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노예훈련 8
"저건 아주 괜찮은 계집애로군, 안 그래요?"
낯선 남자의 목소리에 놀란 클로디아는 그만 잡고 있던 촛대를 떨어뜨렸다. 그것은
탁자에 세게 부딪쳤고 그 소리 때문에 그녀는 펄쩍 뛰었다. 그 남자는 소리내어 웃
었다.
그녀가 문 쪽을 돌아보니 거기에 낯선 사람이 한 손에 커피 잔을 들고 서 있었다. 그
는 큰 키에 긴 금발 머리를 하고 있었고, 약간 발냄새가 났다. 요리사의 목소리가 부
엌에서 들렸다.
"그녀는 새로 왔어, 잭 . 이름은 클로디아, 방해하지마, 할 일이 있어!"
클로디아는 얼굴을 붉히면서 윤내고 닦는 일을 계속했다. 그녀는 매우 느리게 움직였
다. 그릇들은 한 두 번 문질러서는 표고 안났고, 윤내는 약은 지독한 냄새를 풍겼다.
그녀의 드레스는 더러워졌고, 사용한 헝겊조각 더미가 탁자 한 모통이에 쌓여갔다. 그
러나 아직 닦을 그릇이 세 상자 가득 남아있었다. 그녀의 작업은 별로 효율적이지 못
한 것 같았다.
"그래요. 지금 손이 한창 바쁘군요."
그 남자가 동의했다.
클로디아의 눈에서 다 울어서 발랐다고 생각했던 눈물이 솟아났다.
"그래도 당신은 멋지고 시원한 곳에 있잖아, 멋쟁이야! 마구간 옆 잔디밭에서 햇볕을
받으며 절뚝절뚝 걷고 있는 동료들과는 다른데!"
그가 낄낄거렸다.
"그들을 봤어야 했어요. 주방장, 그 크리스가 그들을 마치 탈곡기처럼 타작하고 있어
요. 새로 온 사람 중에서 두 사람이요. 그 예쁘게 생긴 소년과 모델같이 생긴 처녀요.
그가 그들을 훌쩍훌쩍 뛰게 만들고 있더군. 누군 시원한 그늘에 앉아있는데 말이야."
그는 커피를 다 비우더니 손 잔등으로 자신의 입을 닦았다.
"그럼, 잘 있어. 멋쟁이. 가끔씩 만나게 되겠군."
그는 한번 더 낄낄대고는 돌아섰고 그녀는 그의 관심에 얼굴이 붉어졌고 눈물이 얼굴
을 타고 흘렀다. 그녀는 다시 혼자가 되자 은그릇과 헝겊을 내려놓고 머리를 팔에 묻
고는 다시 울기 시작했다.
그녀가 울음을 그치고 다시 일을 시작 했을때 크리스가 들어왔다. 그의 넥타이는 약간
비스듬했고, 태양과 더위 때문에 느슨해져 있었다. 그의 부츠에는 먼지가 쌓여 있었
다. 그는 그녀가 오후 내내 간신히 끝내놓은 다섯 개의 은그릇을 험상궃게 쳐다보았다
.
"이."
그가 말하기 시작했다. 그는 한숨을 한 손으로 멀리를 훑었다.
'이건 참을 수 없어'
클로디아는 무엇인가 말하려고 애썼으나 말이 나오지 않았고 고개만 자꾸 숙여졌다.
"클로디아. 이..... 이.... 비효율성을 어떻게 설명할 거야? 은 그릇 닦는 법을 잊었
어? 오늘 오후에 다른 할 일이 있었나?"
"아니요, 선생님! 정말이에요. 없었어요. 크리스!"
그녀가 간신히 침을 삼키고 훌쩍거렸다.
"애썼어요, 하고 있어요. 그러나 전부 너무나. 너무 더러워요!"
더욱 많은 눔물이 그녀의 빰을 타고 흘러내렸다.
"죄송해요 내일은 더 잘 할 거예요!"
"물론 그러길 바란다."
