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6화 (156/177)

鬼?祭 (13)

위로 말려 올라가 있는 스커트와 포개어져 있는 허벅지 사이......

그 틈 속에, 

검은 손이 움직일 때마다, 그 손에 가려져 있던 팬티가 드러났다 사라지길 반복했다.

테이블 아래 다소곳이 모여 있던 두 무릎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집요한 손길에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다.

포개어져 서로 닿아 있던 반짝이는 무릎이, 조금씩 멀어져 스커트와 허벅지 사이의 틈이 더욱 벌어져갔다.

검은 손의 움직임에도 이젠 더 이상 팬티가 완전히 가려지지 않았다.

손가락 하나가 하얀 팬티 가장자리를 기어이 들쳐 결국 그 속으로 미끄러지듯 사라져버렸다. 동시에 벌어져 있던 허벅지 사이가 다시 모여 움찔거리는 게 보였다.

그제서야 끊임없이 움직이던 그 검은 손이 잦아들었다. 하지만 방금 팬티 속을 비집고 들어간 손가락은 또 다른 형태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선생님. 자! 한잔 받아요]

[아.....]

남자의 소리가 들리자마자 테이블 아래, 동일한 방향으로 향해 있던 허벅지가 갑자기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안쪽 허벅지는 박혀있던 검은손에 걸려 있었고, 바깥쪽 허벅지만이 반대 방향으로 틀어졌다.

아슬아슬하게 닿아 있던 허벅지 사이가 열렸다. 

그러자 두 허벅지 사이에 답답하게 막혀 있던 검은 손이, 열려버린 그 공간 안쪽으로 한 번에 쑤욱 들어가 버렸다.

모습을 조금 드러내놓고 있던 팬티가 검은손에 완전히 덮여 사라져버렸다.

[아이고....이 선생님. 미안......술을 쏟았네....

이 선생님. 어디 아파요? 안색이 안 좋은데?]

[최 선생님. 이 선생님 술 그만 먹여요....

지금도 취한 거 같은데......] 

[이 선생님. 근데.....

병원에서는 뭐래요? 남편분은 아직 차도가 없어요?]

[최 선생님. 뭘 그런 걸 물어요. 

이 선생님 마음 아프게......]

[그래요. 이 선생. 

오늘은 다 잊고, 편하게 즐기다 가요.

살다보면 이런 일, 저런 일 있는 건 다반사고....

남편분도 언젠간 좋아지겠죠.]

남녀의 목소리가 한동안 들려왔다.

하지만, 아내의 목소리는 단 한 번도 들리지 않았다. 

테이블 아래,

이미 깊게 자리 잡은 검은 손에 의해 열려버린 허벅지는 다시 원위치로 돌아갈 수가 없었다.

팬티 가장자리를 들춰, 그 속으로 들어간 손가락이 무엇인가를 깊게 후비듯 일정한 패턴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벌어진 팬티 사이, 부드럽게 흐트러진 검은 털이 조금씩 드러나 보이기 시작했다.

[양 선생님!]

사내의 소리에 갑자기 화면이 흔들렸다.

[나는 그만.....술은 됐어.]

지금까지완 다르게 또렷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이제....강 선생님 차례지?

강 선생 노래해요.]

[아니요....아니요....]

[에이 강 선생, 빼지 말고....]

잠시 후 조용한 반주 소리가 들렸다.

[자자...다들 앞으로 나오세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검게 변해 있던 화면에 갑자기 환한 빛이 가득했다.

조용한 발라드를 부르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람들이 테이블과는 조금 떨어진 노래방 기계가 있는 앞쪽에 몰려있었다. 

그리고 이제 막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두 사람의 뒷모습이 화면 한쪽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아내의 손목이 한 남자의 손에 잡혀 있었다. 

남자의 손에 이끌려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나있는 흐릿한 눈빛의 아내의 얼굴이 새빨갛게 변해있었다.

아내가 남자의 손길에 이끌려갔다.

