스 소녀와 이라크 사막여행에서 만난 집시들까지.. 남자의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취했고 자신의 눈을 뜨겁게 바라보는 그의 눈길에 목이 말랐다.
남자의 반듯한 이마와 짙은 눈썹을 바라보는 사이 세개 째의 소주병 뚜껑이 따지고, 고소한 냄새가 진동하는 전어구이와 얼큰한 매운탕을 곁들여 마지막 소주병을 비운다.
평소 소주를 잘 마시지 않는 현주는 오늘따라 소주가 그리 쓰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또 한잔을 넘긴다.
하나의 빈소주병이 더 생긴다.
“술도 깰 겸, 저기 등대까지 걸어갔다 올까요?”
그의 목소리가 귓가를 간질이며 들려온다.
어둑어둑 해지는 바다 중간에 하얀 방파제 멀리 등대가 어슴푸레 보인다.
“호호..좋아요.”
휘청~
평상에서 일어나려는데 술기운이 확하고 올라온다.
“조심하세요. 현주씨”
내팔을 잡아준 그 남자의 손이 뜨겁다.
‘현주씨라니~..조금 전까지 형수라고 부르더니..’ 가슴이 설레인다.
“고마워요. 민재씨. ”
그의 이름을 불러준다.
화장실에서 통화한 남편은 골프 후에 접대 술자리가 있다며 오늘도 못 올라온다고 한다.
남편의 어디냐는 물음에 자신도 모르게 대학동창들과 술 마시고 있다고 거짓말을 해버렸다.
썰물이 들어오고 있는 11월초의 바닷바람은 차가웠다.
“바람이 차갑네. 이리와 친구~”
방풍점퍼를 벗어 자신의 어깨에 걸쳐준 남자가 팔을 내밀며 장난스레 웃는다.
“고마워. 친구~”
팔짱을 끼고 방파제를 걷는 중간 중간에 가슴을 압박해오는, 꿈틀거리는 남자의 팔 근육의 느낌이 생생하다.
그의 어깨에 살며시 머리를 기대어 본다.
“저기 배가 있나 봐. 불빛이 보이네~”
“어디?”
등대 아래에서 그가 가리키는 쪽을 보자 멀리 검은 바다 한가운데 불빛이 보인다.
자신의 뒤쪽에 서있는 남자의 두 팔이 자신의 아랫배 쪽으로 내려오고 뒤쪽으로 몸을 당긴다.
어깨 뒤쪽으로 단단한 남자의 가슴이 느껴지고 엉덩이에 불룩하게 발기한 남자의 실체가 확연하다.
귓가로 남자의 뜨거운 입김이 느껴지고 짜릿한 감각이 온몸으로 퍼지던 그때 남자의 오른손이 자신의 턱을 가볍게 쥐고 오른쪽 어깨 쪽으로 밀며 그의 입술이 다가온다.
그의 뜨거운 혀가 입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고 눈이 감기면서 팔을 뒤로 돌려 남자의 목을 휘감아 조인다.
플레어 스커트를 걷어 올리며 밴드 스타킹 위쪽으로 거슬러 올라오는 남자의 손을 막아보려 하지만 또 다른 한손이 자신의 가슴을 움켜쥘 때 남자의 손목을 잡고 있던 손이 힘이 스르르 풀려 버린다.
‘아~ 아까부터 팬티까지 젖어있었는데.. 창피해..’
팬티 아래를 젖히고 들어온 남자의 손가락이 섬세하게 자신의 보지입술을 매만질 때 문득 들었던 생각이었다.
그들이 걸어온 방파제 입구 쪽에서 ‘짬 모텔’이라는 간판 불빛이 반짝인다.
“츄릅~ 츄르릅~”
“현주야! 너 보지털이 하나도 없는게 애기 보지 같애..깎은 거야?”
“아흑~..아흥..결혼 전부터 제모 했었어.. 어흑~ 거..거기..보지 안쪽에...더 세게 빨아봐~ 아흐~”
“후르릅~니 남편이 잘 안해 주나보지? 물이 엄청 많이 흐르네?”
“어윽~억~ 보지에 손가락 하나 더 넣어봐...욱~..똥구멍 빨면서..아윽~..그 인간..한달에 한번 할까 말까야.. 아흐~ 좋아..그래..좀 세게 쑤셔죠..아우~”
“니 남편 집에 안왔어?”
“아흥~..오늘 ,,안 온데..어디서 딴 년 올라타고 있겠지..아으~ 미치겠다..이제 니 좆으로 박아줘..빨리~”
철썩 철썩...
