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화 (7/20)

‘민재’가 두고간 선물을 풀어보던 장덕호 일행은 내용물이 드러나자 모두 놀란다.

그의 선물은 수제품 금장 손목시계였다.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그 시계는 전량 주문생산으로 이루어진다고 알려져 있는 것이었다.

‘현경’의 눈이 또한번 반짝인다.

‘로라’의 몸은 무척이나 뜨거웠다.

지난7월 쿠웨이트 건설회사와의 보험계약 건으로 그곳을 방문했을 때 그곳으로 날아온 로라와 밤을 보내고 두달만이다.

서양인의 체형과 아랍인의 체형에서 우월한 유전자만 물려받은 그녀의 완벽한 몸이 어둠 속에서 황홀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백인보다는 조금 어둡고 동양인 보다 훨씬 새하얀 로라의 다리가, 자신의 몸 위에서 힘차게 허리운동을 하는 ‘민재’의 몸을 구렁이처럼 휘감아 조이고 있다.

로라의 입에서 절정을 알리는 비명소리가 객실을 몇분 동안이나 진동시키고 나서야 두 사람의 엉킨 몸이 풀어진다.

길게 숨을 몰아쉬고 담배를 피워 문 민재를 침대에 두고 욕실로 들어간 로라가 물수건을 들고 와서 남자의 사타구니 사이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페니스에 남아있던 자신의 애액을 말끔하게 닦아낸다.

언제나 섹스를 하고 난 후에 행하는 로라의 버릇이다.

이라크인 어머니에게 교육을 받아서인지 아니면 천성인지 모르지만 민재에게 한없이 순종적인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로라 컴퍼니’대표로서 낮의 로라는 냉철하고 과감하게 일을 처리하고 167cm 늘씬한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한 카리스마로 남자들을 압도한다.

이런 진취적인 기질은 기자였던 영국인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것 같다.

“아마 크리스마스..시즌에 한국에.. 음~..갈수 있을 것 같애..음..~. 다크께서 함께 음..비지팅 하자고 해...그래서 요즘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어요..”

더듬거리며 ‘로라’가 영어와 뒤섞인 한국말을 한다.

그녀의 돌돌 굴러가는 영국식 한국어 발음과 반말과 존대말이 뒤섞인 표현이 귀엽다.

“음! 그래? 백부님 심장은 좀 어떠셔?”영어로 묻는다.

“수술후에 많이 좋아지셔서 요즘은 조깅도 하세요. 그리고 내일 함단과 점심 약속을 잡았어요.”로라도 한국어가 아직은 어색한지 영어로 답을 한다.

“아까 함단에게서 연락을 받았어. 그것보다 주식 매입은 어떻게 되가고 있어?”

“한국의 금융규제가 심해서 외국 법인체로서는 매입에 한계가 있어요. 한국 내에 법인을 설립하고 추진해야 할 것 같아요. ”

민재가 추진하고 있는 계획의 전모를 아는 사람은 로라가 유일하다.

민재의 백부도 일부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그 일은 내가 알아보도록 하지.”

“네...음~..하음~”

민재의 가슴에 뺨을 대고 페니스를 만지작거리던 유라의 입에서 뜨거운 숨이 토해져 나온다.

자신의 엉덩이를 어루만지던 민재의 손이 촉촉하게 젖은 자신의 바기나(Vagina-질)로 파고 들었기 때문이다.

로라의 머리가 민재의 하복부 쪽으로 내려가면서 자연스럽게 로라의 엉덩이가 민재의 얼굴 쪽으로 다가온다.

어느새 굳건하게 재발기한 민재의 굵은 페니스가 로라의 작고 뜨거운 입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민재’는 짙은 검은색의 털 속에 숨은 로라의 음부가 소녀의 것처럼 깨끗하다는 생각을 하며 그 갈라진 틈으로 혀를 가져다 댄다.

“아하~..”

파르르 떨리는 윤기있고 매끈한 로라의 허벅지가 ‘민재’의 얼굴을 힘 있게 조이며 방안에는 다시 한번 뜨거운 열풍이 휘몰아친다.