아내의 뒷모습.

한참을 말려 올라간 도트무늬 스커트 끝단, 볼록한 엉덩이 밑살이 스커트 아래로 삐져나와 있었다. 

그 엉덩이골을 감싸고 있는 팬티 아랫부분 또한 완전히 드러나 보였다. 

그곳이 젖어있었다.

남자의 손길에 끌려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가자, 남자들 중 하나가 아내의 손을 잡아끌었다.

화면엔 사람들의 뒷모습만이 보였다.

아내를 그곳으로 이끌고 갔던 남자가 앞쪽을 향해 있던 아내의 몸을 자신에게로 돌려세웠다.

남자의 두 손이 아내의 허리를 바짝 감싸 끌어안자, 타이트한 스커트 위 불룩하게 표시가 나던 아내의 그곳이 남자의 바지를 밀어내고 있던 곳에 완전히 닿았다.

남자가 아내를 끌어안은 채, 음악에 맞춰 블루스를 추듯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안쪽에 있던 몇몇 남자들이 고개를 돌려 아내를 끌어안고 있는 남자를 흘깃 보고 있었다.

아내의 허리를 감싸고 있던 남자의 손이 아래로 내려가 아내의 엉덩이 위를 쓰다듬었다. 

아래로 향해 있는 아내의 얼굴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남자의 한 손이 위쪽으로, 하얀 블라우스를 입고 있는 아내의 상체로 향했다.

벌어진 남자의 손이 움직이자 하얀 블라우스가 단번에 구겨져 갔다. 

남자가 아내의 한쪽 가슴을 움켜쥐고 있었다. 

벌겋게 달아오른 채, 고개 숙인 아내의 얼굴을 웃으며 들여다보고 있던 사내의 시선이 갑자기 이쪽으로 향했다.

남자의 얼굴이 단번에 찌푸려졌다.

아내를 안고 있던 남자가 아내를 풀어주곤 이쪽으로 향해 걸어왔다. 

비틀거리던 아내를 옆에 있던 다른 남자가 뒤에서 끌어안았다.

정면을 비추고 있던 화면이 테이블 아래로 떨어져 까맣게 변했다. 

[야! 양 선생......너....도대체 지금 뭐 하는 거야?]

잔잔한 음악 소리를 뚫고, 거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양 선생. 너 혹시 지금 카메라로 찍고 있어?

뭐하는 짓이야.]

검은 화면 속 남자의 목소리만 들렸다.

[박 선생. 당신이야말로 지금 뭐하는 거야?

학교 잘리고 싶어?

이 선생한테 뭐하는 짓이야?]

[씨발....미쳤나.....내가 뭘 했는데? 이 선생한테....]

[그만해. 이 선생 그만 건드려.....]

[니가 먼데? 니가 왜 난리야?]

[그만 안 하면....내일 정식으로 학교에 보고 할 거야]

[흐흐흐흐......]

클라이맥스를 향해가는 노랫소리와 함께 어울리지 않는 남자의 비웃음 소리가 들렸다.

[양 선생. 니가 모르는 게 있는데....

이 선생 말이야....

나하고 그런 사이 된지 좀 됐어.]

[뭐....뭐?]

[내가 이야기 해줄까? 오늘도 말이야....

불과 한 시간 전에.....

식당 뒤에서....이 선생하고....했어.

이 선생이 나하고 붙어먹은 게 오늘 처음인지 알아?]

[그....그게 무슨 헛소리야?]

[남편은 병원에 오랫동안 누워있는....

외로운 젊은 여선생 위로 좀 해 주는 게 뭐가 잘못인데?

그리고 말이야. 

양 선생, 니가 이런 말 할 자격이 돼?

니가 이 선생 나이일 때, 학교서 어떻게 했는지 기억 안 나? 매일 학교 영감들 술자리가서 니가 뭘 했는지 벌써 다 잊었어?

너 걸레.......] 

