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간의 금기 4부
지수는 조용히 걸었다. 평소에도 그다지 아들과 많이 얘기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정도가 더 심했다. 아마도 아까의 일로 인해 지수는 아들과 얘기하기 어색했던
것이였다. 남사스럽게 아들의 품에서 그런 생각을 했다는게 꺼림짓 했다. 그러나
흘끔 보는 명우의 얼굴은 믿음직스러웠다. 오늘따라 아들이 그렇게 남자답다고
느껴질수 없었다. 서점에서도 혼자 일을 처리하더니 버스 안에서도 엄마를 보호해준
것이 자못 자랑스러웠다. 혼자 명우를 이만큼 키웠다는 것이 만족스러웠고, 나중에
남편을 봐도 미안할 것 같지 않았다.
"엄마?"
명우는 조용히 묵묵히 걸어가는 지수를 보며 아까의 일로 놀란듯해 마음이 심히
안타까웠다. 그래서 그는 아까 다짐했던 말을 꺼내기로 했다.
"으,응? 왜?"
지수는 얼떨결에 아들의 음성을 듣고 잡념 속에서 깨어나며 아들의 어른스럽고
굳건해 보이는 남편을 닮아 잘생긴 얼굴을 보며 대답했다.
명우는 놀랬는지 가뜩이나 어렸을 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알수있는 엄마의 겁많아
보이는 커다란 눈이 더욱 커지는 것을 보고 자신을 탓했다. 명우는 인상을 약간
찌푸렸다. 일일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의 행동이.
"걱정마세요. 앞으로는 제가 항상 서점으로 가서 같이 오도록 할께요."
난데없이 부드럽게 튀어나온 명우의 말을 들으며 지수는 무슨소리인가 했다. 상상도
해보지 않았던 소리에 순간 이해가 되지 않았던 깃이였지만 곧 이해하며 그녀는
아들이 지금 어떤 마음으로 그런 소리를 했는지 알수 있었다. 방금 전에 있었던 일이
끝내 마음에 걸렸나 보다. 항상 엄마라면 걱정하며 지켜보는 명우였다.
"아니다. 그럴필요 없단다. 너도 피곤할텐데 구지 그럴필요 없어. 엄마 혼자와도
힘들지 않아 그러니까 일 끝나면 곧장 집에 가는데 좋을 같구나."
예상했던 엄마의 반응에 명우는 더욱 부드럽게 그러면서 강한 다짐을 보였다.
명우의 시선은 그러나 부드러웠고 지수의 마음을 헤아렸기에 사랑이 담겨있었다.
자신을 걱정하는 엄마. 언제나 그랬다. 우선시 되는 것은 자신이였다.
"아니에요. 제가 그렇게 하고 싶어요. 그렇지 않으면 아마 하루종일 마음이 아프고
걱정스러울 것 같아요. 그러니까 제 말대로 서점에서 제가 올때까지 기다리세요.
엄마도 저와 같이 가는게 좋지 않으세요?"
지수는 명우의 어른스러운 자신을 걱정해주는 말과 마음씀씀이에 감격해 울 뻔했다.
어느새 다커 자신을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명우가 좋았고 더욱 사랑스러웠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명우는 자신보다 작았고 자신의 품에 항상 있는 것 같았는데....
"........명우야 구지 그럴필요가 있을까?"
지수는 망설였다. 명우의 마음을 알기에 딱 잘라서 거절할수가 없었다. 엄마를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에 그런 말을 한 명우에게 상처주기 싫었다. 그러나 걱정되었다.
그럴 경우 괜히 시간을 소비하는 것 같았다. 그 시간에 다른 것을 하면 좋을 것
같을 것 같았다. 지수는 흔들리는 시선으로 명우를 보며 어느새 아까의 부끄러움을
잊고 있었다. 지수는 마음 속으로 명우가 자신의 말대로 해주지 않기를 바랬다.
모순이었지만 그러기를 바랬다. 의지가 되나보다.
"아니에요.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 괜찮아요. 그럼 내일부터 제가 마중 나갈께요."
명우의 말에 지수는 마음 한가득 기쁨으로 차는 것 같았다. 너무도 명우가 좋았다.
그러면서도 걱정스러웠다. 어쩔수 없나보다. 엄마라는 존재는.
"그치만....일은 어떻게 하고."
"약간 시간을 줄이면 되요. 대신 엄마가 약간 시간을 늘리시고요. 한 30분 정도면
될 거에요. 9시 반에 닫을 시간을 10시로 하면 되겠네요."
물론 지수는 그정도야 해줄수 있었다. 아들이 자신을 위해 하는 것을 모습을 보면
아무것도 아니였다.
"그래, 그럼 그렇게 하자구나."
명우는 엄마의 말에 다행스럽다고 생각하며 지수 모르게 짧은 한숨을 쉬었다.
만약 끝까지 고집스럽게 엄마가 거절하면 명우는 어쩔수가 없었다. 괜한 것으로
엄마의 속을 상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물은 거였는데
허락이 떨어진 것이였다. 내일부터 명우는 일하는 시간을 주이고 엄마 데리러
서점으로 가야했다. 즐거웠다. 엄마의 애처러운 모습이 서럽게 했지만 이제는
아닐 것이다. 자신이 있었다. 돌아가신 아버지 대신에.
