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화 (16/16)

모자간의 금기-16- 

그 사건 이후로 명우는 한동안 병원 신세를 지게되었다. 갈비뼈에 작은 금이 갔고, 전신에 생긴

타박상으로 전치 4주의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명우는 연신 싱글벙글 있었다.

자신의 이러한 대가 때문에 자신의 엄마가 아무런 일도 당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비록 완벽히

보호하지는 못했지만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다. 지수 또한 마음을 놓았다. 다행스럽게 명우가

그다지 큰 부상을 입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때의 모습을 생각하며 지수는 가슴이 철렁일 정도로

처참했던 명우가 지금은 비록 전신이 결리기는 했지만 생활하는데는 지장없었다. 지수는 그런 명우를

애틋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아들이 자신에게 한 행동이 너무도 용감하며 무모하다고 느껴졌다.

그러나 아들의 그런 모습은 정말로 자신의 가슴 깊숙히 다가왔다. 무언가로 다가온지는 모르겠지만

명우의 그 모습은 평생 잊혀지지 않을 것 같았다. 지수는 병원 침대 위에서 자고있는 명우의

반창고등을 붙이고 있는 모습을 보며 너무도 애절한 감정을 느꼈다. 하나뿐인 자식인 명우가

자신을 위해서 몸을 희생한 것이 대견스러웠고 사랑스러웠다. 그런 아들의 모습은 마치 자신의

애인을 치킬려고 한 남자의 모습같았다. 밝은 모습. 지수는 찬찬히 살피다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며 명우의 부르트고 상처가 나있는 입술에 작게 입맞춤을 했다. 자신을 위해 난 상처가 좋아

보였다. 그러다가 지수는 자신의 상태를 인식하며 얼른 고개를 들고는 화끈 거리는 얼굴을

숙이며 주위를 힐끔 보았고 다행스럽게 아무도 자신의 이런 모습을 볼수 없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뒤로 커텐이 쳐져 있었고 명우의 침대가 끝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이참....내가 갑자기 왜 그랬지?'

지수는 붉어진 얼굴을 두손으로 감싸며 조용히 자신의 생각을 정리했다.

지수는 의아해 했다. 순간 왜 자신이 그런 행동을 했는지 알수가 없었던 것이였다. 그러나 지수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아들에게 살짝 키스하는 것은 엄마로써 있을수 있는 일이라고 인식한 것이였다.

가벼운 스킨쉽은 친밀감을 준다는 것을 읽었던 책에서 상기 시키며. 지수는 살짝 명우의 잠자는

얼굴을 보았다. 아들이 깨어있으면 굉장히 부끄러울 것 같았다. 다행스럽게 명우는 얌전히 숨을

쉬며 잠들어 있었고, 지수는 아들 몰래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얼마 전에 떠올랐던 명우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기억났다. 그때의 기분은 진짜 다시 연애하는 사람과 같았지만 지수는 강하게 다시

한번 부정할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자신의 아들을 아무것도 모르는 자신을 위하는 아들을 마치

다른 남자와 같이 생각할수 있단 말인가. 명우가 죽은 남편 이외의 아들이 아닌 존재같았다.

언제나 자신을 사랑해주는 그런 하나의 남자.

'후~...내가 굉장히 외로웠나봐. 그렇지 않고는 이럴수가 없어. 그치만.....'

가슴 속에서 따뜻한 기분과 홀로라는 느낌을 지워주는 명우와는 몇칠동안의 기억은 잊혀질수

없었으며 더군다나 아들이 자신을 위해 희생한 것은 더욱 잊을수가 없는 것이였다. 지수는 얼만 전의

자신과는 너무도 판이하게 자신이 달라지고 있음을 어렴풋이 느낄수가 있었다. 아마도 명우와

친근하게 보내면서부터 자신에게 변화가 왔을 거라고 생각되었다. 그만큼 명우는 자신에게 잘했고

언제나 아껴주었다. 옛날부터 그랬을 것이였으나 확실히 느끼기는 요즘 들어서 였다.

지수는 다시 한번 아들의 얼굴을 보았다. 명우는 여전히 평온한 얼굴로 자고 있었다. 도대체 왜

이런 생각들이 계속 떠오를까. 지수는 의문이였다. 그만큼 아들이 자신에게 차지하는 비율이

굉장히 크다는 단순한 의미일까. 아니면 너무도 외로웠던 것일까.

