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3화 (143/177)

Un Ballo in Maschera (20)

아내가 스트레이트 잔을 들고 새빨간 입술로 가져갔다.

갑자기 화면이 흔들렸다.

장 실장이 안경을 벗어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건지, 화면 한쪽에 맥주병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화면 한쪽 끝에서 장 실장이 스치듯 지나쳐 사라져버렸다. 

시간이 지나자,

술집에 있던 남자들이 아내가 앉아 있는 쪽을 바라보는 시선이 더욱 노골적으로 변했다.

몇몇은 의자를 완전히 틀어, 아내가 있는 방향으로 향해있었다.

아내는 계속 급하게 술을 마셨다.

위스키 스트레이트는 두어 잔만 마셔도 금방 취해버리는 아내였다. 하지만 벌써 다섯 잔이 넘게 아내의 빨간 입술 사이로 흘러 들어갔다.

중앙 테이블에 앉아, 그런 아내를 뚫어져라 보던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와 함께 앉아 있던 나머지 두 명의 남자가 웃으며 그에게 뭐라고 하는 것 같았다. 

남자들의 옷차림이 회식의 마지막을 즐기는 평범한 30대 직장인들 같아 보였다.

자리에서 일어난 그 남자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곧바로 향한 곳은 아내가 홀로 앉아 있는 그 자리였다.

사내가 허리를 숙여 아내에게 뭐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내는 고개를 잠시 들어, 그 남자를 보고선 별 반응이 없었다.

남자가 아내 바로 옆자리에 앉았다. 

남자가 비어있는 스트레이트 잔에 술을 따랐다.

아내는 말없이 그 잔을 마셨다.

남자가 비어있는 그 잔에 술을 채우고 자신도 한 번에 마셨다.

아내가 남자에게 뭐라고 하는 것 같았다.

그러자 남자가 주머니에서 담배 하나를 꺼내 아내에게 전해주었다.

아내가 그것을 입술에 가져가기도 전에, 남자가 서둘러 라이터를 켰다.

조금 어두운 조명 아래, 

라이터의 노란 불빛에 진한 화장을 한 아내의 얼굴이 완전히 드러났다. 라이터를 들고 있던 남자의 얼굴에 알 수 없는 웃음기가 가득했다.

담배 끝에 닿은 라이터 불이 쉽게 붙지 않았다. 

아내는 미쳐 담배를 빨기도 전에 기침을 여러 번 토해냈다.

남자가 웃으며 붉은 매니큐어가 발려진 아내의 하얀 손에, 아슬아슬하게 끼워져 있던 담배를 받아들고, 자신의 입에 깊게 물고서 라이터 불을 붙였다. 

남자의 입에서 뽀얀 연기가 가득 새어 나왔다.

남자가 자신이 빨던 그 담배를 전해주자, 아내는 그것을 받아 입술로 가져갔다. 

담배 끝에서 새빨간 불이 빛을 발했다.

아내가 다시 기침을 했다.

담배의 불빛이 반복 될수록 조금씩 익숙해 가는 건지, 기침을 하던 아내의 어깨가 잦아들었다.

아내와 남자가 앉아 있던 테이블에 뿌연 연기가 계속 피어오르고 있었다.

담배의 끝이 보일 때 즈음. 

남자가 아내의 붉은 입술을 떠나던 담배를 받아들고서 바닥에 비벼 껐다. 

남자가 아내에게 바싹 다가갔다. 그리고 남자의 한 손이 아내의 어깨에 걸쳐졌다.

남자가 아내의 귓가에 자신의 입술을 가까이 대곤, 한동안 뭐라고 말을 했다.

그러자 정면을 향해있던 아내의 얼굴이 천천히 남자의 얼굴 쪽으로 돌려졌다.

술에 취한건지, 짙은 눈 화장으로 그윽한 아내의 눈빛이 남자를 향해 있었다.

