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화 (11/16)

모자간의 금기 11부

지수는 곧 있으면 올 명우를 생각하며 대충 서점 안을 치우기 시작했다. 명우와 함께

집으로 들어간 시간도 대충 한달가까이 되가고 있었다. 그동안 명우와 많이 친해진게

흡족했다. 가끔 명우와 함께 손잡고 오는 것도 익숙해졌고 즐거웠다. 마치 명우가

어렸을 때 처럼 어리광 부리는 것도 같았고 자신은 아들에게 의지하는 것 같았다.

명우가 오지 않았을 때에는 집을 가는 길이 약간씩 두려움을 주었던게 이제는 그렇지가

않았으니까. 지수는 역시 자신이 이제는 아들을 의지하는 경향이 생긴다고 생각했다.

괜히 숙스러웠다. 아들에게 의지하는 마음이 생긴다는게 기쁘기는 했지만 반대로

자신이 늙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이제 나도 나이가 드나보다.'

그 순간 지수는 아들의 흥분된 밝은 목소리를 들을수 있었다.

"엄마!"

평소와는 다른 명우의 음성이였지만 지수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기에 몰랐다.

"그래 어서 오너라. 조금 있다가 가자구나."

지수는 명우에게 잠깐 고개 돌려 말하고는 다시 자신의 하던 일을 계속 해갔다.

명우는 그런 엄마의 모습이 조금은 실망스러웠지만 평소의 모습이기에 이해했다.

명우는 서점안을 정리하는 지수뒤로 살살 걸어갔다. 그러고는 지수를 불렀다.

지수가 미처 보지는 못했지만 명우는 서점 안을 들어오면서 부터 양손이 뒤로 가있었다.

지수는 명우의 부름에 하던 일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고 이제서야 지수는 명우가

약간 흥분된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것과 명우의 손이 뒤로 가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지수는 의아한 표정으로 명우를 바라보았다. 뭔가 있나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애가 오늘따라 왜 이런데?'

명우는 지수의 생각에 아랑곳 없이 말했다.

"엄마 눈 좀 잠깐 감아봐요."

지수는 대충 짐작할수 있었다. 한때 사랑했던 명우의 아버지 또한 무언가를 선물

할때에는 이러지 않았던가. 그러고 보니 명우가 하는게 남편과 닮았다는 생각이 스친다.

'후후....그이 처럼 뭔가를 줄게 있나보지?'

속으로 지수는 웃으며 명우의 말대로 눈을 감았다. 지수는 무엇을 줄려고 이러나 하고 호기심과 의아함이 생겼다.

'오늘 무슨 날도 아닌 것 같은데.....'

"이제 눈 떠보세요."

지수가 눈 감은지 짧은 시간이 흐른 후, 명우는 지수에게 말했고 지수는 두눈을 천천히

떴다. 그리고 놀랬다. 자신의 눈앞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붉은장미가 척 보기에도 셀수 없을 정도로 포장되어 자신을 향해 있었고 그옆에는 작은 케이스가 있지 않은가.

"어멋! 이게 뭐니?"

지수는 자신도 모르게 약간 높은 음성으로 놀라운을 표현했고, 그 음성은 명우에게는 색다른 것이였다. 마치 젊은 여성들이 하는 듯한 음성. 뭔가 묘한 감흥이 왔다.

"엄마 선물이에요."

명우는 오는 길에 그냥 옷만 주기에 뭐했기에 있는 돈을 털어서 근처 꽃가게에서 붉은장미

30송이를 산 것이였다. 그렇다고 30송이에는 무슨 의미가 있는게 아니였다. 그냥 돈이 되는대로 명우는 산 것이였으니까.

지수는 감격스러웠고 자신의 콧가를 스치는 장미의 진한 향에 도취되며 행복감을 느꼈다.

자신의 아들이 남편 이후로 처음으로 꽃과 선물을 사준것이 아닌가. 그것도 자신이

좋아하는 장미로. 이것을 보니까. 죽은 남편이 살아 생전에 자신에게 선물을 줄려고 하면 꼭 꽃과 같이 주던게 생각났다.

'진짜 지 아버지하고 똑같이 행동하네.'

과거의 행복했던 추억이 떠오르며 지수는 장미에 코를 가져갔다. 얼마만인가.

남편이 죽은 뒤로는 한번도 꽃을 선물 받아본적이 없지 않았던가. 여자에게는 꽃 선물이

최상이라고 그 누가 말했던가. 지수 역시 꽃이라면 특히 장미라면 좋아했었다. 그게

남편이 죽기 전까지 였지만. 지수는 장미를 황홀한 시선으로 보며 명우에게 추억으로 인해

촉촉해진 흔들리는 눈동자를 고정했다. 이러고 보니까 명우의 생김새도 지 아버지를

닮은 것 같았고 지금의 체격도 비슷해 보였다. 점점 지수의 시선에는 명우가 남편과

같이 보여져 갔다. 점점 교차되는 남편과 명우의 모습은 그녀에게 약간의 혼란스러움을

주었고 지수는 곧 자신이 남편을 그리워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음과 동시에 명우가

남편같이 보였다. 미소짓고 있는 아들의 부드러운 모습과 남자다운 굵은 선. 지수는

자신도 모르게 명우의 품안에 안겨왔다. 이 순간만은 자신이 다시 젊었을 때의 여자로 돌아오는 기분이었다. 그리운 남편의 품안으로.

