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pravity (9)
눈에서 새어나온 진득한 무엇인가로 서로 엮여있는 눈꺼풀이 스르륵 열렸다.
내 몸이 소파에 깊게 기대어 있었다.
잠이 들어버린 건지 아니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기억나지가 않았다.
얼마 만에 이런 편안함을 느끼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룸 안의 냄새와 내 몸의 무게를 말없이 받아내고 있는 이 소파가 너무나 편안했다.
테이블에는 뚜껑을 따지 않은 새 양주병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룸은 나 혼자만이 아니었다.
맞은편에 다소곳이 앉아 있던 여자가 내 눈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순간 나를 보고 있는 이 여자가 누구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지만, 이내, 이 주점의 대표인 신 혜원이라는 것을 알아 차렸다.
“저기....괜찮으세요? 피곤하신가보다......”
“아....언제 왔어요?”
“좀 전에요. 주무시는 것 같아서....그냥 뒀어요.
어디 아프세요?”
나는 소파위에 편하게 풀어헤쳐져 있던 내 몸을 일으켜 다시 고쳐 앉았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얼굴에서 수분과 더불어 뜨거운 열기가 동시에 느껴졌다.
그러자 신 혜원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내 옆에 다가와 내 이마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그 하얗고 작은 손이 내 이마에 닫자, 나는 지금 이 공간에 아내와 함께 있는 것 같았다.
“어머!!!”
내 옆에 서있는 신 혜원을 나도 모르게 끌어안았다.
내 팔이 신 혜원의 허리를 두르고 있었고, 내 얼굴은 그녀의 배에 머물러 있었다.
얇은 블라우스위에 닿아 있는 내 코와 입술이....마치 맨살위에 있는 것 같은 따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너무나 향긋한 살 내음이 연신 내 콧속으로 들어왔다.
신 혜원은 한 동안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너무 뜨거운데.......정말 괜찮으세요?”
낮은 톤의 차분한 목소리에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신 혜원의 허리를 깊게 감고 있던 팔을 서둘러 풀었다.
“아.....미안.....미안해요....”
“약 좀 가져다 드려요?”
“아니요. 급하게 술 마셔서 그런 겁니다. 괜찮아요.”
신 혜원은 내 옆에 살며시 앉았다. 그리고 걱정스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얼굴을 부드럽게 감싸고 있는 갈색 단발머리를 한 그녀는 고작 20대 초반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흔히 술집에서 볼 수 있는 짙은 화장을 한 여자의 모습이 아니었지만. 얼굴 윤곽이 매우 선명한........예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성형외과 광고 사진에 등장하는, 화장을 하지 않은 예쁜 여자처럼....
하지만 어려보이는 얼굴과 비교할 때, 전체적인 분위기나 말투는 사뭇 다르게 느껴졌다.
무슨 사연과...
연륜이 묻어 있는 것처럼....
말없이 나를 보던 신 혜원이 소파에서 일어나 잠겨 있던 새 양주병을 열고 있었다.
하얀 블라우스가 스키니 진에 말려 들어간 뒷모습이 보였다. 골반라인이 도드라지는 그 스키니 진이 몸매를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우리 한잔해요. 장 형사님은 조금 늦나보네요.”
그녀가 방금 따른 샷잔 두 개를 들고는 내게 하나를 내밀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그녀가 내게 잔을 살짝 부딪치고는 먼저 술을 들이켰다. 술잔이 비워진 모습을 보고 나도 따라 마셨다.
“독주에는 달달한 과일이 좋아요.”
그녀가 적당하게 잘려진 바나나 하나를 작은 포크에 집어 내 입 앞에 내밀었다.
머뭇거리던 내가 그것을 받아먹자 자신도 그것을 하나 집어 입에 넣어 천천히 오물거렸다.
빨개진 얼굴이 내를 향했다.
“저 사실 술 잘 못 마셔요. 웃기죠? 이런데 있으면서.......후훗.
아가씨 불러드려요? 우리가게 애들 다 좋아요. 예쁘고 매너도 좋고.....잘 놀고.....”
그녀의 한쪽 손이 내 어깨를 조심스럽게 살며시 쓸어내렸다.
내 물건은 언제부턴가 이미 빳빳하게 서있었다.