민재가 로라를 처음 만난 곳은 옥스포드 대학의 ‘동양인의 시각에서 보는 아랍의 문화와 역사’라는 명칭의 모임에서 였다.

당시 법대의 졸업반 이었던 민재가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결성한,

옥스퍼드 내의 아랍인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결성했고 3년간 운영하던 이모임에

어머니의 고국인 이라크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던 로라가 옥스퍼드 산하 유니버시티 칼리지에 학부생으로 입학하자마자 찾아온 것이 첫 만남이었다.

당시 그녀는 기자를 꿈꾸는 20살의 아름다운 소녀였다.

10살때 외교관이었던 부모님의 교통사고 사망이후 백부의 손에 이끌려서 한국을 떠났던 민재는 큰아버지의 권유로 프랑스 파리에 있는 꼴레즈(프랑스의 중학교-4년과정) 기숙학교에 입학하였다.

방학이 되면 민재의 백부는 민재를 여러 아랍국가로 데리고 다니며 아랍의 사회와 문화를 익히게 하였다.

1년중의 반은 프랑스 기숙학교에서 그리고 반은 모래바람이 부는 사막에서 보내게 되면서 여러 아랍인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다.

민재의 백부가 그를 프랑스 학교에 보낸 이유는 외교관이었던 민재의 부친이 알제리에 근무할 때 어린 민재를 프랑스어로 교육하는 학교에 3년간 보낸적이 있었기에 불어가 익숙하다는 것 때문이었다.

타고난 명석한 두뇌로 16살에 리세(프랑스 고등학교 과정-3년)의 교육과정을 모두 이수하고 바끌레로아(대학 입학 자격)를 취득한 민재를, 큰 아버지는 이라크로 데리고 가서 부모님의 죽음에 대한 숨겨진 이야기를 말해 주었다.

이야기를 듣고 눈물을 흘리는 민재에게 그는 부모님의 일을 가슴에 묻고 평범하게 살던지 아니면 그 사건을 끝까지 파헤쳐 비명에 간 부모의 한을 풀어주던지 택일을 하라고 했고 민재는 복수를 선택했다.

그리고 민재는 이슬람 비밀 무장 단체에 들어가 4년간 수많은 훈련과 교육을 받고 20살이 되어서 옥스퍼드에 입학했다.

민재가 아랍역사에 정통하고 아랍문화를 깊이 이해하게 된 계기였다.

동양인으로서는 드물게 아랍 문화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던 민재에게 호기심과 호감을 느끼던 로라는 점점 그에게 빠져들었고 민재도 동서양의 장점만을 모아놓은 듯한 아름다운 로라의 얼굴과 순수하고 맑은 그녀의 영혼에 매료 되어갔다.

그리고 로라가 대학에서 맞이하는 첫 번째 여름 방학 때

민재와 그녀는 이라크를 여행했고, 모래사막의 텐트에서 태양이 떠오르는 광경을 보며 첫 섹스를 나누었다.

그후 한달간 이라크 곳곳을 민재와 함께 다니며 미국이 이라크에 남긴 전쟁의 아픈 상처를 보게 되었고 민재가 추진하는 일을 알게 된 로라는 더 깊이 그를 사랑할 수밖에 없었고, 민재도 자신을 깊이 이해해 주는 그 아름답고 순수한 소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여행이 끝나고 영국으로 돌아 왔을 때 두 남녀는 뗄래야 뗄수 없는 서로의 한 부분으로

완벽히 ‘융합’되어 있었다.

‘현경’은 ‘버즈 알 아랍’호텔의 로비에 나란히 서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며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 쉰다.

어제 저녁식사에 참가한 ‘이 민재’라는 남자는 무척이나 매력적 이었다.

남들이 어려워하는 자신의 아버지 앞에서도 움츠러들지 않는 여유 있는 표정과 수려한 외모에 호감이 생겼었다.

어릴 때부터 예쁘고 똑똑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스스로도 공부가 좋았었던 그녀의 이상형은 경험이 풍부하고 아는 것이 많아서 자신을 이끌어 줄 수 있는 그런 남자였다.

