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너무 좋았어요. 가현씨." 따뜻한 웃음을 지으며 가현에게 말했다. 가현의 눈은 스스륵 감겨가고 있었다. 집에 갈 힘도 없었고, 어떤 생각도 그녀를 괴롭히지 않았다. 가현은 곤한 잠에 빠져 들었다. 잠에서 깬 건 시간도 알 수 없는 새벽이었다. 모텔 안은 칠흑같이 깜깜했다. 잠에서 덜 깬채로 실눈을 떴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어떤 손이 자신의 음부를 만지고 있다는 것만은 알수 있었다. 잠에서 깨지 못 하고 정신이 몽롱한 가현이었지만 음부가 애액을 흘리고 있고, 그 애액을 잔뜻 묻힌 손가락이 구멍을 왔다 갔다 하는 느낌이 그대로 전달되어 왔다. 그리고 곧 이어 승도의 성기가 가현의 구멍을 다시금 꿰뚫고 들어왔다.
"으응.."
어둠 속에서 자신의 음부는 남자의 성기에 관통되어 있었고 육중한 몸이 가현의 몸을 눌러왔다. 승도의 무게가 고스란히 가현에게 전달되었다. 뜨겁고 단단한 물건히 깊숙히 들어와 천천히 움직이고 빨리 움직이고를 반복했다. 몽롱한 상태에서도 승도의 뜨거운 물건이 자신의 음부를 쾌락으로 밀어 넣고 있음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승도의 우람한 팔을 가현의 팔이 잡았다. 승도의 한 손은 가현의 한 쪽 엉덩이를 꽉쥐고 주무르고는 곧 이어 가슴을 주물렀다. 유두를 돌리기도 했고 있는 힘 것 꽉 쥐었다 놓았다 했다.
"아.아팡..아응..." 잠결 이었지만 가슴이 아픔을 느끼는 가현이었다.
승도는 가슴에서 손을 때고 유두를 소리내며 게걸스럽게 빨았다.
츄릅, 츄릅.
음부와 유두가 주는 느낌을 주체 할 수 없었다. 몽롱한 기분 탓인지 이상한 기분이라는 생각 보다는 끝까지 기분이 좋다는 생각이 더욱 강했다. 그리고 승도가 자신의 유두를 빨며 내는 소리에 흥분감을 더욱 고조시켰다. 승도의 입술이 가현의 입에 다시 포개져 왔고 입술을 비집고 승도의 혀가 들어왔다. 가현의 혀와 승도의 혀가 다시금 춤을 추며 엉커 붙었다. 승도는 입을 때고는 혀만 내밀었고, 그에 맞춰 가현도 혀끼리 만날 수 있도록 자신의 혀를 입 밖으로 꺼내 움직였다.
승도의 하체는 더욱 빠르게 움직였고 움직이면 움직일 수록 가현의 음부는 승도의 크기대로 벌어지며 애액을 토해냈다. 승도와 가현이 연결된 음부 사이로는 애액이 계속해서 흐르며 승도의 물건을 더욱 가현이 잘 받아들이게 도와 주었다. 승도는 다시 입을 포개며 가현의 입에 혀를 밀어 넣었다, 가현은 처음엔 승도의 혀 주위를 자신의 혀로 돌려가며 핥았다. 하지만 승도의 혀는 움직이지 않았다. 가현은 어찌 할 바를 몰랐다.
"으응, 으응..아응..." 승도의 움직임에 신음은 멈출지를 몰랐다.
입을 때고 승도가 말했다.
"빨아." 그리고는 다시 가현의 입속에 혀를 빌어 넣고는 힘을 주어 일자로 만들었다. 그리고는 하복부를 더욱 빨리 움직였다.
