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5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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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ophenia (4)
[은비야. 니.....잘 들어라....만일 니 담임이나....집에 가서....이야기하면.....내가 다 잡아 죽이 뿐다....절대 헛투로 하는 말 아니다.....단디 들어라.........이씨발년아.....]
[내가 니 처음 전학 왔을 때 보고 얼마나 이라고 싶었는지 아나? 너는 고삐리가 생긴 게 꼭 아가씨 같노. 흐흐흐...
내가 이 학교에 20년 넘게 있었지만 너같이 이쁘게 생긴 년은 처음 본다. 얼굴도....키도...젖탱이도.....어쩌면 이렇게 사내들이 따먹고 싶게 생겼노. 니도 그거 잘 알제? 니가 그렇게 생긴 거?]
[은비야. 눈 감지마라. 니가 눈 감으면......내가 어떻게 할지 모른다. 절대 눈 감지마라....]
[은비야?
니 아직 남자하고 이래 본적 없제?
처음이제? 아저씨가 여기 빨아 주니까 좋나?
왜 니 몸이 들썩들썩 거리노. 니도 좋제?
어? 솔직히 말해봐라....
흐흐흐....]
[입 벌려! 캬아악!!!! 캬아악!!! 퉤!!!]
[하아....하아....하아.....은비야 니 얼굴.....몸이....왜 이렇게 빨갛게 변했노? 몸이 달아오르나? 니도 해보니까? 좋제? 다 그런기다.
조금 있다가....진짜 그걸 하면 지금보다 몇 배는 좋을끼다. 내가 그렇게 해주께....]
[낄낄낄........은비야. 와?
내가 비밀 한 개 가르쳐 줄까?
내가 지금 니 팬티를 벗길끼다.
근데 니 팬티는 축축하게 젖어 있을끼다.
니....그....보....보지에서 나온 물로 축축하게 아주 젖어 있을끼다. 와? 못 믿겠나? 내하고 내기할래? 니 팬티가 젖었는지 아닌지....]
[흐흐흐.....은비야.....니도 벌써 바짝 익은 여잔갑다. 니도 이거봐봐라.....
내가 벌써 알아 봤지만 니는 보통 고삐리 년들하고는 틀리다. 내 눈은 절대 못 속인데이....니는 고삐리들하고 놀 여자가 아니다.......니는 벌써 익어서.....나 같은 남자하고 놀아야된데이.....
[이야......우리 은비......어쩜 이렇게......보....보지도 이쁘노.....으아..........은비야. 하얀 눈밭에 꽃이 폈네.....내가 지금까지 봤던 보지 중에 니 보지가 최고다.......완전이 꽃이다. 꽃 보지다.........으아....]
[아...아저씨......살려주세요!!!]
머릿속에서 갑자기 메아리치는 아내의 날카로운 비명소리에 정신이 바짝 들었다.
창가에서 내려다보는 교정엔 몇몇 학생들이 운동장을 가로질러 교문을 향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지금 내 마음과는 달리 너무나 평온해 보이기까지 했다.
“저기....누구시죠?”
까랑까랑한 사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엔 성격이 그대로 묻어 있었다.
뒤를 돌아보니, 깔끔한 네이비 색상의 정장을 입은 사내가 미술실 입구에 들어와 있었다.
사내가 다소 신경질적인 표정으로 나를 찬찬히 훑어보는 게 느껴졌다.
내게 계속 시선에 꽂혀 있던 사내의 미간이 조금씩 찌푸려져 갔다.
‘사내가 내 얼굴을 기억하고 있다.’
이젤들의 틈바구니 속에 섞여 있던 익숙한 나무 의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그 나무 의자를 미술실 중앙으로 드르륵 소리를 내며 끌고 와서는 자리를 잡고 앉아, 그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열려있는 미술실 뒷문을 통해 작은 인기척이 들리자, 입구에 서 있던 사내가 서둘러 그 문을 닫았다.
손에 들고 있던 스마트폰에 전화가 왔는지 강한 진동이 계속 느껴졌다.