이제까지 주변의 젊은 남자 중에는 그런 사람을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자신이 모르는 여러 가지를 경험한 듯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유려하게 이어지는 이야기 속에서 언뜻 언뜻 엿보이는 남자의 해박한 지식을 느끼며 자신이 그리던 이상형에 가까운 남자가 나타났다는 것에 가슴이 두근거렸었다.

하지만 ‘로라’라는 여인이 등장하면서 분홍빛으로 물들던 마음에 찬물이 끼얹어 졌다.

어제 밤에 본 ‘로라’라는 이름의 여자는 같은 여자인 자신도 반할 정도로 얼굴이 아름다웠고 고혹적인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식당을 나서는 둘의 모습에 왠지 모를 패배감도 들었지만 오기도 불러 일으켰다.

그래서 자신의 아버지와 그 남자와의 오늘 점심 스케줄에 언니를 졸라 함께 따라 나온 참이었다.

하지만 아랍 전통의상인 길게 바닥에 끌리는 검은 ‘이바야’를 입고, 머리에 검은 ‘히잡’과 얼굴을 가린 ‘니깝’ 사이에 오직 눈만 보이는 상태에서도 신비감과 고혹적인 느낌을 가득 풍기는 그 여인에게 또한번 패배감이 든다.

유명 디자이너가 제작한 자신의 화려한 드레스가 로라라는 여인의 단순한 검은색 옷에 비해 너무 촌스럽다고 느끼는 ‘현경’이었다.

호텔 입구에 검은색의 고급 리무진이 정차하고 기다리고 있던 다섯명의 남녀가 차에 오른다.

‘버즈 알 아랍’호텔이 위치한 야자수 잎 모양의 인공섬 ‘팜 주메이라’에는 일반인은 출입이 제한된 두바이 왕가의 별장들이 모여 있는 지역이 있다.

도로 입구를 지키는 경관에게 가볍게 눈인사를 건낸 리무진 기사는 드문드문 서 있는 아름답게 지어진 건물들과 파란 잔디밭이 좌우로 넓게 펼쳐진 중간의 넓은 도로를 한참동안 달린 후 커다란 철문을 통과해서 고딕식으로 지어진 한 건물의 대리석 계단 앞에 차를 멈춰 세웠다.

차가 멈추자 사각의 ‘곱바’를 쓴 흑인이 문을 열어 주고 일행을 건물 안으로 안내했다.

일행이 안내된 곳은 건물 뒤쪽의 하얀 모래사장과 멀리 바다가 보이는 넓은 테라스였다.

바닥을 대리석 마감재로 장식하고 둥근 네개의 대리석 기둥이 바닥을 받치고 있는 그곳의 중앙에 놓인 긴 탁자위에는 각종 해산물 요리들이 가득 차려져 있었다.

하얀색 ‘나스다샤’를 입고 식탁의 가장 먼 쪽에 앉아있던 ‘함단’이 민재를 발견하고 다가오자 ‘로라’가 그제서야 얼굴을 가린 ‘니깝’을 벗는다.

“리..오랜 만이야. 로라도..”

함단이 민재를 힘차게 껴안는다.

“반갑군! 함단..”

“2년 만이네요. 함단 왕자님.”

로라와 민재가 함단에게 인사를 나누고 일행을 소개하고 식탁에 앉는다.

함단이 끝에 앉고 그의 왼쪽으로는 민재와 로라가, 그리고 함단의 오른편에 ‘장 덕호’와 ‘현주’ ‘현정’이 나란히 앉았다.

식사중의 대화는 주로 영어로 이루어졌다.

현주와 현경의 영어회화는 능숙했지만 장덕호는 리스닝은 되는데 스피킹이 서투르다.

가끔 ‘함단’이 아랍어를 할때는 민재가 통역을 해 준다.

즐거운 식사시간이 한동안 이어진다.

파란 지중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상쾌했고 음식은 맛있었지만 앞쪽의 두 남녀에게 신경이 곤두서 있는 ‘현경’은 맛을 느낄 수 없었다.

함단은 두바이 총리이자 국왕인 ‘빈 라시드’의 아들중 하나인 두바이의 왕자이다.

