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화 (6/16)

모자간의 금기 6부

그들의 집을 가는데는 버스에서 내려서도 약간의 시간을 소비할수 밖에 없었다.

원래 지어진 곳이 달동네여서 아파트 단지라지만 좀 깊숙한 곳에 위치하고 있었던

것이였다. 그래서인지 아파트를 가는 골목은 약간 으슥했으며 가끔가다 불량배들을

만나 일어나는 범죄들이 신문에서도 나고 사람들 사이에서도 소근 거려졌었다.

지수와 명우는 가게문을 닫고는 버스를 타고 내려 집으로 가는 좀 으슥한 골목

사이를 걷고있었다.

"명우야, 내일 모레 할아버지댁에 간다는 것 아니?"

지수는 군데군데 자리잡고 깜빡이는 가로등 아래의 주황빛 나는 으슥한 골목 길을

걷가가 옆에서 지수의 발걸음에 맞춰 걷고있는 명우에게 입을 열었다.

명우는 자신의 어머니가 살짝 고개 돌리고 물어보는 말에 의아해 할수밖에 없었다.

일년에 꼭 세번 이상은 찾아가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집으로 가는 것은 알고있었지만

그것은 명절때와 아버지 제사때 외에는 아니였었다. 명우와 지수가 바쁘기도 했지만

할아버지댁도 그다지 살림이 넉넉한 곳은 아니였으니까.

"어? 무슨 일있어요?"

명우는 명절도 아버지의 제사도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내며 지수의 자신보다 작은 키에

눈을 낮추며 맞추고는 물었다. 미형의 어머니 얼굴이 주황빛에 반사되며 약간의 음영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뭐지? 명우는 약간 불안해졌다. 어머니가 갑자기 할아버지댁 얘기를

꺼낸 것을 보면 보통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응, 그래 할아버지가 편찮으시다고 하더구나. 오늘 아침에 서점에 전화가 왔었어."

지수의 말에 명우는 고개를 끄덕일수 있었다. 다행히 무슨 큰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에

그는 만족했으며 동시에 할아버지가 아프시다는 것에 안타까웠다. 평소에 자신이

가면 항상 기쁘게 맞아주시며 반가워하시던 할아버지의 인자한 늙으신 얼굴이 기억나며

건강이 그다지 좋지 않았던 것도 기억났다. 아마도 겨울 철이기에 더 않좋으신 것 같다.

"어디가 편찮으시데요?"

지수는 아침에 서점으로 온 전화에 약간 당황했었다. 자주 연락을 통해 안부를 물으며

지내왔던 시댁이 아니였었다. 원래 가까웠던 시댁이였지만 아무래도 명우의 아버지가

죽은 뒤로는 바쁘게 생활했기에 그다지 여유가 없었고 괜히 명우 아버지가 생각나기에

자주 연락하기 힘들었었던 곳이였기에 더욱 이상하게 생각했고 전화로 전해진 소식에

약간 불안했었다. 평소에 건강이 그다지 좋지 않으시던 시아버지 생각이 떠오른 것이

였고 병을 죽은 명우 아버지도 또한 자연스럽게 떠올랐었다. 아침부터 그녀는 다시

한번 삶에 회의도 원망도 느꼈으며 기분이 저조해졌었다. 그래도 일단 가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지수는 명우에게 이번 일요일날 가자고 얘기를 꺼낸 것이였다.

"아마도 그냥 편찮으신가봐. 왜 있잖니. 나이드신 노인들은 괜히 아프시다는 것을.

할아버지 연세가 많으시자나."

나이가 들어 점점 쇄약해져가는 몸 때문에 드는 병없는 병을 생각한 명우는 자신이

어디서 들었다는 것을 떠올릴수 있었다.

'하긴 연세가 많으시지....'