크리스는 시계를 바라보면서, 벨트 쪽을 더듬어 가죽끈을 찿았다 그것이 없자 인상을
썼다. 그때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그의 한쪽 입 모서리가 씰룩 거렸다. 그는 성큼성큼
클로디아에게 가서 그녀의 팔을 붙잡고는 자리에서 끌어냈다.. 그는 그녀의 깜짝 놀
란 외침 소리를 무시하고, 먼지 하나 없는 타일 깔린 마루를 지나 큰 부엌 안으로 그
녀를 끌고 갔다. 그들은 깜짝 놀란 로버트를 지나쳤는데, 그는 옥수수 껍질을 벗기고
있었다.
크리스는 클로디아를 벽 쪽으로 내던지듯이 밀어붙였다. 그녀는 쿵 소리를 내며 커다
란 식기장 옆 마룻바닥에 부딪쳤고 비명을 질렀다.
"어머!"
"주방장! 애 좀 손 좀 봐!"
크리스는 아픔과 혼란스러움에 재대로 숨도 쉬지 못하면서 이름도 알지 못하는 어머니
같은 여자를 올려다봤다. 그 여자는 한숨을 지으면서도 도자기 단지에서 나무로 괸
주걱을 꺼내고는 손을 아래로 내려 클로디아를 뒤에서 끌어올렸다.
"미안해요."
클로디아가 도움을 받아 몸을 일으키면서 훌쩍거렸다.
"미안하지 않게 될 거야. 꼬마야. 두고 봐!"
그 요리사는 솜씨 좋게 클로디아를 휙 돌리더니 카운터 쪽으로 밀었다. 클로디아는 넘
어지지 않으려고 손을 뻗었는데 그때 그녀의 등이 끌어당겨지고 있는걸 느꼈다. 다음
순간 주걱의 끝이 부자연스럽고 커다란 소리를 내면서 그녀의 왼쪽 빰을 후려갈겼고
그녀는 비명을 내질렀다.
"아야!"
클로디아가 몸을 빼내기 위해 앞으로 움직였으나 요리사는 소녀의 목을 잡아채고 눌러
버렸다.
"가진 어딜 가려고? 아무데도 못가, 애야, 자 꼼짝 말고 있어!"
그녀는 클로디아의 드레스 뒷자락을 잡아 채 오리더니 주걱으로 그녀의 엉덩이를 두들
겼다. 클로디아는 공포에 질려 훌쩍거렸고, 입술을 깨물며 고함을 질러댔다.
그때 시작할 때처럼 갑자기 매질이 멈추었다. 클로디아는 큰 소리로 기침을 했고 요리
사가 그녀의 드레스 뒷자락을 다시 내려주자 엉엉 울었다.
"가도 돼, 꼬마야, 끝났어. 다시 일을 시작 해. 크리스가 게으름피우는 것을 보기 전
에!"
주방장은 그 주걱을 싱크대 안에 던져놓고는 몸을 돌려 저녁을 준비했다.
일 분도 채 걸리지 않은 것 같았다. 클로디아는 누군가 그녀 엉덩이에 불을 지펴 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부끄러운 감정이 밀려들어왔다. 이것이었나? 이것이 그녀의
벌이었나?
클로디아는 좀 전의 벌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했다. 교훈도 없고 거기에다 형식과 절차
같은 건 더 더욱 없었다. 이런 식의 벌이 자신에게 뉘우침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단
말인가?
클로디아는 주방장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냉장고에서 야채를 꺼내고 이는 중이었다.
마치 아무 일 도 없었던 같았다. 로버트는 의도적으로 아무 것도 보지 않으려고 하면
서 마룻바닥을 열심히 응시하고 있었다. 클로디아는 다시 훌쩍거리면서 주방을 나갔
다.
하녀처럼 아니면 푸들 강아지처럼 옷을 입는 것, 처벌을 받기 위해 몸을 꾸부리는 것
, 더욱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멋있는 장신구와 걸쇠가 붙여지고 리본과 나비
넥타이로 장식되어지는 것, 버릇없는 어린아이처럼 방안에 가둬두고 끊임없는 인내의
강의를 듣게 하는 것. 이 모든 것이 몇 년 동안 그녀가 봉사를 하면서 참아왔던 것들
이다.
그러나 지금 이 시간 이후, 그런 것들은 모두 하찮은 것들이 되고 말았다 .클로디아는
자기의 생애 동안 이보다 더 굴욕적인 때는 결코 없었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