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몽중연 (56)화 (56/100)

56.

제 온몸에 입을 맞추시면서 그분은 다급히 움직이셨어요. 배를 누르지 않도록 조심하셨지만 그 외에는 아무것도 제어하기 어려운 것처럼 보일 정도였습니다. 그분의 손가락이 제 안으로 기어 들어왔어요. 뱀처럼 기어들어 오는 그 손가락은 뜨겁고 단단했습니다.

머리가 절로 흔들렸어요. 흐윽. 제 입에서 울음이 샜어요. 하고 싶어. 몸이 자꾸 이리저리 뒤틀렸어요. 하고 싶어요. 하고 싶어요.

“하고, 싶… 아, 싫어.”

입 밖에 말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낭패감에 몸이 떨렸습니다. 손을 들어 얼굴을 가리자 태자 전하께서 제 손에 입을 맞추셨어요. 몇 번이고 떨어지는 입맞춤은 빗방울처럼 수를 셀 수가 없었습니다.

“나도 하고 싶어.”

안으로 들어온 손가락이 제 안에서 노를 저었습니다. 아래로 움직여 위로 올라와 뒤로 물러나는 듯한 그 움직임은 정말이지 교활했어요. 그러고 싶지 않은데 입에서 울음이 계속 샜어요.

아, 음전하지 못하다는 걸 알고 있어요. 하지만 하고 싶어요. 전하의 그걸, 제 안에 넣고 싶어요. 둘이 하나가 되고 싶어요. 안심하고 싶고 또 날아오르고 싶은데 그 모든 게 되지 않아서 몸이 애가 타 미칠 지경이었습니다.

손이,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밑으로 내려갔어요. 제 손이 전하의 중심에 닿았을 때 그분의 눈이 커지는 게 보였습니다. 제가 제대로 만져 드린 적은 한 번도 없으니까요. 정신이 없을 때 만진 적은 있었던 것 같지만 이렇게 의도적이진 않았어요.

얼굴이 불이 붙은 것처럼 뜨거웠지만 저는 간신히 참아 냈습니다. 우린 눈이 마주쳤어요. 그분은 선고라도 기다리는 사람처럼 저를 내려다보고 계셨습니다. 하지만 그분의 눈에 일렁이는 기대 또한 감춰지지 않았어요.

고개를 숙여 얼굴을 가리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습니다. 얼굴을 보고, 저는 그분의 것을 살짝 쥐었어요. 아, 맙소사. 이런 게 제 몸 안에 들어와 제 태내에 아이를 갖게 했군요. 뜨겁고 강렬했습니다. 손으로 쥐는 게 버거웠어요. 제가 생각하던 것보다 그건 과했습니다. 그러니까 사실은 지금 생각하고 있는 걸 해서는 안 돼요. 과하니까. 하지만 저는 너무 하고 싶어서.

이런 걸 요구해서는 안 돼요. 선 제국의 여인이란 잠자리에서 남편에게 순종하고 그의 뜻에 따르는 사랑스러운 이여야 합니다. 다 아는데도, 그래야 대장부의 사랑을 받는다고 교육받았는데도 저는 참을 수가 없어요. 이분이 계속 스스로 위로하는 걸 보는 것도 힘들고 무엇보다 저는 하나가 되고 싶어요. 둘이 같이, 느끼고 싶어요.

그러니까.

“제가.”

목소리가 갈라져 제대로 나오지가 않았어요. 쥐어 짜내려고 해도 목에 목소리가 아예 남겨져 있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저는 목소리가 아닌 용기를 쥐어 짜내고 있었어요. 용기는 목이 아니라 배 속에서 나온다는 걸 지금 실감하고 있었습니다.

“서혜, 네가?”

태자 전하가 물으셨어요. 마른침을 삼키시면서.

“괘, 괜찮으시면.”

“…….”

“제가….”

입을 달싹거리면서 말했어요. 말이 잘 나오지 않아요. 심장이 터질 것 같아서, 얼굴이 뜨거워서, 손이 떨려서,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거절당하면 어떡하죠? 저를, 너무 음란한 여인이라고 생각하시면 어떡하죠? 아, 하지만 하고 싶어요. 해 드리고 싶어요. 저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전하의 중심에 손가락을 얽은 채 입술을 달싹거렸습니다.

“정액을 아래가 아니라 위로 먹어 줄 셈이야?”

그 노골적인 말에 얼굴이 확 타올랐습니다.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를 푹 수그리자 태자 전하께서 저를 붙잡아 조금 거칠게 엎드리게 하셨어요. 베개를 끌어안고 엉덩이를 하늘 높이 치켜든, 다소 흉측하고 수치스러운 자세였어요.

“전하!”