"아앙...아흑...." 승도의 갑작스런 움직임에 신음이 크게 터져나왔다. 그리고는 자신의 입에 들어온 승도의 혀를 있는 힘껏 빨기 시작했다. 마치 승도의 혀를 뽑아 낼 것처럼 흡입하며 빨아 들이며 자신의 혀로 승도의 혀 끝을 돌렸다. 기분이 좋아진 승도였는지 더욱 힘차게 하복부를 움직이며 끝까지 밀어 넣을 듯 강렬하게 가현의 음부를 찔러 들어갔다. 가현의 가슴이 승도의 가슴에 뭉개 눌러질 정도로 밀착 되어 있었고 가현의 양허벅지는 움직이는 승도의 허리와 계속해서 마찰 하고 있었다. 두 손은 승도의 머리를 감싸 안았고 승도의 한 손은 가현의 한 쪽 허벅지를 쓰다듬고 엉덩이를 쥐기를 반복했다. 서로의 움직임의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승도의 절정이 다가 왔다는 신호다.
"싼다..."
"아앙...으응,..아응...으응...으응." 마치 신음으로 대답하는 듯한 가현이었다. 가현은 자기도 모르게 엉덩이와 허리를 승도와 더욱 밀착되게 하려 애썼다. 마치 승도의 사정을 도와주려는 행동 같았다.
"가현아..싼..싼다..."
"으응...아아...아하앙..아응..." 승도를 잡은 가현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아앙...아앙....아응..."
"으윽..싼다.."
승도가 정액이 가현의 음모 위로 뿌려졌다. 승도는 아까 쓰던 수건을 들어 정액을 닦아 냈다. 가현은 쾌락이 안겨준 기분 좋은 피곤함과 몽롱한 졸림을 이겨내지 못 하고 바로 다시 잠이 들었다.
가현이 눈을 뜬건 정진이 건 두 번째 전화였다. 벨소리를 듣고 눈이 떠진 가현은 처음엔 상황 파악을 하지 못 하고 당황했다. 하지만 금새 정신을 차리고 가방에 으로 다가가 전화기를 꺼냈다. 정진의 이름이 떠 있었다.
"여..여보세요."
"나야. 자기야. 잘 잤어? 어젠 너무 미안했어. 업체 사람들이 술을 너무 많이 권해서. 술이 너무 많이 취했어...."
가현의 귀에는 정진의 말이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알몸으로 서서 전화를 자신의 모습이 화장대 거울을 통해 보이고 있었다. 그저 정진이 하는 말에 기계처럼 대답 할 뿐 이었다.
"응."
정진은 어제 자신이 왜 전화를 못 했는지 왜 못 받았는지 주구장창 설명하며 용서를 구했다. 하지만 그런 정진의 말이 가현의 귀에 들어 올리가 없었다. 빨리 이 곳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만이 가현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될지도 몰랐다.
"미안해. 자기야. 나 이제 좀 있다, 여기 정리하고 출발 할거거든, 있다가 집에서 봐."
"응 알았어." 가현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정진은 가현이 화가 많이 나 있다고 생각 할 뿐이었다.
전화를 끊고 뒤를 돌아보니 승도가 몸을 반만 일으킨채 가현을 보고 있었다.
"남편이에요?"
"네."
"괜찮아요. 이건 우리 둘만의 비밀이니까 절대 아무도 모를거에요. 걱정하지마요." 몸을 일으키며 승도가 말했다. 알몸인 승도는 성기를 가리지도 않은채 가현에게 다가왔다. 가현은 뒷걸음 치려 했으나 갈 곳이 없었다. 승도의 팔이 가현의 몸을 감싸 안았다.
"괜찮아요, 가현씨, 아무 일도 없을거에요. 우리 둘만 아는거니까 아무도 몰라요 절대. 걱정하지마요." 승도의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울렸다.
승도의 팔에 안 긴 것 자체가 불편한 가현이었지만 알몸인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승도가 더욱 몸을 부쳐오며 가현을 안았다.
"절대, 가현씨 한테 피해가는 일 없게 할게요. 이 일 때문에 절대 가현씨 한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요. 약속해요." 가현을 안심시키려 노력하는 승도였다.
"저, 이만 가봐야 될 것 같아요." 가현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 했다.