두바이 왕가에서 석유를 대체할 산업으로 관광산업에 사활을 걸고 야심차게 준비한 ‘팜 아일랜드’ 인공섬은 꽤나 성공했다는 평이다.

두바이의 팜 아일랜드는 세계의 여러 부호들과 유명 영화배우들, 그리고 스포츠 스타들의 관심을 받고 그들의 별장을 유치하는데 성공했고 또 다른 인공섬을 건설 중이다.

‘팜 아일랜드’의 유지와 관리를 맡고 있는 ‘함단’왕자와 민재가 알게 된것 역시 옥스퍼드대학 에서였다.

민재보다 한살이 적은 ‘함단’왕자도 옥스퍼드에서 국제법 석사학위를 받았고 민재가 운영하던 아랍의 역사 연구모임을 많이 도와주었다.

그리고 민재가 ‘로라 컴퍼니’를 설립한 후에 몇가지 의뢰를 하였고 걔 중에는 비밀스런 의뢰도 있었다.

‘엑손 모빌 정유회사 이라크 지사장 ’핫산‘의 암살 의뢰 같은...

식사가 끝나고 후식으로 커피가 나오자 커피잔을 든 ‘함단’이 몸을 일으킨다.

“소화도 시킬겸 해변 산책을 할까요?”

본격적으로 사업이야기를 할 모양이다.

“네..그렇게 하죠. 바닷 바람이 시원합니다. 하하”

남자들끼리만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함단’의 속내를 알아챈 눈치 빠른 ‘장덕호’가 딸들에게 그대로 있으라는 눈짓을 보내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테라스에서 아래로 이어지는 계단을 내려가자 바로 해변으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모래사장이 발에 밟힌다.

세 남자의 발자국이 해변으로 향하는 하얀 모래밭에 길게 이어지고 식탁에 남은 세명의 여자들은 조용히 커피를 마신다.

바닷가까지 묵묵히 걸어오던 함단이 파도치는 해안가에 이르자 입을 열었다.

“아직 공표된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 저희 두바이 정부에서 10만톤 급 대형 모래 준설선 열척을 구매할 계획입니다. 그 구매 담당자가 바로 저구요.”

“네 그렇군요... 10만톤 급이면 금액이..?”

한때 국회의 해양위원회에 속해 있던 장덕호가 나름 머리를 굴려 계산을 해 보려고 하지만 그쪽에 문외한인 그에게 답이 나올리 없다.

“의원님! 십만톤급 벌크선 한척의 가격이 약 오천만 달러 정도 입니다. 모래 준설선은 벌크선 보다 장비가 더 들어가야 하니까. 더 비싸겠지요.” ‘민재’가 답을 해준다.

오천만 달러면 한화로 육백억원이다.

열척이면 육천억..장덕호의 입이 떡하고 벌어진다.

장덕호의 머리가 재빠르게 굴러간다.

그의 지역구 울산에는 ‘대현 조선소’가 있다.

선박 경기의 장기 불황으로 ‘대현 그룹’차원에서 조선소 근로자들의 일부 정리해고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많은 유권자들이 조선소에 다니고 있고 조선소에서 자신에게 주는 기부금도 만만치 않다.

이건을 자신의 손으로 따낸다면 내후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이보다 더 좋은 호재가 있을 수 없다.

그리고 그는 차기 당대표도 노리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자들을 제치고 ‘한누리당’의 대의원들에게 크게 어필할 수 있는 카드를 쥐게 되는 셈이다.

“이 팀장..내가 어떻게 하면 되겠나?..”

몸이 달은 장덕호가 민재에게 한국말로 묻는다.

“장의원님의 지역구에는 세계 수위를 다투는 ‘대현조선’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한국의 선박 건조 기술은 이미 세계정상이라는 것이 선박수주 실적을 통해 증명되고 있지요. 물론 이번 모래 준설선 건은 공개 입찰을 통해 수주회사가 정해지겠지만 이번 계획이 공식적으로 발표되기 전에 선박 설계서와 운용 제안서들은 왕자님에게 전해 드려도 무방할 것입니다 그 서류들을 참고해서 후에 경쟁입찰 에서의 가격대를 미리 짐작할 수 있을 테니까요.”

‘민재’는 함단이 들으라는 듯 영어로 말을 한다.