명우의 할아버지는 연세가 명우 또래의 손자를 두고있는 사람에 비해서 상당히 많은

편에 속했다. 늦장가를 간 것도 있지만 명우 아버지를 늦게 본덕도 있었다. 같은

나이의 사람들이 다들 고등학생 정도의 자식을 두고 있을 때 명우 할아버지는 갓

태어난 명우 아버지를 보고 싱글생글 웃으며 즐거워 하고 있었던 것이였다. 그러다 보니

다른 할아버지들은 벌써 장가간 손주들을 보며 빨리 증손주를 보고 싶어했지만

명우 할아버지는 이제서야 고등학생이 된 손주를 보고 있었던 것이였다. 볼때마다

눍으시면서 기운없어하시던 모습이 눈에 걸렸다.

"그럼 당연히 가야지요. 그래 몇시에 가실 생각이세요?"

일요일에는 서점이 평소보다 잘된다는 것을 아는 명우는 지수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할아버지 병문안을 위해 하루를 잘 하면 소비하게 되고 그만큼 버는

돈은 적어지는 것이였다. 그치만 지수는 그런 것에 그다지 연연하지는 않았다.

돈을 벌고 싶다고 해서 벌어지는 그렇게 쉬운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몇시가 좋겠니? 내 생각에는 아침에 갔으면 하는데."

지수는 명우의 의견을 물었다. 얼마전부터 느껴온 명우의 어른스러운 행동과 태도

때문에 지수는 이제 명우를 하나의 인격있는 성인으로 인식되어졌다. 그래서인지

지수는 명우의 의견을 존중하고 그가 원하는 시간을 선택할수 있게 했지만 명우는

자신의 어머니가 원하는 시간대로 정하기를 바랬다. 자신이야 언제든지 상관없었다.

어머니만 편안하다면. 명우는 자신에게 신경써주시는 어머니를 보며 따스한 시선을

보내며 입을 열었다.

"좋을대로 하세요. 저는 어머니가 편안하게 느끼는 시간이 좋다고 생각하지만요."

지수는 어둑어둑한 골목 길위를 듬직한 체격으로 길게 그림자를 만들며 걷고있는

명우의 그런 말을 듣고는 가볍게 미소지었다. 참으로 명우의 자신에 대한 마음씀씀

이가 대견스러웠으며 흡족했다. 지수는 그런 명우를 보며 살짝 손을 뻗어 평소에는

잘 하지않았던 그러나 근래에 들어 버스안에서 자주 자신의 손을 따뜻하고 믿음직

스럽게 잡아주던 명우의 투박하며 또래의 애들같지 않은 굳은살 박힌 손을 잡아주었다.

이러고 보니 얼마만인가? 어렸을 때 그것도 명우 아버지가 살아있을때 자주 잡아주던

귀여웠던 손, 명우 아버지가 돌아시고는 자신이 바빴기에 자주 잡아주지 못했던 손.

어느새 이렇게 커져서 꼭 그이같이 두꺼울까? 그녀는 명우의 손을 잡고는 살짝

꼼지락 거리며 쓰다듬어 보았다. 이제는 어린아이의 손이 아니였다.

"그럼 10시 정도에 가자구나. 그정도면 그다지 바쁘지 않겠지."

이번 일요일 날에는 서점문를 열 생각을 하지 않으며 지수는 입을 열었다.

명우는 어머니가 자신의 손을 잡아온 작은 손을 느끼며 약간 흠칫했다. 자신이 어렸을

때를 빼고는 잡아주비 않았던 손이였다. 근래에 자신이 버스 안에서 혹시나 해서 잡아

주고는 있지만 그것과 이것은 다른 것이였다. 작고 따스했다.

'이렇구나....어머니손이라는 것은......"

명우의 마음은 훈훈해져가는 것을 느낄수가 있었고 자신이 다시 어린아이가 되는 것도

같았다. 괜스레 기분이 좋았다. 명우는 지수의 얼굴을 밝게 웃으며 바라보고는 살짝

자신도 꼬옥 쥐고는 앞으로 뒤로 마치 어렸을 했던 놀이같이 흔들어 보았다. 같이

흔들리는 어머니의 손이 참으로 작아졌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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