"잠깐만요. 이렇게 불안해 하면서 어디를 가요." 얼굴을 때고는 미소짓는 얼굴로 가현을 바라보는 승도였다. 불안해 하는 가현의 마음과 달리 가현의 알몸은 승도의 알몸과 붙어 있었고 승도의 물건은 가현의 몸에 부딪히고 있었다. 밝은 불빛 아래 알몸으로 몸을 보여주고 남자의 알몸을 보고 있는것도 있는 것도 가현에게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가현은 믿을 수가 없었다. 어제 밤의 일은 물론이고 모텔 안에서 아침부터 외간남자에게 알몸으로 안겨있는 자신의 모습이 현실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괜찮아요. 저 믿어요 가현씨. 절대 가현씨한테 어떤 문제도 없어요. 어제는 가현씨가 너무 외로웠고 저도 외로워서 서로 위로해 준거라고만 생각해요." 가현의 얼굴을 끌어 자신의 가슴에 묻게하며 승도가 말했다. 가현의 등을 토닥였다. 승도의 이런 당당하고 안도해 주려는 노력에 약간의 안도감이 들기도 했다.
"정말 괜찮아요." 괜찮다는 말을 반복하는 승도였다.
어제 느꼈던 승도의 품이 주는 안도감이 다시금 느껴졌다. 그러던 중 가현의 몸과 밀착되어 있던 승도의 물건이 다시 딱딱해져 있었다. 가현은 떨어지려 했지만 승도의 팔에 둘러 쌓인 몸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여전히 승도는 아무렇지 않은듯 자연스레 가현을 침대로 끌었고 침대 끝에 엎드리게 했다. 가현은 거부 할 수 없었다.
엉덩이와 엉덩이 골 밑에 보이는 음부를 쓰다듬는 승도였다. 침대 밖에 서 있던 승도의 물건이 다가와 다시금 음부입구에 닿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승도는 물건을 잡고 가현의 구멍 입구에 대고 비비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가현의 음부에서는 투명의 액체가 흐르며 구멍주위를 번들거리게 했다. 가현의 몸은 떨리고 있었다. 맨정신에 찾아온 이성과 두려움 때문인지 아니면 어제밤 느낀 승도의 뜨겁고 단단한 성기가 들어 온다는 사실 때문인지. 가현의 떨리는 몸은 아랑곳 않고 승도의 물건이 뒤에서부터 음부사이를 가르며 가현의 몸 안으로 들어왔다. 승도가 움직일 때마다 순백색의 가슴이 앞뒤로 출령이며 춤을 추었다. 밝은 상태에서 보는 가현의 엎드린 뒤태는 승도의 물건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가현아. 으윽...가현아."
정진이 거친 숨을 내쉬며 사정을 하고 있었다.
"으응." 가현은 어제의 일을 떠올리며 정진의 물건을 받아 들이고 있었다. 생각을 안하려 하면 할 수록 더욱 선명하게 떠올랐다. 가슴을 누르는 죄책감 때문에 가현은 느끼지 못 했지만 가현이 흘리는 애액은 평소 정진과 관계를 나눌 때 보다 더욱 많이 흐르고 있었다.
사정을 마친 정진이 가현의 위로 쓰러졌다.
"좋았어?" 정진이 물었다. 평소보다 많이 물을 흘린 가현 때문에도 그렇고, 크게 싸우고 나서 화해를 한 섹스이기도 했다. 아이를 갖기 위한 일이 아닌 섹스같은 섹스를 했다고 느낀 정진이었다. 마음의 평안함과 가현과의 사랑을 확인했다고 느낀 정진이었다.
"응. 좋았어." 정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가현이 대답했다. 가현은 죄책감이 가득찬 가슴에 그의 머리를 꼭 품으며 감싸 안았다. 여전히 자신을 사랑해주는 그가 고마웠고 자신과 나눈 사랑에 만족해 하는 모습이 사랑스러워 보이는 가현이었다. 어제의 일탈은 누구도 알아서도 안 될 일이었고 가현에게는 절대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었다. 앞으로 더욱 정진만을 사랑하고 잘 해주겠다는 다짐을 하는 가현이었다.