눈 가리고 아웅 하자는 말이다.

경쟁업체들의 로비가 있기 전에 미리 만나서 가격조율을 하고 커미션을 주라는 내용이다.

“이번 모래 준설선이 취항하게 되면 ‘미스터 리’에게 선박보험을 맞길 생각입니다. 그리고 고급 요트들도 주문할 생각인데 그것은 제가 개인적으로 수입할 생각입니다. 규모가 확정되면

‘미스터 리’에게 연락을 취하겠습니다.“ .

‘민재’가 ‘프린스 함단’ 이라는 공식 용어를 사용하자 함단도 공식적인 명칭으로 ‘이민재’의 주가를 한껏 높여준다.

앞으로 자신과의 모든 로비창구는 민재를 통하라는 우회적인 표현이었지만 ‘장덕호’에게는 그것도 감지덕지다.

현 정부의 4대강 사업의 문제와 내곡동 사건으로 불안했던 이년후 총선에서의 당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질 수 있는 건수였다.

거기에 육천억의 매출이면 ‘대현조선’에서 자신에게 쥐어주는 액수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왕자님! 제가 여기 이팀장과 함께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서툰 영어로 말한 장덕호가 함단과 악수를 나누며 결의에 찬 표정으로 민재를 돌아본다.

민재가 장덕호를 데려온 목적이 바로 이것이었다.

바다에 모래를 쌓아서 만든 ‘팜 아일랜드’ 인공 섬 들은 매시간 수백만톤의 모래들이 파도에 휩쓸려 나간다.

인공섬의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십척의 준설선들이 항시 섬 주위를 돌며 바닷속의 모래를 계속 끌어올려 해안으로 쌓아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년도 되지 않아 섬의 대부분이 바다속으로 잠기게 될 것이다.

자연을 거스른다는 것은 그 만큼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두바이 왕조에서는 또다른 인공섬을 건설 중이다. 세계 각국의 나라를 본뜬 인공섬들을..

나중에 그곳이 완성되면 그곳에도 이미 있던 기존의 작은 준설선들 외에도 유지보수에 필요한 대형 준설선들이 필요할 것이다.

준설선 구매는 이번 단타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장덕호는 그것을 모르겠지만 ‘대현 조선’의 영업쟁이 들은 눈치를 챌 것이다. 그리고 ‘대현그룹’차원에서 자신을 주시할 것이다.

“장의원님, 이 내용이 외부로 흘러 나가면 안됩니다. 두바이 정부에서 공식적인 발표가 있을 때까지는 저와 장의원님 그리고 ‘대현조선’ 사장님만이 아는 비밀이어야 합니다.”

여자들이 있는 테라스로 돌아가는 길에 속삭인 ‘민재’의 말에 장덕호의 고개가 무겁게 끄덕여 진다.

‘함단’이 내어준 리무진을 타고 돌아오는 차안의 다섯 남녀는 각자 다른 상념에 쌓여 말이 없다.

‘민재’는 앞으로 더 바빠질 자신의 행보를 계획하느라 창밖을 보고 있었고

‘로라’는 내일이면 다시 떨어져야 하는 사랑하는 남자의 얼굴을 하염없이 보고 있었다.

‘장덕호’는 어떻게 하면 이번 일을 자신의 정치행보에 최대한 유리하게 적용 시킬수 있을까? 행복한 고민에 빠져 미소 짓고 있었고

‘현주’는 남편의 후배로만 알고 있던 ‘민재’가 아랍에서 손꼽히는 부자인 두바이 왕자의 절친이라는 것을 알고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가장 복잡한 심사를 가진 이는 ‘현경’이었다.

남자들이 없는 틈을 타서 ‘로라’를 떠본 결과 옥스퍼드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것을 알고 미모에 이어서 학력에서까지 밀리는 것에 또한번 패배감을 느꼈다.

하지만 오늘 두바이 왕자와 허물없이 말을 섞으며 영어에 아랍어까지 완벽하게 구사하는 ‘민재’의 모습에 ‘현경’의 눈에는 콩깍지가 한 꺼풀 더 씌어지고 말았다.

