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확인해 본
‘팽숑’의 메모지에 적힌 계좌에는 120만불이 입금되어 있었다.
‘민재’는 자신의 백부에게 40만불을 송금하고 ‘로라 컴퍼니’에 나머지 금액을 입금 시켰다.
점심 식사후 그의 사무실에서 가진 본격적인 프리젠테이션 시간에,
제안서 서류에 함께 끼워둔 ‘팽숑’의 명함을 확인한 ‘하인즈’차관은 약관을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고 계약서에 사인을 해 며칠간 제안서를 만드느라 공들인 ‘오 연수’를 황당하게 만들었다.
“여~..이민재 ..수고 했어. 베이루트에서 하루 푹 쉬고 내일 아침 비행기로 두바이 휴양지로 날아가. 거기가면 네가 아는 사람이 있을거야.. 며칠 푹 쉬어. 회사 걱정하지 말고.. 그리고 니 통장에 휴가비좀 넣어 놨어. 진짜 수고 했다. 이민재”
홍재경 전무에게 계약 성사를 알리자 들뜬 목소리로 ‘민재’를 추켜세워 준다.
‘민재’가 거둔 굵직한 몇번의 계약 성공은 홍전무가 자신의 형이자 ‘대현생명’ 부사장인 홍재국을 바짝 추격하면서 ‘대현생명’ 후계싸움를 삼자구도에서 양자구도로 만들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
대현생명의 평사원에서 출발하여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며 승승장구 했던 ‘이희도’대현생명 사장을 후계구도에서 완전히 주저앉혀 버린 것이다.
하얀 어깨와 가늘고 긴 팔이 드러나는 검은색 원피스를 입은 ‘오 연수’는 무척 아름다웠다.
170cm 가까운 늘씬한 몸매에 길고 날씬한 종아리가 드러나고 가슴골이 살짝 보이는 검은색 원피스를 입은 ‘연수’의 매혹적인 자태를 근처의 남자들이 흘끗거리며 쳐다본다.
허리를 살짝 졸라매어 풍만한 엉덩이를 강조하는 듯한 ‘연수’의 옷 차림에 아랫도리가 불끈 일어나는 것을 ‘민재’는 느낀다.
에로틱한 자축의 술자리가 시작되었다.
보험 계약 성공을 자축하자는 ‘민재’의 말에 고심해서 고른 검은색 원피스가 남자들의 시선을 끄는 것을 느낀 ‘연수’는 기분이 좋아진다.
“예전부터 연수씨가 미인이신 줄은 알고 있었지만, 오늘의 모습은 정말 고혹적이네요”
‘오대리’가 아닌 ‘연수’라는 명칭을 부르는 민재의 칭찬에 가슴이 살큼 떨려온다.
“호호~고마워요..팀장님..아니 민재씨..우리 건배해요..”
처음 불러보는 ‘민재씨’라는 호칭이 왠지 어색하지 않다.
이국에서 다른 남자들의 시선을 받으며 마시는 술이 상기된 기분을 더욱 업 시킨다.
‘데킬라’라는 독한 술이지만 한잔씩 마시고 그의 손등에 뿌린 소금을 핥아 먹을 때는 저 아래에서 부터 짜릿한 느낌이 전해져 온다.
그가 자신의 팔에 소금을 뿌리고 입을 댈 때에는 온몸이 저릿저릿 해진다.
혀를 굴리며 자신의 팔목을 핥는 ‘민재’의 혀가 주는 감촉은 온몸의 솜털이 쮸빗 일어날 만큼 자극적이다.
술에 취하고 분위기에 취한 ‘연수’는 자신도 모르게 그의 입술로 시선을 향한다.
두사람의 눈이 마주치고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동시에 서로를 끌어안으며 입술을 부딪힌다.
입이 열리고 두 사람의 혓바닥이 꿈틀거리며 엉킨다.
잇몸과 입 천정을 간지럽히듯이 살짝 살짝 건드리는 그의 키스 스킬에 ‘연수’는 미칠듯 안타까운 감정이 든다.
