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4화 (144/177)

鬼?祭 (1)

두통이 시작되었다.

언제부터 주점에 손님들이 들어찼는지 조용하던 룸에, 닫혀있는 문 넘어 노랫소리가 뭉개져 흘러들어왔다.

테이블 위에 뒤집어져, 한참 전부터 반짝이던 스마트폰을 이제야 확인했다.

부재중 전화 23통....

15번의 전화는 저장되지 않은 모르는 번호였다.

그리고 나머지는 아내와 처제의 전화였다.

겉모습과는 다르게, 장 실장은 자신의 일에 관해서는 꼼꼼하고 철저한 성격인 것 같았다.

그의 노트북에는 자신에게 의뢰된 일들이 폴더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최 진욱 ? 의뢰번호(13)’

이 폴더 안에 일자별로 또 다른 폴더와 각종 파일이 빼곡하게 들어 있었다.

나는 스마트키에 달려 있던 USB메모리를 노트북에 연결했다. 그리고 ‘최 진욱 ? 의뢰번호(13)’ 폴더 전체를 USB메모리에 복사했다.

100기가에 육박하는 방대한 용량이었다.

아무 생각도 하기 싫어, 그냥 파일이 복사되는 노트북 화면만을 멍하니 바라봤다.

“오빠!!!”

룸 밖에서 어렴풋이 들려오던 쿵쾅대는 노랫소리가 갑자기 크게 들려와 눈을 떴다.

문 앞에는 처음 룸에 들어왔던 은서라는 어린 여자가 상기된 얼굴을 한 채, 서 있었다. 

“오빠! 또 자요?”

그 여자가 소파로 다가와 바짝 붙어 앉으며, 내게 팔짱을 껴왔다

여자는 술에 조금 취한 것 같았다. 

좀 전 동영상에서 아내가 입고 있던 브라운 원피스와 비슷한 여자의 옷이 흐트러져 군데군데 구겨져 있었다.

깊게 패여 있는 가슴 부분 또한 아내가 그러했던 것처럼, 누군가의 손길이 한동안 머물렀는지 아래로 조금 늘어나있었다. 

루즈해진 그 틈으로 한쪽 젖가슴이 멀쩡한 반대쪽과는 달리 더욱 드러나 있었다.

또한 술을 많이 마셨는지 뽀얗던 얼굴이 불게 달아올라 있었고, 여자로부터 옅은 술 냄새와 함께 담배 냄새도 풍겨왔다. 

“오빠. 애인 있어요?”

“아니....”

“정말?”

여자가 나의 한쪽 팔을 더욱 깊게 끌어안자, 단단하게 부풀어 올라 있는 여자의 젖가슴이 내 팔에 고스란히 느껴졌다. 

“내가 오빠 애인해줄까?”

“와이프 있어.”

“네?”

내게 바짝 붙어 젖가슴을 부비던 여자의 몸이 갑자기 떨어져 나갔다.

“정말? 오빠 결혼 했어? 음... 안한 거 같은 분위긴데........정말 결혼했어?”

“응.”

“음......뭐...상관없어, 내가 애인해줄까?

요즘 결혼해도 다 애인 있잖아....

그냥 밖에서 만나서 밥 먹고...영화보고...

나같이 어리고 예쁜 여자하고.....어때?

나....옆방 끝나면 퇴근할 건데...

오빠. 나하고 같이 나갈래?”

고개를 돌려보니 여자의 빨간 입술이 내 입술 바로 앞에 놓여 있었다. 진한 마스카라로 한껏 위로 치켜세운 눈썹이 답을 기다리듯 천천히 깜빡였다. 

‘이제 갓 스물을 넘겼을까?’

내겐 이 여자가, 예쁘장한 여고생이 진한 화장을 한 것처럼 보일 뿐이었다. 

여자의 빨간 입술이 내 입술에 살짝 닿자마자 떠났다. 