명우는 엄마가 장미만 받고 있는 모습을 보며 선물을 들고 있다가 얼떨결에 자신의

품안으로 와락 안겨오는 보드러운 몸의 향긋한 내음이 나는 엄마를 느끼며 반사적으로

선물들고 있는 손을 움직여 엄마를 깊숙히 끌어안았다. 지수는 아들의 반응에 더욱

깊숙히 안기기 위해 두손을 아들의 목뒤로 교차하며 안았다. 너무도 뿌듯하고 애틋한

감정이 지수의 마음으로 들어왔다. 서서히 부서져가는 파장 처럼 지수는 넓어지는

따스함을 느낄수가 있었다. 그 품이 옛날에 느꼈던 남편의 품이 아니였지만 지수는

지금은 상관없었다. 자시닝 안겨있는 사람은 분신이자 자신의 아들이였다. 몽롱해지는

시선을 명우의 얼굴에 맞추며 지수는 마냥 그립게 쳐다보았다. 명우는 목에서 느껴지는

장미가시의 따가움도 잊고는 당혹스럽게 행동하는 엄마의 모습에 어찌해야 될지 몰랐다.

그저 명우는 엄마가 외로워 하시는 기분에 따뜻하게 안아줄 뿐이었다.

명우는 엄마를 안고 한동안 있다가 어깨가 상당히 축축해졌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거기에는 엄마의 고개가 놓여있는 곳이였다. 명우는 엄마가 울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곧 안았던 손을 풀고는 엄마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거리를 약간 두게 만들며

지수의 얼굴을 뚜렷하게 보았다. 지수의 얼굴에서는 마냥 눈물이 주체없이 흘러내렸다.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보고 있자니 명우는 가슴 아파왔다. 좋아하는 반응이

생각외로 컸던 엄마의 기쁜표정은 사라지고 음울한 그림자가 있는게 저려왔다. 명우는

절로 손을 뻗어 엄마의 눈가를 지그지 엄지 손가락으로 누르며 닦아주었고, 지수는

곧 눈가를 손으로 훔치며 아들을 그윽하며 사랑스러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고마워....생각지 못한 선물을 받아서 기쁘구나."

지수는 명우의 뜻밖의 행동에 대해서 자신이 행복했던 과거를 떠올릴수 있다는 것이

기분을 들뜨게 만들었고 명우가 마치 그이 처럼 계속 보였다. 그리고는 곧 자신이

아들에게 했던 행동이 떠오르며 부끄러움에 창피스러웠다. 얼굴이 화끈 거렸다.

"엄마 선물은 또 있어요. 그것 마저 보셔야죠."

명우는 그런 소녀같은 엄마의 모습이 사랑스러워보였기에 오늘 자신이 한 행동이

너무도 뿌듯하게 느껴졌고 선물의 주역이였던 지금은 바뀌었지만 옷이 담긴 상자를

지수에게 보여주었다.

지수는 또 다른 선물이 있다는 말에 아까 장미 꽃옆에 있었던 상자를 떠올리며

명우의 손에 들린 상자를 보았고 그것을 받아 열어보았다. 거기에는 투피스로 된

여성용 옷이 들어있었다. 척 보기에도 상당히 비싸보이는 옷은 세로주름이 길게

잡혀있는 검은색의 긴 롱치마와 하늘색으로 되어있는 목까지 오는 폴로 스웨터가

예쁜 뜨개질로 되어있었다. 그녀의 취향에 맞는 옷이였다. 그렇지만 자신이 입기에는

좀 어려보이는 스타일 같았고 척 보기에 비싸보이느게 마음에 걸렸다. 무슨 돈이

있어서 어린 아들이 이런 비싼 옷을 산건지.....어쨌든 마음은 행복했다.

"이거 얼마 줬니? 비싼 거지?"

지수의 이런 말에 명우의 실망감이 들기도 했지만 평소의 엄마가 어떻다는 것을

알기에 조용히 미소지으며 말했다.

"안 비싸요. 엄마 생각해서 제가 그냥 사온거에요. 어떠세요? 좋아 보이죠.

엄마가 좀 젊어보이면 좋을 것 같아서 사왔어요. 어서 입어보세요."

명우는 좀 쑥스러웠다. 엄마에게 옷을 선물하는게 처음이라서 그런 것 같았다.

지수는 명우의 마음을 알기에 그저 미소지으며 더 이상 묻지 않기로 하고는

명우의 생각이 고맙기만 했다. 누가 자신에게 이렇게 해주겠는가. 더군다나

자신은 이렇게 챙겨주지 않았던 것 같았는데. 지수는 오늘따라 하늘을 날듯이

행복감에 시간가는줄 몰랐다.

"고맙구나. 엄마를 이렇게 생각해주고. 진짜 고마워. 그리고 옷은 이따가 집에

가서 입을께. 여기서 입을수는 없잖니."

상냥하게 미소지으며 입을 연 엄마를 보며 자기가 실수했다는 것을 안 명우는

어색하게 웃으며 끄덕였다.

"예, 그러세요. 그리고 고맙기는요. 엄마가 저에게 해준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죠. 엄마가 언제나 저를 위해서 고생하셨잖아요. 그러니 마음 쓰지 마세요."

명우의 대견스럽고 어른스러운 말에 지수는 다시 한번 감격하며 명우에게 다가와

꼬옥 안아주었다. 방금 전에 안았던 여운이 있었기에 평소에 하기 힘든 행동도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였다. 그저 자신의 고마움과 사랑을 전해주고 싶었다.

"고맙구나. 엄마를 이해해주어서. 그리고 사랑한다. 명우야."

명우는 엄마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대목에서 알수없는 전율를 느끼며 왠지 모를 희열도

느꼈고 명우는 그 여운으로 지수를 꼬옥 끌어안았다. 엄마의 연한 가슴이 자신의

가슴으로 지그시 눌러지는게 느껴졌다. 묘한 기분이 다시 한번 명우의 전신을 휩쓸었다.

두번째로 들은 사랑한다,라는 말과 두번째로 같이 찾아온 열기였다. 한번도 느낀적이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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