‘아~ 조금 더..조금만 더 강하게 빨아 주었으면..’
참다못한 ‘연수’가 그의 목을 강하게 잡아끌며 그의 입안으로 자신의 혀를 넣어갈때 남자가 입을 떼며 귓가에 속삭여 온다.
“룸으로 올라갈래요? 연수씨! 연수씨를 안고 싶어요.”
호텔의 객실에 들어온 후에도 에로틱하고 감미로운 두사람의 키스는 계속 이어졌다.
자신의 잇몸을 부드럽게 핥아주던 민재의 혀가 빠져 나갔을 때 살짝 아쉬운 감정이 들었던 ‘연수’는‘ 이내 아랫입술을 물며 강하게 빨아오는 남자의 입술에 아득한 쾌감속으로 빠져든다.
남자의 입술이 자신의 귀를 살짝 물었을 때에는, 부르르 떨리던 음순이 벌어지며 사타구니에 고여있던 액체가 주르륵 흐르는 것이 느껴진다.
귀에서 사타구니로 이어진 쾌감의 물줄기가 이내 온 몸의 모세혈관까지 짜릿하게 확산 되는 것을 느낀 연수가 목을 뒤로 제낀다.
밝은 형광등 불빛을 받아 눈부시게 빛나는, 가늘고 하얀 연수의 목으로 입술을 옮긴 민재는 그녀의 목을 빨면서 어깨에 걸린 원피스 자락을 벗겨낸다.
만지면 분이 묻어 날것만 같은 뽀얀 쇄골과 어깨가 드러나고 검은 옷속에 숨어있던 뽀얀 젖무덤을 감싸고 있는 검은색의 브래지어가 노출된다.
목에서 어깨로 핥아내려 오는 민재의 입술과 무릎에서 허벅지로 거슬러 올가가는 민재의 손가락에서 느껴지는 촉감이 흥분을 더욱 부채질한다.
검은 원피스 치마 자락이 점점 위로 걷혀 올라가면서 눈부시게 흰 허벅지와 풍만하면서도 탐스러운 엉덩이가 드러나고 찢어질듯 잔뜩 늘어나 엉덩이의 일부분만을 겨우 가리고 있는 검은색 팬티가 노출된다.
엉덩이를 주무르던 민재의 손가락이 팬티 뒷부분으로 스르르 스며들어 항문과 보지사이의 회음부를 문지르는 순간 ‘연수’의 입에서 헛바람이 세어 나오며 민재의 손목을 부여잡는다.
“헉~..민재씨..그..그만..불 끄고 침대로..가요.”
연수의 질끈 감긴 눈위로 파르르 떨리는 눈꺼풀이 그녀가 느끼는 쾌감의 강도를 대변하고 있었다.
키스를 나누며 침대로 움직이던 연수의 몸에서, 매미가 허물을 벗는 것처럼 검은 원피스가 방바닥으로 스르르 흘러내린다.
연수의 새하얀 피부에 대비되어 검은 색의 브래지어와 팬티가 더욱 에로틱해 보인다.
168cm 의 늘씬한 몸을 가진 연수의 몸매는 팔등신이라는 말에 꼭 맞는 황금비율을 가지고 있었다.
검고 긴 검은 생머리를 뒤로 묶고 이마를 드러낸 ‘연수’의 작은 얼굴과 가늘고 흰 목선, 가녀린 어깨 아래에 젖가슴을 감싼 브래지어는 C컵은 되어 보였고,
희고 매끈한 아랫배는 살짝 들어가 윤기가 흘렀고
가슴에서 잘록한 허리로, 그리고 둔부로 이어지며 급격한 곡선을 이루고 있는 라인은 동양인으로는 보기 힘들만큼 완벽했다.
팬티 아래로 곧게 뻗은 가늘고 긴 다리는 마치 옥으로 빚은것 인냥 희고 눈부셨다.