초조했다. 승도가 곧 있으면 오기 때문이다. 어떻게 얼굴을 봐야 할 지 감도 오지 않았다. 이미 그만 두겠다는 문자는 보내 놓았다. 어제 일요일은 남편 정진과 조용한 하루를 보냈다. 하루종일 죄책감에 좌불안석이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정진은 다정함은 변함이 없었다. 누군가는 우유부단한 사람이라고 볼지도 모를 정진이었지만 가현에게는 이만한 사람이 없었다. 가현이라면 껌뻑 죽는 사람이었다. 어제도 가현의 곁에서 재롱도 부리고 기분도 맞춰주며 가현을 기분 좋게 해주려 노력했다.
어제 가현은 조심스레 남편 정진에게 일을 그만두고 말했다. 이사 때문에 사정이 빠듯했기에 정진도 단 번에 웃으며 흔쾌히 승낙하는 표정은 아니었지만 피곤하고 아이 갖는데 집중하고 싶다는 가현의 말에 두 말 없이 동의해 주었다. 아르바이트를 통해 버는 돈이 크진 않았지만 생활비 정도와 대출을 받은 이자 정도는 충당 할 수 있었다. 현 상황에 가현이 아르바이트로 버는 돈이 그리 작지 않다는 건 가현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승도의 얼굴을 보며 그의 밑에서 일 할 자신이 없었다. 아니, 계속 일 한다면 남편 정진의 얼굴을 볼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초조하게 기다리며 승도를 기다렸다.
"안녕하세요." 승도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웃으며 들어왔다.
"어..어서오세요." 가현은 굳은 표정으로 승도에게 인사했다. 붉게 달아오르는 얼굴이 느껴졌다.
"이리 앉으세요. 가현씨."
"네."
아직 이른 시간이라, 조용한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카페에는 손님이 없었다.
"그만 두신 다구요?"
"네..." 가현은 승도의 얼굴을 쳐다보지도 못 했다.
"음...꼭 그러셔야 되요? 그 일 때문이라면 저는 상관없어요. 실수였다고 생각하세요."
"아.." 승도의 당당하고 아무 일도 아니었다는 말에 기분이 조금 상했다.
'아무 일도 아니라니.'
"아니에요. 제가 불편해서요. 그만 두는게 맞는 것 같아요."
"음...저랑 마주치시는게 불편해서 그러면 제가 가현씨 나와 있는 동안에는 가게에 안 나와 볼게요."
"..." 가현은 대꾸 하지 않았다.
"오해는 안 하셨으면 좋겠어요. 다른 마음이 있어서나 그 일 때문에 그런게 아니라, 가현씨 같이 성실하시고 일 잘하는 사람 구하기가 힘들어서 그래요. 사람 구하기도 힘들고, 가현씨 같은 사람 또 못 구할 건 확실하고요."
"..." 가현의 이미 마음을 먹은 표정이 들어나고 있었다. 승도와 함께 얼굴을 마주보고 있는 지금 이 순간도 마음이 불편하고 정진에게 죄를 짓는 기분이 드는 가현이었다.
"음...어쩔 수 없나보네요. 그러면, 이렇게 하죠. 우선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있어서 이 번주는 제가 가게를 볼 수가 없어요. 왔다 갔다 할 정도는 되는데 계속 있을 수는 없거든요. 이번주 금요일까지만 나와주세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가현씨 나와 계실 때는 올 필요가 없으면 가게는 웬만하면 지윤랑 교대 할 때 올게요."
"이번 주 만요?" 작은 목소리로 가현이 대답했다.
"네. 이번 주만 고생해주세요. 그리고 저 너무 어색해 하지 마세요. 그 때도 말씀드렸지만 그 날 일은 죽을 때 까지 우리 둘 밖에 모를거에요. 절대 저나 그 일로 인해 가현씨 한테 피해가거나 무슨 일 일어 날 일 없어요. 이 번주 금요일까지만 부탁드릴게요."
"네..그럼. 이번 주 금요일까지만 출근할게요."
"고마워요. 가현씨, 정말 고마워요. 역시 가현씨가 마음씨가 고우세요. 이런 분을 어디가서 또 구하나. 감사해요. 가현씨. 그리고 혹시 생각이 바뀌시면 언제든 말 해주세요. 가현씨 같은 분 구하기 쉽지 않아요. 다시 일하겠다고 하시면 전 언제든 환영이니까 부담 갖지 마시고요."
