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화 (2/20)

고기접시가 바닥을 보이고 소주병과 매취순 빈병이 열개쯤 상위로 굴러다니며 어느 정도 술이 오르고 ‘설수진’과 ‘문영선’이 내 팔뚝을 붙잡고 노래방을 외치자 각자 가정이 있는 장과장과 하대리가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꽁무니를 빼기 시작한다.

눈으로 얼른 들어가라는 신호를 하자 슬그머니 두사람이 빠져나가고 ‘오연수’대리는 내가 준 카드로 계산을 하고 온다.

밖으로 나오자 휘황한 네온사인 사이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이 고기냄새에 찌들었던 콧속으로 상큼하게 파고든다.

키가 늘씬한 막내 ‘설수진’과 단아한 인상의 청초한 ‘문영선’이 양팔에 하나씩 팔짱을 끼고 노래방으로 끌고 있다.

뭉클 와닿는 수진이 젖가슴의 감촉과 봉긋하면서도 탄탄한 영선의 감촉이 기묘하게 대비되어 살짝 흥분감이 일어난다.

한걸음 뒤에서 ‘오연수’대리가 조용히 따라오고 있다.

부르스를 추자고 목을 감고 엉겨붙는 ‘설수진’을 억지로 떼어놓고 밖으로 나왔다.

“오빠~..오늘도 중간에 도망가면 죽을줄 알아..”

설수진의 귀여운 엄포가 등뒤로 들려온다.

올해 입사한 스물넷의 설수진은 다른 직원들의 눈치는 아랑곳 하지 않고 회식때만 되면 어김없이 엉겨 붙는다.

발랄하고 상큼한 향이 풍기는 ‘수진’의 대쉬가 싫지는 않지만 회사내의 어느 여직원들 에게 하는 것처럼 항상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이민재’이다.

카운터에서 계산을 치른 후 오대리의 핸드폰에 적당히 놀고 가라는 메세지를 남기고 밖으로 나왔다.

어느정도 분위기를 맞춰주고 빠지는.. 회식 때마다 이어지는 ‘민재’의 패턴이다.

대리기사를 부르려고 핸드폰을 드는데 진동음과 함께 메세지 두개가 연달아 들어온다.

-팀장님 조심해서 들어가세요..연수..-

-팀장님 노래방 끝나면 길 건너편 이층에 있는 카페로 오실수 있으세요..꼭 드릴 말씀이 있어요..강민희-

역시 예상대로 하나는 강민희의 것이었다.

그녀의 뜨거운 눈길이 오늘 아침부터 회식이 끝날 때까지 나를 줄기차게 쫒고 있었다는 것을 안다.

과거 이수한 훈련중에는 첩보훈련도 있었다.

그중에 하나는 커다란 호텔방안에 있는 모든 물품들을 2~3초 만에 모두 기억해야 하는 내용도 있었다.

그런 훈련을 이수한 ‘민재’에게 아침 출근 시간의 전철에서 아는 얼굴하나를 잡아내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금융감독원의 ‘최 성규’국장의 내연의 여인인 ‘한 승희’에 접근하기 위해 그녀의 차바퀴에 펑크를 내고, 지하철로 출근하는 그녀의 뒤를 쫒아 전철에서 치한 흉내를 내는 동안, 그것을 훔쳐보던 ‘강민희’가 관음의 오르가즘에서 빠져 있었다는 것도 익히 알고 있었다.

카페 구석자리 칸막이 안에 앉아 걸어 들어오는 작은 양주를 ‘이민재’를 보는 ‘강민희’의 눈빛이 무척이나 뜨겁다.

맞은편에 앉지 않고 옆자리에 털썩 앉는 ‘민재’의 다리와 ‘민희’의 허벅지가 살짝 부딪힌다.

“민희씨.. 술 많이 마셨어요?..”

“아니요..조금..저.. 팀장님도 한잔 드세요..”

그의 다정한 목소리를 듣자 ‘민희’의 목소리가 엷게 떨려 나온다.

또로로롱~

작은 술잔에 부어지는 적갈색 양주소리가 상큼하다.

“민희씨.. 긴히 할 말이라는게..?”

스트레이트잔을 한번에 가볍게 비운 그가 묻는다.

“저..저기..”

용기를 내기 위해 술까지 마셨지만 목소리가 떨린다.

그 남자의 음영진 눈이 보는 순간 야성적인 그의 체취가 왈칵 끼쳐오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민희씨 아직까지 레드 썬 자리에요..편하게 말해요..내일이면 모두 잊을 거에요..”