“헉~어헉~ 너..너무 커..니 좆대가리..억~억~ 더 빨리..악~악~”
그후로 두 시간 동안 살 부딪히는 소리와 짐승의 울음 같은 신음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 왔다.
사정사정해서 힘들게 여자를 설득해 짬 모텔 502호에 들어온 순진한 대학생 남자는 501호에서 들려오는 그 소리에 자극을 받은 1년후배 여학생의 여성 상위체위로 흐뭇한 밤을 보낼 수 있었다.
현주를 집에 내려주고 아파트로 돌아오던 민재는 역시 자기 예상대로 현주의 섹스 스킬은 놀아볼 만큼 놀아본 여자의 몸짓이었다 라는 생각을 하며 피식~ 웃음을 지었다.
월요일 아침
한윤정과 혜리를 데리고 2박 3일간 변태적으로 놀아 기분이 개운한 재경에게 만호의 ‘로라 컴퍼니’ 대표의 휴대폰 번호를 해킹으로 알아냈다는 보고는 그를 한결 좋은 기분으로 만들었다.
즉시 전화를 걸었지만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남자의 빠른 아랍어 목소리에 전화를 만호에게 넘겨버렸다.
한참을 그 대표라는 남자와 아랍어로 통화를 한 만호의 말은 그 쪽에서 돈을 요구하는 느낌이라는 것이었다.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 재경은 만호에게 다시한번 ‘라샤드’라는 로라 컴퍼니 대표와 자세하게 통화를 하고 자신에게 보고 하라고 지시하고 회사를 나왔다.
회사 근처에 새로 생긴 마사지 샾에 가서 마사지를 받으며 섹스로 쌓인 피로나 풀고 와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상무님 외출하세요?”
“점심 먹고 들어올거야.”
윤정의 엉덩이를 두드려 주고 사무실을 나서는 재경의 발걸음이 경쾌했다.
월요일 오후에 ‘대현조선’ 설계팀에서 준설선 1차 설계도와 최종 견적 금액이 확정 되었다.
밀어붙이기에 일가견이 있는 ‘대현조선’ 배사장의 뚝심으로 일주일만에 만들어진 서류였다.
1차 견적 금액은 준설선 한척 당 팔천백만불, 총금액 팔억 천만불에 리베이트 13%였다.
그리고 리베이트 선행 자금으로 삼천만불이 ‘로라 컴퍼니’로 선 입금되었다.
이 금액은 함단 왕자에게 전해져 두바이의 고위층 이곳저곳과 실무라인에 매끄러운 기름칠을 해서 ‘대현조선’의 선박수주를 도와줄 것이다.
리베이트는 함단이 혼자서 먹는것이 아니고 두바이 국왕과 실세들에게 골고루 전해진다.
물론 함단이 제일 많이 가지겠지만..
민재는 이 서류를 들고 두바이의 함단 왕자와 회의를 해야 한다.
수요일 아침에 출발하는 것으로 ‘대현조선’ 설계부장과 동행하는 두바이 출장 계획을 잡았다.
팀원들을 회의실로 모아 출장일정을 공고할 때 ‘강 민희’와 ‘오연수’대리의 따라가고 싶어하는 눈빛을 무시하고 혼자 간다고 발표해 두 여자의 눈을 샐쭉하게 만들었다.
장만호와 민재의 눈이 은밀하게 부딪혔다.
“상무님! 라샤드하고 통화를 했는데요. 그 자식은 일단 자기몫으로 백만불을 주고 유용한 석유회사의 보험 납입금 천만불을 자기 통장으로 입금하면 이라크 석유회사에서 늦게 입금한 것으로 서류 처리를 해서 천만불과 서류를 저희 회사로 보내줄 수 있다고 합니다.”
“그자식 그거 처리해 주는데 백만불씩이나 받아 처먹는단 말이야?..어쨌든 잘 되었군.”
“그래서 제가 바그다드에 한번 다녀와야 할 것 같아요. 그놈이 믿을 수 있는 놈인지 확인도 하고 ‘로라 컴퍼니’도 한번 보고 오려구요.”
“그래. 좋은 생각이야. 내가 출장처리를 해 줄테니까 ‘이민재’ 모르게 비밀리에 다녀와. 역시 너밖에 없다. 만호야! 고맙다.”
“그럼 수요일 오전에 이팀장이 두바이로 떠나는 즉시 저도 바그다드행 비행기를 타겠습니다.”