전하의 것이 제 아래에 닿았습니다. 흑! 저도 모르게 신음이 나왔어요. 안 된다는 생각은 이미 날아간 지 오래였습니다. 이불자락을 움켜쥐며 삽입을 기다리는데 전하의 것이 제 입구에만 닿았습니다. 그 상태로 흔들렸어요. 그분이 제 입구에 그것을 댄 채로 용두질 치고 계시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아, 아. 제 목소리가 침소 안을 떠돌았습니다. 참을 수가 없었어요. 전하의 목소리도 들렸습니다.

“그저 닿아 있을 뿐인데.”

그 목소리는 도취된 듯 열이 올라 있었어요. 안에 들어올 듯 들어오지 않는 전하 때문에 미칠 것 같았습니다. 엉덩이를 흔들면 안 된다는 걸 알지만 참을 수가 없었어요. 스스로 엉덩이를 움직여 그분을 안으로 끌어들이려고 하자 그분이 헉, 하고 숨을 몰아 삼키셨어요.

“조금만, 서혜야, 조금만.”

많이는 아니고, 조금만.

그분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아주 조금, 그분 것을 넣어 주셨을 때 저는 비명을 지르며 절정에 올랐습니다. 더는 참을 수가 없었어요. 눈앞이 하얗게 부서지는 걸 느꼈습니다. 제가 그분을 세게 조여서 그분도 어쩔 수 없이, 아니 어쩌면 참고 참은 끝에 결국 마지막에 도달하신 건지도 모르겠지만, 여하간 전하께서 제 안에 뜨거운 걸 쏟아 내시는 게 느껴졌습니다.

***

나흘 밤낮을 침소에 머물다가 나오게 된 저는 전하의 승낙을 받아 동궁 출입이 자유로워졌습니다. 우리는 이 이야기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며 나흘 밤낮을 얽혔어요. 그러나 결국 그분은 제 소망을 들어주셨습니다. 언제나 그러하셨죠. 저의 소망은 그게 무엇이든 다 들어주시는 분이었습니다.

“베갯머리송사에 이리 재능이 있으신 줄 몰랐습니다.”

전하께옵서 투덜거리셨어요. 그분답지 않은 어린애 같은 모양새라 웃음이 나왔습니다. 저는 궁녀들을 물리고 홀로 그분의 식사 시중을 들었습니다. 그분이 제가 어릴 때 해 주셨던 것처럼요. 그분은 별로 내키지 않는 듯한 얼굴이셨지만 제가 해 드리고 싶어 한다는 걸 아셨는지 그저 가만히 저의 시중을 받아 주셨습니다. 하지만 결국 화로의 앞에 서게 되었을 때는 저를 앉히고 직접 국을 떠 주셨지요.

“전하… 신첩이….”

“다른 이가 있는데 비께서 뜨거운 곳에 가실 이유가 무엇이랍니까.”

그 뜨거운 곳은 비단 화로 앞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전하께옵서는 제가 동궁 안에서 가만히 안주하기를 바라셨어요. 그건 편안한 일이지만 제가 동궁 안에 안주할수록 전하께는 약점만 된다는 사실을 잘 압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태자비. 동궁에서 두문불출하고 아무 소임도 다하지 않는 태자비. 심지어 역적이었으며 역적의 딸이기도 한 태자비. 그 존재는 태자 전하께 얼마나 불리할까요.

저는 제 입지를 빠른 시간 내에 공고히 다져야 합니다.

“신첩은 전하의 비이니까요.”

“…….”

“전하, 연모하는 지아비께서 홀로 고군분투하시는 걸 두고 볼 아녀자가 어디 있겠습니까. 아무리 아녀자의 힘이 미약하다고 하더라도요.”

제가 전장에 나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외명부에서 태자 전하의 곁에 서서 그분을 옹호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최소한 내명부에서 그분의 힘이 될 수는 있지요.

“비께서는 미약하시지 않습니다.”

태자 전하께서는 미간을 찌푸리셨어요. 그분은 하고 싶지 않은 말이지만 어쩔 수 없이, 그것이 진실이기 때문에 입에 담는다는 듯이 말씀하셨습니다.

“당신께서는 누구보다 강하시죠.”

태자 전하는 언제나 입에 꿀을 바른 듯 저에게 달콤한 말만 해 주시지요. 이런 부군을 어디에서 만날 수 있을까요. 제 얼굴에 어쩔 수 없는 미소가 퍼지자 태자 전하께서 부드럽게 웃으셨습니다.

“진정입니다. 당신께서는 무척 강하시죠. 아무도 해낼 수 없는 기적을 이루어 내실 만큼, 제가 없어도 되실 만큼, 그리 강하시지요….”

