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5화 (135/177)

Un Ballo in Maschera (12)

[형부. 저....은설이 친구 수아인데요. 

전화 좀 받아주세요...

아무래도 언니한테 연락하면 혼날 거 같아서요.]

[형부. 오늘 은설이가 많이 취해서....

죄송하지만 지금 오실 수 있으세요?]

[형부. 은설이가 우리말을 안 들어요...

어떡해.....여기가 어디냐면요.......]

수아는 처제와 가장 친한 과 친구였다.

그리고 처제와 함께 카페에 자주와 나와 안면이 있었다. 

나는 곧장 드레스 룸으로 달려갔다

불을 켜곤, 눈에 보이는 옷을 대충 걸쳐 입었다.

드레스 룸을 빠져나오려는 순간 입구에 있던 전신거울에 내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거울에 비친 오랫동안 정리하지 않은 내 머리칼이 엉망이었다.

나는 구석에 걸려있던 검은 모자를 깊게 눌러썼다. 

지하 주차장에 오랫동안 세워져 있던 은색 SUV에 올라타, 나는 한 치의 거리낌 없이 시동을 걸고 그곳을 빠르게 빠져나왔다.

나로서는 신기한 일이었다.

생소했던 이 차가......

마치 오랫동안 나와 함께 한 듯, 금방 익숙해져 갔다. 

차가 도로에 접어들자, 다급한 엔진소리를 내며 빠른 속도록 달려가기 시작했다.

차가 도착한 곳은 도심의 한중간, 

매일 어둠이 짙게 깔리면, 불야성을 이루는 유흥업소가 밀집해 있는 그런 곳이었다. 

한 곳에 주차를하고 입구에 들어서자, 지하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음악소리로 인해 땅의 울림이 느껴졌다. 

클럽 입구에는 오늘 처제가 입고 나간 그런 옷차림을 한 여자들이 남자들과 함께 담배를 피우며 낄낄 대고 있었고, 한적한 구석에서는 남녀가 뒤엉켜 진한 키스를 하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좁은 계단을 내려갔다. 

무엇인가에 취한 듯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던 헐벗은 여자들을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큰 음악 소리에 귀가 따가웠다.

그리고 내 가슴 깊은 곳이 동시에 크게 울려대기 시작했다.

내 심장이 뛰는 것인지 아니면 음악 소리 때문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스테이지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 뒤엉켜 있었다.

춤을 추는 사람들도 있었고. 남녀가 서로 들러붙어 끈적하게 움직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내 눈길이 바삐 그곳을 훑고 지나갔다.

사람들로 빼곡한 그 스테이지에서 170센티의 큰 키에 그리고 아내와 같이 빛나는 얼굴을 가진 처제를 찾는 건, 내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스테이지 정 중앙에 있는 처제의 얼굴이 보였다.

처제는 두 눈을 꼭 감고 있었다.

처제의 얼굴이 조금 위로 향해 있었다.

처제는 춤을 추고 있었다.

그것도 너무나 예쁘게......아니....매혹적인 모습으로 춤을 추고 있었다.

언젠가.....아내가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그 옆에 그런 처제를, 수아가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무용을 전공한 처제와 수아는 말할 것도 없이, 스테이지에 있는 여자들 중에서 가장 눈에 띄었다.

처제와 수아, 그 주위를 은근히 둘러싸고 있는 남자들....

그리고 그 이너서클에 들지 못해 먼 곳에서 입맛을 다시며 뜨거운 시선을 보내는 남자들... 

처제에게 시선이 꽂혀 있던 한 남자가 눈을 꼭 감고 춤을 추고 처제 뒤로 조금씩 다가갔다.

잠시 후, 타이트한 블랙 핫팬츠를 입고 있는 처제의 엉덩이가 남자의 몸에 조금씩 닿았다 떨어졌다를 반복했다. 

남자의 손이 처제의 허리에 올려졌다.

그러자 처제의 몸이 남자에게 깊게 닿아 움직였다.

일방적인 움직임이었다.

남자는 자신의 성기가 있는 부분을 처제의 엉덩이 골에 진하게 부비고 있었다. 

처제는 모르는 것 같았다.