레드 썬을 말하는 굵으면서도 울림이 있는 그의 목소리에 순식간에 긴장이 풀어진다.

“저..저기..오늘 아침에 지하철에서 팀장님..아니..오빠를 봤어요.

예쁜 여자하고 무척 가깝게 붙어 있던 모습을요..

살짝 스킨쉽하는 것도 훔 봤어요..

그 여자분 무척 미인 이던데..혹시 애인이세요?“

말이 순식간에 풀려 나간다.

“아니요..오늘 처음보는 여자 였어요..”

짐작하고는 있었지만 그의 입을 통해 직접 듣는 것은 역시 ‘쇼킹’ 이상 이었다.

“처음보는 여자한테..어떻게..그렇게 막 애무하고..그것도 전철에서...어머머!”

자신의 말에 자기가 놀라며 허둥댄다.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매력적인 여자가 앞에 있길래 장난삼아 히프를 살짝 건드렸는데 여자가 거부하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부딪혀 오더라구요..나도 순식간에 발기가 되서 뜨거워지고 .. 그 여자 ..얼굴과는 다르게 그곳이..무척 민감하더 라구요.. 하마터면 거기에서 실수할뻔 했죠..”

“아무리 그래도..”

전혀 창피해 하거나 머뭇거림 없이 조근조근 설명해 주는 그의 남성적인 입매를 주시하던 민희의 입이 점점 벌어지고 새액거리는 숨소리와 함께 단내가 흘러나온다.

두사람의 눈길이 뜨겁게 얽힌다.

민희의 고개가 들리며 남자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살며시 부벼댄다.

민희의 코로 야성적인 수컷의 냄새가 버겁게 밀려들어 온다.

“키스는 그렇게 하는것이 아니죠..”

입술을 붙인 상태에서 남자가 속삭인다.

민희의 눈이 조용히 눈을 감긴다.

가녀린 허리를 휘감으며 품속으로 끌어당긴 남자의 뜨거운 혀가 여인의 잇몸을 핥으며 입안으로 부드럽게 미끄러져 들어간다.

입안에서 시작된 뜨거운 전류는 여인의 신경 세포를 타고 온몸으로 퍼져 나가 가랑이 사이 습한 곳에 샘물이 고이게 만들었다.

‘민희’가 아침에 전철에서 느꼈던 까마득한 오르가즘의 바로 아래단계까지 남자는 키스 한번으로 손쉽게 올려 주었다.

그의 두툼한 손바닥이 여인의 젖가슴을 덮고 타이트한 치마사이의 허벅지 깊은 곳을 쓰다듬을 때까지 그녀는 정신없이 그의 혀와 입술을 빨고 있었다.

영규와 지난 2년간 사귀면서 한번도 느끼지 못했던 급격한 뜨거움이었다.

“오..오빠..아직까지..레드 썬 이니까..오늘 제 오피스텔로 가실래요?..”

입을 뗀 순간 ‘민희’의 입에서 과감한 유혹의 멘트가 흘러나온다.

‘민희’의 오피스텔 욕실에서 쏟아지는 물줄기를 맞으며 거울을 보는 ‘이 민재’의 눈빛이 섬뜩하다.

대현생명에 특채된 후 지난 2년간 회사 내 여직원과의 관계는 극구 피해왔다.

낙하산으로 특채된 자신의 움직임에 질시어린 감시의 시선이 많았던 탓에 구설수를 피하려다 보니 당연히 여직원들과 거리를 두게 됐었다.

하지만 이제 회사 내에서도 자신을 인정해 주는 분위기이고 팀도 안정을 찾아가니 조금 긴장의 끈을 풀어도 될 듯하다.

아직 몇몇 임원들이 도끼눈을 하고 보고는 있지만...

침대에 누운 채, 샤워를 마치고 알몸으로 나오는 ‘민재’의 검붉은 페니스를 보는 ‘민희’는 탐스럽고 굳건한 그것에 미칠것 같은 흥분감이 몰려오는 것을 느낀다.

붉은 취침등의 불빛에 은은하게 반사되는 굵은 버섯머리의 구멍에서 흘러내린 물기가 선명하다.

시트속으로 파고 들어오는 그의 탄탄한 가슴에 젖가슴이 짓눌리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그의 목을 휘감고 입술을 열어주고 있었다.

아침의 지하철에서부터 자극받은 사타구니에는 어느새 또다시 흥건한 물기가 흘러내린다.

