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1화 (121/177)

Depravity (13)

조심스레 숨죽이며 침대에 가지런히 누워있는 아내에게로 다가갔다.

아내는 이불 속에 들어가 눈을 꼭 감은 채, 얼굴만 내어놓고 있었다.

나를 기다리다 잠들어 버린 것 같았다.

화장기가 완전히 지워졌지만, 그럼에도 빛나는 아내의 얼굴은 숨길 수 없었다.

나는 침대 곁에 선채로 가만히 아내의 얼굴을 들여다봤다.

우리가 만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우리가 만나지 않았으면 우리는 지금보다 행복했을까?

우리가.....

분홍 솜사탕처럼 살포시 감겨 있던 아내의 눈이 천천히 열렸다.

“은비야. 피곤하지? 잤어?”

“아니....오빠 기다렸어요. 왜 침대로 들어와서 나 안아주지 않고, 그렇게 보기만해요?” 

“꽃 같다. 모란꽃.....”

“모란꽃?”

아내가 내 팔을 침대 속으로 잡아 끌었다.

이불속 아내는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이불속엔 달아오른 열기가 가득했다. 

아내 몸이 내게 바짝 다가와 안겼다.

“오빠. 그날 기억해요? 우리 처음 여기서......잤던 날....”

“그럼....당연히 기억하지....지금도 생생하게....”

“나는 그 날을 잊을 수가 없어요.”

아내의 맨가슴을 부드럽게 쥐었다. 그러자 아내의 눈이 다시 스르륵 감겼다. 

“나는 오빠만 괜찮으면 되요. 오빠만.....아프지 않고...내 곁에 있으면 되요.”

아내의 감긴 눈가에 반짝이는 작은 보석 같은 방울이 맺히려는 순간, 아내의 얼굴은 서둘러 내 가슴에 파고들었다. 

아내의 몸 이곳저곳을 쓰다듬었다. 

내가 아내와 멀리 떨어져 있거나, 그리고 빠져나올 수 없는 암흑에 갇혀 있어도 상상만으로 아내의 몸을 완벽하게 기억할 수 있도록 그렇게 천천히....

아내의 몸이 아래로 조금씩 내려갔다.

아내의 조심스런 손길에 입고 있던 바지와 속옷이 벗겨졌다.

힘없이 죽은 듯 축 쳐져있는 내 성기에 너무나 따듯한 온기가 감싸왔다.

나는 눈을 감았다.

그 주위가 온통 축축하게 젖어가고 있었다. 이미 오래전 완전하게 발기가 되었음에도 아내는 멈추지 않고 그곳을....보물처럼 입에 담아 정성스레 빨았다. 

아내가 다시 천천히 위로 올라왔다. 이불 밖으로 빠져나온 아내의 얼굴, 입가에 젖은 흔적이 가득했다.

“오빠.....”

흐린 눈빛으로 아내가 말했다.

아내의 얼굴을 끌어, 젖어있는 아내의 입가를 빨아먹었다. 그러자 아내의 입속에서도 달콤한 그것이 흘러나와 끊임없이 내게 전해졌다.

아내가 내 몸 위로 올라탔다.

바짝 진장해있던 내 물건에 조금 전 과는 비교도 안될 더욱 뜨거운 구멍이 몇 번 닿더니, 그 속으로 한 번에 쭉 빨려 들어갔다.

“으음......”

나를 꼭 끌어않고 있던 아내의 입에서 짙은 소리와 함께 뜨거운 열기가 동시에 터져나와 내 귓가에 파고들었다. 

절대 잊을 수 없는 그 소리...

이제 마음껏 자기를 가지라는 허락의 그 소리...

두 손으로 아내의 골반 언저리를 감싸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내의 긴 머리칼이 부드럽게 흔들리며 하나둘씩 내 얼굴을 감싸 안았다.

“아...아.....아....아하........”

아내의 소리가 조금씩 높아졌다.

아내의 혀가 내 귓불과 목덜미를 오가며 분주하게 간지럽히고 있었다.

내가 움직일 때 마다 아내의 질 속에 들어 있는 또 다른 무엇인가가, 터질 듯 부풀어있는 내 귀두 안쪽을 날카롭게 긁어내듯 조였다 풀었다를 반복했다.