나는 말없이 문 앞에 서 있는 그를 바라봤다. 그 또한 내게 시선을 떼지 않고 그대로 머물러 있었다.
나를 보고 있는 사내의 얼굴에 숨길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고스란히 내게 전해졌다.
[박 선생님.]
[네...네?]
한동안의 적막을 뚫고 그를 부르자마자, 떨리는 목소리가 바로 응답했다.
[담배 한 대 피웁시다. 담배 있으면 하나 줘 봐요.]
그의 얼굴이 더욱 굳어갔다.
[박 선생님, 담배 피우잖아. 하나 줘 봐요.]
그의 손이 정장 재킷으로 들어갔다 나오자 담뱃갑이 함께 딸려 나왔다.
그가 의자에 앉아 있는 내게.....두어 발자국 다가와 담뱃갑을 통째로 내밀었다.
담뱃갑을 쥔 그의 손이 아주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에게 건네받은 담뱃갑에서 한 개비를 꺼내 불을 붙였다.
미술실을 감싸고 있던 은은한 원목 향이 단숨에 메케한 담배 냄새로 진동을했다.
오랜만에 피우는 담배라 목구멍을 타고 구역질이 올라왔지만, 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 내색하지 않고 다시 담배를 깊게 빨았다.
내가 앉아 있는 의자로부터 조금 간격을 두고 서 있던 그의 얼굴을 담배를 피우며 나는 계속 빤히 들여다봤다.
사십 초중반 즈음으로 보였다.
얼굴엔 뭘 그리 좋은 것을 평소에 처먹고 다니는지 개기름으로 번들번들 거렸다.
하지만 그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 모습이 불안해 보이기까지 했다.
[이 선생....혹시 여러 남자하고 동시에 그게 해봤어요? 섹스?
왠지 나는 이 선생이 그런 거....쓰리섬 같은 거 해봤을 거 같은 생각이 계속 든단 말이야. 흐흐흐...]
[너는 한 남자하고는 그걸 못 느낄 거 같아. 왜냐하면.....니 보지가 하도 야들야들해서 남자가 금방 싸버리니까. 남자들이 돌아가면서 해줘야 느끼지? 응?]
[이렇게 나하고 천 선생이 동시에 니 몸 만져주니까 어때? 좋아?
이 선생, 우리 조용한데 가서 술 한잔하자. 룸에 가서 술 마시면서 속이야기도 좀 하고.....그리고 좀 진하게 놀고.....어때?]
두 사내의 손 네 개가 아내의 몸 이곳저곳을 동시에 헤집던 장면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손가락 사이에 들려 있던 하얀 담배가 이미 중간을 넘어 타들어 가는 게 보였다.
갑자기 반사적으로 의자에서 일어섰다. 그러자 앞에 서 있던 박 선생이 놀라 한발 뒤로 물러났다.
쿵하고 내가 앉아 있던 의자가 쓰려져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짝!!!]
손가락에 끼워져 있던 담뱃불이 폭죽이 터지듯 사방으로 번졌다.
[으........아아.....]
박 선생이 왼쪽 귀 부분을 두 손으로 감싸고 있었다.
내 손이 뜨거워 담뱃불이 떨어졌나 살펴봤지만, 박 선생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온 힘을 다해 내리쳐서 그런 것 같았다.
[으.......아아아.......]
상체를 숙인 박 선생의 고통스러워하는 신음이 계속 들려왔다. 왼쪽 귀를 두 손으로 꼭 감싸고 있는걸 보니 아마 내가 뺨이 아니라 귀 부분을 내리친 듯했다.
박 선생의 얼굴, 광대뼈로부터 뒤쪽까지 빨갛게 변해 피부가 처음보다 점점 부풀어 오르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새빨간 담배 불똥이 날아간 꽁초 필터만이 내 손에 여전히 끼워져 있었다.
나는 그것을 미술실 바닥에 내팽개쳤다.
[박 선생님. 담배 잘 폈어요.]