“헉~..팀장님..아흑~”

그의 입술이 닿는 모든 부분에서 뜨거운 열기가 피어오른다.

젖꼭지를 입에 물고 까칠한 턱으로 젖무덤을 비빌 때에는 그의 허리에 다리를 휘감아 돌리며 그의 단단한 아랫배에 음부를 비비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준다.

“아학~..그..그만 ..죽을 거 같애..아흐흑~”

자신의 몸을 위로 올리고 가랑이 아래에 누운 그가 엉덩이를 부여잡고 클리토리스에 혀를 대는 순간, 자지러지는 느낌과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하는 것이 느껴진다.

“츄르릅~..츄릅~”

“어흐흐~..아흐~”

그의 혀가 바기나(vagina-질) 안쪽의 주름을 핥아댈 동안 ‘민희’는 벽을 짚은 양손을 부들부들 떨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자그마한 절정의 파도가 끊임없이 밀려오고 오줌이라도 싼 것처럼 사타구니께가 질척해 진다.

누워있는 자신의 사타구니에 등을 돌리고 쪼그려 앉아 페니스를 삽입시키는 ‘민희’의 뒷모습이 환상적으로 교태롭다.

165cm의 늘씬한 키에 몸매가 좋으리라고는 예상했지만 잘록한 허리와 엉덩이에 이르는 라인은 거의 예술이다.

약간 작은 한손에 잡히는 탄력있는 유방과 희고 매끄러운 아랫배는 운동으로 다져진 듯 군살 하나 없다.

“크허헉~..아으..좋아..내 속에..꽉 찼어~..아흐흥..”

가늘면서도 탄력적인 매끄러운 허벅지사이에 감추어진 깊고도 뜨거운 온천 속으로 굵은 기둥이 함몰되어 간다.

귀두를 잘근거리는 질벽의 꿈틀거림이 아득한 환상의 세계로 이끈다.

한손으로 자지 밑기둥을 잡고 한손으로 보지를 벌려 삽입을 완료한 ‘민희’가 얼마간 깊이 삽입된 페니스를 음미하듯 정지해 있다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아흐~..미칠거 같애..너무 단단해..아흐흥~넘 좋아~”

마치 척추 뼈가 몇 백개가 되는 것처럼 현란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빙글거리며 허리를 돌리는가 하면 하복부를 붙이고 허리를 꿈틀대며 앞뒤로만 움직이다가 귀두만 삽입시키며 살짝살짝 상하운동을 하기도 한다.

“아흑~..나..나 이상해..할거 같애..아 캬흐흥”

한동안 현란한 허리 움직임을 보여주던 민희가 엉덩이로 자신의 엉치뼈를 부수기라도 할 것처럼 강하고 빠른 방아질만을 계속한다.

‘민희’의 작은 손아귀에 쥐어진 양무릎에 살짝 통증이 느껴질 ‘민희’의 온몸에는 힘이 들어가 있다.

“나..나..지금..해요..커어억~”

민희의 목과 허리가 남자의 얼굴쪽으로 급격하게 꺾이며 오르가즘을 표현한다.

하지만 남자는 아직 멀었다.

수동적으로 민희의 움직임에 동조하던 ‘민재’가 아래쪽에서 치받아 올리기를 시작한다.

오르가즘의 구름위에서 헤메고 있던 ‘민희’의 감각에 새로운 자극이 나타난다.

“어흐~..팀장님..그만..그만..아흑..저..미칠것 같애요..아흑”

애원에도 이랑곳 않고 아래에서 위로의 공격을 계속해대는 민재에 의해 쾌감과 고통이 섞인 이상했던 민희의 감각에 더 높은 곳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무지개가 보인다는 것을 알고서는 재빠르게 상승한다.

“캬흐흥~..나..죽을 것 같애..아흑~..그..그만..아흑..더..더..빨리..캬흑~”

말도 안되는 모순적인 단어가 연달아 터져 나온다.

“퍽..퍽..퍽..퍽~..”

일초에 네다섯번씩 빠르게 보지를 짓이기기를 오분여,.. 드디어 민희의 눈앞에 오색의 무지개가 폭죽이 되어 터진다.

“커윽~..커윽~..컥~컥~”

민희가 온몸을 와들와들 떨어대며 질벽들이 강하게 페니스를 조여 대고 있다.

순간 민재도 이제껏 당겨왔던 괄약근을 풀며 정액을 방출해낸다.