그런 아내와 눈을 맞추고 있던 남자가 고개를 살짝 돌려 아내의 입술에 자신의 입을 가져갔다. 잠시 그렇게 서로 닿아 있던 남자의 입술이 갑자기 크게 열리면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내의 깊은 눈이 천천히 감겼다.

남자의 몸이 완전히 아내 쪽으로 틀어져 있었다.

아내의 새빨간 입술이 남자의 입속에 빨려 들어가 깊게 드나들었다. 

멈춰있던 남자의 손이 움직였다. 

틀어진 남자의 몸에 가려 보이진 않았지만, 남자의 그 손은 아내의 상체 어딘가에 계속 머물러 있었다.

타액으로 흠뻑 젖어 있는 남자의 혀가 열려있는 아내의 작은 입술 속으로 빨려 들어가 집요하게 헤집기 시작했다.

남자의 손이 힘이 들어갈 때마다, 꼼짝달싹할 틈도 없이 남자에게 완전히 감겨있는 아내의 어깨가 들썩거렸다.

긴 시간이었다.

너무나 긴 시간 동안 남자는 아내를 끌어안고 진한 키스를 하며.......자유롭게 아내의 몸을 만져댔다.

아내의 얼굴을 완전히 뒤덮고 있던 남자가 그곳을 떠났다.

남자가 빨아먹은 아내의 입술은 립스틱이 입술 경계를 멀리 벗어나 빨갛게 번져 있었다.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내의 손목을 잡은 채....

그러자 아내의 몸도 남자의 손길에 딸려 일어났다.

남자가 앞장서 걸어가자 아내의 몸이 휘청거렸다. 

깊게 패여 있던 원피스 가슴 부분이 아래로 늘어나, 아내의 한쪽 젖가슴 반 이상 앞으로 쏟아질 듯 크게 출렁거렸다.

남자가 아내의 타이트한 원피스로 둘러싸인 허리를 감싸 않았다.

아내는 비틀거리며 남자에게 끌려가 안쪽 어딘가로 사라졌다.

테이블에 앉아 있던 다른 남자들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듯 그 광경을 지쳐보고 있었다.

한참 시간이 지나도 안쪽으로 사라졌던 아내와 그 남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테이블에 앉아 있던 다른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아내와 그 남자가 사라진 쪽으로 빠르게 걸어갔다.

얼마 후.

처음 아내와 함께 사라졌던 남자가 멀리 어둠 속에서 걸어 나왔다. 하지만 아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남자의 얼굴이 새빨갛게 변해 있었다. 그리고 단정하던 머리칼이 흐트러진 채, 무엇인가로 조금 젖어있는 것 같았다.

또다시 시간이 흐르자 테이블에 있던 다른 남자가 안쪽으로 걸어갔다.

두 번째 그곳으로 갔던 남자가 이곳으로 빠져나왔다. 그 남자의 모습도 처음 남자의 그것과 동일했다.

[어!!!!]

화면 한쪽 끝에서 장 실장의 모습이 보였다.

그가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카메라가 달린 안경을 반쯤 가린 채, 무엇인가를 찾는듯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장 실장이 아내가 앉아 있던 쪽으로 몇 걸음 걸어가다 다시 돌아와 테이블에 올려져 있던 안경을 집어 들었다.

그러자 그의 눈높이와 시선이 동일해졌다.

갑자기 룸에 시끄러운 벨소리가 울리더니 곧 잠잠해졌다.

장 실장의 스마트폰 소리 같았다.

아내가 사라진 곳으로 화면이 이동했다.

어둠을 뚫고 안쪽에 있던 문이 열리자 노란 불빛이 가득했다.

[하아....하아....하아......]

거친 남자의 숨소리가 들렸다.

[아....아.....아하......]

몇 걸음 안쪽으로 들어가자 흐트러진 여자의 소리도 들렸다.

또 다시 룸에 시끄러운 장 실장의 전화 벨소리가 들렸다.

[하하........으아......으아...........]