“아! 연수씨..정말 아름다워요..”
민재의 입에서 순수한 감탄의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훗~..고마워요. 예쁘게 봐주셔서..쨘~..헤헤”
몸매에 자신이 있다는 듯
침대 앞에서 허리에 자신의 손을 대고 잠시 모델의 포즈를 취해준 ‘연수’가 부끄러운 웃음을 흘리며 침대시트 속으로 몸을 숨긴다.
시트를 끌어 올려 머리까지 뒤집어 쓴 ‘연수’는 자신의 심장이 쿵쾅 거리며 급하게 뛰는 것을 느낀다.
그의 앞에서 대범한 척 쿨한 척 하며 약간의 스트립까지 보여 주었지만 잠시후에 있을 그와 섹스 생각이 머리속을 가득 채우며 흥분과 긴장 속으로 그녀를 몰아 넣었다.
지난 2년간 회사의 상사인 그를 지켜보며 참 멋진 남자라는 생각을 해 왔었지만 그와 섹스를 나누리라고는 한번도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는 어제 공항에서 내릴 때부터 회사내에서는 결코 보여주지 않던 세심한 친절과 부드러운 미소로 자신을 흔들었다.
그리고 어제 밤
호텔 스카이라운지 에서 저녁식사 내내 그가 보여준 부드러운 미소와 꿈결인양 나즈막하던 그의 목소리, 그리고 스치듯 간간이 어루만져주는 스킨쉽에 완전히 허물어지고 말았다.
오늘은 너무나도 쉽게 무장해제 되어 사람들이 많은 바에서 키스까지 허락한 자신이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 ‘연수’였다.
한국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라는 익명성 때문일까?..아니면 그 외에는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이라는 두려움에 때문에 기댈수 있는 사람에게 매달리게 되는 여인의 본능 이었을까?..
그의 황홀한 키스 스킬에 무너지고 결국 침대까지 오게된 자신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는다.
‘연수’의 복잡한 상념은 옷을 벗고 침대로 올라온 ‘민재’의 입술이 자신의 눈꺼풀에 닿는 순간 멈춰지고 말았다.
혀끝으로 눈꺼풀을 쓸어주는 남자의 애무는 ‘연수’를 나른하고 편안한 기분이 들게했다.
침대에 엎드리게 한 남자의 입술이 귓가를 스치며 내려가 목을 핥고 어깨에 이르는 동안 뜨겁게 달아오르는 자신의 몸을 느낀다.
툭~하고 브래지어 호크가 풀어지고 촉촉한 남자의 혀가 어깨를 애무하고 등줄기를 핥아 내려가며 전해지는 저릿저릿한 감각에 꼬물거리는 질벽들 사이로 애액이 또다시 스믈스믈 스미어 나온다.
“헉~”
속으로 삼키고만 있던 신음이
남자의 손가락에 걸린 팬티가 허벅지 아래로 끌어내려 지고 그의 입이 엉덩이를 왈칵 베어무는 순간 불식간에 입밖으로 튀어나가고 있다는 걸 ‘연수’는 느낀다.
한번 터진 신음 소리는 결코 멈춰지질 않았다.
오히려 더 애달프게
더 강한 자극을 원하는 콧소리 섞인 앓는 소리는 높아만 가고 하이톤의 신음성이 자극적으로 흘러나온다.
“아흐~ 아흐흠~”그의 혀가 엉덩이 골 사이를 헤집으며 항문 근처까지 쓸어 내려 올때 엉덩이를 들어주며 보라색 주름의 깊은곳을 혀로 쓸어 주기를 바랬지만 냉정한 그남자의 혀는 그곳을 건너뛰고 보지와 항문 사이를 쓸어주고 있다.
“아흥~..아흐응~..으~..이상해..아으~”짜릿하고 야릇한 간지러운 감각에 허벅지를 부르르 떨고 엉덩이를 꿈틀거리는, 더 강한 자극을 원하는 무언의 몸짓을 해보지만 매정한 혀는 보지를 스치며 내려가 허벅지 안쪽에 침을 묻히고만 있다.