'나도 한번 재혼을 생각해 볼까?'

그러나 지수는 고개를 살래살래 가로저었다. 명우를 생각해서도 그리고 어떤 남자를 만날지도 모를

불안한 미래는 싫었다. 지금도 충분히 고단한 삶이였다. 남편이 죽은지 14년동안 아무런 생각없이

그저 명우만을 위해서 살아왔던 자신의 고되었던 삶이 문득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동안 지수에게는

많은 남자들이 접근해오기도 했었다. 지수의 외모가 나이에 그리고 여자로써 상당히 매력적이며 

예뻤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수는 그러한 남자들을 보고싶지도 않았고 볼 시간도 없었다. 먹고

살리가 그저 바쁠뿐인 생활이었기에 지수는 언제나 주위에 신경쓸 틈이 거의 없었다. 남는 시간에는

명우를 간신히 돌볼수 있을 뿐이었다. 그러고 보면 자신의 아들은 어렸을 때부터 다른 애들과는

달리 그다지 엄마에게 어리광이라든지 불만같은 것을 표현하지 않은 것 같았다. 아마도 남편이

죽은 이후 부터 일 것이다. 그만큼 명우에게는 충격적이며 힘든 사건이었다.

'그래, 외로워서 이겠지. 그만큼 오랜 시간이 지났으니까. 그래서 명우가 잘해주니까 그런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가 아니야.'

지수는 홀로 생각하고 납득하며 자신의 행위와 생각을 자위했지만 여전히 개운하지는 않았다. 마치

자신이 명우에게나 죽은 남편에게 죄를 지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러나 곧 지수는 고개를 격렬하게

저으며 모든 잡념을 떨쳐버렸다.

"으음.....어,엄마?"

때마침 명우가 잠에서 깨어나며 옆에 가만히 앉아있는 지수를 멍한 눈으로 바라보며 물었고, 지수는

상냥하게 미소지으며 답했다.

"그래, 명우야. 어디 불편해?"

지수의 부드러운 미소를 보며 명우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입을 열었다.

"아니요. 그저 엄마를 한번 불러 봤어요."

명우의 음성을 들으며 지수는 목메이는 자신을 느꼈다. 언제나 자신을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아들의

존재가 너무도 크게 다가온 것이였다. 지수는 명우을 애틋하고 따스한 시선으로 보며 두손을 명우의

얼굴에 가져다 대었고, 명우는 약간 흠칫 놀래다가 곧 진정하며 엄마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엄마의

손을 알맞게 따뜻했고, 거칠기는 했지만 명우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부드러웠고, 매끄러웠다.

"명우야....정말 고맙구나. 너가 이렇게 내곁에 있다는 것, 그리고 저번에 나를 위험에서 구해준것.

진정으로 고맙구나."

지수의 음성은 촉촉하게 젖어있었다.

"아니에요. 엄마가 저를 위해서 애쓰신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데요. 그리고 당연히 아들이 제가

해야될 일이였어요."

명우는 당연하다는 듯이 지수에게 아무거도 아니란듯이 얘기했고, 지수는 그런 명우가 더욱 사랑스럽고

듬듬하게 보였다.

'명우에게 올 여자는 좋겠어. 듬듬하지 사랑스럽지 능력있지.....부럽구??'

지수는 명우의 얼굴을 쓰다듬던 손이 굳어갔다. 자신의 생각이 또 다시한번 자신을 놀래게 만든 것이였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수 있는지 자신이 오히려 궁금하고 의아스러웠다. 한번도 이런 자신을 본적이

없었던 지수였다.

'내가 미쳤나봐. 아까 생각하지 말자고 해놓고는 또 다시 헛 생각을 하다니. 아무래도 이상해....'

지수는 아들이 보는 앞에서 고개를 잘래잘래 흔들며 명우의 얼굴에서 손을 치웠고, 명우는 그저 기분좋은

손길을 느끼다가 엄마가 하는 모습을 의아한 시선으로 보며 걱정했다. 갑자기 표정이 굳으며 약간 창백해

지는 엄마의 얼굴이 정상같아 보이지 않았던 것이였다.

"엄마....괜찮으세요?" 

