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
이연은 서혜의 옷을 벗겼다. 서혜는 옷자락이 하나씩 떨어질 때마다 눈을 불안하게 깜빡였다. 몸을 섞은 지 몇 년이 된 부부인데도 서혜는 이 긴장감을 잘 참아 내지 못했다. 아니, 갈수록 더 참아 내지 못하게 되는 것 같았다. 차라리 신혼 때의 서혜는 아주 공손하고 담담하게 잠자리에 응해 왔었는데 요즘의 서혜는 옷을 벗기기만 해도 몸을 떨었다.
“이 여름에 추우신 건 아니실 터인데.”
이연이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놀리자 서혜의 얼굴이 더 숙어졌다. 이연은 서혜의 머리 장식들을 하나하나 빼내었다. 마지막 머리 장식을 빼내었을 때 서혜가 머리를 조금 흔들었다. 머리카락이 사르르 흘러내리는 것을 이연은 눈을 가늘게 하고 바라보았다. 서혜는 머리를 올리면 정숙한데, 머리를 풀면 관능적이었다. 고작 머리카락 하나의 위치에 따라서 그녀는 많이 변했다.
발긋하게 달아오른 뺨을 하고서 그녀는 눈을 내리깔고 있었다. 품 안에 안기는 건 답삭 잘도 하면서도 정작 눈은 잘 못 쳐다보는 그녀가 귀여워 이연은 서혜의 동그란 이마에 입을 맞췄다.
놀릴까, 다정하게 안아 줄까.
이연의 마음속에서 짓궂은 장난기가 고개를 들었다. 우울해하는 기색이 있나, 그는 조심스럽게 서혜를 살폈다.
“내자께서 왜 이리 몸을 떠실까.”
내자. 아내. 여보. 이연은 종종 그런 호칭으로 서혜를 불렀다. 특히 잠자리에서 그러했다. 서혜는 그 순간 태자비도 아니고 다섯 꽃잎도 아니었다. 그녀는 순수하게 이연의 배우자가 됐다. 그리고 그 배우자라는 말은 어느새 조금 음란한 기색을 띠고 있었다. 이연의 손이 등을 타고 내려와 서혜의 몸에서 그나마 살집이 있는 편인 엉덩이를 힘주어 잡았다.
응….
서혜가 가만히 신음했다. 긴장하고 있는 서혜는 엉덩이를 잡힌 것만으로도 목이 졸리는 듯한 얼굴로 신음을 흘렸다. 이연은 그 얼굴을 보기 위해 고개를 내렸다. 서혜는 얼굴을 보여 주고 싶지 않은지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였지만 이연의 시야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서혜야, 가슴 줘.”
이연이 명령했다. 요즘 이연은 종종 이렇게 서혜에게 적극성을 요구했다. 사실 태자인 위치를 생각하면 그가 요구하는 적극이라는 건 별거 아닌 것이었으나 서혜와 그의 관계에서는 확실히 달라진 것이었다. 이연이 그렇게 말할 때마다 서혜의 몸이 희미하게 떨렸다. 그것이 기대로 인한 것이라는 걸 둘 다 알고 있었다.
이연은 서혜를 놀리지 않았다. 그녀가 주저주저하며 제 소담한 가슴을 꺼내는 동안 놀리기는커녕 잘하고 있다는 듯 어여쁜 얼굴에 잘게 입을 맞춰 주었다.
서혜는 양 가슴을 의복 밖으로 꺼내어 제 손으로 받쳐 내밀었다. 옷도 다 벗지 않은 채로 가슴만 내민 꼴이 몹시 수치스러웠으나 서혜는 입술을 깨문 채로 이연이 원하는 대로 움직였다. 수치심에 등골이 저릿했다. 저릿한 느낌은 등골을 타고 내려와 가랑이 사이에 머물렀다. 서혜는 저도 모르게 치마 안에서 허벅지를 꼭 여몄다.
적시고 싶지 않아.
그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에 수치심이 이는데도 서혜는 필사적으로 생각했다.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젖는 것은 너무나 성급하게 느껴졌다. 서혜는 마른침을 삼키며 이성을 찾으려 했다.
“예뻐. 이렇게 하는 거, 아주 예뻐.”
“전하….”
“여기를 이렇게.”
이연의 손가락이 살며시 다가와 서혜의 유두를 집었다. 아무 곳도 닿지 않은 채 유두만 잡혀 살며시 당겨진다. 그것에 서혜는 저도 모르게 가슴을 내밀고 끌려갔다. 가슴을 받쳐 내민 꼴이 되어 그 모습에 서혜의 아래가 움찔거렸다.