여전히 귀를 두 손으로 감싸며 꾸부정한 자세로 있던 그를 뒤로하고 미술실을 빠져나왔다.
미술실 앞쪽 문에 바짝 붙어 있던 한 학생이 반대 방향으로 급하게 도망치는 게 보였다.
계속 진동이 오던 스마트폰을 확인하니 아내로부터 여러 번 부재중 전화가 와있었다.
[오빠! 어디세요? 오빠 차는 여기 있는데.......]
미술실 앞, 복도 창가를 통해 아래를 내려다봤다.
내 차가 서 있는 곳.
바로 그 앞에서, 바람에 나풀거리는 예쁜 롱스커트를 입은 아내가 자신의 스마트폰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바람에 아내의 머리칼이 흔들렸다.
아내의 하얀 손이 흐트러진 머리를 반대로 천천히 넘겼다.
아내의 시선이 건물 1층을 타고....2층을 지나......내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3층으로 향했다.
“오빠. 아까 학교서 어디 갔다 온 거예요?”
아내를 태우고, 카페로 돌아가던 길에 조수석에 있던 아내가 궁금한 표정으로 네게 물었다.
“음. 그냥 학교 한번 이곳저곳 둘러봤어.”
“그랬구나. 어디요?”
“뭐 그냥. 애들 농구하는 것도 보고......1학년 2반, 당신 반에도 가보고.....그리고 3층에....미술실도 가봤지......”
갑자기 아내의 작은 숨소리까지 멈춘 듯 차 안이 조용해 졌다.
아내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없었다.
고개를 돌려 조수석에 앉아 있는 아내의 얼굴을 보려다 이내 멈추고, 차들이 줄지어 서 있는 정면만을 향했다.
대학에 거의 다다랐을 때 즈음.
지루한 침묵을 깨는 소리가 울렸다.
승호였다.
[응. 그래 승호야]
[야. 너 어디 갔어? 좀 전에 카페 들렸는데 닫혀 있더라.]
[은비 태우러 간다고 잠깐 나왔어]
[아하......그건 그렇고 주말에 알지?]
[어? 주말에 뭐?]
[아.....새끼......지난주에 통화했잖아. 우리 집에서 밥 먹기로....]
[아아......]
말을 그렇게 했지만, 지난주에 그런 약속을 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수연이가 맛있는 거 많이 한다니까, 시간 맞춰서 와. 그리고 은설 씨하고 미나도 데리고 와.....그리고 세희 씨도.....]
[그래 알았다....]
더 이상 대화가 귀찮아, 대충 마무리하고 전화를 끊었다.
“은비야!”
“네?”
“우리 이번 주말에 승호 집에서 밥 먹기로 했어?”
“네. 오빠가 토요일, 시간 비워두라고.......말했는데.....”
대학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그제야 고개를 돌려 아내의 얼굴을 바라봤다.
화사하게 화장을 한 아내의 볼이 조금 불게 상기되어 있었다.
카페 문을 열자 오전 내내 꼭꼭 스며있던 좋은 커피 향이 왈칵 내게 안겼다.
이제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제 살 것 같았다.
“은비야. 너는 방에 가서 좀 쉬어.”
통유리를 통해 들어오는 따가운 햇살을 가리고 있던 블라인드를 올리며 아내에게 말했다.
“아니.....나는 오빠하고 여기 같이 있는 게 더 좋아요.”
아내가 싱긋 웃으며 Bar가 있는 안쪽으로 걸어갔다.
“끼약!!!”
아내로부터 전혀 정제되지 않은 비명소리가 들려 놀라 아내를 보니.....
아내가 떨리는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두 눈만 빼어놓고 있었다. 아내의 시선이 Bar 뒤쪽을 향해 있었다.
급하게 아내에게도 다가가 아내의 시선이 향하는 그곳을 확인했다.
새까만 머리를 길게 늘어트린 한 여자가 Bar 뒤에 쓰러져 있었다.
여자의 창백한 얼굴엔 살점이 쏙 빠져 광대뼈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어머....오빠. 오빠......어떡해......”
바들바들 떨리는 아내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