‘흥! 민재씨와 나는 같은 민족이고 서울에 가면 내가 훨씬 더 가깝게 지낼 수 있거든...’

두고 볼 일이다.

각자의 상념을 담은 붉은 노을이 지중해의 바다를 발갛게 물들이고 있었다.

 비지니스 클럽 ‘수(秀)’..

강남 유흥가의 노른자위 상권에 자리 잡은 최고급 룸싸롱의 명칭이다.

소위 텐프로중의 텐프로라고 불리는 이 룸싸롱의 아가씨들 중에서 연예기획사 관계자들의 눈에 띄어 아이돌 걸그룹의 멤버로 스카웃된 아가씨도 있을 정도로 물이 좋고 현역의 신인 여배우도 몇 있다는 소문이 도는 곳이다.

‘홍재경’이 ‘수’의 룸 하나를 차지하고 앉아 심각한 얼굴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만호야! 이제 며칠 후면 ‘이민재’가 귀국하는데 뭐좀 알아낸 것이 있냐?”

“이팀장이 출국하고 난 바로 그날부터 이 팀장이 쓰고 있는 회사의 PC를 모조리 뒤지고는 있는데 아직 건진 건 없어요.”

“휴~..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은 너도 알고 있지? 연말 전까지 어떻게 하든지 ‘로라 컴퍼니’측과 말을 맞춰야 하는데..”

“이팀장과 ‘로라 컴퍼니’가 주고받은 메일이 있는데..해커를 써서 ‘로라 컴퍼니’에 침투해 볼까요. 혹시 좋은 정보라도 나올지 압니까?”

“흐음~..우리가 의뢰한 것이 만약에 걸리면 계약파기 사안이 된다는 건 알고 있지?”

“그럼요. 제가 믿을 만한 후배 두어명을 시켜서 알아볼께요. 전무님은 모르는 걸로 하세요.”

“그래. 조심하고..”

“네!..저~ 아가씨들 부를까요?”

“그래.. 오늘은 고민 그만하고 진하게 마시자..”

“오늘도 예전처럼 하실거죠?”

“그래..지금 기다리고 있을 거야..”

‘홍재경’과 대화를 나누는 인물은 ‘중동’팀의 ‘장만호’ 과장이다.

장만호가 노래방기기의 리모콘을 조작하자 커다란 화면에 팬티만 입고 요염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아름다운 아가씨의 전신사진이 나타난다,

아가씨들이 마음에 안드는 듯 몇번 리모콘을 조작해 아가씨들을 살펴보던 ‘장만호’가 검은 생머리의 청순한 아가씨의 사진이 화면에 나타나자 룸의 인터폰을 들어 누군가와 통화를 한다.

‘대현생명’은 ‘이민재’가 수주하는 모든 보험계약에 대해 ‘로라 컴퍼니’측에 총 보험료중 1.5%를 매번 자문료 형식으로 지불하고 있다.

이 같은 일은 중동의 국가에서 사업을 하는 모든 사업체들이 취하고 있는 일종의 관행이다.

중동지역 대부분의 국가들은 외국 기업의 직접적인 자국내 영업 활동을 견제하고 자국 기업을 활성화한다는 명목하에 자국에 진출하는 외국기업들에게 반드시 내국인을 대표로 하는 별도의 법인을 설립하여 그 법인을 통해서만 영업활동을 하고 투자하게 하는 일종의 관리규제를 두고 있다.

쉽게 설명하면 외국회사로 들어가고 나오는 자금들 모두가 그 법인을 통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 법인대표인 내국인들중 대부분이 아랍왕족이거나 정부의 고위층 관계자다.

일은 하나도 하지 않고 그냥 이름만 빌려주고 돈을 받아먹는 일종의 공식적인 커미션 루트인 셈이다.

외국의 기업들도 대부분 이 제도를 선호한다.

약간의 매출 손실을 감수하면 안전하게 타국에서 그 정부의 보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홍재경‘은 올해 초 리비아의 석유시추를 시도하는 프랑스 업체에 상당한 금액을 투자했다.

아버지인 ‘홍명진’ 회장의 결재도 받지 않은 독단적인 투자였다.