예전에도 그러했지만, 오늘은 유별나게 그 느낌이 너무나 강렬해서 온 정신이 내 귀두 끝에 몰려 있었다.

“....아....오빠......”

가만히 내 움직임을 받고 있던 아내가 기어코 스스로 몸을 들썩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내의 몸속에 깊이 들어갈 때 마다, 잔뜩 부풀어 있는 귀두 끝에만 뭔가 모를 빡빡한 구멍에 한 번 더 들어가 박히는 것 같았다. 

터져 나왔다.

힘들게 견디다 더 이상 조절하지 못하고 마치 소변을 누는 것처럼, 끊김 없이 아내의 몸속에 오랫동안 고여 있던 그것들이 빠르게 빠져나갔다. 

아내는 나의 사정을 맞아들이듯, 떨리는 몸으로 내 목덜미를 깊게 빨고만 있었다.

여전히 발기된 채로 끊임없이 사정하는 내 성기를, 완전히 수축된 아내의 속살이 터질 듯 쥐어짜기 시작했다. 

이대로 모든 것이 끝나버리면 얼마나 좋을까...

눈을 떴다.

깊은 잠에서 갑자기 깨어났지만, 하나도 피곤하지 않았다. 

오히려 머릿속이 깨끗하게 텅 비어버리듯 가벼웠다.

아내는 침대 위에 엎드린 채 축 늘어져 있었다. 

그런 아내를 돌려 바로 뉘였다. 

아내의 몸이 아무런 반응 없이 내 손길에 따라 움직였다. 

침대에서 일어나 욕실로 향했다.

어둠에 둘러싸인 방안은 희미한 실루엣만을 어렴풋이 식별할 수 있었다. 

욕실 등을 켜려는 순간. 

나는 다시 뒤돌아섰다.

책상위에 반듯한 사각형 모양의 한줄기 빛이 보였다. 그 빛은 몇 초간 지속되다 꺼져버렸다.

책상위에 스마트폰 두 개가 가지런히 뒤집어져 있었다.

잠잠하던 스마트폰에서 또 다시 빛이 발했다.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는 걸 보니, 무음설정이 되어 있는 듯 했다.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그것은 내 것이 아닌 아내의 것이었다.

아내의 스마트폰이 새벽 1시 37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부재중 전화 몇 통이 와 있었다.

패턴을 풀었다.

부재중 전화는 주소록에 저장이 되어 있지 않는지 이름이 없었다.

그리고 메시지도 하나 도착해있었다.

어플을 열어 확인했다.

며칠 전 이미 아내가 확인한 그것이 보였고, 

다른 하나는 조금 전 도착한 것이었다.

나는 그 메시지를 확인하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방금 도착한 그 메시지를 지워버렸다. 동시에 메시지를 보낸 상대를 차단했다.

‘이제 더 이상 아내는....이런 메시지를 보지 않아도 된다.’

며칠 전 이미 아내가 확인한 그것을.......내게 전송했다. 

그리고 전송 내역은 아내가 확인할 수 없게 삭제했다.

책상에 있던 내 스마트폰이 환한 빛을 발했다.

“오빠. 들어가요. 괜찮아요.”

아내의 출근길...

나는 아내의 손을 꼭 잡은 채, 카페를 나섰다. 

이른 아침 밖은, 건너편 대학 캠퍼스로부터 전해지는 진한 봄 내음이 진동했다. 

“너무...좋다. 아침에 오빠가 이렇게 내 손잡고 같이 걸어가니까 좋다.”

떨어질세라 내 몸에 꼭 붙어 생글거리는 아내의 얼굴을 보며,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내와의 이 시간이 조금 더 이어지길 바랐다. 

그러나 아내의 차가 주차되어 있는 곳은 불과 신호등을 건너 캠퍼서 안으로 들어가자 금방이었다. 

“오빠. 조금만 기다려요. 오늘도 마치고 바로 올게요.”

아내가 다가와 내 볼에 살짝 입을 맞추곤 차에 올라탔다.

교문을 빠져나가는 아내의 예쁜 하얀 차를 나는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카페 문이 열리고 또 다른 작고 예쁜 새들이 들어와 재잘거리고 있었다.