갑자기 동영상이 끝나버렸다. 

눈이 침침해 한동안 두 눈을 힘주어 비볐다. 꼭 감고 있는 눈 속에서 하얀 별들이 쉴 새 없이 반짝거렸다.

사진이 하나씩 넘어갔다.

교무실 책상에 앉아 있는 아내의 뒷모습이었다.

사진을 넘길수록 하루하루 날짜가 변했다. 그와 더불어 아내의 엉덩이를 감싸는 스커트 또한 더욱 짧아져 갔다. 

여선생의 옷차림 이라곤 상상을 못할 정도로 노출이 심한 옷들이었다. 

중간중간 식사 자리나 회식 자리에 있는 듯한 아내의 사진도 보였다.

사진 속 아내는 웃고 있었다. 

하지만 아내의 얼굴에 그려진 그 미소는, 내가 알고 있는 아내의 미소가 아니었다.

다른 여자 같았다.

사진이 넘어갈수록 아내의 얼굴이 점점 날카롭게 변해갔다.

마지막 파일.

폴더에 있는 가장 마지막 파일, 확인하지 않은 동영상 파일 하나만이 남아 있었다.

“형부!!!”

처제의 목소리가 들렸다.

방문이 열리고 빼꼼히 방안을 들여다보는 처제의 하얀 얼굴이 보였다.

“으..응?”

“친구들 왔어요.”

“아....그래?”

“애들이 저녁 먹자고 해서요....”

“그래...그래....먼저 들어가라.”

“형부 혼자 괜찮겠어요?”

“응. 괜찮아.....”

처제가 카페를 떠난 후, 홀로 손님을 받고 있었지만,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카페 밖은 벌써 짙은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다.

정신없이 움직이다 보니 몇 번이나 울리던 스마트폰을 확인할 겨를이 없었다. 

아내로부터 부재중 전화가 몇 통 와있었다. 

[오빠. 바빠요? 전화 안 되네요?

선생님들하고 저녁 먹고 들어가요.

8시 전엔 들어갈 거 같아요.

들어갈 때 다시 연락할게요.

보고 싶어요....]

아내의 메시지를 확인하고 서둘러 카페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새로이 들어오는 손님은 급한 일이 있다는 핑계를 대고 돌려보냈다.

무엇인가에 쫓기듯 서두르는 내 모습이 나 스스로도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나는 알 수 없는 그 흐름에 그냥 나를 맡겨뒀다. 

나는 어느새 불이 모두 꺼진 캄캄한 현관에 들어서 있었다.

어둠에 묻혀 있는 이 정적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는 거실과 안방의 불을 모두 켜 집안을 환하게 밝혔다.

시간은 오후 7시 40분...

이제 조금만 있으면 아내를 볼 수 있으리라....

나는 씻지도....옷을 갈아입지도 않고서 거실 소파에 앉아 노트북을 켰다.

그 마지막 파일을 실행했다.

달라 보였다.

동영상 화면이 달라보였다.

카페에서 봤던 그 영상과 비교할 때 화질이 무척 투박해 보였다. 

어두운 화면에 하얀 조각상 들이 얼핏 보였다.

누군가가 촬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 몰래 숨겨져 있는 듯한 그런 구도였다.

문이 열렸다.

그리고 동시에 불이 켜졌다.

깔끔하게 정장을 입은 한 남자가 들어섰다.

마치 화실 같았다.

나무로 된 이젤이 줄지어 서 있는 게 보였다.

남자가 이젤에 걸려있는 한 그림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스마트폰이 울렸다.

누군지 확인하지도 않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오빠. 지금 집에 가고 있어요.

오늘 늦어요?]

[아니....나도 이제 가려고.....]

[벌써요? 저녁은요? 뭐 좀 사갈까요?]

[아니 괜찮아]

[나는 20분 정도 있음. 도착해요.

빨리 와요.] 

[그래. 알았어]

잠시 멈춰 있던 영상이 다시 움직였다. 