그런데 그 투자금 중의 일부분이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이다.

개인자금으로는 상대 업체에서 요구하는 금액을 충당할 수 없었던 홍재경이 ‘로라 컴퍼니’에서 ‘대현생명’으로 입금된 이라크 석유회사의 보험료중 절반을 거기에 유용한 것이다.

당초에 몇개월 정도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으리라는 예상으로 ‘대현생명’ 경리부장에게 수억원의 뒷돈을 찔러주고 모든 책임은 자기가 질테니 눈감아 달라고 사정사정해서 석유회사에서 보험금을 절반만 입금한 것으로 서류를 위조 하고 천만달러 가량의 보험료를 빼냈던 것이다.

그 금액은 석유회사 일년치 보험료의 절반에 해당하는 액수 였다.

‘로라 컴퍼니’에는 가짜 입금 증명서를 보냈고 그 서류는 석유회사로 들어갔을 것이다.

그런데 더럽게 운이 없는 것이 리비아에서 시민소요가 일어나고 석유체굴 업체가 잠정적인 시추중단 서류를 보낸 후에 본국으로 철수해 버린 것이다.

이제 두달 후면 연말이고, 연말이 되면 ‘로라 컴퍼니’에서 지난 일년간의 모든 입출금 서류를 ‘대현생명’에 보낼 것이다.

‘홍재경’이 자금을 유용하고 서류를 위조한 것이 드러날 위기에 처한 것이다.

그 전에 어떻게 해서든 ‘로라컴퍼니’의 대표를 만나서 이 사건을 무마해야 한다.

천만달러 정도의 돈이야 시간만 주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었다.

정 안되면 자신에게 증여된 ‘대현생명’주식을 팔면 된다.

그런데 문제는 빌어먹게도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하루빨리 ‘로라 컴퍼니’의 대표를 만나야 하는데 그 대표라는 인간은 철저하게 ‘이민재’를 통해서만 연락이 가능하도록 바그다드내의 모든 창구를 막아 놓았다.

‘이민재’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없는 문제고 요즘 경리부장의 닥달로 하루하루 피가 말라가는 ‘홍재경’이었다.

남녀 공학에 다니던 ‘혜리’는 고등학교 1학년때 처녀를 잃었다.

자신이 좋아하던 잘생기고 잘나가던 밴드부 리더인 3학년 오빠와 학교 옥상의 밴드부 연습실에서 토요일 밤에 첫경험을 했다.

그 오빠가 졸업하고도 2년간 사귀었고 사귀는 내내 수시로 섹스를 나누어서 졸업할 무렵에는 오르가즘도 느낄수 있었다.

머리가 그리 좋지 않았던 ‘혜리’는 서울 외곽의 삼류 대학에 겨우 입학을 했고 오빠는 군 입대를 했다.

오빠가 입대했을 때는 이별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지만 대학에는 오빠보다 잘생기고 멋진 남자들이 수두룩했다.

예쁘장하고 청순한 ‘혜리’의 외모에 반한 많은 남자들이 그녀를 따라 다녔고 ‘혜리’는 그 중의 몇 남자와 섹스를 하며 즐거운 대학 생활을 했다.

남자들이 주는 선물에 익숙해지고 그들이 사 주는 술에 취해갔고 남자들이 주는 오르가즘에 전율했다.

‘혜리’의 옷차림이 화려해지고 씀씀이가 커지면서 평범한 가정인 그녀의 집에서 주는 용돈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대학교 2학년 때, 주위 친구들이 말하는 대로 나이 많은 남자를 만났다.

스폰의 관계를 맺고 일주일에 두세번씩 남자와 잠자리를 하면서 한달에 백만원씩 받았다.

하지만 몇달이 지나자 한달에 백만원이라는 돈도 모자랐다.

가방하나에 백만원이 넘고 원피스 한벌에 오륙십 만원씩 하는데 백만원밖에 안주다니..

남자와 싸우고 헤어졌다.

즐기면서 돈을 벌수 있다는 졸업한 선배 언니의 말을 따라 룸싸롱에 나가기 시작했다.

공짜로 술을 마시면서 TC를 받고, 이차를 나갔다 오면 하룻밤에 몇십만원이 생겼다.