미나, 세희....그리고 은설이...

“오빠. 오빠. 굿모닝. 어머! 어머! 어떡해....

얼굴이 까칠해....밤에. 언니하고.....

뭐 하셨길래.....크크큭...”

능청스러운 미나의 말에 셋이 동시에 깔깔댔다.

나는 다시 카페 안에 있던 내 방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침대시트가 나와 은비의 흔적....그것들로 이리저리 얼룩져있었다. 그곳에 아내와의 간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나는 그 시트를 둘둘 말아......밖에 있는 재활용수거함에 넣어버렸다.

그리고 다시....방을 청소했다.

어느새 이마에 한줄기 땀이 맺혀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나는 천천히 방을 둘러보았다.

내가 사랑하던 나만의 공간. 

이 작은 방이 지금까지 그 누구도 머물지 않았던 것처럼 그렇게 변해 있었다.

[치우 씨. 오늘 오후에 검사 받는 거 알죠?

차트는 보내봤으니까. 강 교수 방으로 바로 올라가면 됩니다.] 

신경정신과 의사의 메시지였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하지만 이젠 더 이상 머리가 아프지 않았다.

“애들아. 볼 일 보러 간다. 잘 있어라”

“호호호....오빠 또 농땡이 치러 간다. 요즘 너무하신 거 아니에요? 여기 신경도 안 쓰고... 

그리고 다신 안 볼 것처럼 잘 있어가 뭐예요? 크큭....”

웃고 있는 미나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고는 바로 카페를 빠져 나왔다.

차에 올라타 어제 장 실장이 보내온 메시지와 사진들을 다시 찬찬히 확인했다. 

[황 경태가 접대하는지 사람들하고 공치러 왔습니다. 그리고 차에 추적기 달아놨어요]

사진엔 어느 주차장에서 골프백을 들고 있는 황 경태의 웃고 있는 얼굴이 보였다.

장 실장에게 전화를 했다.

“아이고. 김 사장님....”

“하하...점심 드셨어요?”

“아니요. 이제 한 그릇하고, 올라가볼라고 합니다.”

“어디를요?”

“거기요...골프장.....”

“그 골프장이 어딘가요?”

“가음CC 입니다.”

“아직 거기에 그대로 있나요?”

“아침부터 계속 봐도 같은 곳에 있습니다. 아마 호텔에서 어제 숙박한 모양입니다.”

“장 실장님. 오늘을 쉬세요. 며칠 계속 고생하셨는데....어자피 동선 추적은 될 거고.....”

“음.....하긴....안 그래도 오늘 급하게 볼 일 볼게 좀 있긴 한데. 

그럼 이렇게 합시다.

체크해서 시내로 내려오면 확인하는 걸로....“

“네. 그러세요. 고맙습니다.”

“하하하....고맙긴 뭐.....여하튼 김 사장님도......” 

그와 통화가 끝나자 나는 차 시동을 걸고 그 곳으로 출발했다.

좁은 2차선 도로에 침엽수가 빽빽하게 둘러싸여 있었다.

차가 구불구불한 도로를 평지와는 다르게 조금 힘겹게 올라가고 있었다.

‘이 길은, 가파른 산속을 타고 오르는 험한 길이다.’

차창을 내리니, 내 뺨을 쓸어내리는 바람의 온도가 조금 전과는 달리 차갑기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진한 솔향기가 연신 차안으로 들어와 내 정신을 더욱 또렷이 깨우고 있었다. 

울창한 산 입구를 오른지 거의 30여분 만에 평지가 보였다.

저 멀리 언덕에 잘 깎아놓은 잔디와 회색의 반짝이는 호텔 건물이 시야에 들어왔다.

[가음CC]

커다란 안내판을 스쳐 짧은 오르막길을 오르니 넓은 주차장 입구에 차가 도착했다.

건물로 들어가는 입구 쪽에 이미 수많은 차들이 주차해 있었다.

내 차가 주차장 입구 쪽을 시작으로 무엇인가를 찾는 듯 그 곳을 천천히 달려갔다. 

‘BMW 8772.....’

대형 배기량의 차들 사이에 익숙한 차가 서 있었다. 

아내와....처제가 타고 있던 그 검은 차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