‘연수’는 자신의 몸이 불구덩이 속에 던져진 것처럼 뜨겁게 타오르는 것을 느낀다.
“아으~..아으으~..민재씨..미치겠어~” 자신도 모르게 다리를 벌리며 그의 머리를 잡아 사타구니 쪽으로 끌어 붙인다.
“헉~” 그의 혀가 음순속에 숨은 쾌락의 자신의 정점을 찍어대는 순간 온몸이 바르르 떨리며 헛바람섞인 비음이 강하게 토해져 나온다.
남자의 혀는 마치 뱀처럼 꿈틀거리며 자신의 질벽과 클리토리스를 핥고 휘감고 찔러대었다.
“아윽~악~..미치겠어..더..더..깊이..어윽윽~”노골적인 단발성을 내뱉던 ‘연수’는 자신의 몸이 마치 피아노줄과 같다는 생각을 한다, 피아노 건반을 누를 때마다 당겨지고 풀어지며 반응하는 것처럼 ‘민재’의 혓바닥 움직임 하나하나에 허리가 퉁겨지고 온몸이 자지러진다.
남자가 항문의 주름을 핥아 줄때는 자신의 온몸이 녹아서 그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아득한 감각이 느껴진다.
남자가 밉다.
자신을 오르가즘의 바로 아래단계까지 끌어 올려놓고서는 그 황홀한 절정의 무지개 속으로 바로 올려주지 않고 애태우는 애무만 계속하는 남자가 얄밉다.
불덩어리처럼 달아오른 자신의 몸을 폭발시키기 위해서는 남자의 살기둥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온몸을 뒤틀며 신음을 하던 ‘연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남자를 누이고서 자신의 몸을 남자위로 올린다.
상체를 꼿꼿이 세우고 양무릎을 침대에 대고 벌리고 앉아 남자의 사타구니를 자신의 허벅지 사이에 가둔 ‘연수’가 한손으로 남자의 상징을 쥐고 서서히 엉덩이를 하강시킨다.
남자의 둔중한 귀두가 음순에 비벼질때 ‘연수’의 머리속에,
내년 4월이면 결혼하게 될 약혼자의 얼굴이 잠깐 떠올랐지만 음순을 가르며 둔중하게 자신의 몸속으로 밀려들어오는 뻐근하고 저릿한 감촉에 그 얼굴은 이내 부서지고 사라져 버린다.
양손을 남자의 가슴에 짚고서 서서히 움직이던 ‘연수’의 허리가 점점 빨라진다.
자신의 보지에서 흘러나온 액체가 남자의 무성한 음모를 흠뻑 적시고도 모자라 찔꺽찔꺽 야릇한 소리를 내며 깊이 삽입한 채 앞뒤로 움직이는 보지의 마찰음을 높이고 있다.
남자의 양손을 잡아 자신의 젖가슴에 대어준다.
남자의 섬세한 손가락에 주물러지는 유방과 손가락에 비벼지는 유두의 황홀한 쾌감이 보지속 깊은 곳에서 힘차게 박동하는 굵은 좆기둥이 주는 살떨리는 쾌감과 합해지며 단숨에 오르가즘의 언덕을 넘어간다.
남자의 귀두가 부풀어 오르는 감각이 한껏 예민해진 질벽을 통해 생생히 전해지는 것을 느끼는 순간 꿈틀거리는 좆기둥의 맥동과 함께 자궁벽을 두드리는 뜨거운 정액의 감촉에 자신의 몸이 바위에 부딪혀 부서지는 파도가 되는 체험을 한다.
풀썩하고 남자의 가슴으로 엎어진 ‘연수’의 코끝으로 남자의 가슴에서 솟아나는 땀내음에 섞인 진한 남자냄새가 맡아진다.
‘연수’의 입가에 행복한 미소가 흐른다.