월요일 퇴근 무렵 홍재경 상무실에서 조용하게 들리던 소리였다.
3,대화(對話)
“지수야! 너 아침부터 왜 그렇게 현관문을 들락거리니?”
“암것두 아니야. 그냥 답답해서..”
“답답하면 나가서 공원이라도 한 바퀴 돌고 와. 정신 사납게 들락날락 하지 말구..”
“에이~ 알았어. 엄만 별걸 다가지고 난리야.”
“저 기집애 엄마한테 말하는 것좀 봐. 으이그 저거 고3만 아니면 그냥 콱...에휴~”
일요일 아침 6시부터 일어나 혹시 그 남자가 위층현관문을 열고 나올까 해서 서너번 현관을 드나든 걸 가지고 엄마는 잔소리를 한다. 사실 서너번은 아니고 열번 정도 되지만..
7시쯤 다시 나와서 계단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데 위층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 남자다’
재빨리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다.
띵똥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검은색 카파(kappa) 트레이닝복을 입은 남자가 눈에 확 들어온다.
‘옷도 정말 잘입네. 요즘 트렌드에 맞는 슬림한 핏이 살아있는 트레이닝 복으로’
“안녕 하세요~”
‘앗~ 나도 모르게 인사를 해버렸다.’
“그래...너 아래층에 사니?” 다행이 남자는 말을 받아주었다.
“네..” 부끄러워서 고개를 숙이는데 남자의 약간 스판재질의 바지 사타구니 부분을 불룩하게 밀고 올라온 자지의 형태가 눈에 들어온다.
얼굴이 확 달아오르며 화장실에서 보았던 굵고 검은 남자의 자지가 머리에 떠올랐다.
더 보고 있으면 이미 흐르는 보지물이 팬티를 더 적실것 같아 고개를 들었다.
남자는 5자에 불이 들어온 엘리베이터 숫자판을 보고 있었다.
한 공간에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는 생각이 용기를 주었다.
“저~..어디 가세요?”
“조깅하러 가는데..너도 운동가는 길인거니?”
내 옷차림이 분홍 트레이닝복에 운동화 차림이라는 것을 그제서야 깨닫는다.
“네? 아..네 저도 조깅 가는 길이에요.”
“그래.”
띵똥
문이 열리자 남자는 아파트 단지 뒤쪽에 있는 조깅코스로 달려간다.
급히 쫒아간다.
남자가 무척 빠른 속도로 조깅코스에 들어서 뛰고 있다.
“헉~ 헉~”
남자를 따라서 뛴지 오분도 되지 않아 몸에 땀이 흐르고 저주받은 체력의 다리가 풀린다.
이를 악물고 쫒아갔지만 남자는 벌써 아파트 귀퉁이를 돌아서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오분간 더 달리자 얼굴에서 땀방울이 줄줄 흐른다.
‘아~ 도대체 다른 사람들은 이 짓을 왜 하는 걸까?’
결국 달리기를 포기하고 길가에 있는 나무 벤치에 주저앉았다.
“야! 너 조깅하러 나왔다면서 왜 그러고 있어?”
어느새 한바퀴를 다 돌고 온 남자가 한손에 생수병을 들고 벤치 앞에서 가볍게 제자리 뛰기를 하며 묻는다.
바지 안에서 남자의 자지가 아래위로 흔들리는 것이 바로 코앞에서 보인다.
보지물이 주르륵 흘러내린다.“네?..네..힘들어서 좀 쉬었다 하려구요..”얼굴이 화끈거린다.
“땀 좀 닦아라. 물도 마시고”
남자가 손수건과 자기가 마시던 생수병을 건네주고 다시 뛰어간다.
“고마워요. 오빠~” 남자의 뒤통수에 대고 말했다.
“하하하 오빠?.. 너 몇살이냐?” 달려가던 남자가 큰소리로 묻는다.
“고3인데요.~” 악을쓰며 소리쳤다.
“하하하하”
멀리서 남자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손수건에 코를 묻고 냄새를 맡아보았다. 남자의 땀냄새가 물씬 풍긴다.
생수병 뚜껑을 열고 혀로 병 주둥이를 핥아본다. 남자의 입안에 들어갔던 바로 그 부분이다.
또 보지물이 주르륵 흐른다.
손수건을 팬티안에 넣어 보았다. 보지물이 흘러 손수건에 스며든다.
아~ 남자의 땀과 내 보지물이 합해진다는 생각에 짜릿해 지면서 더 많이 흘러나온다.
‘헉~ 그 남자에게 손수건을 돌려주어야 하는데 어쩌지?’
