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몽중연 (22)화 (22/100)

22.

“비?”

잠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저녁쯤에 들른 태의는 제 몸이 무척 허약해졌다고 경고했어요. 잘 먹고 푹 쉬어야 한다며, 특히 심화를 돋우어서는 안 된다고 주의를 주었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제가 심화가 일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제 지아비는 이제 부황께 미움을 사고 동궁의 자리가 위태로워졌는데요. 저는 그분을 구한 게 아니라 또 다른 벼랑길 위에 올려놨습니다. 저라는 존재가 그런가 봐요.

“자는 척을 하시는 겝니까?”

눈을 감고 있었는데 태자 전하께옵서는 바로 알아채신 것 같았습니다. 피식 웃은 그분이 제 침상에 앉으시더니 몸을 숙이시는 게 느껴졌어요. 무언가 속삭이실 건가 보다, 생각했어요. 황궁은 듣는 귀가 너무나 많은 곳입니다. 서로 귀엣말을 하는 것이 일상이기 때문에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할짝.

그분의 혀가 제 귀를 핥았어요. 반사적으로 눈을 뜨자 젖은 귀에 대고 그분이 웃으셨습니다. 그때마다 숨결이 닿았어요.

“이제 깨셨군요.”

“저, 전하.”

“예.”

태자 전하의 손길이 제 침의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손길은 거침없었어요. 그분이 제 가슴을 어루만지는 순간 흐윽, 하는 소리가 제 잇새로 흘러나왔습니다. 이상하게 예민했어요. 그게 어젯밤 무참히 다루어진 탓이라는 걸 조금 늦게 깨달았습니다.

“금일 내내 정신이 빠져 있었습니다.”

태자 전하께서 웃으셨습니다. 저는 이해가 안 가서 그분을 올려다봤어요. 부황께 미움받고 암살 건은 불문에 부쳐졌는데 그분은 기분이 좋아 보이셨습니다. 베개에 얼굴을 반쯤 묻은 채 올려다보는 제 뺨을 전하께옵서 부드럽게 쓸어내리셨어요.

“비의 이 보드라운 몸이 생각이 나서.”

제 가슴을 만지던 손이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놀라서 그분의 팔목을 잡을 뻔했습니다. 그러자 그분이 웃으셨어요.

“잡아도 됩니다. 당신은 무엇이든 해도 됩니다.”

그렇다고 제가 멈추어 드리진 않겠지만요.

속삭이는 목소리에도 웃음이 묻어나오고 있었습니다. 자꾸 웃으시는 그분이 이상했습니다. 선선한 웃음은 제가 아는 태자 전하가 맞는데 왜 이렇게 불길할까요. 아름다운 풍경에 낮달이 뜬 것처럼 불안하고 기묘했습니다. 제가 눈을 깜빡이는데 전하의 손이 제 다리 사이까지 다가왔어요.

“전하.”

제가 낮은 목소리로 부르자 그분이 “예.” 하며 미소 지으셨습니다. 하지만 그 가을바람 같은 미소와 달리 손은 선선하지 않았어요. 손은 난봉꾼의 것처럼 교활하고 거침없이 제 다리 사이를 파고들었습니다. 다리에 힘을 주고 꽉 붙이자 그분이 “응?” 하고 눈을 장난스럽게 빛내셨습니다.

“왜 다무십니까?”

“전하….”

“벌려 주세요.”

고개를 저으면 안 되는데 고개를 젓고 싶었어요. 전하께서 혀를 내미셨거든요. 새빨간 혀는 장난스럽게 그분의 입술을 한 번 훔치고 들어갔지만 의미는 명백했습니다. “어서, 벌리세요.” 그분이 들릴락 말락 한 목소리로 명령하셨어요. 혀를 보이시고선. 저에게 다리를 벌리라고.

“푸, 품행을 부디….”

“당신의 지아비 안에는 음탕하고 사나운 것이 들어 있어 호시탐탐 당신을 노렸는데 무슨 말씀입니까.”

“전하….”

“저는.”

태자 전하께서 제 침상으로 훌쩍 올라오셨습니다. 다리 사이에 제 몸을 가두신 전하께서 옷을 손수 윗옷을 벗으시며 입을 여셨어요.

“저는 좋은 사람이고 싶었습니다. 소임을 다하는 태자이기를, 효성이 지극한 자식이기 되기를 바랐습니다.”

어느새 달이 떴나 봅니다. 달빛이 그분의 몸을 아른아른 비추고 있었어요. 옷자락이 전하의 몸을 스치고 침상 아래로 스르륵 흘러내렸습니다.

