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6화 (146/177)

鬼?祭 (3)

도심의 분위기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는, 

붉은빛으로 조금씩 물들어가기 시작한 어느 한적한 도로 위.

승용차 몇 대가 줄지어, 경사진 오르막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바로 앞에 하얀 승용차 하나가 보였다.

익숙한 차였다. 차 넘버를 보니 아내의 차였다. 

줄지어 선, 차들의 행렬이 얼마 전에 새롭게 깔린 듯한 아스팔트 도로를 벗어나 좁은 비포장도로 접어 들었다.

타이어가 지나간 자리, 황토 바닥에서부터 누런 먼지가 피어올라 깨끗했던 시야가 노란 황사가 내려앉은 것처럼 변해버렸다.

저 멀리 선두에서 달리던 검은 승용차에서 오른쪽 깜빡이가 켜지더니, 커다란 식당 간판이 걸린 곳으로 방향을 틀어 시야에서 자라졌다.

뒤를 따르던 차들도 검은 차가 사라진 곳으로 하나둘씩 모습을 감췄다.

그리고 그 행렬에 마지막에 있던 아내의 차까지..... 

“여기 선생들하고 공무원들 잘 가는 유명한 유황오리 집입니다. 나도 현직에 있을 때 많이 갔죠. 지금도 가끔 가지만......”

옆에서 장 실장의 차분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직 저녁 시간이 되려면 한참 남았음에도 주차장으로 보이는 넓은 공간에 차들이 어느 정도 들어차 있었다. 

한쪽 구석, 좀 전 선두에서 달리던 검은 차가 서 있었다. 그 차 옆에는 중년의 한 남자가 나와 연이어 도착하는 차들을 하나씩 확인하는 것처럼 보였다.

다른 차들도 그 검은 차 옆에 하나둘씩 주차를 했다.

화면이 빙글 돌더니, 차가 후진 주차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움직이던 차가 멈추자 맞은편에 검은 차가 보였고, 방금 주차를 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보기에도 하나같이 옷을 너무나 잘 차려 입고 있었다.

가장 마지막에 도착한 아내의 차 붉은 미등이 꺼졌다.

그리고 운전석 문이 열렸다. 

반짝이는 하이힐을 신은 여자의 늘씬한 두 다리가 가지런히 차에서 미끄러지듯 나와 황토 바닥 위를 올려졌다.

검은 스타킹으로 팽팽히 감싸여 있는 여자의 다리가 실물 같아 보이지 않았다.

“어....”

나도 모르게 작은 소리가 나왔다.

“김 사장님. 나도.....깜짝 놀랐습니다.

나는 첨에 잘못 따라 온지 알았어요. 근데 차 넘버를 확인하니 맞는 겁니다.”

여자의 몸이 차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있었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노을빛에 반짝이는 단발의 황금색 머리칼. 

타이트한 남색 재킷 아래에는 너무나 짧아, 엉덩이를 살짝 걸쳐있는 도트무늬 미니스커트가 여자의 몸매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여자가 차 문을 닫고 돌아섰다.

아내였다.

금발의 바비인형이 서 있는 것 같았다. 

먼저 도착한 남자4명과, 여자3명의 모든 시선이 방금 차에서 내린 아내에게로 향해 있었다.

아내를 보는 남자들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하지만 여자들의 표정엔 어색함이 묻어 있었다.

하이힐을 신은 아내가 조심스레 한걸음씩 걸어, 그들에게로 다가갔다.

아내의 조심스러운 그 발걸음은 하이힐 때문이 아니라, 너무나 타이트하게 하체를 감싸고 있는 짧은 미니스커트 때문인 것 같았다.

아내가 방향을 틀어 그들과 합류하자, 아내의 뒷모습이 완전히 드러나 보였다.

마침 아내의 몸을 감싸고 있던 연붉은 노을이,

그 짧은 토트무늬 미니스커트를 뚫고, 터질 듯 부풀어 올라 있는 아내의 엉덩이골을 희미하게 드러내 놓고 있었다. 

모여서 잠시 이야기를 하던 그들이 식당이 있는 안쪽으로 걸어갔다.

한 여자가 아내에게 딱 달라붙어 아내의 금빛 머리칼을 보며 뭐라고 말을 하고 있었다. 

[음.......뭘 하나.....]

화면에서 장 실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의 무리가 시야에서 사라진지 몇 분이 흘렀지만. 그는 그대로 차 안에 있었다. 

채소 같은 것을 바구니에 가득 담고, 안쪽으로 지나가던 중년의 여자가 머리를 갸웃거리며 차 쪽으로 다가왔다. 

화면에서 진한 화장을 한 그 여자가 사라지고 목소리만이 들렸다.

[어머!! 장 형사님 아니세요?]

[어....사장님.]