그 남자를 피해 집으로 돌아 왔다. 생수병을 손에 들고..
손수건은 빨아 놓았다가 나중에 돌려주어야겠다.
침대에 누워 생수병 주둥이로 보지를 문질러 보았다.
그 남자의 입안에 들어갔던 그 곳으로..남자가 입으로 내 보지를 빨아주는 상상을 했다.
얼굴에 덮은 손수건에서 그 남자의 향기로운 땀 냄새와 시큼한 내 보지물 냄새가 함께 맡아진다.
생수병을 더 빨리 문지른다.
‘아~아~..오빠...~’
“이팀장님 저 장만홉니다.”
“장과장님 어디세요?”
“네. 바그다드에 도착했습니다,”
“그럼 하루 동안 관광이나 하다가 돌아가세요.”
“네 팀장님! 수고 하십시오.”
두바이의 ‘버즈 알 아랍’호텔에 도착하고 나서 한시간쯤 후 민재의 휴대폰으로 걸려온 ‘만호’의 전화였다.
두바이 시각으로 저녁 9시경,
방금 전 함단왕자의 전화를 받은 민재는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며 호텔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었다.
함단왕자와의 회담은 내일 오전으로 예정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호텔입구에 대기하고 있던 검정색의 리무진은 함단 왕자가 직접 운전대를 잡고 있었다.
“문제가 생겼어. 리”
민재가 차에 오르자마자 차를 출발 시키며 함단이 꺼낸 첫마디였다.
“어떤 문제인데 이렇게 직접 운전까지 하고 왔나? 함단!”
“비밀을 요하는 시급한 일이야....”
‘팜 주메이라’를 한바퀴 돌며 이야기를 끝낸 함단 왕자는 ‘버즈 알 아랍’호텔 입구에 ‘민재’를 내려주고 떠났다.
호텔 객실로 올라온 민재는 급하게 자신의 노트북의 전원을 켜고 ‘x-art.com’ 이라는 포르노 사이트에 접속을 했다.
모니터에 나타난,
출연한 여배우의 이름을 제목으로 하는 수천개의 포르노 동영상 파일중에 ‘안나’라는 파일을 더블 클릭하자 까무잡잡한 인도계로 보이는 여인의 얼굴이 화면에 나타나고 ID와 패스워드를 요구하는 활성창이 뜬다.
민재가 신중한 얼굴로 내용을 입력하고 엔터키를 누르자 아랍어로 적힌 또다른 활성창이 나타나며 다시한번 패스워드를 요구한다.
지난 5년간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12자리 패스워드를 누르자 ‘안나’라는 여인의 섹스 동영상이 플레이 되면서 화면 하단에 대화창이 나타난다.
민재가 대화창에 Dust storm(모래 바람)이라는 대화명을 입력하고 30분쯤 기다리자 A River Runs Through It(흐르는 강물처럼)이라는 대화명이 대화창에 나타난다.
약 한시간 가량 미지의 상대와 대화창으로 대화를 나누던 민재가 대화창을 닫고 휴대폰에 손을 가져간 시간은 밤 11시 경이었다.
“함단?”
“그래. 리..어떻게 됐어?”
“최대한 빨리 요르단 암만으로 날아가야 해. 그런데 문제는 내가 공식적으로 요르단에 입국해서는 않된다는 거야. 요르단에서 내 행적이 나타나면 절대로 안돼... 무슨 말인지 알아들어?”
“응..알았어..일단 전화 끊고 기다려 봐. 내가 방법을 찾아볼께.”
“오케이”
전화를 끊은 민재는 신중한 얼굴로 아까 함단왕자가 이야기한 내용을 머릿속으로 다시금 정리하기 시작한다.
현재 왕위 계승서열 1위인 두바이 왕자 ‘세이크’의 셋째 부인이 이틀전에 실종됐다.
여행중이던 왕자비가 4명의 경호원도 눈치채지 못한 상태에서 시녀 한명과 함께 시리아의 한 호텔방에서 사라져 버린 것이다.
두바이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세이크’왕자는 아버지인 국왕과 함께 터키에서 공식적인 방문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중이어서 가장 신뢰하는 동생인 함단에게 조사를 맡겼다.
그런데 함단이 조사를 하는 중에 문제가 발생했다.
함께 실종된 시녀에게서 하마스(HAMAS-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단체)와 연결된 흔적이 나온 것이다.
실종된 왕자비는 두바이 정부의 비밀출금 계좌중 하나를 알고 있는 여인이었다.
