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5화 (145/177)

鬼?祭 (2)

[다음은 사건,사고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현직 약사가 어젯밤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약물에 의한 쇼크사로 추정하고 있으며, 사망한 약사의 자택에서 불법으로 제조된 약물들이 다량으로 발견되었다고 전했습니다.

이 약물들은 수면유도제와 각성제들로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또한, 다량으로 복용할 경우 환각증상 등 신경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마약류로 분류된 약품들도 일부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경찰은 사망한 약사가 불법으로 조제한 약을 상습적으로 투약한 것으로 보고, 부검 및 감식 등을 통하여 최종 사인을 확인할 예정이라 밝혔습니다.

다음은 교차로에서 3중 추돌.....] 

조수석에 가만히 앉아 있던 처제의 신경이 차에서 흘러나오던 라디오 소리에 집중해 있었다.

처제의 표정이 어두웠다. 아니...어찌 보면 겁을 먹은듯한 그런 표정이었다.

“처제.....혹시 이 번호 누군지 알아?”

“네?”

내 스마트폰에 남겨져 있던 부재중 전화번호 하나를 처제에게 보여주었다.

“아....이 번호...세희 언니 번호예요. 어젯밤에 형부한테 전화 왔었어요?”

“응. 그랬나 봐. 못 받았어,....”

어젯밤. 

장 실장과 그곳에 있을 때, 쉴 새 없이 반복되어 반짝이던......그 번호 주인이 최 진욱의 동생이었다.

항상 이 시간.

카페 내부가 훤하게 보이던 통유리에, 블라인드가 완전히 내려져, 카페 안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카페 출입문을 열어 보니 잠겨 있진 않았다.

“오.....오빠!!!!”

카페로 들어서자마자 테이블에 앉아 있던 미나가 떨리는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미나의 눈 주위가 부어올라 빨갛게 변해 있었다.

“오빠.....어떡해요....진욱 오빠......”

미나가 가느다란 한 손으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급히 훔쳐냈다.

처제가 그런 미나에게 다가가 흐르는 눈물을 살며시 닦아주고 있었다.

나는 Bar에 앉아, 잠시 생각에 잠겼다.

미나와 처제는 서로 붙어 앉아 조용히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Bar 아래에 쌓여있던 A4 용지를 꺼냈다.

[금일휴업

개인 사정으로 오늘은 쉽니다.

급한 용무가 있으시면 아래 번호로 연락 바랍니다]

굵은 매직으로 적어내려 간 그것을 들고 카페 밖으로 나왔다. 

그리곤 출입문 입구에, 그것이 바람에 날려가지 않게 꼼꼼하게 붙였다. 

“형부! 오늘 안 해요 카페?”

“응..”

“오빠. 아니요. 괜찮아요. 그러지 마요....”

미나가 처제와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하지만 내 마음 또한 오늘은......쉬고 싶었다.

“아니야. 오늘은.....쉬자.......”

미나는 자신 때문에 그런 건 아닌가하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미나야. 세희 언니 지금 어디 있어?”

“아침에 통화했는데.....부모님 오셔서 새벽에 혼자 집에 왔데....”

“혼자?”

“응. 지금 혼자 있데. 나 언니한테 가보려고 하는데.....”

“같이 가자....” 

미나와 처제가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태워줄까?”

“아니요. 조금만 걸으면 되는데요. 형부는 좀.....쉬세요.....어제도.....”

처제가 말끝을 흐렸다.

아마도 어젯밤. 아내가 처제와 같이 자면서, 대충 분위기를 파악하고 있는 듯 했다.

미나와 처제가 카페를 떠나자, 나는 손님이 들어오지 못하게 출입문을 잠갔다.

항상 카페에 출근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신선한 예가체프를 내리는 것이었는데, 지금은 몸도 마음도 너무나....피곤했다.

유리를 두드리는 소리에 선잠에서 깨어났다.

한 남자가 출입문 유리에 얼굴을 바짝 들이밀고서 카페 내부를 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그 곳으로 가, 잠겨 있던 문을 열었다.

“아....저기 죄송합니다. 오늘 일이 좀 있어서......카페 쉬려고......”

“아이고.....다행히 계셨네요....

안녕하세요. 북부서에서 나왔습니다.....”

남자가 내 말을 끊고서 하얀 명함 하나를 내게 내밀었다.