자신의 허리에 남자의 손길이 닿아 있다는 것과, 남자의 성기가 자신의 엉덩이 사이에 머문 채, 부비고 있다는 것을...

처제가 아무런 반응이 없자, 허리를 감고 있던 남자의 손의 몸을 타고 위쪽으로 올라가 처제의 가슴 아랫부분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처제가 입고 있던 가슴위 시스루 블라우스를 통해, 처제의 젖살이 위로 밀려 올라가 남자의 손이 그곳을 움켜쥘 때마다 브래지어 위를 조금씩 삐져나왔다. 

처제가 아무런 반응 없이 계속 춤을 추자 남자의 손길은 더욱 대담해졌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수아가, 위로 조금 들려 흐느적대던 처제의 손목을 갑자기 낚아챘다. 그러자 남자의 품에 머물러 있던 체제의 몸이 그로부터 떨어져 나왔다.

수아가 처제를 끌어당겼다.

아마도 스테이지를 벗어나려는 것 같았다.

힘없이 끌려가던 처제가 멈춰 섰다.

처제는 수아에게 뭐라고 말한 뒤, 수아에게 잡힌 손목을 뿌리쳤다.

처제는 다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춤을 췄다.

좀 전, 처제의 가슴을 만지던 남자가 웃으며 다시 처제의 허리를 감고 자신에게 끌어당겼다. 

남자가 뒤에서 처제를 바짝 끌어안듯, 손이 다시 처제의 가슴에 깊게 닿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두 손이었다.

남자의 손길을 느꼈는지 눈을 감고 춤을 추고 있던 처제의 몸이 갑자기 앞쪽으로 움츠려들었다.

그리고 새빨간 립스틱이 발린 입술이 활짝 열려있었다. 

음악에 맞춰 세련된 몸짓으로 춤을 추던 처제가 정지된 것처럼 아무런 움직임 없이 멈춰있었다. 

두 손으로 처제의 가슴을 쥐어 잡고 있던 남자의 입술이 한없이 올라가 있었다. 

가만히 처제를 지켜보던 수아가 다시 처제에게로 다가갔다.

하지만 이내 수아와 처제의 사이엔 또 다른 한 남자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덩치가 큰 그 남자는 처제와 수아 사이를 철저히 차단하는 장벽과 같았다.

또 다른 남자들이 처제의 주위에 모여들었다.

처제 주위에 남자들이 완전히 둘러싸고 있었다.

처제의 가슴을 만지던 남자와 일행 같아 보였다.

처제의 뒤에 바짝 붙어 있던 남자의 두 손이 여전히 처제의 가슴을 움켜쥐고 있었다.

처제 앞에 있던 또 다른 남자가 음악에 리듬을 타며 처제에게 다가갔다.

처제의 몸이 샌드위치처럼 두 남자에게 완전히 둘러싸여 있었다.

처제 뒤에 있던 남자의 손이 가슴을 벗어나 아래로 천천히 내려갔다.

처제의 배위에 잠깐 머물러 있던 그 손이 순간 미끄러지듯 내려가더니, 처제의 가죽 핫팬츠 위에 닿아 그곳을 쓰다듬었다.

꼭 감겨 있던 처제의 눈이 열렸다.

처제의 시선이 앞을 향해 있었다.

처제 앞에 있던 남자가 처제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며 웃고 있었다.

멈춰있던 처제의 몸의 서서히 뒤쪽을 향해 기울어졌다.

처제의 머리가 뒤에 있던 남자의 한쪽 어깨에 닿아 있었다.

뒤에 있던 남자의 입술이 자신의 몸을 의지하고 있던 처제의 한쪽 목덜미로 향했다.

남자가 처제의 하얀 목덜미를 빨기 시작하자, 위쪽으로 향해 있던 처제의 빨간 입술이 더욱 크게 열렸다.

그때, 갑자기 처제 앞에 있던 남자 얼굴이 열려있던 처제의 입술로 향했다.

두 남자의 입에서 혀가 삐져나와 처제의 몸을 빨고 있었다.

한 남자는 처제의 목덜미를.....

그리고 다른 남자는 처제의 입술을 빨고 있었다.