뜨거운 민재의 정액이 강하게 자궁을 강타하는 순간 민희는 온몸으로 느껴지는 전율이 일며 또다른 세계로 진입한다.

한순간 호흡이 끊어지고 온몸이 경직되는 그 순간 질속 깊은 곳에서 왈칵하며 뜨거운 무엇인가가 몸 밖으로 사출되고 민희의 의식은 까마득한 우주 저편으로 바스러진다.

축 늘어진 민희의 몸을 옆으로 내려서 누인 민재의 입가에 조용한 미소가 흐른다.

마지막에 귀두를 쳐 오던 그 뜨거운 액체는 민희의 사정액이 분명했다.

여자사정..민희는 그 높은 오르가즘의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며 사정을 할 줄 아는 소수의 여자들 중의 하나였다.

침대시트의 중간부분이 축축하다.

토요일 오후

아파트 베란다 너머로 청명한 가을 하늘을 바라보는 ‘한승희’의 얼굴에 쓸쓸한 기운이 감돈다.

이제 스물 여덟살인 ‘한승희’가 ‘최성규’를 만난 것은 스물 두살인 대학교 3학년 때였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바(bar)의 손님으로 온 ‘최성규’는 당시 서른 아홉의 멋진 신사 였다.

서너번 데이트를 하고 술에 취한 척하며 그가 이끄는 모텔로 가서 섹스를 나누었다.

몇번의 섹스를 나눈 후 그가 얻어준 작은 오피스텔로 이사를 했다.

이른 바 스폰서와의 관계가 시작된 것이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죄로 대학 입학부터 각종 아르바이트에 시달려야 했던 그녀에게 매달 용돈을 주는 ‘최성규’의 존재는 더할 나위 없이 고마웠다.

일주일에 두세번 오피스텔에서 나누곤 하던 그와의 섹스도 감미롭고 만족스러웠다.

대학을 졸업하고 그가 주선해준 은행에 다니면서 ‘한승희’는 자신이 조금씩 바뀌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가 매달 주는 용돈에 중독되어 명품 옷으로 몸을 휘감고 명품 핸드백을 들고 다니지만 항상 뭔가 허전했다.

대학 동창들의 모임에 애인을 데리고 나오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서서히 말라 비틀어져 가는 자신과는 다르게 사랑을 속삭이는 그들의 주위에는 빛나는 젊음의 광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런 마음을 눈치 채기라도 한 것처럼 ‘최성규’가 30평대의 아파트를 주었지만 집이 생겼다는 기쁨도 잠시였다.

자신과의 섹스를 힘에 부쳐하는 45살 성규와는 달리 이십대 후반의 몸뚱어리는 항상 애욕에 목말랐다.

‘성규’의 눈을 피해 젊은 남자와 뜨거운 섹스를 하기도 했지만 그것도 잠시뿐, 탐욕스러운 ‘승희’의 촉촉하고 뜨거운 바기나는 그 이상의 것을 갈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성규를 떠나는 것이 두려웠다.

아니.. 그가 매달 주는 몇백만원이 사라지는 것이 두려웠고 일자리를 잃는 것이 두려웠다.

금감원의 국장이 된 ‘최성규’는 전화 한 통화로 자신을 은행에 입사시킨 것처럼 한 순간에 자신을 퇴사 시킬 수도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의 돈에, 그의 힘에 중독이 되어 벗어나지 못하는 자신이 한심스럽다는 생각을 요즈음에 자주한다.

창밖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던 ‘한승희’는 잡념을 떨치려는 듯 가운을 훌훌 벗어던지고 탱크탑의 스포츠 브라에 스판재질 핫팬츠를 입는다.

물오른 탐스러운 허벅지를 트레이닝복에 감추고 가방을 둘러맨 ‘한승희’가 차를 몰고 향한 곳은 근처의 고급 헬스클럽이었다.

땀이라도 흠뻑 흘려서 이 꿀꿀한 기분을 벗어던지고 싶었다.

‘한승희’가 헬스장으로 들어올 때 ‘이민재’는 입구 쪽에 설치된 벤치 프레스에 누워 있었다.

벤치에 누워 어지간한 헬스 트레이너들도 들기 힘든 무게를 너끈히 들어 올리는 그의 상박과 팔뚝에 지렁이 같은 힘줄이 꿈틀대며 일어난다.

근처에서 런닝 머신을 타던 여자들이 탐욕스런 눈빛으로 헐렁한 땀이 흠뻑 젖은 나시티 속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그의 복근을 훔쳐본다.