"네..." 가현은 여전히 고개를 들지 못 하고 있었다.
"그럼, 전 이만 가 볼게요. 혹시 일이 있거나 하면 전화 주세요. 전 이번 주 까지는 웬만하면 지윤이 타임이만 가게 들여다 볼게요."
"그리고 다시 일하고 싶으시면 언제든 돌아 오세요. 빈말 아니니까요."
자신의 물건을 챙기고 승도가 일어나 가게를 빠져 나갔다.
"후우" 가현의 입에서 한 숨이 저절로 나왔다. 무거운 가슴이 한 결 가벼워졌다. 승도를 만나서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어떻게 봐야 할지 고민에 고민을 했던 가현이었다. 하지만 승도의 당당하고 믿음직한 태도와 앞으로 아무 변화도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때문인지 무거웠던 짐이 덜어진 기분이었다.
'그래, 이번에는 실수한 것 뿐이니까...너무 걱정하지 말자. 남편에게 더 잘 하고 살면 될꺼야.' 한 결 가벼워진 마음과 미래를 향한 다짐 때문인지 긴장이 풀리며 가현의 얼굴에는 미소가 지어졌다. 죄책감도 어느정도 덜어지는 느낌이었다. 정진의 곁에서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평생 살 일만 남았다는 생각이 가현을 행복하게까지 만들었다.
승도는 다음 날도 그리고 수요일도 가현이 있는 시간에는 나오지 않았다. 평화로운 일상이었다. 모든 것이 지난 주 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착각까지 들 정도였다. 남편 정진과의 관계도 깨질 일이 없었고 승도와의 일도 그저 지나간 과거 중에 하나가 되어 가고 있었다. 가현 본인도 빠르게 사라져가는 죄책감에 스스로도 놀라고 있었다. 평생을 안고 가야 할 죄책감이 될 줄 알았지만 완벽히 사라지진 않았지만 생각보다 죄책감은 빨리 그리고 큰 폭으로 사그라 들었다. 오늘 목요일과 내일 금요일만 나오면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 갈 수 있다는 생각에 가현은 들뜨기까지 했다.
지윤이 들어왔고 교대를 마친 가벼운 발걸음과 함께 집으로 향했다. 저녁은 무엇을 차려줄지 생각하며 집으로 가는 중에 시어머니에게 전화가 왔다. 평소와는 다르게 시어머니 전화 조차도 별로 신경쓰이지 않았다. 바로 통화 버튼을 눌러 전화를 받았다.
"예. 어머니." 가현이 밝게 웃으며 답했다.
"어디니?" 다짜고자 물어 오는 시어머니였다.
"네. 저 지금 집에 가는 중이에요."
"그래? 얼마나 걸리니, 나 지금 너네 아파트 앞이다."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시어머니가 말했다.
"네? 집 앞이요?" 가현이 놀라며 대답했다.
"왜? 내가 못 올 곳 왔니? 뭐 그렇게 놀라?" 쏘아 부치는 시어머니였다.
"아..아니요. 오늘 오실 줄 몰라서요. 연락이 없으셨길래..."
"내가 우리 아들집 오겠다는데 누구한테 허락맡아야 돼? 반찬 싸서 왔으니 빨리 와라." 시어머니는 말이 끝나자 마자 전화를 끊었다.
가벼웠던 발걸음을 잠시 멈춘 가현이었다.
"하" 갑자기 가현의 가슴이 답답해 왔다. 먹은 것도 없는데 체하는 기분까지 들었다. 무언가 가슴을 꽉 틀어쥐고 조여오는 듯 했다.
무거워진 발걸음을 끌고 집 앞에 도착하자 시어머니가 서 있었다.
"안녕하세요, 어머니."
"이거 들고 와라. 정진이가 좋아하는 밑반찬이다."
시어머니 옆에 놓여진 보따리를 들었고 둘은 아파트로 들어 갔다.
"어머니, 연락하고 오시죠. 집도 못 치우고 준비도 못 했는데."
"너 지금 연락없이 찾아 왔다고 나 눈치주는거냐?" 소파에 앉으며 시어머니가 말 했다.