문이 열렸다. 

남자가 들어왔던 그 문을 통해 아내가 걸어 들어왔다. 

아내의 옷차림이 사진에서 봤던 그런 옷이었다.

[왔어?]

남자가 문 앞에 서 있는 아내에게로 웃으며 다가갔다.

머릿속을 터질 듯, 울려대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노트북 화면은 이미 검게 변해 있었다.

스마트폰에 시간이 벌써 8시 30분을 훌쩍 넘어 있었다. 

20분이면 도착한다던 아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아내가 말한 도착 시간이 이미 30분이나 지나 있었다.

그리고 아내로부터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아내에게 전화를했다.

한참 동안 기다려도 신호음만 이어질 뿐 아내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나는 집을 나섰다.

지하주차장엔 빼곡히 차들로 들어차 있었다.

비워져 있어야 할 그 공간에 차가 주차되어 있었다.

아내의 차였다.

차에 다가가자 미처 식지 않은 열기가 느껴졌다. 

“안녕하세요?”

항상 입주민에게 살갑게 대하는 인상 좋은 수위 아저씨였다.

“아네.....”

“어디 나가세요?”

“하....아니요....”

“사모님 좀 전에 급하게 나가시던데.....”

“네?”

“한 이 삼십분 됐나? 경비실에서 사모님 차 들어오는 건 봤는데, 다시 경비실 앞에 지나가셔서 인사드리니까 못 보셨는지 급하게 나가시더라고요.” 

“아....마트에....뭐 사러갔나? 어디로 가던가요?”

“마트 있는 상가 쪽이 아니라, 공원 쪽으로 나가시던데....”

1층으로 올라와 상가가 몰려 있는 방향이 아니라 언덕 위, 작은 공원이 있는 반대편으로 걸어갔다. 

아파트를 단지를 빙 둘러 뒤편으로 접어드니, 불빛이 가득한 아파트 앞쪽과는 다른 세상처럼 무척 달라 보였다.

좁은 오솔길을 걸어 올라갔다.

2차선의 좁은 도로가 내려다보였다.

도로에 차들이 드문드문 서 있었다.

서둘러 오솔길을 걸어가던 발걸음이 나도 모르게 멈췄다.

내가 서 있는 오솔길 바로 아래에 승합차 한 대가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승합차와 조금 거리가 떨어진 곳에, 미등이 켜진 검은 세단이 서 있었다.

멀리여서 정확히 보이진 않지만 검은 세단은 큰 배기량의 수입차 같았다.

나는 승합차의 차넘버를 확인하기 위해 걸어왔던 길을 다시 내려갔다.

그 순간. 

저 멀리 미등이 켜진 검은 세단 조수석 문이 열리고 한 여자가 빠져나오는 게 보였다.

어깨 조금 위까지 오는 그리 길지 않은 여자의 머리칼이 바람에 흩날렸다.

그 여자가 누구인지 한눈에 나는 알아볼 수 있었다.

아내였다.

검은 세단 운전석 문이 열리고 한 남자가 내렸다.

“야!!!”

멀리서 남자의 고함소리가 조용하던 도로에 울려 퍼졌다.

하지만 아내는 발걸음은 멈추지 않고 내가 왔던 아파트 입구 쪽을 향했다.

나는 좁은 오솔길을 내달렸다.

검은 세단에서 내린 남자가 누구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아니......죽이고 싶었다.

하지만 잠시 아내가 사라진 방향을 지켜보던 남자가 다시 차에 올라타 그곳을 떠나버렸다.

아내의 모습도 이미 사라져 버렸다.

다시 내 시선이 향한 곳은 승합차였다.

승합차 운전석이 열렸다.

차에서 내린 한 남자가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남자 입에서 짙은 담배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남자의 시선이 아내가 사라진 곳을 향해 있었다.

그가 신고 있던 운동화가 가로등의 노란 불빛으로 온통 물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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