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화 (10/16)

모자간의 금기 10부

오늘 명우는 기분이 굉장히 아침부터 좋았다. 한달동안 열심히 신문 날랐기에 그 노동의

대가를 받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열심히 뭔가를 해서 그것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것은 어렸을 때부터 일해온 명우에게는 산뜻하며 언제나 기분을 좋게 만드는 날이였다.

'후후...오늘은 엄마에게 뭔가 선물 이라도 해야겠어.'

명우는 오늘 받을 돈으로 엄마에게 뭔가 선물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요즘들어 엄마와

마음 속에 담았던 얘기를 자주하며 친해졌기에 그런 것 같았다. 전만해도 그냥 엄마에게

월급 받으면 갔다 드렸지만 오늘만은 선물하고 싶었다.

'뭐가 좋을까? 엄마는 뭘 좋아했지?'

그러나 머리 속에서는 그다지 떠오르는게 없었다. 특별히 엄마가 뭔가를 요구하거나

사거나 하는 모습을 본적이 명우는 한번도 없었던 것이였다. 화장품을 선물 하자니

엄마가 화장하는 모습을 본적이 거의 없었고 악세사리같은 것을 하자니 엄마가

악세사리 하는 것도 본적이 없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준 결혼반지외에는 지수는

언제나 악세사리 같은 것은 몸에 차고 다니지 않았다.

명우는 신문을 돌리며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그러다가 문득 명우는 길가를 지나가다

하나의 옷가게를 보게 되었다. 거기에는 마네킹들이 하나같이 딱딱한 자세를 잡고는

여러 여성용 옷들을 입고 서있는게 눈에 들어왔다. 명우가 보기에는 다들 비싸보이는

옷 처럼 보였고 사실 그 옷가게는 여성용 의류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브랜드 있는

가게였었다. 명우는 마네킹에 걸린 옷들을 보며 순간 머리에서 들려오는 음성을

들었고 명우의 시선은 하나의 마네킹에 고정되었다.

'엄마가 입으면 잘  어울리겠다........그 래! 저것을 사다 드리는 거야.'

명우는 자신의 엄마에게 선물할 것을 결정하며 마저 돌리지 못한 신문을 돌리러

신형을 돌렸다.

지수는 서점에서 고민하고 있었다. 얼마전에 갔다온 시댁이 계속 머리 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던 것이였다. 자신에게 그다지 정을 주지 않았던 시아버지라도

일단 그이의 아버지였기에 시아버지가 거동하지 못할정도로 아프다는 것은 영

개운치가 않았다. 더군다나 어떻게 도울수 없는 형편 또한 마음에 걸렸다.

가서 수발이라도 들어드리며 있고 싶지만 자신의 생활 형편을 생각하면 그럴수도 없었다.

이리저리 치이는게 많은 지수였다. 그러다가 지수는 가는 길과 오는 길에

명우가 자신에게 여러가지로 신경써주며 세심하게 자신을 아껴주고 행동했던

것이 떠올랐다. 지수의 입가에는 절로 흐뭇하고 행복한 미소가 자리잡았다.

생각하면 할수록 너무도 명우의 마음 씀씀이가 가슴 깊이 와 닿았다. 자신이

바빠서 그다지 신경써주지 못한 아들, 어리광 한번 그이가 죽고 난뒤로는 받아

준적이 없는 아들이 그렇게 대견스럽게 성장한게 좋았고 가끔가다 마음이 심란하거나

어려울 때 의지되는게 안도되었다. 남편이 없는 서러움을 아들 때문에 달랠수 있었다.

가끔 집안 일을 하다보면 여자가 하기 힘든 일들이 생기는데 그때마다 어렸을 때는

못했던게 걸렸는지 자신을 대신하여 하는 모습등을 생각하면 남자가 꼭 집에 필요하다는

것도 느낄수가 있었다.

지수는 조용히 앉아 손님없는 한때의 시간을 곰곰히 여러생각들을 하며 보내다가

지나치던 시선에 잡히는 책을 한권 집어 들었다. 책의 제목은 '십대의 아이를 둔

어머니들의 고민 이었다.' 지수는 책 제목을 보면서 호기심이 일었다. 과연, 자신이

제대로 명우를 키우고 있는지 알고 싶었던 것이였다. 자신이 열심히 엄하게 키운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이 십대였을 때를 비교해보면 그것은 모르는 것이였다. 그러나

명우의 만족스러운 행동과 태도를 보면 걱정스럽거나 고민되는게 보이지는 않았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지수는 책을 집어 들고는 찬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책의 내용은 대충 자신 처럼

혼자 자식을 키우는 어머니들의 내용은 아니였지만 그래도 어떤 고민들인지는

알수있었다. 하지만 지수는 그런 얘기들에 동의하지 않았고 이해할수도 없었다.