여자는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내 얼굴 이곳저곳을 훑어보며 생글거리며 웃고만 있었다.

갑자기 여자가 두 팔로 내 목을 두르더니, 자신에게로 바짝 끌어당겼다. 

조금 전보다 여자의 입술이 내게 더욱 깊게 닿아 있었다. 열려진 여자의 입술이 내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번갈아 가며 천천히 빨기 시작했다. 

딸기 같은 달콤한 사탕 맛이 느껴졌다.

여자의 작은 손이 내 바지 속을 능숙하게 헤집고 들어갔다.

여자가 내 성기 기둥을 부드럽게 쥔 채, 엄지손가락만으로 귀두의 가장 예민한 부분을 찾아 천천히 쓰다듬기 시작했다.

여자의 손길이 계속 이어지자 바지 속이 갑갑하게 느껴졌다.

“아....하음......”

여자는 자신의 입술로 내 입술과 혀를, 마치 여자가 남자의 성기를 빨 듯이 그렇게 차례대로 빨아주었다.

잠이 쏟아졌다.

아마도 그건, 여자의 입에서 연신 전해지는 그 달콤한 딸기향 때문인 것 같았다. 

“어머!! 죄송해요.....”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여자는 듣지 못했는지,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내 허벅지 위에 반쯤 올라타 있는 여자를 천천히 밀쳐내 소파에 앉혔다.

문 앞에는 신 혜원이 다른 곳으로 고개를 조금 돌린 채, 서 있었다. 

“어.......어떡해.......언니.....”

그제야 문 앞에 서있는 신 혜원을 발견한 여자의 붉던 얼굴이 그 민망함에 더욱 새빨갛게 변했다.

“은...은서야.......손님 찾으시잖아.....”

신 혜원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언니...미안.....”

여자는 자리에 정자세로 앉아, 흐트러진 옷을 서둘러 고쳐 입었다.

“오빠. 나 저 방 끝나고 바로 올 거니까.....

있다가....봐요.....가지마.....”

여자는 서둘러 룸을 빠져나갔다.

“아.....은서가 안하던 짓을 하네요....”

잠시 어색하게 웃던 신 혜원이 은서라는 여자가 방금 앉아있던 그 자리에 살며시 걸터앉았다. 절개된 하얀 원피스 사이, 장 실장이 뚫어져라 보던 새하얀 허벅지가 완전히 드러나 있었다.

“장 형사님 무슨 일 있는 것 같던데.....

아까 불러도 대답도 안하시고 급하게 밖으로 나가시더라고요.” 

“아..네....”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 나를 찬찬히 살펴보던 신 혜원의 표정이 갑자기 어색하게 변해버렸다.

그녀가 마지막 내게 머물렀던 시선을 따라 내려가니.

빨갛게 발기된 성기가 풀려있는 바지 사이 팬티를 비집고 반쯤 삐져나와 있었다. 

나는 바지를 고쳐 입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여자의 입술에 닿아 있던 곳을 티슈로 닦아냈다. 

티슈가 마치 피가 범벅이 된 것처럼 새빨갛게 변해 있었다.

신 혜원이 비워진 내 잔에 술을 채웠다. 

술을 더 이상 마시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습관적으로 그것을 집어, 내게 잔을 내밀고 있는 신 혜원과 함께 마셨다.

“훗.....”

잔을 내려놓은 신혜원의 입에서 작은 웃음이 새어 나왔다.

“아까.......하던 이야기 더 해드려요?”

“네.”

“담임선생님에게 그때까지 있었던 일을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 털어놨어요. 그랬더니 많이 놀라시더군요. 담임인데 그런 것도 몰랐다고.....미안하다고 하시면서.....

그 날. 선생님이 자기 집으로 날 데리고 가셨어요.

당분간 자기 집에서 지내라고.......

선생님 부인도 교사였어요. 근데 지방에 발령받아서 주말에만 만나는......주말 부부였죠.

그런데 어떻게 됐는지 아세요?