가만 가만 머리카락을 쓸어주는 남자의 손이 감미롭다.
자신의 입술에 진한 키스를 하고 레바논 공항 출국장으로 향하는 ‘연수’의 뒷모습을 보는 민재의 눈에 아쉬운 빛이 어린다.
간밤에 ‘연수’는 무척이나 뜨겁게 불타올랐다.
‘연수’의 몸 안에는
약간 서툰 듯한 그녀의 몸짓과는 또 다른
활화산 같은 뜨거운 정열이 숨어 있었다.
오늘 새벽 마지막 세번째의 오르가즘 때..
눈물을 흘려가며 자신의 절정을 적나라하게 몸으로 표현 했었다.
‘연수’는 월요일 출근을 위해 인천 공항으로 가야했고 민재는 홍전무가 강권하다시피 밀어붙인 휴가를 써야 하기에 두바이로 떠나야 했다.
보고 싶을 거라며 빨리 돌아오라는 ‘연수’의 목소리를 귀에 담은채 ‘민재’는 두바이행 탑승 수속을 밟았다.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면서 로밍된 휴대폰으로 회사의 장과장과 잠깐 통화를 하고 민희와도 통화를 했다.
민희는 언제 돌아올 거냐며 이번 레바논 통신사와의 계약 성공으로 회사에서 난리가 났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장과장은 축하한다는 말을 했다.
‘민재’는 마지막으로 홍전무의 비서 ‘한 윤정’과 꽤 길게 통화를 한 후 탑승게이트로 향한다.
두바이 국제공항에 내린 ‘민재’는 입국 게이트를 빠져나오자 곧바로 택시를 타고 두바이 최고의 호텔중 하나인 7성급 호텔 "버즈 알 아랍"으로 향했다.
‘민재’가 "버즈 알 아랍"호텔의 로비에서 예약확인을 마치고 객실키를 받은 후 객실에 올라온 시간은 두바이 시간으로 오후 네시쯤이었다.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 시차 적응을 위해 잠깐의 수면을 취하고 있던 ‘민재’의 귀에 객실 전화벨 소리가 들려오자 눈을 뜨고 수화기를 든다.
“헬로우~”
“이민재 팀장인 아니세요?” 한국말이었다.
“네! 맞는데요.”
“안녕 하세요. 저 장현주에요.” 홍재경 전무의 부인이다.
“오랜 만이네요..형수님! 그런데 어쩐일로?” 사석에서 ‘민재’와 ‘홍전무’는 호형호제 하는 사이이다.
“호호..제 이름 잊지 않으셨네요. 저 두바이에 있어요. 어제 그이한테서 전화가 왔더라구요. 민재씨가 오늘 이 호텔에 투숙할 거라고.. 휴가 라면서요?”
“네 전무님이 억지로 이곳으로 가라던데요? 알고 보니 형수님이 계셨군요.”
“호호호..일도 좋지만 좀 쉬어가는 맛도 있어야죠. 여름휴가도 안 가시고 근무 했다면서요? 이번 기회에 좀 쉬시고 재충전도 하시고.. 그러세요. 저녁 약속 없으시죠? 민재씨!”
“네.”
“그럼 여섯시에 호텔 식당에서 뵐께요. 제 이름으로 예약했어요.”
“네. 이따가 뵈요.”
화려하고 고급스런 장식물로 치장된 두바이 최고의 호텔인 "버즈 알 아랍"호텔은
배의 돛 모양을 본떠서 지어진 외관이 무척 아름답다.
최고 시설의 호텔답게 숙박비와 부대시설 이용료도 최고 수준이다.
보통 디럭스 룸에서 하룻밤 자는데 몇백만원씩이나 하고 일류 요리사가 제공하는 호텔식당의 식대도 백만원을 호가한다.
호텔을 예약해 준 홍재경 전무로서는 간만에 ‘민재’에게 크게 쏘는 셈이다.