쓸쓸한 어조에 제가 눈을 동그랗게 뜨자 태자 전하께서 고개를 저었습니다.

“괜한 소리를 했습니다. 하저하세요.”

“전하.”

“많이 드셔야 합니다. 회임하셨는데 체중이 전혀 늘지 않아 지금 태의들 걱정이 태산입니다. 비의 몸으로는 아이를 낳기가 어려울 거라고 하더군요.”

“…….”

“지아비를 미치게 하시지 마십시오.”

미친다는 표현이 조금 의아했습니다. 걱정하여 미치신다는 뜻이셨을까요? 저는 이해할 수 없었으나 더는 여쭙지 않았습니다.

조반이 끝나고 태자 전하를 배웅한 뒤 문안을 드리기 위해 치장을 마쳤습니다. 태후마마부터 후궁마마들을 오늘 문안드릴 예정입니다. 제가 후궁을 떠나 있는 동안 분위기가 얼마나 변했는지 알아봐야 합니다. 후궁은 매일 분위기가 달라지니 확인할 것들이 많을 것입니다.

태후전에 당도하였을 때 분위기가 무척 좋지 않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나타난 손자며느리가 꼴 보기 싫으셨음인가? 그러실 수 있긴 하지만 그래도 문안은 받으실 텐데. 제 입지는 현재 무척 높을 것입니다. 태자 전하께서 일시적으로나마 황상에 버금가는, 혹은 그 이상에 해당되는 권력을 쥐셨으니까요.

그런 태자 전하의 하나밖에 없는 비인 제가 두문불출 끝에 첫 문안을 드리러 오는 것입니다. 어느 어른을 가장 공경하는가를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 있죠. 이 문안을 받지 않으실 리가 없는데. 비록 칼날 같은 말씀으로 저를 헤집으실 요량이실지라도.

“어찌 네가 이런 짓을 해?!”

태후마마의 격앙된 목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눈을 크게 뜨고 서 상궁을 바라보자 서 상궁이 궁녀들에게 다가가 소곤거렸습니다. 그중 한 명이 은자를 받아 챙기더니 서 상궁에게 나지막이 뭐라고 소곤거렸습니다. 이윽고 서 상궁이 가마로 돌아와 제게 속삭였어요.

“사왕 전하께서 당도하여 지금 문안 중이라고 하나이다.”

사왕?

사왕은 친왕 중 한 명이고 태자 전하의 이복형이며 태자 전하의 측근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국경 지대를 지키고 계시는 분이세요. 그분은 정초에 황도에 귀환하셨었고 연회에 참석하신 뒤 다시 국경으로 돌아가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셔야 했을 텐데?

“사왕 전하께옵서 지금 어찌하여 황궁에 계신단 말이냐?”

“운왕부가 비지 않았습니까.”

그렇죠, 운왕 전하는 돌아가셨으니까요.

“그 용건이신가 보옵니다.”

아아, 운왕부는 비었습니다.

무척 훌륭한 곳간으로 이름이 높았던 운왕부의 운왕 자리가 빈 것입니다. 이제 친왕들은 그 자리를 두고 한바탕 난리가 날 판이었어요. 사왕 전하의 군대는 기동력이 높기로 유명했습니다. 그리고 그 국경 지대도 가까운 편이었고요. 그러나 다른 친왕 전하들께옵서도 결코 가만히 있지 않으실 터. 이제 친왕 전하들이 몰려드실 겁니다.

그리고 아들을 잃어 비탄에 찬 황상께 요구하시겠죠. 운왕부의 차리를 채워 달라고.

잠깐만, 잠깐만.

“월아.”

제가 월아를 부르자 월아가 바로 다가왔습니다. 저는 그녀의 귓가에 나지막이 속삭였어요.

“사왕부에 가서 사왕비 전하께 내일 드시라 전해라. 뵈어야겠다.”

운왕부를 만약 사왕부가 가져갈 수 있다면 태자 전하는 날개를 다는 셈이 되겠지요. 태자 전하는 운왕부를 가질 수 없습니다. 하지만 사왕 전하는 가질 수 있지요. 아마 사왕 전하께서 지금 나타나신 건 그런 이유이실 겁니다. 그러나 운왕부를 가지려면.

저는 후궁에 오래 있었습니다. 그렇다는 건 수단 한두 개 정도는 저도 아는 게 있다는 뜻이지요.

사왕비 전하께서도 운왕부를 사왕부에서 흡수할 수 있다면 이런 일에 발을 들이시는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으실 테니 해 봐야겠습니다. 저는 진흙을 묻혀 보겠습니다. 태자 전하께서 얼마나 진흙을 묻히셨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그분이 가시는 길이라면 같이 가겠습니다.

운왕부를 가지는 것.

일단 그것이 제 목표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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