“그리하면, 그리 노력하면 다 좋아질 거라 믿었습니다.”

그분의 눈은 지난밤처럼 핏줄이 서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눈은 번들거리고 있었어요.

“하지만 좋은 사람이면 당신을 빼앗긴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이제 그런 건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갑자기 금금이 끌어 내려졌습니다. 그리고 침의가 찢어졌어요. 부욱, 하는 소리에 놀라 아래를 바라보자 잠자리 날개 같은 제 옷이 찢겨 나간 게 보였습니다. 고개를 들면 여전히 보이는 건 태자 전하의 얼굴이었어요. 산들바람처럼 상냥하게 웃고 계시는 그분의 아름다운 얼굴과 번들거리는 눈동자. 광기란 고요하고도 깨끗한 것이라는 걸 저는 그때 깨달았습니다.

춥, 춥, 소리가 방 안을 떠돌았습니다. 생경한 그 소리가 부끄러워 귀를 막고 싶었지만 손은 묶인 상태였습니다.

전하께옵서 손수 제 손을 묶으셨어요. 제가 세 번째로 전하를 밀어냈을 때였습니다. 그분은 손쉽게 제 양팔을 잡아 머리 위로 올려 허리끈으로 묶으셨어요.

그리고 제 다리를 들어 올리셨습니다. 다리는 양쪽으로 벌어졌어요. 가랑이를 활짝 벌린 채 속곳이 끌러졌습니다. 반은 찢어졌어요. 너덜거리는 속곳이 어딘가로 던져졌고 전하께서는 제 가랑이 사이에 얼굴을 묻으셨어요.

음부를 빨리는 건 처음이었습니다. 혀가 닿았을 때 그 이상한 감촉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할짝할짝. 그분은 아기 고양이가 우유를 먹는 것처럼 제 아래를 핥으셨어요. 그리고 조금씩 더 다가오셨습니다. 고개의 각도를 이리저리 바꿔 가시면서 입술을 벌려 제 아래를 무셨어요. 입술만으로 무시고 혀를 내밀어 핥고 힘주어 빨아들이셨습니다.

“흐, 으응, 응!”

저는 발버둥 쳤지만 제 허벅지가 전하의 손안에 잡혀 있는 이상은 허사였어요.

“전, 하…!”

전하의 음행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왜 이분은 갑자기 이렇게 음란해지신 걸까요? 제가 몸을 비틀자 전하께서 고개를 드셨습니다. 그 얼굴을 보자 낯이 확 불탔어요. 그분의 얼굴은 저의 애액으로 젖어 있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고개를 젓자 그분이 웃으셨어요. 보란 듯이 혀를 내밀어 입가에 묻을 것을 빨아 먹은 그분이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다 관둘 겁니다.”

“전하.”

“효자 노릇도, 태자 노릇도 그리고 좋은 지아비 노릇도. 내게 그런 걸 기대하지 마세요.”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가 없어 그분을 바라보자 그분이 말씀하셨어요.

“당신은 내가 구하러 오는 걸 기대조차 않았습니다. 그러한데 좋은 지아비가 다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앞으로 하고 싶은 대로 할 생각입니다. 내가 어찌하고 싶었는지 아십니까?”

“전….”

“늘, 여기를 빨아 주고 싶었어요.”

그분이 고개를 내려 내민 혀로 제 도톰해진 작은 살덩이를 핥아 올리셨어요. 히익. 제가 신음을 삼키며 눈을 꼭 감자 웃는 소리가 났습니다.

“힘껏 빨아들여서 퉁퉁 붓게 해 주고 싶었습니다. 안쪽이 부어서 제 양물을 받아들이기 힘드실 때까지 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무척 오래 인내하였고.”

그분이 다시 고개를 숙이셨어요.

“이제는 그럴 이유가 없지요.”

입술로 이를 감싸고, 다치지 않게 그러나 꽤 강하게 작은 살덩이가 물렸습니다. 찌릿한 감각이 온몸을 꿰뚫었어요.

아…! 저는 말을 채 잇지 못하고 몸을 덜덜 떨었습니다. 아래에서 뭔가 왈칵 쏟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건, 아름답고 존귀한 태자 전하의 얼굴과 입에 쏟아졌습니다. 그… 물이요. 수치심에 숨통이 다 막힐 지경이었는데 이상하게도 아래는 저릿저릿 저려 왔습니다. 바르르 떨렸어요.

손가락 하나가 들어왔을 때는 그것만으로도 히이이익, 하고 이상한 소리를 내며 절정에 이를 뻔했습니다.