세련된 스커트를 입은 아름다운 아랍여인이 안내해준 식당의 테라스로 나가자 식탁에 앉은 다섯명의 남녀들이 눈에 보인다.
“어서 오세요 민재씨!”
“오랜만입니다. 형수님”
‘민재’의 얼굴을 확인한 ‘장 현주’가 일어나 민재를 맞이한다.
“이쪽은 아까 제가 말씀드린 우리 그이 회사의 핵심이신 이민재 팀장님이시고..
이분은 저희 아버님이세요.“
“만나서 반갑네. 홍전무에게 자네에 대해 많이 들었네. 칭찬이 대단 하더군. 어제도 크게 한건 성사시켰다면서? 축하하네.”
“영광 입니다. 장의원님. TV로 뵙는것 보다 훨씬 젊어 보이십니다.”
“하하..이 친구! 농담도 잘하는군.”
장덕호가 악수한 손을 흔들며 크게 웃는다.
장덕호는 현 여당인 한누리당 소속 4선의 중진의원이다.
“이 분은 제 오빠세요”
“반갑습니다. 장교수님”
“반갑군요.”
37세의 장광석은 지금 국립대학의 정교수다. 무척 적은 나이에 교수 타이틀을 따낸 장광석은 요즘 정치쪽에 기웃거리고 있다.
“그리고 이 분은 우리 올케 언니..”
“처음 뵙겠습니다.”
장광석의 처, 32살 오미란은 장광석이 재직하는 대학 전임 총장의 딸이다.
“마지막으로 제 동생 현경이에요.”
“반가와요. 현경씨”
“호호 저도요..”
방긋 웃는 현주의 눈꼬리가 살짝 쳐진다.
26세인 장 현주는 대학원생이다.
“호호..저희는 아버님 생신축하 겸해서 가족여행을 온 참이에요. 우리 그이는 바빠서 못왔구요. 대신 민재씨가 온 셈이네요..호호”
장현주가 밝게 웃으며 분위기를 주도한다.
그녀는 몇년전 세상을 떠난 엄마를 대신해서 아버지의 정치행보에 안주인 역할을 해오는 중이다.
민재와 동갑인 서른한살의 장현주와는 가끔 홍전무가 자신을 집으로 초대해 술자리를 가지며 안면을 익혔고 친해졌다.
인사가 끝나자 요리가 들어오기 시작한다.
즐겁고 화기애애한 가운데 식사가 시작되고 막내 ‘현경’과 ‘민재’의 눈이 이따금 부딪힌다.
“팀장님은 우리언니랑 나이가 같다면서요?..”
“네..그래서 둘이 친구하기로 했는데..친구님께서 무척 바쁘신지 얼굴을 통 보여주질 않네요. 하하하”
“어머! 민재씨 핑계대시지 마세요. 외국으로 출장 다니시느라 전화 한통 없으셨으면서..호호”현경이가 가볍게 받아 넘긴다.
“그런가요? 하하..이제부터는 자주 연락 드려야 하겠네요.”
“그러세요. 민재씨”
“그런데 팀장님은 결혼 안하세요?”현주가 묻는다.
“아직 임자를 못 만났나 보죠..”
“피이~..거짓말 같은데..”
“나두..”현주가 말하자 현경이 맞장구친다.
잘생긴 흰 얼굴의 파르스름한 면도 자국이 선명한 ‘민재’의 얼굴을 훔쳐보던 ‘현경’의 눈에 묘한 빛이 어린다.
홍전무는 자기 처가식구들과의 조우를 비밀로 해서 민재를 놀래켜 주려 했었겠지만 ‘민재’는 이미 장덕호의 식구들이 두바이에 있다는 것을 ‘한 윤정’과의 전화를 통해 알고 있었다.
약간 맹한 그 아가씨는 돌려서 물어보는 ‘민재’의 대화기술에 넘어가 자신이 비행기 예약을 해 주었다는 것까지 미주알고주알 낱낱이 이야기해 주었다.