런닝머신으로 향하던 ‘한승희’의 눈에 ‘이민재’의 얼굴이 들어오고 일순간 놀라는 듯 입이 살짝 벌어지지만 이내 런닝머신을 작동시킨다.

‘이민재’가 이곳 헬스크럽으로 옮긴 것은 두달 전이다.

‘최성규’를 감시하던 ‘죽산실업’의 레이더에 ‘한승희’가 걸려들고, 그녀가 일주일에 두번씩 이 헬스클럽과 아래층 수영장을 이용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바로 이곳에 등록을 했다.

고급 회원들로만 이루어진 이곳의 자격요건이 조금 까다롭기는 했지만 ‘홍재경’상무의 도움으로 등록할 수 있었다.

그 동안은 일부러 ‘한승희’와 다른 시간에 이곳에 들르곤 하였지만 어제 지하철에서의 일이 있고난 후 오늘을 디데이로 잡아 직접 맞닥뜨릴 계획이다.

여자들은 나이가 많거나 적거나 모두 우연히 만나 운명적으로 다가오는 로맨스에 대한 환상을 품고 있다.

오늘의 우연한 조우를 위해 ‘한승희’가 쥐어준 명함으로 전화를 하지 않았었다.

‘한승희’가 런닝을 하면서도 연신 이쪽을 신경 쓰는 것이 완연하게 느껴진다.

벤치 프레스에서 일어나 음료수 자판기 쪽으로 가며 한승희를 관찰한다.

굵게 웨이브진 긴 머리카락을 포니테일로 묶고, 런닝머신을 타는 그녀의 팽팽한 젖가슴과 쭉 뻗은 허벅지 라인은 역시 남자들이 혹 할 만큼 멋지다.

어느새 그녀 양쪽 옆의 런닝머신에 남자들 두명이 연신 힐끔거리며 뛰고 있다.

‘흐흐~자식들 헛물들을 켜고 있군~’

헬스장 입구에서 근처 여자들의 주목을 받으며 벤치프레스를 하고 있는 남자의 얼굴을 우연히 본 ‘한승희’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날렵한 몸으로 무거운 프레스를 가볍게 들어 올리는, 잘생겼으면서도 야성미 넘치는 얼굴의 그 남자는 분명 어제 아침 지하철에서 자신의 몸을 뜨겁게 달구던 그 손가락의 주인공이었다.

팔에 꿈틀거리며 일어나는 근육들과, 탄탄한 아랫배 밑으로 반바지를 두툼하게 밀어 올리는 페니스의 윤곽이 한눈에 들어오는 순간 어제 자신의 엉덩이 사이에서 꿈틀거리던 굵고 뜨거웠던 그것의 감촉이 그대로 되살아났다.

어제 아침은 정말 최악이었다.

간밤에 찾아온 ‘최성규’가 몸 위로 올라와서는 내가 한창 자신이 달아오를 무렵 그대로 사정하고 나가떨어져 욕구불만의 상태였는데, 출근 하려고 지하 주차장에 내려온 순간 짜증지수가 극에 달했다.

어떤 개자식이 K5승용차 앞바퀴 두개를 모두 펑크를 내버려 어쩔 수 없이 지하철을 타야 했다.

출근시간의 혼잡한 전철 안에서 겨우 문쪽에 자리를 잡고 서 있는데 바로 뒤에서 은은하고 고급스런 남자 향수 냄새가 풍겨왔다.

고개를 살짝 돌려 얼굴을 확인해보니 상당히 잘생긴 얼굴의 세련된 양복을 입은 자기 또래로 보이는 남자가 바짝 붙어 있었다.

승객들이 점점 불어나고 그와 점점 밀착이 되고 있었다.

장난스런 감정으로 엉덩이를 살짝 들어 그의 바지 지퍼 부분에 문질러 보았다.

반응은 무척이나 빨랐다.

그의 페니스가 순식간에 꿈틀거리며 일어선다.

그의 두툼한 페니스가 엉덩이를 계속 자극해 왔고 엉덩이 사이에 그의 물건을 파묻은 나도 간헐적으로 엉덩이를 조여 그를 자극했다.

어느 순간 그의 팔이 앞쪽으로 돌아와 가랑이 사이를 지그시 누른다.

애액이 스물 거리는 질구를 자극하는 그의 손을 핸드백으로 감추어 주며 그의 동작에 호응했다.

그의 손가락이 치마를 거슬러 올라와 팬티 옆자락으로 스며들어 질구를 간지르는 순간 터져 나오는 신음을 겨우 삼켰다.