맨살이 빠르게 닿을 때, 나는 소리가 더욱 크게 울렸다.

[아아....아음....아음......아아앙.....]

“이....이 날......은비 씨가......완전히.....무너졌어요....” 

맞은편에 앉아 있는 장 실장의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내 시선은 노트북 화면에만 향해 있었다.

또다시 장 실장의 스마트폰이 룸에 울려댔다.

“아이씨!! 여보세요!!”

장 실장의 신경적인 소리가 룸에 크게 울렸다.

“야 인마! 고 형사. 

바쁜데 왜 자꾸 전화질이야....

씨발! 안 받으면 문자를 보내든지....”

“뭐? 누구? 최....뭐?”

“뭐? 알아....그 새끼가 왜?

근데 너는 그 새끼 어떻게 알아?”

날카로운 장 실장의 목소리가 순간 변해있었다.

“뭐? 죽었다고?

이 새끼가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그 새끼가 갑자기 죽긴 왜 죽어?”

“다시 똑바로 말해봐 새끼야!

그래.....그래.......뭐?

너........그게.....정말이야?

너....너 지금 어디야?

알았어.”

룸이 다시 조용해졌다.

“김....김 사장......

최.....최 진욱...그 새끼가....죽었데...

김 사장....잠깐만 있어 봐요.

나 좀 나갔다올게요”

떨리는 장 실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장 실장이 빠져나가는지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내 시선은 여전히 노트북 화면에 고정되어 있었다.

[허억....허억.....허억......]

화면이,

굳게 닫혀있던 가장 안쪽 화장실 문 앞을 향해 있었다.

화면이 움직였다.

조금 열려 있던 바로 옆문을 열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한쪽 발로 하얀 변기를 딛고 일어서는 장 실장의 낡은 운동화가 보였다.

높이 솟아, 두 공간을 갈라놓았던 칸막이 위로 화면이 이동했다.

그리고 천정 쪽....위로 향해있던 시선이 다시 아래로 천천히 내려왔다.

그곳엔....

남자의 바지와 속옷이 완전히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남자의 몸엔 단추가 풀려 있는 하얀 셔츠만 걸쳐져 있었다.

남자가 몸을 조금 앞으로 기울여, 누군가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급한 숨을 토해내며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흐억.......흐억.....흐억.......]

[하아.....하아.....아.........아.......아아.....아앙.....]

아내의 몸이 변기위에 올려져 축 처져 있었다.

붉은 매니큐어가 발려진 아내의 힘없는 한 손이 벽면에 간신히 닿아 있었다.

아내의 어깨와 가슴을 감싸고 있던 그 원피스가 아래로 끌어내려져 잘록한 허리에 걸려 있었다. 

하얀 브래지어는 바닥에 떨어져 이리저리 밟혔는지, 검은 발자국들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남자가 두 손으로 아내의 다리를 활짝 벌린 채, 검은 수풀이 내려 앉아있는 아내의 그곳에 자신의 성기를 빠르게 쑤셔 넣고 있었다. 

아내는 눈을 꼭 감고서, 남자의 몸이 자신의 속살에 깊게 들어와 박힐 때 마다 깊은 숨을 토해내고 있었다.

아내의 하얀 얼굴과......젖가슴.....그리고 긴 머리칼에까지......이전 남자들의 흔적으로 보이는 누런 정액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남자의 터질 듯 부풀어 올라 있는 성기가, 

새빨갛게 부어, 달아오른 아내의 속살 속을 간신히 헤집고 들어가 박힐 때마다, 그 속에 깊이 담고 있던 하얀 것들이 밖으로 튀어나와 성기주변을 허옇게 물들여 갔다. 

[아......아......아아앙.....]

아내의 입속에 담겨 있던 하얀 정액 거품들이,

아내가 급한 숨을 토해낼 때마다 조금씩 새어 나와,

빨갛게 번져 있는 그 입술을 타고 아래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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