왕자비가 알고 있는 비밀계좌에서 빠져나간 돈이 하마스로 흘러 들어갈 경우 하마스의 계좌를 정밀추적하는 CIA나 이스라엘의 모사드에게 발각될 것이 뻔하다.
그렇게 될 경우 전후 사정을 떠나 미국과 이스라엘은 두바이를 안 좋은 시각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고, 그것은 지중해의 약소국인 두바이가 사활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 관광 사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이다.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두바이 정부가 과격한 하마스를 강하게 몰아붙일 입장도 되지 못한다는 것이 또 다른 딜레마였다.
함단이 그 실종사건 조사를 ‘민재’에게 의뢰한 이유였다.
실종 사건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던 민재는 실종된 왕자비가 약 4년전에 세계 연예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던 ‘르 몽드’지의 프랑스인 여기자였다는 사실이 기억났다.
팜 아일랜드 인공섬 개발을 총 지휘하고 있었던 ‘세이크’왕자를 인터뷰하러 와서 왕자와 사랑에 빠지고 결국 셋째 부인으로 결혼까지 하게 된 미모의 여기자에 대한 사연이 공개되면서 호사가들의 입에 한동안 오르내렸었다.
“리! 바로 두바이 공항으로 와. 내일 아침에 요르단 관광청 장관하고 조찬 약속을 잡았어. 애인과 호텔방에서 뒹굴고 있는 관광청 장관을 찾아내서 국제전화로 설득하느라고 힘들었다고..하하하..리! 너는 내 보좌관으로 요르단에 입국할거야.하하하” 심각한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언제나 낙천적인 함단의 전화를 받은 시간은 새벽 한시였다.
두바이로 함께 온 ‘대현 조선’ 설계부장의 휴대폰에 자신은 함단과 따로 약속을 잡았으니 당신은 내일 정부 관계자를 만나서 잘 설명하라는 메세지를 남겨두고 방을 나선다.
호텔 앞에서 대기하던 리무진을 타고 공항 활주로까지 직행한 민재의 눈앞에는 두바이 왕실 전용의 초음속 젯트항공기가 대기하고 있었다.
‘민재’가 항공기에 오르자마자 20여명이 탑승할 수 있는 왕실 전용기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비행기에는 두바이 정부의 관료로 보이는 세명의 아랍인과 똑같은 다자인의 검은 투피스를 입은 두명의 여인이 함단 왕자와 함께 있었다.
비행기가 날아오른 얼마 후 두 여인은 민재를 데리고 뒤쪽에 마련된 의상실로 데리고 가서 민재의 양복을 벗기고 아랍전통 복장인 흰색의 ‘다스다샤’를 입힌 후 민재의 얼굴에 구리빛의 화장품을 바르고 수염을 붙인다.
두바이 왕가의 스타일리스트인 듯 민재의 얼굴을 만지는 여인들의 손길이 아주 능숙하다.
삼십분정도 후 함단의 앞에 나타난 ‘민재’는 치렁치렁한 ‘다스다샤’를 입고 머리에 ‘고뜨라’를 덮고 ‘이갈’로 고뜨라를 누른 완벽한 아랍인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함단! 사막을 달릴수 있는 사륜구동 차가 필요해”
“암만의 호텔 주차장에 준비해 놓도록 하지.”
“72시간 후에도 내가 돌아오지 않으면 그냥 떠나도록 해. 함단!.. 이 일은 지극히 위험한 일이야. ‘로라 컴퍼니’의 지원도 받을 수 없지..내가 잘못되면 ‘컴퍼니’와 하마스가 전쟁을 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컴퍼니’에도 사실을 알리지 않았어. 무슨 말인지 알지?”
“알아. 리! 고마워...”
“왕자비를 찾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시녀는 영원히 침묵하게 만들어.. 그리고 왕자비는 ..네 판단으로 형편이 여의치 않다고 판단되면 ..침묵 시켜..”
“내가 판단해서 결정하라고?”
“그래...그리고 이번 일을 성공하면 ‘세이크’형이 사우디아라비아 왕자와 합작으로 추진중인 사우디 젯다 근교의 대형 발전소와 담수설비 공사권을 Lee가 가질 수 있을거야. 사우디 왕자몫의 리베이트를 제외한 ‘세이크’형에게 돌아갈 리베이트도 네가 가질거고..”
함단과 대화를 마친 ‘민재’는 깊은 침묵 속에서 하마스라는 단체에 대해 생각을 한다.
하마스를 설명하자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라는 나라부터 생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