"아니에요. 그런 말씀이 아니에요. 어머니."
"됐고, 물이나 한잔 가져와라."
"네."
시어머니에 가현이 물을 주었고, 물을 받아들자 마자 시어머니가 다시 쏘아 부쳤다.
"반찬은 냉장고에 넣어놓고."
"네."
"에이그. 이렇게 굼 떠서야. 그걸 꼭 내가 말을 해야 하는거니."
"아니에요..."
가현의 갑갑했던 가슴이 더욱 무거워졌다. 마치 커다란 돌덩이가 가슴을 짓누르는 것 같았다. 반찬정리를 끝내고 냉장고에 있는 과일을 꺼냈다.
"어머니, 과일 좀 드릴까요?"
"얘, 됐고, 이리와서 앉아봐라."
"네, 어머니."
가현은 시어머니 앞에 다소곳이 앉았다.
"너, 직장 그만 둔다메? 아니 아르바이트지."
"네..."
"아니, 그깟 알바도 무슨 일이라고 그걸 그만두니? 니 남편은 쌔빠지게 일하고 다니는데 넌 집에서 뭐 한다고 일을 그만둬."
"그게..." 가현은 할 말이 없었다.
"네가 무슨 애를 키우길 하니 아니면 우리 정진이 내조를 잘 해주니. 너 시집 올 때 너네 집에서 전세금 해줬다고 유세 떠는거니?"
"아니에요. 어머니."
"아니 대체 왜 일을 안 하니? 네가 애를 키우면 내가 말도 안하겠다. 애도 없고 집에서 펑펑 놀기만 할거면서, 일을 왜 그만둬. 그 까짓 알바도 못 하면서...에휴... 우리 정진이가 착하니까 네가 일을 안해도 괜찮다고 말했겠지. 애가 눈치가 없어요. 대체 끈기도 없고, 그렇다고 집 안 일을 잘 하는 것도 아니고. 어디 이쁜 구석이 있어야지."
"죄송해요. 어머니."
"죄송한건 아니? 너 고생하는 남편 생각해서 네가 그러면 안 된다. 뭘 배우고 어떻게 배웠길래 그렇게 끈기도 없고 책임감도 없니. 눈치가 없으면 애가 성실하고 착하기라도 해야지. 지 남편 뻔히 고생하는거 보이는데, 넌 집에서 퍼져서 그렇게 놀고싶니?"
"그런게 아니에요. 어머니."
"아니면 뭔데? 말을 해봐라 쫌. 답답하게 굴지말고. 잘 하는게 하나도 없고 이뻐해 줄 구석이 없어 대체. 에휴..."
"죄송해요.."
"그래, 내가 너한테 뭘 바라겠니. 난 한 숨 자야겠다. 정진이 오면 또 얘기하자. 아이구 답답해, 답답해."
"예..어머니.."
시어머니는 소파에서 일어나 정진과 가현의 침실로 들어갔다. 가현은 깜짝 놀랐으나 어떻게 할지조차 몰랐다. 시어머니에게 들어가지 말라고 소리치고 싶은 마음이 컸으나 다른 마음이 그러면 안 된다며 가현을 제지했다. 말도 하지 못하고 시어머니가 정진과 가현의 침대에 벌러덩 누운 모습을 봐야만 했다. 마치 시어머니는 자신의 침대인 것 마냥 가현의 침대에 올라가 이불을 덮고 잠 잘 자세를 취했다. 시어머니가 닫지 않은 안방의 문은 가현이 가서 닫았다. 그리고 소파에 돌아와 앉았다. 천근만근 이었다. 가현의 엄마였다면 대판 싸우고 짜증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자신의 친엄마한테나 하는 행동이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다시 가현은 몸을 말아 소파에 몸을 뉘었다.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잠시 소파에서 쉰 가현은 일어나 저녁을 차리기 시작했다. 저녁이 준비 될 즘 남편 정진이 돌아왔다. 부엌에 있는 가현에게 언제나 처럼 반갑게 인사했다.
"자기야, 나왔어!"
"응. 왔어. 어머니 오셨어."
"알아. 아까 아침에 전화하셨어 오늘 오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