자신의 생각 처럼 명우는 책에 나오는 애들 처럼 자신에게 고민 거리를 주지 않았다.

요즘 십대들이 성에 관해서 그리고 친구, 교제등 여러문제로 어머니들이 고생한다고

써있지만 지수는 명우가 하는 모습을 생각하며 고개를 저었다. 명우가 생활이 어렵다

보니 책에 나온 문제들 같은 일들을 제대로 할수도 없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지수는

요즘 애들같지 않는 명우를 떠올리며 고민되었다. 자기 자식이 이상한게 아닐까.

'진짜 그러고 보면 명우는 요즘 애들 같이 나가서 활동적으로 친구들이나 여자애들을

만나며 논다거나 어디를 간다거나 하는 것이 전혀없네. 더군다나 성에 대해서 고민도

한다고 하는데.....얘기 들어줄 아버지도  없으니.....걱정되네.' 

한번도 지수는 명우의 친구를 만나 본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학교 끝나고 밖으로

친구 만나러 가는 것도 본적이 없었다. 거기에 학교 얘기든지 친구 얘기든지 엄마라서

하지 못했는지 모르지만 여자 얘기도 들어본적이 없었다. 지수는 점점 생각을 거듭할수록

명우가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졌다. 아무리 아들이 요즘 애들 같지 않다고 해도 그 나이

또래에는 해야되고 얘기해야 될 정해진 것이 있기 나름이였다. 자신 또한 명우 나이에는

그랬지 않았는가. 괜히 남자들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고 사귀고도 싶었고 친구들하고도

얘기를 많이하고 등등 많은 십대들이 해야될 일들을 겪지 않았는가.

'이거....그이가 없어서 그런가? 아니면 생활 환경이 애들을 다르게 만드나. 그치만

책을 보면 가난하기에 오히려 더 삐뚤어지고 더 밖으로 나가서 활동한다고 나오던데.

아무래도 걱정이야. 어디 오늘 한번 물어나 봐야겠다.'

지수는 결국 명우가 오는 시간이 빨리 오기를 기다렸다. 불안했고 초조했다.

자신이 정성껏 기른다고 길렀는데 잘못된게 아닌가라는 생각은 갈수록 심해졌다.

'그치만....명우가 나에게 말하는 것을 보면 진짜 효자가 따로 없는데. 내가 괜히

호들갑 떠는게 아닐까? 생각해보면 명우는 천성적으로 그럴지도 모르잖아. 그렇다고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것도 아닌데.'

지수는 전에 명우를 안았을 때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 지수는 얼핏 스치는 뭉특하고

단단한 느낌에 놀랬고 그게 남자들의 발기라는 것을 알수 있지 않았던가. 명우가

어느새 다 커서 이제는 일반 성인들 처럼 발기도 하지 않았던가. 비록 자신이 하도

오랜만에 느낀 것이라서 그당시에는 깨닫지 못했지만 말이다. 그 의미가 성적으로 신체적

으로도 건강하다는 의미가 아닌가. 그러다가 지수는 얼굴을 화악 붉혔다. 아무도 없는

서점 안을 지수는 혹시 자신의 생각이 들킨게 아닐까 하며 둘러보기도 했다. 방금

전에 떠오른 명우의 성기가 생각난게 부끄러웠다. 아들이라고 하지만 명우가 언제부턴지

스스로 자신에게 어느정도의 거리를 두면서 부터 지수는 명우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

못하게 되다가 갑자기 아들의 발기된 성기를 느꼈기에 당혹스러웠고 떠올린 자신이 웃겼다.

'아무래도 오랜만에 느껴서 그럴거야. 남편이 죽은지도 14년이니까.'

남편의 아침마다 발기되던 성기가 생각났다. 그 현상이 이제는 아들에게도 일어나는 것이다.

이제 명우도 진짜로 컸다고 지수는 생각했다. 장가가도 될 정도로. 지수는 붉혀진 얼굴에

두손을 가져다 달구어진 뺨에 대며 씁쓸하게 웃었다. 얼마 있지 않으면 아들은 자기 여자 찾아 갈 것이다.

'그때 무척 섭섭하겠지. 여태까지 명우만 보고 살아왔는데.'

지수는 이미 그때가 온 것 같아 마음이 불안해지고 쓸쓸해졌다. 죽은 남편이 14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그리워졌다.

'미운 사람, 왜 나를 두고 먼저  갔는지......그럴바에는  나하고 결혼하지 말지.'

지수는 그리운듯 눈동자에 작은 물기를 만들며 아련한 추억 속으로 잠겨들었다.

지수와 명우 아버지와의 행복했던 과거를. 그 과거도 이미 잊어가고 있었지만. 오늘따라 떠오른다.