[어머....얼마만이야......요즘 왜 이렇게 얼굴 보기가 힘들어요?]

[하하....바빠서 그렇지 뭐...]

[식사하러 오셨어요? 다른 분들은요?]

[아........그게....혼잡니다. 여기 지나가다가 생각나서왔지요......흐하하하]

[어서 들어와요. 안쪽에 자리 잡아 놓을게요.]

[아니 아니....오늘은 밖에서....날씨도 좋은데.......]

중년의 여자가 화면을 가로질러 지나가자, 영상이 끊기고, 바로 또 다른 영상이 시작되었다. 

붉은 노을이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대신 그곳엔 노란 불빛이 환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듯 화면이 천천히 돌아갔다.

야외에 있는 넓은 마루 위에 테이블이 여러 개 놓여 있었고, 사람들은 각자 테이블을 차지하여 술을 곁들인 저녁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정면에는 그림책에서나 나올 듯 법한 예쁜 황토색 방갈로가 보기 좋게 띄엄띄엄 자리 잡고 있었다.

화면이 이동해 바로 앞에 있는 테이블로 향했다.

테이블 위에는 오리고기가 가득 담긴 짙은 갈색 탕에서 뽀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또다시. 동영상이 끝나고 바로 이어 새로운 영상의 화면이 시작됐다.

시선이 정면 방갈로가 있는 쪽을 향해있었다.

왼쪽 끝에 있던 방갈로 앞에 하얀 벤치가 놓여 있었다. 한 여자가 그곳에 앉아 있었다. 

이미 어둠이 짙게 깔렸지만. 식당 앞마당을 밝히고 있는 노란 불빛에 그 벤치의 광경이 훤하게 드러나 보였다.

그 벤치에 아내가 앉아 있었다. 

아내는 그곳에 앉아 홀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상체를 감싸던 그 재킷은 보이지 않고, 대신 가슴이 깊게 패여 있는 하얀 블라우스만이 이따금씩 불어오는 바람에 힘없이 흔들렸다. 

짧은 미니스커트가 위쪽으로 당겨 올라가, 허벅지 가장 깊은 곳을 감싸고 있던 검은색 스타킹 끝단이 희미하게 보였다. 

아마 대낮이었다면 허벅지 안쪽 깊은 곳, 맨살까지 완전히 드러나 보일 것 같았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떠나기 위해 주차장으로 가던 사람들이, 홀로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는 아내를 한결같이 흘깃 보며 지나갔다.

그중 어떤 사람은 벤치 앞에 멈춰 서서, 그런 아내의 이곳저곳을 빤히 들여다보는 사람도 있었다. 

[야! 정용아. 저기....저 여자 봐봐라...]

[어? 어디?]

[저기 혼자 담배 피는 여자....]

누군지 모를 남자의 목소리에 아내를 향해 있던 화면이 급하게 옆으로 돌아갔다.

바로 앞, 한 테이블 건너,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앉아 있던 두 남자의 시선이 한쪽에 고정되어 있었다.

[팬티 다 보이겠다. 씨발년 몸매 죽이네.....]

[흐흐흐....미친넘]

두 사내가 벤치 쪽을 바라보며 낄낄대며 웃고 있었다.

사십 대는 훌쩍 넘어 보이는 두 사내의 행색이 그리 여유로워 보이지 않았다. 

희끗희끗하게 새치가 올라온 머리는 뭉쳐진 채, 엉클어져 있었고, 얼굴의 피부 또한 잘 관리된 그런 느낌이 아니라, 따가운 태양아래 고된 노동일을 하는 사람처럼 수분이 바짝 말라 거칠어 보이기까지 했다. 

그 남자들이 앉아 있는 테이블에 빈 소주병이 여러 개 보였다.

[아이고....씨발.....나는 언제 저런 년하고 한번 해보나....]

[꿈 깨라 새끼야. 노가다 십장하는 새끼가 무슨.......]

[술집 년인가?]

[몰라 새끼야. 니가 가서 물어봐라. 술집 년인지 아닌지....흐흐흐..]

한참동안 벤치 쪽을 바라보던 남자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바로 옆 마루 앞에 놓여 있던 신발을 찾았다.

[야 인마. 너 어디가?]

[니가 가서 물어보라며. 간다 새끼야...]

[크크크....미친 새끼 화장실가면서 여자 얼굴 더 볼라고.....병신새끼....] 

신발을 신은 남자가 바지춤을 위쪽으로 바싹 당겨 입더니 마당을 가로질러 걸어 나갔다. 

[어...어어......]

혼자 남겨진 남자의 소리가 들렸다.

방금 자리를 떠난 남자가 향한 곳은 아내가 홀로 앉아 있던 그 벤치였다.

남자가 아내 옆에 조금 떨어져 벤치에 앉았다.