앞에 있던 남자의 입술에 처제의 혀가 빨려 나오자, 그 남자의 손이 흐트러진 처제의 블라우스 아래를 빠르게 파고들었다.

시스루 블라우스 속 가슴 부분이 남자의 손으로 인해 거칠게 들썩이기 시작했다.

위로 향해 있던 처제의 손이 아래로 내려와 핫팬츠 위 자신의 그곳을 쓰다듬던 남자의 손에 닿아 있었으나 남자의 손은 더욱 깊게 처제의 그곳을 아래위로 쓰다듬고 있었다. 

처제와 수아 주위에서 춤을 추고 있던 모든 남자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곳으로 향했다.

머릿속에선 어서 처제를 그 남자들로부터 끌고나오라고 끊임없이 지시가 떨어졌다.

하지만 내 발이 얼어붙은 듯 그곳에 멈춰 있던 이유는.

내겐 익숙한 장면 같았다.

처제가 아내 같아 보였다.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무방비상태로 흐트러진 자신의 몸을 희롱당하는 처제의 저 모습이 마치......아내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남자들의 손길로 처제의 옷차림이 더욱 엉망이 되어갔다. 시스루 블라우스 위쪽 단추가 풀렸는지 더욱 풀어 헤져져 브래지어가 얼핏 들어나 보였다. 

처제의 핫팬츠 위를 쓰다듬던 남자의 손이 핫팬츠 안쪽을 파고 들어갔다.

처제의 몸이 다시 앞쪽으로 움츠려들었다. 

처제의 몸이 그 남자의 손길로 조금씩 들썩였다. 

시종일관 미소를 머금고 잇던 처제의 얼굴이 조금씩 찌푸려져 갔다.

남자들의 손길은 더욱 노골적으로 변해있었고, 처제는 꼼짝달싹 못한 채, 아무런 반항 없이 그렇게 자신의 몸을 남자들에게 내어주고 있었다. 

처제의 타이트한 핫팬츠 안에서 오랫동안 급하게 움직이던 그 남자의 손이 빠져 나왔다. 

처제의 입술을 정신없이 빨아 먹던 남자의 얼굴이 그곳을 떠났다.

뒤에 있던 남자는 그 손을 자랑하듯 처제의 얼굴 앞에 들이밀었다. 그리고 잠시 후 그 손가락을 열려있던 처제의 붉은 입술 사이로 깊게 밀어 넣자, 처제가 고개를 돌려 남자의 손을 입에서 뱉어 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처제 앞에 있던 남자가 소리 내어 웃고 있었다.

뒤에 있던 남자가 처제의 손목을 잡아 끌었다.

처제가 비틀거리며 남자에게 끌려갔다.

비틀거리며 끌려가던 처제가 막 쓰려지려고 하자, 처제와 입술을 빨던 남자가 처제의 또 다른 한쪽 팔을 부축하듯 자신의 목을 감았다. 

축 늘어진 처제가 두 남자에게 이끌려 스테이지를 벗어나고 있었다. 

스테이지에서 처제를 뜨거운 눈빛으로 지켜보던 모든 남자들의 시선이 두 남자에게 질질 끌려가나 처제의 뒷모습을 향해 있었다. 

나는 사람들로 꽉 들어차 있는 스테이지를 관통해 처제의 모습이 사라진 쪽으로 급하게 향했다.

작은 통로에 술에 취한 남녀가 뒤섞여 있었다. 

저 멀리 남자들의 어깨에 두 팔이 걸린 채, 비틀거리며 끌려가는 처제의 뒷모습이 보였다.

화장실 이었다.

남자 화장실이었다.

검은 문을 밀치고 그곳으로 들어갔다.

처제의 반짝이는 하이힐이 바닥을 제대로 딛지 못하고. 미끄럼을 타듯 힘없이 끌려가 가장 안쪽 구석에 열려있던 또 다른 문 안쪽으로 막 사라지려 하고 있었다.

화장실 안으로 들어서,

입구에서 잠시 멈춰 있던 내 발이. 

처제의 뒷모습이 이제 막 사라지려 하던 그곳을 향해 달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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