명우는 결국 아침의 결심대로 엄마의 옷을 살 생각으로 학교와 아르바이트가 끝난 시간에 아침에 봐놨던 옷가게로 들어갔다.

"어서오세요."

대학생 정도로 보이는 나이의 젊은 아가씨가 명우에게 오며 영업용 미소를 띄고는 맞이했고

명우는 이런 것이 처음이였기에 더군다나 여성용 의류점이였기에 얼굴을 쑥스럽게 붉히며 당황스럽게 움직였다.

"저....저기에 있는 옷이 얼마에요?"

명우의 어리숙해보이는 행동에 점원은 미소지으며 물었다.

"선물 하실건가요? 애인이라면 좀더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유행에 맞는 옷들이 여기에

있는데. 저것은 좀 어른스러워 보이거든요. 뭐 선물할 사람이 누나쪽이라면 오히려 나을지도

모르지만 요즘은 유행에 맞추어 다들 젊게 입고 다니니까 오히려 이쪽이 좋을 거에요."

반은 친절하게 반은 재미로 이것저것 보여주며 요즘 여자들이 좋아하는 패션에 대해서

설명하던 점원은 명우가 그다지 자신이 권하는 것에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는

다시 명우가 가르켰던 옷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냥 저거 얼마인지 말해주세요. 얼마죠?"

명우는 점원의 말을 들으면서도 관심이 없었기에 신경쓰지 않고 다시 물었다.

점원은 그런 명우의 남자답게 잘생긴 얼굴을 보며 입을 열었다.

"좀 비쌀텐데....애인 줄 거라면 이쪽이 나을 거에요. 요즘 대학생들이 좋아하는 패션

은 심플하면서도 좀 튀는 것이니까요. 어쨌든 잠깐 기다리세요. 가격 좀 보고요."

점원은 아쉬운듯이 한번더 요즘 유행하는 옷에 대해 말하며 명우가 가르켰던 옷에 붙은 가격표를 보러 갔다.

'얼마나 할까?'

명우는 약간 걱정되었다. 신문 대금으로 충분히 가격을 치눌수 있다고 생각하고 온 것에다가

신문 대금을 다 쓰면 오히려 엄마에게 드리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명우는

항상 일해서 번 돈은 엄마에게 다 갔다 드렸던 것이였다. 그 돈이 그다지 큰 돈은 아니였지만

보통의 어른이 일해서 번돈에 비하여 그다지 차이나지 않았기에 지수에게는 상당한 도움과

앞으로 어떤 일에 쓰게 될지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저축과 적금 붙는데 쓰였던 돈이였다.

명우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 그렇게 빠득하게 사는것보다는 가끔가다 이렇게

엄마 기분에 맞추어 해주게 좋다고 생각했기에 명우는 과감한 투자를 하는 거였다. 정 안되면

명우 자신이 틈틈이 모았던 용돈으로 옷을 사면되었다. 명우는 약간은 불안한 시선으로 옷과 점원을 보았다.

"23만원 이네요. 이옷으로 할까요?"

점원은 명우의 얼굴을 보며 물었다. 명우는 점원에 말에 상당히 놀랬다. 자신이 볼때에는

그다지 비싸보이지 않았던 옷의 값이 상상을 초월한 것이였다. 그치만 명우는 그옷을 받고 놀랠 엄마의 얼굴을 상상하며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살수 있었다.

'까짓 그냥 사지 뭐.'

"포장해 주세요."

"예, 근데....먼저 선물하실 분의 치수를 알아야 고를수 있을텐데요. 저, 아세요?"

명우는 점원의 말에 당혹할수 밖에 없었다. 처음으로 여자의 옷을 사는데다가

이런 옷가게도 처음으로 온 것이기에 그런것을 몰랐다. 그냥 사고 대충 맞으면

입으면 되는 줄 알았던 것이였다.

'그러니까....엄마 치수가.....어떻게 되더라.....'

명우는 점원의 말똥말똥한 눈을 보며 지수의 치수를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떠올려 질것 같으면서도 떠오르지 않았다. 한번도 엄마의 치수를 물어 본적이

있는 것도 아닌데다가 본적도 없었다. 그러다가 얼마전에 안아보았던 자신의

느낌이 떠올랐다. 대충....이정도.....

"자세히는 모르고요. 대충 이정도의 키와 체격인데....."

명우는 모르기에 당연히 느낌으로만 말을 하는 관계로 자신의 어깨보다 약간 높은

위치에서 키를 가르켰고, 자신의 몸을 비교해가며 체격을 말했다.

점원은 그런 명우의 순진하며 재미있는 모습을 보며 살며시 미소지으며 지켜보다가

대충 알수 있기에 그리고 여자라면 눈썰미가 있기에 알아서 골라주고 포장해주었다.

명우는 점원에게 만원짜리 지폐들를 주면서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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