매일 마시는 술에 의한 숙취와 술취한 변태 아저씨에게 시달리며 괴롭기도 했지만 화려하게 남들처럼 명품으로 꾸미고 다니는 것은 무척이나 즐거운 일이었다.

자기 나이또래의 백화점 아가씨들이 자기를 마치 여왕처럼 대우하고 떠받들어 주는 것이 좋았다.

백화점을 나설 때는 손에 쇼핑백이 몇개씩 들려 있었다.

카드가 연체되기 시작했지만 까짓거 이차 열 번 정도면 해결되는 돈이었다.

며칠 전에 룸 소속으로 어리고 예쁜 고등학생인 것처럼 보이는 애들이 몇명 충원되었기에 약간 위기의식도 느끼지만 아직까지 자신 정도면 A급이라고 생각하는 ‘혜리’이다.

오늘은 사무실 직원의 옷차림으로 룸에 들어가라는 매니저의 말을 듣고 까만 밴드 스타킹과 타이트한 검은색 스커트에 흰색의 조끼 블라우스만 입고 룸으로 향하는 21살 ‘혜리’는 흥겨웠다.

마담 언니에게 아가씨들에게 팁을 많이 주는 분들이라며 잘 모시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안녕 하세요! 혜리라고 해요”

최대한 어려 보이게 상냥한 목소리로 자신을 소개하고 룸 안으로 들어간 혜리는 남자 두 명과 함께 앉아있는 여자를 보고 살짝 기분이 상한다.

진짜 직장인 인 듯 세련된 투피스의 자켓을 의자에 벗어놓고 남자들과 이야기 하고 있는 상당한 미모의 여자는 분명 룸 소속의 아가씨가 아니었다.

“장과장 마음에 들어?..” 재경이 묻는다.

“네! 괜찮은데요. ”

“그래..너 이리 와서 장과장 옆에 앉아라. 우리 장과장이 니가 맘에 드나보다. 촌스런 신고식 같은 건 생략하구.. ”

“감사합니다. 사장님” ‘혜리’가 밝게 웃으며 자리에 앉고 술잔이 돌아간다.

“오늘 두어시간 술 마시고 놀다가 같이 이차 나가자구. 너 여기저기 룸으로 돌아다니면서 술 마시는 것보다 훨씬 나을거야. 내가 오늘 하루 차지비는 모두 계산해 줄 테니까..알았지?”

아름다운 모양의 까뮤병이 반쯤 비워지자 홍재경이 ‘혜리’에게 이야기 한다.

“네 사장님!”

‘혜리’는 삼십 중반쯤 되어 보이는 남자의 말에 기분이 좋아졌다.

제법 말끔하게 생긴 삼십 초중반의 남자들과 함께 두세시간 놀아주면 하루 차지비를 준다니..

돈이 무척 많은 사람들인 것 같았다.

“호호..‘혜리’라고 했나요. 아가씨 정말 예쁘게 생겼네. 제 술 한잔 받아요.”

‘한 윤정’이 ‘혜리’의 잔을 채워준다.

“네! 고마워요. 언니. 언니가 훨씬 예쁘신데요.. 몸매도 좋으시고..”

“그렇게 보여?..호호..아이~전무님 만지지 마세요..아흠~”

홍재경에게 안겨서 흐느적거리는 여자는 그의 비서인 ‘한윤정’이었다.

‘장만호’도 앞자리에서 뜨거운 모습을 보이는 재경과 윤정에게 자극을 받았는지 ‘혜리’의 스타킹 위를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사장님~..살살~..아흥~”

노팬티인 혜리의 질이 뜨거운 몸의 소유자라는 것을 알리기라도 하듯 빠르게 촉촉한 물기를 머금는다.

이곳 수(秀)에서는 룸 안에 들어갈 때 노팬티와 노브라가 기본이다.

얼굴이 예쁜 아가씨들도 어지간한 몸매가 되지 않고서는 룸싸롱 수(秀)소속이 되지 못한다.

뜨거운 숨소리와 함께 빠른 속도로 술잔이 비워지고 네 사람 모두 기분 좋게 취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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