“벌써 세운 게 정말 예뻐.”
이연은 잘했다고 서혜를 칭찬했다. 서혜가 느낄 때마다 이연은 서혜를 안심시켰다. 처음 돌아와 잠자리를 할 때 서혜는 상당히 긴장한 상태였다. 이연은 왜 서혜가 긴장했는지 알 수 있었다. 늘 담백하고 약간의 체념 상태에서 순종적으로 살아온 서혜에게 연정이라는 감정은 지나치게 활활 끓는 것이다. 그녀는 그 감정에 몸이 델까 두려워했다. 그것을 이연은 몇 번이고 안심시키며 안았다.
서혜가 두려움을 떨치며 조금씩 적극적으로 나오는 것이 이연을 미치게 하는 요소가 되고 있었다. 서혜는 이런 여인이 아니다. 그녀는 평생 제자리에서 순종할 것을 강권받았다. 야심도 없고 가져서도 안 된다고 교육받은 그녀가 처음으로 욕심낸 대상이 되었다는 것이 이연의 머리를 뜨겁게 달아오르게 했다. 서혜는 스스로 가슴을 받친 채 벌써 유두를 세우고 몸을 살짝살짝 흔들기까지 했다.
젖었겠지. 이연은 서혜의 속곳 안쪽을 상상했다. 그녀의 귀여운 아래가 투명한 것으로 젖어 들고 있을 모습을.
생각 같아서는 당장 침대에 눕혀 그 안을 빨아 주고 싶었다. 이연은 잠자리에서 조금 성급한 편이었다. 그는 사실 벌써 단단해졌고 서혜의 안을 혀로 범하면서 제 것을 흔들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혔다.
서혜는 안을 혀로 찔러 줄 때마다 눈물을 터뜨렸다. 좋아서 울고, 모자라서 울었다. 서혜의 입구가 자신의 혀를 조르는 것을 상상하면 벌써부터 미칠 것 같았다. 서혜는 요즘 아래를 빨아 주면 스스로 허리를 움직였다. 참으려고 애쓰다가도 한 번씩 허리를 움직이며 바들거렸다. 그 모습이 얼마나 사내를 돌아 버리게 하는지 그녀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서혜를 좀 더 보고 싶기도 했다. 제 가슴을 받친 채 어떻게 될지 몰라 두근두근 떠는 서혜를. 긴장감에 짓눌린 채로도 버티고 있는 서혜를. 연정이라는 이름으로 서혜는 제 몸을 사냥감처럼 바치고 있었다. 잡아먹힐 걸 알면서도.
이연은 한 손으로 서혜의 유두를 가지고 놀면서 다른 손으로 서혜의 치마를 벗겨 냈다. 속곳만 입은 날씬한 다리가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허벅지를 서로 맞물리고서 참으려고 애쓰는 것이 보여 이연은 조금 웃었다. 이 미칠 것 같은 욕망을 느끼는 게 자신만이 아니라는 건 매우 기꺼운 일이었다.
속곳을 벗기자 서혜가 아, 하고 신음했다. 수치심에 못 이긴 목소리는 끝이 젖어 있었다.
“서혜야.”
조금 더 떨어져 봐.
미쳐 봐.
내 앞에서만이니까.
“그러고 있어.”
이연은 잔인한 소리를 하고서 서혜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서혜는 이연이 그녀의 앞에 무릎을 꿇을 때마다 어쩔 줄 몰라 했다. 태자, 아니 이제는 황제에 한없이 가까워진 존체가 자신의 앞에 무릎을 꿇는 게 불편하기 때문이다. 황실 여인으로 살아온 삶이 그녀를 그렇게 만든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렇기에 그녀는 더 젖었다. 이연이 단정하게 의복을 정제하고 그녀의 앞에 무릎을 꿇고 가랑이 사이로 들어가 아래를 핥아 주면 더 미치려 했다. 이연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아주 좋아했다.
가슴을 받친 채 서서 다리를 벌린 서혜의 밑에서 이연은 서혜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아래를 빨리기 위해서는 다리를 많이 벌려야 한다. 그건 서혜에게 무척 힘든 일이지만 그 아래로 들어가자 뚝, 하고 애액이 떨어졌다.
이연은 사납게 웃었다. 그가 바라는 대로였기 때문에 그는 손가락으로 뺨에 떨어진 애액을 훑어 손가락에 묻은 그것을 혀로 핥아 먹었다. 희미하게 어떤 맛이 나는 건 아마 서혜가 곧 달거리가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을 말해 주면 한동안은 이 가랑이 사이에 들어오지도 못하겠지. 이연은 이 이야기를 숨기기로 했다. 서혜는 제 달거리를 이연이 안다는 사실을 모른다. 이연은 당연히 알고 있었다. 서혜가 언제 달거리를 하는지, 얼마나 아파하는지. 그에 관한 약재도 많이 사들였었다. 그러나 서혜가 알게 하지는 않았다. 부끄러워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돼, 서혜야. 응?”