“구멍이 움찔거리시는 걸 보니 당신도 좋으시군요.”

기쁜 일입니다. 전하께서 웃으시면서 제 안을 휘저으셨어요. 손가락이 많아질수록 제 몸은 더 제어가 어려워졌습니다.

“허리까지 움직이시고.”

태자 전하께서 제 허리에 입을 맞추셨어요. 이윽고 따끔하고 아픔이 찾아왔습니다. 물렸다는 걸 조금 늦게 깨달았어요.

“어여쁘기도 하시지.”

전하께서 제 허리를 어루만지실 때야 비로소 저는 그분이 제 허벅지를 놓아주셨음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다리를 움츠릴 수가 없었어요. 주술에라도 걸린 것처럼 꼴 보기 싫을 정도로, 개구리처럼 다리를 활짝 벌리고 그분의 희롱을 받았습니다.

그분의 앞에서 온통 흐트러진 꼴을 보였어요. 사랑스럽고 순종적인, 늘 완벽한 태자비.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배웠는데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습니다.

“흐응, 으으응.”

입에서 단소리가 흘러나왔어요. 결국 그분이 제 위에서 탈의를 시작하셨을 때 저는 몽롱한 얼굴로 그걸 올려다보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시종들이 그분의 옷을 벗겨 드려야 하는데, 아니면 최소한 제가 시중을 들어야 하는데 그분은 누구의 시중도 없이 옷을 잘 벗고 계셨어요.

눈이 마주치자 그분이 눈을 가늘게 뜨시더니 저의 다리 사이에 있는 작은 살점을 잡아 비트셨습니다. 으으으응! 제가 비명을 지르자 그분이 웃으셨어요.

“통통하니 귀여워서요.”

“흐, 으으응….”

옷을 벗으신 그분이 제 안으로 성급하게 들어오셨습니다. 아프진 않지만 버거웠어요. 배 속이 늘어나는 것처럼 빠듯했습니다. 환희의 물결이 제 몸 안에서 넘실거렸어요. 일렁이는 촛불만큼이나 쾌감 또한 현기증이 날 정도로 몽롱했습니다.

무엇보다 제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건 그분의 얼굴이었어요. 사나운 행복을 만끽하고 계시는 얼굴. 그분은 진심으로 맛있는 걸 뜯어 먹는 육식수처럼 보였습니다. 눈이 마주치자 흉포한 웃음을 지으셨어요.

제게 보란 듯이 신음하며 자신의 정염을 마음껏 터뜨리는 그분을 보다가 저도 모르게 몸을 떨며 절정에 다다랐습니다. 제가 온몸을 조이며 부들부들 떨자 그분도 제 몸을 꽉 조이면서 안으로 치받으셨어요. 곧 안쪽에서 뜨거운 것이 느껴졌습니다.

“흐아앙….”

그걸 느낀 순간 신음이 흘러나왔습니다. 그러자 전하께서 제 둔덕을 가만가만 쓸어 주셨어요. 마치 잘했다는 듯이. 저는 절정에서 다른 절정으로 한 번 더 밀리는 기분을 느끼며 지아비의 파정을 받았습니다.

***

살아 돌아온 저와 태자 전하의 일상은 예전과는 전혀 다른 것이 되었습니다. 태자 전하께옵서는 제가 아는 분이 아니셨어요. 그분은 저를 안고 움직이셨고, 저에게 음식을 떠먹이기도 하셨습니다. 머리를 빗겨 주실 때도 있었고, 심지어는 입술연지를 발라 주신 적도 있으세요. 그분은 저의 모든 것을 궁금해하셨습니다.

한편 전하께옵서는 동궁의 문을 닫으셨습니다. 동궁은 그 어느 때보다 철통같은 경비가 이루어졌습니다. 저는 금족령 아닌 금족령에 처해졌어요. 태자 전하께옵서는 제게 동궁 밖으로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말라고 명하셨습니다. 동궁 내에서라면 자유롭지만 저는 동궁의 두 개 문은 나설 수 없는 몸이 되었어요.

“월아.”

하지만 사람을 부르는 데는 제약이 없었습니다. 불려 온 월아는 꾀죄죄한 모습이었습니다. 냉궁에서 유일한 제 지기였던 여인은 저를 보자마자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설마 저를 기억하고 불러 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얼굴이었어요. 저는 천천히 침상에서 내려가 월아의 앞에서 그녀를 잡아 일으켰습니다.

“늦게 불러 미안하다.”

월아가 고개를 저었어요. 그녀는 몇 번이고 고개를 젓더니 다시 눈물을 뚝뚝 흘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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