담배를 피던 아내가 방금 벤치에 앉은 남자를 흘깃 한번 봤다.

남자가 아내를 보며 담배를 꺼내 물었다. 

남자의 시선이 옆에 앉아 있던 아내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듯이 고정되어 있었다.

아내는 그런 남자를 신경 쓰지도 않고. 이따금씩 담배를 붉은 입술로 가져갔다.

남자가 아내에게 무슨 말을 했다.

그러자 아내는 고개를 웃으며 가로저었다.

남자가 아내에게 더욱 바싹 다가가 계속 뭐라고 말을 걸었다. 

그런 남자를 빤히 보던 아내가 뭐라 답을 하는 것 같았다.

잠시 아내와 대화를 주고받던 남자가 벤치에서 일어나 아내에게 엉거주춤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곤 다시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아내의 시선이 이쪽으로 향하자, 놀란 듯 화면이 급하게 돌아갔다.

[야.....이 새끼 미쳤나? 그런다고 진짜 가냐?]

테이블에 홀로 있던 남자가 신발을 벗고 마루에 올라서던 남자에게 급하게 말했다.

[와.....씨발.....저년 저거....존나게 이쁘다.

저렇게 이쁜 여자는 실제로 첨 본다....

몸매가......그리고 말은 얼마나 사근사근하게 하고,

냄새는 얼마나 좋은지.....말만 섞어도 자지가......

술을 좀 마셨나 본데...

가까이서 보니까 존나게 어린데....스물네다섯정도...

아까 인사할 때 보니까. 젖탱이도 보이더라...]

[야...그래서....뭐라고 했는데?]

[심심하면 술 한 잔 같이 하자고 했지.....

그런데 일행이 있다네...]

[어이구 미친 새끼야. 여기가 술집이냐? 

니가 하는 짓이 그렇지 등신 같은 새끼.....]

두 남자의 시선이 여전히 아내가 있는 곳에 향해 있었다.

화면이 다시 이동했다.

아내의 손에 들려있던 담배가 벤치 옆에 서 있는 재떨이에 버려졌다.

아내가 벤치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바로 뒤에 있던 방갈로 옆을 돌아 뒤쪽으로 사라져버렸다.

[와.....씨발 저 년 뒤태....엉덩이...죽이네...

벗겨놓으면 얼마나 쫀득쫀득 할까...]

테이블에 있던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동안 화면이 테이블을 향해있었다.

장 실장은 지금 영상이 녹화되고 있는 것을 모르는 것처럼 허겁지겁 유황오리탕을 먹고 있었다. 

계속 이어지는 그 모습을 보니 갑자기 시장해졌다.

숟가락 가득 담겨있던 진한 국물이 화면 가까이 오다가 갑자기 멈췄다. 그리곤 국물이 담겨 있는 숟가락이 아래 접시에 그대로 놓였다.

화면이 정지된 것처럼 잠시 멈춰있었다.

화면이 급하게 움직였다.

황토 바닥에 있던 장 실장의 낡은 운동화가 보였다. 

화면이 아내가 앉아 있던 벤치를 향했다. 

아내가 담배를 피던 벤치를 지나, 아내가 사라진 방갈로를 돌아가니 식당 앞마당과는 달리 무척 어두컴컴했다.

화장실이 보였다.

하얀 화장실 타일 벽이 화면에 가득 찼다. 화면이 화장실 이곳저곳을 훑어봤지만, 그곳엔 아무도 없는 듯 고요했다. 

다시 화면이 움직였다.

화장실을 빠져나오자, 조금 전 머물러 있던 환하게 불이 켜진 식당 앞마당이 보였다.

앞마당 쪽으로 천천히 빠져나오던 발 검음이 갑자기 멈췄다.

화면이 다시 돌아 화장실 쪽을 향했다. 이번엔 화장실을 그냥 지나쳤다.

화장실 뒤 정리되지 않은 수풀 사이, 

벽돌로 된 창고 같은 작은 건물이 어둠속 흐릿하게 보였다. 

느린 바람에 풀잎들이 서로 몸을 비벼 사각대는 소리가 꿈에서처럼 아련히 들려왔다. 그리고 그 소리에 묻혀 있는 또 다른 소리가 바람을 타고 희미하게 들렸다. 

화면이 천천히 움직여 그 창고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하.....하.......]

희미하던 그 소리가 조금씩 또렷해졌다.

[아.......아......아]

창고 입구를 지나 옆 벽면을 타고 뒤쪽으로 향했다.

[아아.......아......]

화면이 벽돌 모서리를 타고 창고 뒤쪽을 빼꼼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창고 뒤...

저기 멀리 떨어진 가로등의 노란 불빛에,

춤을 추듯, 두 개의 검은 실루엣이 뒤섞여 움직이고 있었다.

[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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