명우는 작게 그러면서 근심어린 음성으로 물었고, 지수는 명우의 말에 정신을 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괜찮아. 아무런 이상없으니까. 걱정마렴."

그러나 명우의 시선은 끝내 걱정이 사라지고 있지 않았다.

"엄마 피곤하시면 집에 들어가세요. 저는 괜찮으니까요."

명우는 자신의 엄마가 피곤해서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몇칠 전부터 계속 자신을 돌보는

엄마가 힘들어 보였다. 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엄마를 모시고 집에 가고 싶은 명우였으나 병원측에서

몇칠만 입원해 있다가 상태가 양호해지면 나가라는 말에 어쩔수 없이 입원해 있는 명우였다. 그렇기에

은근히 돈에 대해서도 걱정되었다. 입원비하고 치료비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쉽게 예상할수 있는

명우였다. 그러나 지수는 아들의 생각과는 달리 명우의 건강 우선이었기에 돈 걱정은 별로 하지

않았다. 일단 자신이 모아둔 돈도 있고 명우가 준 돈도 있었다.

"아니야. 진짜로 엄마는 괜찮아. 그냥 다른 생각이 나서 그랬어."

지수는 약간 당혹스러운 얼굴로 명우에게 대답했다. 말을 하면서도 왠지 캥기는 기분이었고 아들의

얼굴을 똑바로 볼수가 없었다. 비록 아들이 엄마의 생각을 알수없다고 말이다. 그렇다고 아들의

말대로 지수는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지금은 아파트 단지 근처에 수시로 경비원들이 돌아다니며

사람들의 안전을 마련하고 있었지만 명우 곁을 떠나기가 쉽지 않았다.

"엄마, 저 내일 퇴원할께요."

명우는 지수의 생각을 방해하듯이 뜻밖의 말을 꺼냈고, 지수는 순간 고개를

번쩍들며 말도 안된다는듯이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무슨 생각이야. 안돼! 의사 선생님이 어느정도 안정이 필요하다고 했어. 그러니까

얌전히 있을 생각해."

지수의 걱정스러우면서도 책망하는 어투에 명우는 고개를 숙이며 망설이듯이

지수의 말에 토를 달았다.

"하지만....돈이 많이 나오잖아요."

지수는 명우의 말에 가슴이 순간 저려오는듯했다. 돈. 그것을 나이에 맞지않게 챙기는

자신의 아들이 안타까웠고, 그런 환경 속에서 살게된 그가 불쌍했다. 지수는 아려오는

가슴을 간신히 달래며 침울하게 그러면서도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미안하구나. 다 못난 엄마 두어서 그렇구나."

명우는 엄마의 말을 듣는 순간 자신이 말을 잘못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당황한 얼굴로

옆에 고개를 숙이고 침울하게 있는 지수를 보며 어떻게 해야될지 몰라하다가 간신히

따금하게 저려오는 옆구리를 짚으며 상체를 일으켰고, 지수는 자신의 몸이 따뜻한 무언가에

포근하게 감싸지는 것을 느꼈다. 지수는 고개를 들었고, 거기에는 자신의 아들이 약간

찌푸린 얼굴로 자신을 안고있는 모습을 볼수 있었다. 왜 그 순간 자신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지 지수는 알수가 없었다. 그저....막연하게 서글픔과 애틋함이 교차될 뿐이었다.

"...엄마, 죄송해요. 제가 말을 잘못했어요. 저는 그저 엄마가 힘들어 하시는게 싫어서

그런 말을 한것이였는데.....죄송해요"

명우의 말은 찌푸린 인상과 맞지않게 굉장히 따스했고, 부드러웠다. 그러면서 지수의 등을

살살 쓰다듬어주며 토닥여주는게, 지수에게는 그 모습이 마치 자신의 보호자 같았고, 자신은

다시 어려져 보호자에게 달래지는 어린애 같았다.

지수는 명우의 행동을 가만히 받아들이며 있다가 자신도 살며시 명우를 끌어안으며 그의

품으로 더욱 깊숙히 안겼고, 지수는 명우가 참으로 많이 컸다는 것을 다시한번 진하게

느낄수가 있었다. 자신의 아들. 하나뿐인 그 누구보다도 소중한 아들. 절대로 자신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아들.

명우와 지수는 그렇게 자신들의 체온을 느끼며 서로를 달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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