크리토리스를 비비며 질벽을 긁어대는 그의 손가락과 내 엉덩이 골에 파뭍혀 꿈틀대는 페니스의 뜨거움으로 인해 몇번이나 정상의 문턱까지 다다랐었다.

   

이대로 헤어져 그냥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는 것이 너무나도 아쉬웠다.

창피한 일이지만 지하철에서 내리며 그에게 먼저 내 명함을 건네주고 말았다.

명함을 받아들며 싱긋 웃는 그의 미소는 무척이나 싱그러웠지만 금요일 내내 전화가 오질 않았다.

치사하고 더러운 자식..이라고 퇴근하는 내내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 치사한 자식이 헬스크럽의 내 눈앞에 나타났지만 나를 본 것 같지는 않다.

그 자식이 벤치 프레스에서 일어나 휴게실 쪽으로 향한다.

‘어!..저자식 벌써 가려고 하나?..’

급하게 런닝머신을 멈추고 휴게실로 향한다.

“어!~ 한 승희씨..”

스포츠음료를 마시고 있던 그 자식이 놀란 눈으로 나를 본다.

‘이 자식 내 이름을 아는걸 보니..내 명함을 쓰레기통에 버린 것은 아닌가 보네..’

살짝 마음이 풀어진다.

“어머!~..이곳에 다니시나 봐요?”

“예..두어달 됐는데..승희씨도 여기서 운동하시는 군요..”

“저는 한 반년정도 됐어요..호호”

그에게 답하는 내 목소리에 콧소리가 섞인다.

‘야! 한승희 정신 차려..’

“어제 명함 받고 전화 못드려 죄송합니다. 제가 급하게 외근을 나와야 해서 명함을 사무실 책상에 두고 나온 걸 깜박 했거든요..늦은 시간에 사무실로 돌아가서 명함을 찾긴 했는데..너무 늦은 시간이라 실례가 될까 싶어서 전화 못드렸어요..”

“아유~..괜찮아요..호호”

꽁 하던 한승희의 마음이 봄 햇빛에 얼음이 녹아내리듯 흐물흐물 풀린다.

“제가 사과의 의미로 커피를 한잔 사겠습니다.”

“호호~..커피 정도로 될까요”

“하하~..승희씨가 원하시는 대로 제가 사도록 하죠..”

청초한 얼굴과는 어울리지 않게 탱크탑과 스판 반바지를 입은 승희의 몸매가 도발적이다.

몸매에 자신이 없으면 결코 소화하지 못할 옷차림이다.

스포츠브라를 팽팽하게 밀어 올리며 살짝 보이는 유두의 흔적을 웨이브 진 머리카락으로 숨긴 승희의 유방은 B컵은 넘을 듯하다.

구리빛으로 빛나는 탄탄한 아랫배의 중앙에 음푹 파인 배꼽으로 땀이 한방울 흘러든다.

최성규가 정신을 못 차리고 몇년씩이나 빠져들 만큼 뇌살적인 몸이다.

“그럼 샤워하고 주차장에서 뵐까요?”

“그래요..”

커피 전문점에서 시작된 그 남자와의 즐거운 대화는 일식집으로 이어졌고 결국 이곳 ‘이카루스(Icarus)’라는 고급스런 바(Bar)에서의 술자리까지 연결되었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자신에게 속삭이며 간간히 유머를 섞는 남자의 말솜씨와 우연인 듯 몸을 스치는 짜릿한 스킨쉽에 빠져서 서너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다.

아까부터 남자에게 빠져들고 있던 ‘승희’는 대현생명의 본사 ‘차장’의 직함이 찍힌 명함을 받아든 순간 그 남자에게 완전히 넘어가고 말았다.

‘세상에.. 서른 한살의 젊은 나이에 팀장이라니...4년간 은행에 다닌 나도 겨우 대리인데..그것도 성규씨가 뒤에서 압력을 가해 겨우 대리 직급을 따냈는데..’

‘민재’는 승희가 꿈꾸던 완벽한 외모에 스펙까지 훌륭한 남자였다.

베이지색 면바지에 하늘색 니트를 걸친 ‘민재’의 스타일도 맘에 꼭 들었다.

청바지에 흰 티셔츠를 입은 자신과 맞추어 입기라도 한듯 거리의 쇼윈도에 비추던 자신들의 옷차림이 커플룩이양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었다.

이 남자에게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어 가고 있는 자신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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