물론 ‘민재’가 귀국할 때 두바이 특산 진주 목걸이를 선물해 준다는 약속에 홀라당 넘어간 면도 없지 않지만..
식사가 거의 끝나갈 즈음
눈이 번쩍 뜨일 만큼 아름다운 여인이 식당의 테라스로 나와 민재를 찾는다.
일행에게 잠깐 양해를 구한 ‘민재’가 다른 테이블로 여인을 데리고 가서 영어로 이야기를 나눈다.
한동안 이야기하던 여인이 민재에게 무엇인가를 건네주자 민재가 자리에서 일어나 일행에게로 돌아온다.
‘민재’는 ‘로라’가 직점 두바이까지 자신을 찾아올 줄 몰랐던 터라 그녀가 나타났을 때 깜짝 놀랐다.
아침에 그녀와의 전화통화중에 부탁을 한 것이 있었는데 그녀가 직접 그 물건을 가지고 바그다드에서 두바이까지 날아온 것이다.
올해 28살인 ‘로라’는 영국인 아버지와 이라크인 어머니를 둔 혼혈로 아랍여인 특유의 커다란 눈망울과 약간 까무잡잡한 피부에 서구인의 몸매를 가진 인형처럼 아름다운 여인이다.
‘민재’와는 옥스퍼드에서 만나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고 현재 민재를 대리해서 바그다드에서 ‘로라컴퍼니’를 운영하고 있는 여인이다.
“식사중에 자리를 비워서 죄송합니다.”
“괜찮네. 그런데 누구인가? 상당한 미인이던데..”
장덕호가 여인을 힐끔거리며 묻는다.
“바그다드에서 사업을 하시는 큰 아버님 비서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부탁한 것이 있는데.. 직접 가지고 왔군요.”
“자네 백부님이 중동에서 사업을 하시나?”
“네 이것저것 수입을 하고 계십니다. 바그다드에 뿌리를 내리신지 30년가량 되었습니다.”
“오래 되셨군...”
“제가 미리 의원님 생신이라고 전해들은 바가 있어서 작은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로라에게서 전해 받은 작은 상자를 내민다.
“허어~ 이사람. 별걸 다 준비했구만. 고맙게 받겠네.”
“아닙니다. 아주 약소한 선물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만 일어나 보겠습니다. 큰아버님께서 부탁한 일이 있어서요.”
“험~..아쉽지만 어쩔 수 없겠지. 어서 가보도록 하시게나.”
“의원님 내일 점심때 잠깐 시간 좀 내주실수 있겠습니까? 제가 모시고 싶은 곳이 있어서요.”
“그럼세. 내일 오전에 현주에게 연락을 해서 약속을 잡게.”
선물을 받아 흐뭇한 장덕호가 혼쾌하게 허락한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의원님! 그리고 현경씨와 교수님, 사모님까지 오늘 만나서 정말 반가웠습니다. 오늘 대접에 대한 답례는 서울에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즐거운 시간 되십시요.”
“네! 다음에 뵈요..팀장님”
“내일 전화주세요. 민재씨.”
현주와 현경이 동시에 답한다.
“만나서 반가왔습니다”
‘민재’는 마지막으로 장교수와 악수를 나누고 로라와 함께 식당을 나선다.
자기 눈에도 아름다워 보이는 여인과 나란히 걸음을 옮기는 민재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현경’의 눈꼬리가 살큼 치켜 올라가 있다.
지금껏 대화에 참가하지 않고 듣고만 있었던 오미란의 눈도 그들을 보고 반짝 빛을 발한다.
‘민재’가 굳이 오지 않아도 될 두바이까지 온 목적이 장덕호를 만나서 누군가에게 소개시키기 위함이었는데, 그 목적이 쉽게 달성될 수 있을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더구나 ‘로라’가 이곳까지 자신을 찾아 왔기에 그의 기분은 더 한층 좋아진다.
장덕호와의 일만 아니었으면 로라가 기다리는 바그다드로 떠났을 ‘민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