그날....그 집에서...선생님하고 잤어요. 

훗......웃기죠?

다른 방에서 혼자 자고 있는데. 새벽에 선생님이 들어오셨어요. 그리고 너무나.....자연스럽게....그리고 아무런 거리낌 없이 내 옷을 벗기고.....만지고.....빨고......

마치 오랫동안 우리가 이런 사이였던 것처럼.....

나는 너무 놀랐지만, 그냥 가만히 있었어요. 선생님이 마음대로 하도록.....

처음부터 나를 눈여겨봤대요. 선생님이. 

예뻐서....

그날부터 애인이 됐죠.

매일 같이 자고.....선생님 와이프가 오는 주말에는 집에 갔다가......다시 선생님 집으로 오고....

그리고 종종 학교에서도 했어요.

교실에서......교사 화장실에서...

좋아하던 담임선생님을 그렇게 믿었는데. 모든 게 산산조각 난거죠.

그때부터 믿지 않았어요. 남자들을......

어느 날,

선생님이 모텔로 날 데리고 들어가는데, 어떤 사람이 선생님을 부르더라고요. 

그 사람과 선생님이 작은 실랑이가 있었어요. 

그 사람이 나한테 오더니 신분증을 달라고 했어요......그러자....선생님이 도망가시더라고요. 

후웃...

그 사람은 자기가 경찰이라고 했어요.

어떻게 된 건지 이야기하면 내겐 피해가 안 가게 모두 처리해 주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난 그 사람 말 믿지 않았어요. 또 같은 일이 반복될 게 뻔하다고 생각했으니까....

끈질긴 설득 끝에 또다시 그 사람에게 모두 털어놨어요. 

그리고 아무런 기대도 안 했어요.

그런데 거짓말같이......그렇게 지옥 같은 모든 것들이 하나씩 해결되기 시작했어요.

사채업자들은 더 이상 집에 찾아오지 않았고, 도망 다니던 아빠도 집으로 돌아왔어요. 그리고 날 건드린 선생님은 갑자기 휴직을 하고 학교에 나오지 않았어요. 

너무 고마웠어요.

그래서 나를 도와준 경찰이라던 그 사람에게.....뭐라도 보답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줄 건 아무것도 없었어요. 내 몸 밖엔.....

어느 날. 

정말 예쁘게 꾸미고선 그 사람 집으로 찾아갔어요. 

나하고 자고 싶으면 그렇게 해도 된다고 했더니,

그 사람이 내 뺨을 때렸어요. 그리고 불같이 화를 내더군요, 지금까지 그렇게 화를 내는 사람은 본적이 없을 정도로.....

그리고 지금까지....정말 많은 기회가 있었지만. 그 사람은 날 건드리지 않았어요....”

신 혜원의 눈가가 젖어 있었다.

문이 열렸다.

“훗.....그 사람 오시네요.”

장 실장이 문 앞에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이 무척 굳어 있었다.

“두 분 말씀 나누세요. 그럼.”

신 혜원이 문 앞에 서 있던 장 실장과 눈을 한번 맞추고는 룸을 빠져나갔다. 

장 실장이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금세 그의 표정이 다시 굳어져갔다.

“아휴....이게 무슨 일이야.....

김 사장님. 최 진욱이 죽었대요. 사체가 오늘 밤에 약국....집에서 발견됐답니다.

사망 추정시간은 오늘 새벽인거 같다고 하고......무슨 약을 먹었는지 사체 주변이 토사물로 엉망이었다던데...

최초 여동생이 발견했대요.

최 진욱이 여동생이 어제 김 사장네 카페에서 같이 일하는 얘 집에서 자고, 어제 집에 안 들어갔던 모양입니다. 

오늘도 바로 출근해서 저녁에 일 마치고 집에 가보니....그렇게 돼 있었다고.....

“그렇군요......”

“김 사장님. 최 진욱이 최근에 본 적 있습니까??”