그렇게 말하며 이연은 서혜의 아래를 크게 핥아 주었다. 서혜의 몸이 부르르 떨리더니 애액을 다시 토해 낸다. 지아비의 얼굴에 애액을 쏟아 냈다는 걸 스스로도 느꼈는지 몸이 달달 떨리는 게 보여 이연은 서혜의 허리를 양손으로 강하게 잡았다. 서혜가 도망가게 둘 생각은 없었다. 도리어 조금 더 긴장되더라도 부끄럽더라도 망측하다 싶을 정도의 모습을 보여 주었으면 하기 때문에.
이연이 서혜의 아래를 혀로 애무하기 시작했다. 그는 혀를 무척 잘 썼기에 속수무책으로 서혜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녀는 가능한 애액을 쏟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허사였다. 이연은 그녀를 자극하는 법을 무척 잘 알고 있었다. 도톰한 살점을 입술로 물고 적당하게 빨아들이는 압력에 그녀는 저도 모르게 허리를 흔들었다.
서서, 허리를 흔들고 있어.
서혜가 입술을 깨물며 눈물이 날 것 같은 수치심을 참는 사이 이연이 서혜의 허리를 잡아 내렸다. 마치 이연의 얼굴에 앉는 것처럼 허리가 내려앉았다. 그리고 그녀의 무릎이 희미하게 꺾여져, 그녀는 게 다리를 한 자세가 됐다. 여전히 가슴은 받치고 있는 상태였다.
싫어, 싫어.
머리가 뜨거워 미칠 것 같은데 이연이 놔주지 않는다. 안으로 들어오는 물컹한 살덩이는 마치 뱀처럼 자신의 안을 유영하고 있었다. 조이고 싶지 않은데 조이고 싶어 견딜 수가 없다.
더, 더 들어와 주세요. 그렇게 애원하고 싶은 걸 혀를 깨물며 참는다. 더 강한 자극이 필요해. 서혜는 허리를 흔들지 않으려고 힘을 단단히 줬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엉덩이가 살짝씩 흔들렸다. 지아비의 아름답고 사내다운 얼굴에 제 아래를 비비고 화들짝 놀라 머리를 흔들었다.
안 돼.
하지만.
안 돼.
하지만.
머리가 계속 미칠 것같이 반대의 이야기들을 해 댔다. 그때 부드러운 살덩이보다는 단단한 것이 안으로 살덩이와 같이 들어왔다. 그것이 손가락이라는 걸, 서혜는 아주 약간 늦게 깨달았다. 그 순간 서혜는 기뻐하며 그것을 조였다. 아, 아아. 서혜의 목에서 교성이 터졌다. 그리고 아래에서 물이 흘러내렸다. 그 물이 어디로 흘렀을까. 지아비의 콧대를 지나 턱으로 흐르지 않았을까. 서혜는 그런 걱정과 함께 더 흥분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는 제가 받치고 있던 가슴 한쪽을 저도 모르게 비틀었다. 강한 자극을 갖고 싶어서. 그러자 마치 칭찬하는 것처럼 손가락이 하나 더 들어왔다. 아, 아! 서혜는 허리를 흔들었다. 더, 하고 싶어. 더, 어.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가슴에서 손을 떼고 이연의 머리를 잡아 뒤로 밀었다. 늘 그렇듯 이연은 손쉽게 밀려 주었다.
이연의 얼굴은 애액으로 엉망이었다. 그리고 그의 눈은 욕망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그 얼굴을 보며 서혜는 숨을 헐떡거렸다. 하고 싶은 걸 해, 서혜야. 그 눈이 말하고 있었다. 아니, 그 눈은 서혜에게 뭔가를 애원하는 것 같았다. 지금 말해 봐. 하고 싶은 걸. 당장.
“전하.”
“…….”
“침대에, 가고 싶….”
그 순간 이연이 일어나 서혜의 몸을 들어 올렸다. 그는 마치 어린애를 안듯이 서혜를 안았고, 서혜는 이연의 목에 매달렸다. 이연의 몸에서 희미하게 어떤 향이 났다. 그 향을 어디선가 맡아 본 것 같다고 생각했다. 어떤 꽃향기. 진한, 꽃향기.
서혜는 눈을 감았다. 어지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