그곳엔 경찰 마크와 직위가 경사인 이름이 인쇄되어 있었다.

그가 창가에 앉아, 대학생들이 분주하게 오가는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아이고...사장님. 안 이러셔도 되는데.....고맙습니다.”

그의 앞 테이블에 갓 내린 예가체프가 담긴 머그컵을 올려놓았다.

“와.......저는 커피는 잘 모르는데.....향기 참 좋네요.” 

“아네.....”

그가 테이블에 올려져 있던 작은 다이어리만한 수첩을 펼쳤다.

“이미 소식 전해 들으셨겠지만....사망하신 최 진욱씨 관련해서 몇 가지 확인할게 있어서 왔습니다.

최 진욱씨 동생 분 말에 따르면. 최 진욱 씨가 사망 전날 이곳에 왔다고 하더라고요?”

그의 말이 무척 건조하게 들렸다.

“네. 맞습니다.” 

“그날 뭐....특별한 일은 없었습니까? 

최 진욱씨가 기분이 안 좋아 보인다든지......

뭔가에 취에 있었다든지.....”

“그날. 여기서 둘이 술을 마셨어요.”

“아. 그래요?

그가 수첩에 무엇인가를 적어 내려갔다.

“두 분이서 술을 얼마나 마셨습니까?”

“와인 한 병반 정도....그 정도였습니다.”

“그날. 최 진욱씨가 평소완 다르게 행동하거나 그런 건 없었습니까?”

“특별한 건 없었습니다....”

“음.....”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수첩에 빼곡히 적힌 글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

“그날. 두 분이서 술 마시고 혹시 최 진욱씨가 취했나요? 그리고 몇 시쯤 술자리가 끝났습니까?”

“둘이서 와인 한 병 반이라.....조금 취기가 올랐을 정도까지 마셨고, 취한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밤 11시 좀 넘어서 술자리 끝나서, 바로 집으로 간다고 하고 나갔습니다.”

“밤 11시........약국 앞에 달린 CCTV 하고 시간이 맞네요. 그럼 최 진욱씨가 여길 떠나고. 사장님은 뭐하셨습니까?”

무표정한 그의 얼굴이 나를 향해있었다. 하지만 눈빛은, 그 표정과는 조금 달라 보였다. 

“카페 정리하고 집으로 바로 갔습니다.”

“부검을 해봐야 정확한 사인이 나오겠지만, 현재까진 약물중독에 의한 쇼크사로 저희는 추정하고 있습니다. 

평소에......최 진욱씨가.....무슨 약 같은걸 먹거나.....아니면 사장님한테 준적이 있습니까?”

“글쎄요.....”

그의 물음에 수많은 생각들이 어리저리 머릿속을 휘젓고 다녔다.

“특별한 기억은 없고.....가끔 영양제 같은 걸 가져다준 적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두 분이선.....어떤 관계였습니까?”

블라인드가 올려져, 캠퍼스 앞 도로가 훤히 보이는 투명한 유리창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마침 신호등이 변해, 사람들이 도로를 가로질러 바삐 걸어가고 있는 게 보였다.

그 사람들 무리 속에서 유독 도드라져 보이는 한 남자의 시선이 이곳으로 향해 있었다. 그는 바삐 걸어오면서도 시선만은 이곳에 고정되어 있었다. 

“사장님?”

옆에 있던 형사가 나를 불렀다.

사람들 무리에 섞여 있던 그 남자가 인도를 딛고 올라섰다.

나도 모르게 그에게 고개를 조금 숙여 인사를 했다.

“어!!!”

무엇인가에 놀란 듯 옆에서 작은 탄식이 들렸다. 

카페 바로 앞에 서 있던 장 실장이 누군가에게 밖으로 나오라는 듯 손짓을 했다. 그러자 옆에 앉아있던 형사가 급하게 카페를 빠져 나갔다.

형사가 장 실장에게 머리를 깊게 숙이곤 반갑게 인사를 했다.

둘은 등을 돌린 채,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가만히 보면 장 실장의 일방적인 말이었다. 나를 찾아온 형사는 장 실장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잠시 머리를 긁적이기도 했다.

장 실장이 담배를 꺼내 피우자, 그와 이야기를 나누던 형사가 다시 카페로 들어왔다.

“아이고.....사장님, 장 형사님하고 아시는 사이입니까? 예전에 제가 모시던 분이라서....