두모자는 조용히 그말을 끝으로 더 이상의 말없이 집을 돌아왔다.
그들의 집은 달동네를 허물고 지은 규모가 좀 있는 아파트 단지에 있는 작은
평수의 아파트였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명우의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9년 많이
낡아 있었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으며 그 집은 지수와 남편이 간신히
마련한 추억있는 집이였다.
"엄마, 어서 들어가세요."
명우는 집문을 열고는 가만히 서있는 지수를 바라보며 들어가라고 손짓했고,
지수는 집안으로 들어가 불을켰다.
15평짜리 집은 방 두개에 작은 거실과 붙어있는 부엌 그리고 욕실 하나뿐이
었기에 조금은 답답함 감이 있을 만도했지만 오직 두식구만 살기에 그다지
그런 기분은 들지않았다. 대신 오래된 아파트여서인지 난방이 잘되지를
않았기에 겨울 밤에 들어온 두모자는 싸늘한 추위를 느낄수 밖에 없었다.
"엄마 곧있으면 따뜻해질 거에요."
명우는 들어오자마자 난방의 온도를 맞추며 지수를 향해 말했고, 지수는
저녁 준비를 위해 명우에게 간단히 대답하고는 얼른 부엌으로 들어갔다.
"배고프지 잠시만 기다려."
집에 들어온 명우는 피곤함을 느꼈다. 하루종일 일과 학교를 종횡하며 몸을
움직인 만큼 그는 빠르게 몸이 지쳐갔다. 그래서 그는 잠시 후에 가질 저녁을
생각하며 조용히 자신의 방에 들어와 눈을 감고 편안한 시간을 가졌다가 곧
명우 자신도 모르는새에 잠에 빠져들었다.
지수는 이제 거의 준비가 다 되어가는 저녁을 보며 집안이 많이 따뜻해진 것을
느꼈기에 자신의 방에 들어가 간단하게 검은색의 긴 치마와 갈색의 스웨터를
입고 밖으로 나와 명우를 부를 생각으로 아들의 방에 노크를 했다. 그치만
깊은 잠속에 빠져있는 명우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고 지수는 조용히 이상하게
생각하며 방문을 열고는 들어왔다.
조용히 옷도 가라입지 않고 얌전히 침대에 누워 잠을 자고 있는 명우를 보며
지수는 애틋한 마음과 연민이 생겼다. 보통애들 같으면 하루종일 친구들과
뛰어놀고 얘기하며 시간을 보내고는 피곤해 잠을 자겠지만 명우는 그런 애들과는
달리 일과 학교 생활로 피곤해 잠을 자고 있었다. 더군다나 오늘은 자신의
일을 도와주기 위해 애를 썼으니 더욱 피곤할만도 했다. 지수는 그런 자신의
아들을 보며 살며시 침대 끝에 앉으며 명우의 얼굴과 머리칼을 부드럽게
사랑스러운 눈으로 쓰다듬어 주었다.
'불쌍한 놈. 아직 어린 나이에 이런 고생을 하다니.'
지수는 가슴 속 깊이 저려오는 것을 느꼈다. 하나뿐인 아들이라고 한번도
행복하고 즐겁게 만들어 주지는 못하고 맨날 일을 하는 아들을 보고 있으니
자신이 너무도 한심스러웠다. 그리고는 먼저 세상을 뜬 남편이 원망스러웠다.
그러다가 문득 아까의 일이 다시 상기되었다. 어리게만 보아왔던 아들이
믿음직스럽고 대견했던 모습을 그리고 거기서 느낀 자신의 감정을.
지수는 더욱 아들을 쓰다듬는 손길에 애틋함과 애잔함을 담았다. 그리고는
살짝 흔들어 깨웠다. 어쨌든 밥을 먹고 자야 내일도 힘을 낼것 아닌가.
그리고 자신이 해줄수 있는 것은 명우 건강이라고 챙겨주는 것 외에는
없었다.
"명우야...명우야..."
지수는 상냥하게 정을 듬뿍 담아 아들을 불렀고 명우는 싶은 잠속에서 헤매다가
저 멀리서 들려오는듯한 부드러운 음성에 차츰 잠에서 깨어났다.
"으,음....엄마?"
"그래, 밥 먹어야지?"
"....예, 잠시만요."
명우는 그렇게 잠시 뒤치적 거리더니 자리에서 아직 달콤한 잠에서 덜깬 눈으로
지수를 잠깐 쳐다보고 일어났다.
"음....몇시에요?"
"지금 대략 9시 가까이 됐다."
"흐함~ 좀 피곤했었나 봐요."
"그래, 좀 괜찮니?"
"네, 물론이죠."
명우는 근심스러운 지수의 표정을 보고는 얼른 밝은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대답해주었다. 명우는 항상 엄마를 걱정시키고 싶지않았다. 돌아가신 아버지
때문에 마음을 많이한 엄마를 자신만이라도 달래야 했으니까.
"자, 저녁 먹으로 가자."
지수는 아들을 사랑스럽게 쳐다보다가 일어나 먼저 밖으로 나갔고, 곧 명우는
지수 뒤를 따라 부엌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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