신 혜원의 표시나지 않은 은밀한 터치와 언젠가부터 내게 바짝 붙어 앉아있는 그 여자의 몸에서 연신 풍겨져 나오는 진한 그 향기 때문인지....
아니면 조금 전 보았던 처제와 그 새끼의.....그것 때문인지....
“장 실장...아니 장 형사님하고는 어떻게 아시게 됐어요?”
뜻밖의 질문인지 신 혜원이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은인이죠. 너무나 고마운 사람......”
신 혜원이 다시 두 잔에 술을 가득 채웠다.
“어쩌면.....그 분 아니었다면.
저는 죽었을지도 몰라요.
내가 이렇게라도 살아 있는 게.
모두 장 형사님 때문이에요”
신 혜원이 술을 마셨다.
그리고 다시 말을 이어가려던 찰라, 급하게 문이 열렸다.
“아이고. 김 사장님. 미안해요. 좀 늦었지?”
문 앞에 장 실장이 서서 나와 함께 앉아 있는 신 혜원을 의아한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어.....뭐야. 김 사장님 벌써 혜원이하고 친해진 겁니까? 하하하.....둘이 딱 붙어 앉아 있고......
우리 혜원이 손님한테 이렇게 안하는데.....이상하네....하하하”
“치이~ 장 형사님도 참......짓궂게...”
내 어깨와 닿아 있던 신 혜원의 몸이 조금씩 물러나 서서히 멀어져갔다.
“김 사장님. 오늘 내가 쏩니다.
우리 진탕 마셔봅시다.
혜원아. 애들 좀 불러라.....
여기 애들 물 좋아요.
20대 초반에 작살납니다. 하하하...
아니면....혜원이 니가 김 사장님 모실래?”
나를 보는 신혜원의 얼굴이 술 때문인지 새빨갛게 변해 있었다.
“아니요. 곧 가봐야 됩니다......다음에.....”
내 말에 장 실장과 신 혜원이 다소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서로를 향했다.
“장 실장님. 그 자료들......모두 좀 보내주세요.”
“아...네..네...그래야지요.”
술 몇 잔을 더 마시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몇 차례 장 실장이 만류 했지만, 더 이상 권유는 안 되겠다 싶은지 그도 적당한 선에서 물러났다.
대리기사가 운전하는 차에 앉아 스마트폰을 확인하니 아내로부터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밤 10시가 넘어가 있었다.
이제는 모든 게 선명해졌다.
아내가 황 경태를 기다리던 그 카페에서 내가 아내를 데리고 나온 후, 황 경태는 지금까지의 모든 일들을 계획하고 실행했다. 그리고 어떠한 시행착오도 실패도 없이 성공했다.
박 선생에게 아내의 그 사진들을 보내고, 그리고 처제에게까지 접근해.......그렇게.......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버렸다.
계속되는 불면증과 두통.....어쩌면 내 머리에 이상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과 지금 내 앞에 뒤죽박죽으로 펼쳐져 있는 모든 일들이 두렵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더 이상 손 놓고 있을 수도 없었다.
그렇게 되면 모든 것이......파멸뿐이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지만 거실은 불이 꺼져 있었다.
옅어진 아내의 향기만이 쓸쓸하게 나를 안아주었다.
밤 10시 30분.
걱정스런 마음에 아내에게 전화를 하려 스마트폰을 들어다 다시 내려놓았다.
우선 것보다.....내에게 스며있는 모든 것을 깨끗하게 씻어내 버리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샤워를 마치고, 침실의 하얀 침대에 한동안 멍하게 앉아 있었다.
머리의 통증이 다시 시작되려고 한다.
현관문 여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잠시 후 가벼운 무게가 거실을 조심스럽게 다니는 소리도 들려왔다.
나는 침실 문을 열었다.
“오빠....”
하얀 정장 재킷을 막 벗으려던 아내가 나에게 어색한 미소를 보내며 서있었다.
“오빠. 많이 늦었죠? 연락 하려고 했는데. 바빠서 시간이 없었어요.”
아내는 언제나 그랬듯 화사하게 화장을 한 얼굴이었지만, 평상시와는 다르게 무척 피곤해 보였다. 그리고 어디 몸이 안 좋은지 힘이 없어 보였다.
“저녁은요? 은설이하고 먹었어요?”
“응. 근데 처제......미나집에서 잔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어”
“아....그랬구나......저 샤워 먼저 좀 할게요.”