사장님 그리고 얼마 전에 머리 수술하셨다면서요? 말씀을 하시지.....”

“아...네..”

“아이고....저 양반. 얼마나 뭐라고 하는지.....

몸도 안 좋은 사람 괴롭히지 말고, 

대충하고 가랍니다. 하하하.....

여기까지 하지요. 커피 잘 마셨습니다.

그리고 사장님 몸조리하시고요.” 

“네.....들어가십시오.”

그가 내게 인사를 하곤 카페를 빠져나갔다. 그러자 장 실장과 잠시 웃으며 대화를 하더니 그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장 실장이 짧게 변한 담배를 쓰레기통에 꼼꼼하게 비벼 끄곤, 카페로 들어왔다.

“김 사장님....”

“오셨습니까. 근데 어떻게......지금...”

“하하.....어제 로이엣에 있을 때, 저한테 전화한 놈이 저 놈입니다. 아무래도 오늘 여기 참고인 조사하러 올 거 같아서 한번 들려봤죠.

근데....오늘 장사 안 하시나 봅니다?” 

장 실장의 시선이 출입구에 붙어 있던 하얀 종이에 머물러 있었다.

“네. 뭐....얘 들도 좀 그렇고 해서......”

“하긴... 갑작스런 일이니....경황이 없겠죠......모두들...”

오랫동안.

나는 테이블 앞에 놓여있던 머그컵만을 이따금씩 홀짝였다.

장 실장 또한 내가 내어준 커피와 작은 쿠키를 입에 씹으며 별다른 말이 없었다.

우리는 그렇게 카페 창밖만을 말없이 내다보고 있었다. 

“장 실장님?”

“네?”

오랫동안 말없이 그렇게 있어서인지 장 실장의 목소리가 잠긴 듯 갈라졌다.

“어제 봤던 거 말입니다. 

확인을 좀 더 했으면 좋겠는데......”

검은색 쿠키를 이제 막 입으로 넣으려던 그의 손이 아래로 내려와, 그것을 접시에 다시 내려놓았다.

“음......김 사장님. 이해는 합니다. 

궁금하겠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몇 달 동안을 그렇게 의식 없이 병원에 누워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말입니다.

살다보면 가끔은.......

확인하지 않고 지나쳐도 될 것들이 있어요. 

그걸 확인 한다 한들....시간은 이미....지나버렸고, 

예전의 일을 다시 되돌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깊은 상처만 남아요.

지금부터가 중요합니다. 그러니....앞으로.......”

그의 말이 갑자기 뚝 끊겼다.

그건 아마, 자신을 바라보는 내 눈빛을 확인했기 때문이었으리라.....

장 실장이 표정이 심각하게 변해있었다.

그가 옆에 있던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나는 블라인드를 다시 내려 카페 내부를 환하게 비추던 빛을 차단했다. 그리고 다시 출입문을 잠갔다.

‘최 진욱 ? 의뢰번호(13)’

테이블 위에 올려진 장 실장의 낡은 노트북 화면엔 어제 보았던 그 폴더가 열려있었다.

“그날....은비 씨가 그 Bar에 갔던 그날 이후, 

많은 것들이 변했어요. 

마치....은비 씨는......

모든 걸 포기하려는 것 같았습니다. 

매일 술에.......그리고..........”

장 실장의 표정이 또다시, 어제 그곳에서 봤던 그 참담한 얼굴로 변해 있었다.

“멀리서 보고 있어도 위태로울 정도였습니다. 

칼날 위에 서 있는 것처럼.....”

장 실장이 마우스를 클릭했다.

그러자 이미 열려있던 폴더 위에, 또 다른 작은 창이 열렸다.

하지만,

내 시선은 장 실장이 방금 실행한 그 영상에 머물러 있지 않았다.

내 눈에 들어온 것은, 

폴더 아래, 상태표시줄에 적혀 있는 숫자였다.

‘87.4 기가.....’ 

장 실장이 멈춰있던 영상을 클릭하자,

조금 전 보였던 폴더아래 숫자가 동영상 속에 가려,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이 날은, 술집에서 은비 씨가 그 일을 당한.........아니...있은 지 이틀 후입니다.

은비 씨가 몇 달 동안 병원에 계속 있다가, 다시 학교에 출근한 첫날이었습니다. 

그날....저녁에..........”

사진처럼 멈춰 있던 영상이.....움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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