“어젯밤에 카페로 찾아 왔어요.”

“네?” 

장 실장이 놀란 눈이 내게 향해 있었다. 

“어제 밤에 그 사람 별 일 없던가요?”

“동생 데리러 왔다가......같이 술 마셨어요. 그리고 11시 좀 넘어서 돌아갔어요.” 

“아.....그랬구나....”

긴 침묵이 흘렀다.

“장 실장님, 나머진 다음에.....좀 확인합시다. 지금 정신이 없네요. 몸도 안 좋고......”

“아....그래요. 그래요......”

룸을 떠나는 마지막 내 뒷모습에 장 실장의 걱정스런 얼굴이 잠시 머물러 있었다.

자정이 갓 넘은 시간....

현관 앞에 도착해 흐트러진 곳은 없는지 한동안 내 몸 이곳저곳을 꼼꼼히 살폈다. 

거실이 환하게 불이 밝혀져 있었다.

“오빠!!!”

거실 소파에 앉아 있던 아내가 현관으로 다가왔다.

아내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오빠. 왜 연락이 이렇게 안돼요? 걱정했잖아요..”

“어. 미안....오랜만에 선배들 좀 만난다고.....몰랐어. 전화 온지...”

걱정스런 표정으로 나를 보던 아내의 얼굴이 조금씩 찌푸려져 갔다.

“오....오빠.......술 마셨어요?”

아내의 목소리가 떨렸다.

“아....조금...괜찮아. 조금 마셨어.....”

“오빤.......오빤....정말.....”

아내의 눈가에 갑가지 굵은 눈물이 맺혀, 그 눈물방울이 아내의 얼굴을 타고 흐르기도 전에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아내의 입술이 심하게 떨렸다.

아내는 무척 화가 난 듯, 몸을 획 돌리고는 처제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잠이 쏟아졌다.

룸에서의 찝찝한 흔적을 모두 지우고 싶었지만, 가만히 서 있기도 힘들 정도로 잠이 쏟아졌다.

간신히 한발 한발 내디뎌, 침실로 들어선 나는 옷도 벗지 못한 채, 그대로 침대에 쓰러져버렸다.

[치우야! 반갑다....]

최 진욱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가득했다.

[치우야. 이렇게 오랜만에 둘이 술 마시니까 너무 좋다....]

나는 그가 내민 와인 잔을 받아 마셨다.

[치우야....은비 씨는 어디 갔어? 같이 마시면 좋았을 건데...흐흐흐]

열려진 최 진욱의 치아에 방금 마신 붉은 와인이 핏빛으로 변해 있었다.

[치우야. 이거 너무 맛있다. 어떻게 만들었어?]

최 진욱이 테이블에 있던 그것을 허겁지겁 급하게 자신의 입으로 집어넣었다.

[치우야. 너도 먹어봐. 은비씨도 이거 좋아할 건데........흐흐흐....]

최 진욱이 손으로 그것을 집어, 내 입속에 깊숙이 밀어 넣었다.

“으.......으.........으아..........으........으아악!!!”

“하아....하아...하아.....”

눈이 열리자, 막혀 있던 깊은 숨이 한순간에 터져 나왔다.

“오빠!”

아내가 침대 곁에 앉아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오....빠? 왜 그래요? 또......또....머리 아파요? 흐흐흑.......어떡해...”

아내가 떨리는 두 손으로 허공을 휘젓던 내 손을 꼭 잡아주었다. 

그때.

노크도 없이 침실 문이 벌컥 열렸다.

“형부.....”

처제였다.

“형부.....어떡해요......최.....최 약사님.....죽었데요....어제.....

방금 미나한테 전화 왔어요....”

울먹이는 처제의 얼굴이, 방금 보았던 아내의 얼굴과 똑 닮아 있었다.

내손을 꼭 잡고 있던 아내의 손이 풀려........

그 떨리는 두 손이 자신의 붉은 입술을 꼭 감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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