드레스룸으로 들어가 버린 아내는 평상시완 다르게 처제에 관해서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아내가 욕실에 들어간 후 나는 드레스룸으로 향했다.
아내가 입었던 하얀 정장 재킷이 행거 가장 끝, 세탁을 위해 걸어 놓은 곳에 걸려있었다.
힘없이 걸려있는 그 정장 한쪽 소매를 들어 냄새를 맡았다.
기분 좋은 진한 아내의 향이 느껴졌다.
하지만 잠시 후 짙은 아내의 향기를 비집고 나오는 옅은 담배 냄새가 조금씩 느껴졌다.
안방 침대에 누워 아내를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나 지루했다.
아내를 빨리 보고 싶은 마음 때문인지 아니면, 유독 아내의 샤워 시간이 길어진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아내와 관계를 가진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잠들기 전 항상 아내와 진한 키스를 하며, 그리고 아내의 알몸을 쓰다듬다 잠이 들었던 것 같았다.
불면증으로 새벽에 깨어나, 자고 있는 아내와 섹스를 할까 몇 번 생각했지만, 곤히 자고 있는 아내를 깨울 수는 없어 그만두었던 기억이 났다.
침실 문이 열렸다.
아내가 드레스 룸에서 이미 머리를 말렸는지 머리칼이 뽀송뽀송했다.
아내가 입고 있는 얇은 실크 슬립을 부끄럽게 밀어 내고 있는 젖꼭지가 오늘따라 유난히 도드라져 보였다.
아내가 노란 스탠드를 켜둔 채, 서둘러 형광등을 껐다.
그리고 입고 있던 슬립을 벗자, 아내의 몸에는 아무런 것도 걸쳐있지 않았다.
아내가 침대 속으로 쏙 들어와 내게 안겼다.
샤워를 방금 해서인지 아내의 몸이 무척 뜨거웠다.
아내는 내 품에 파고 들었다. 더 이상 들어올 수도 없는데 계속 내 품에 깊게......깊게 파고 들었다.
“오늘 많이 바빴어? 피곤해 보인다.....”
“응....”
아내의 입에서 나오는 작은 열기가 내 가슴을 살며시 두드렸다.
나는 말없이 내 품에 안긴 아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 가슴을 꽉 안고 있던 아내의 손이 조금씩 느슨해졌다.
아내의 얼굴을 들여다봤다.
색색거리는 소리를 내며 아내는 이미 잠들어있었다.
무엇이 그렇게 피곤했는지.....
무엇이 그렇게 힘들게 했는지...
무엇이 그렇게....
아기처럼 정신없이 잠에 빠진 아내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울컥했다.
나는 눈을 꼭 감았다.
이제는 더 이상.......
아내의 몸에서 전해지는 열기에......내 몸이 노근해졌다. 그리고 지독한 불면증과 통증에 시달리던 머리가 조금씩 무감각해져 갔다.
그리고.......힘없이 눈이 감겨버렸다.
[이...이 선생....좀...가..가만히 있어봐요]
[하아.......]
[이....이 선생.....정말.....너무 예쁘다....]
[이 선생...몸이......씨발.......]
[내가...이 선생 보면서.....상상했던 그대로야....]
[이 선생.....내가 여기 빨아주니까 어때? 어? 좋아? 솔직히 말해봐요]
[다리 좀.....더.....더 벌려봐. 보지 좀 자세히 보게.....]
[이...이 선생....여기 너무 불편하다.....우리 집으로 갈래? 아니면......모텔.......]
[흐흐흐.....은설 씨도 언니하고 똑같네. 이거 봐봐....벌써 이렇게 젖었네?]
[역시 무용을 해서 몸이 보통 여자들하고는 좀 다르네.....탄력있고.....탱탱해....]
[가슴 모양은 언니하고 비슷한데 역시 언니보다 조금 더 크네....]
[자매라서 그런가. 젖꼭지도 비슷하고.....보지......보지 색깔도.....흐흐흐.....]
[은설 씨도 남자하고 빠구리 많이 안 해봤어?]
[자....은설 씨. 빨아봐......언니처럼.....내 자지 빨아봐.....]
[아아........그래....그렇게.....]
절대 깨어나지 않을 것 같던......내 눈이 번쩍 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