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6화 (116/177)

Depravity (8)

[아....아.......아......]

갑자기 여자의 신음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황 경태가 대형 TV에서 물러나 원래 앉아 있던 소파로 돌아왔다. 그리고 테이블에 있던 검은색 리모컨을 들고는 곧장 TV로 향했다.

TV 화면에 볼륨게이지가 빠른 속도로 올라가다 100이라는 숫자에서 멈췄다.

[아......아.....아앙......아.....]

희미하게 들리던 여자의 신음소리가 찢어질 듯 터져나왔다.

문 앞에 서있던 처제의 시선이 그 TV로 향했다.

TV 속에 알몸의 여자와 남자가 빨간 소파위에 뒤엉켜 있었다. 땀인지 아니면 물인지도 모를 액체가 여자의 긴 머리를 흠뻑 적시고 있었다.

여자가 소파에 개처럼 엎드려 있고 뒤에서 남자가 여자의 가냘픈 허리를 부여잡은 채 빠르게 움직였다.

남자의 터질 듯 발기된 성기가, 마찰열로 여자의 새빨갛게 부어오른 음부에 깊게 박힐 때 마다 여자의 얼굴과 머리칼을 적시고 있던 액체가 소파위로 떨어져 내렸다.

[아....아앙......아아앙......]

여자의 입에서 긴박하게 터져 나오는 달뜬 신음소리는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었다.

여자의 눈빛은 초점을 분간 할 수 없을 정도로 희미하게 풀려있었다. 

마치 무엇인가에 취한 것처럼...

갑자기 TV화면이 바뀌었다.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귀 따갑게 들리던 여자의 신음소리가 사라졌다. 그리고 흠뻑 젖어 있던 여자의 얼굴과 머리칼도 어느 정도 정리되어 있었다.

호텔에서나 볼 수 있는 새하얀 침대 위에, 사내가 누워 있었다.

검은 털이 뒤덮고 있는 사내의 다리에 여자가 들어가 사내의 성기를 입에 깊게 담아 빨고 있었다.

여자가 얼마나 오래 그것을 빨고 있었는지, 사내의 성기에 수북한 검은 털이 여자의 입에서부터 흘러나온 타액으로 흥건히 젖어 있었다. 

두 눈을 꼭 감은 여자의 긴 속눈썹만이 그 움직임에 조금씩 파르르 떨렸다.

침대에 누워있는 사내가 움직이자 화면이 흔들렸다.

[으음.....은비야....조금 더 세게 빨아봐

..........좀 더.....이빨로 살살 긁으면서.....]

남자는 지시를 하고 여자는 그대로 따르는 듯 했다. 남자의 말이 떨어지자 쪽쪽거리며 빠는 소리가 좀 더 높아졌다.

남자가 여자의 머리칼을 한 손으로 잔뜩 훔쳐 위로 말아 올렸다. 그러자 자신의 성기를 쉴 새 없이 빨아대는 여자의 얼굴이 클로즈업되어 TV 화면에 꽉 찼다.

[으.....으......은비.....아......]

곧 사정이 임박했음을 알아 차렸는지 갑자기 여자의 움직임이 멈췄다.

여자가 입에 담고 있던 잔뜩 발기된 잿빛 성기를 뱉어내려고 하자, 여자의 머리칼을 감싸고 있던 남자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아.....아........아....]

[우욱.....읍,,,,,으읍,]

남자의 굵은 신음목소리와 남자의 성기를 입에 담고 있던 여자의 답답해하는 소리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남자의 성기를 물고 있던 여자의 붉은 입술 틈에서 허옇고 누런 덩어리들이 섞여 질금질금 새어나오고 있었다.

꼭 감겨 있던 여자의 눈이 서서히 열렸다.

TV화면에 정면을 바라보는 여자의 얼굴이 꽉 찼다. 

초점 없이 풀려있는 여자의 눈 속이 새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다시 TV 화면이 변했다.

차 안 이었다.

[하아....하아....하아......]

뒤로 완전히 젖혀진 조수석 시트위에 두 사람이 달라붙어 있었다. 남자의 맨 엉덩이가 빠른 속도로 아래에 깔려 있는 여자의 몸 쪽을 드나들었다.

[으.....씨발...내가 너 얼마나 보고 싶어 했는지 알아!!......으......]

[아...아...아....아아아......]

하이힐을 신은 채, 활짝 벌어진 여자의 맨다리가 벌어져 남자의 거친 움직임에 맞춰 힘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아슬아슬하게 여자의 발끝에 걸려있던 반짝이는 한쪽 하이힐이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황 경태가 들고 있던 리모컨을 다시 TV로 향하자 화면이 멈췄다.

더 이상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내 시선은 다시 문 앞에 서있던 처제로 향했다.

문 쪽으로 향하고 있던 처제의 몸이 완전히 돌아서 방금까지 소음을 내지르던 TV로 향해 있었다. 그리고 처제의 기다란 두 손이 얼굴 아래, 입술을 감싸고 있었다.

황 경태는 소파에 편하게 앉아, 한쪽 팔을 길게 뻗어 소파 언저리에 걸친 채, 시선이 처제에게 향해 있었다. 

아무런 소리도....그리고 움직임도 없자 스마트폰 화면이 멈춰 버린 것 같았다.

[은설 씨, 더 볼래요? 많아서.....다 보려면 시간 좀 걸릴 건데....]

정적을 깨는 황 경태의 말에도 처제는 얼어붙어 버린 듯, 그렇게 가만히 서있었다.

말없이 처제를 빤히 보던 황 경태가 소파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처제가 서있는 문 쪽으로 향해 걸어갔다.

처제에게 다가간 황 경태가 자신의 입을 감싸고 있던 처제의 한쪽 팔목을 잡아 끌어, 앉아 있던 소파 쪽으로 끌고 왔다.

황경태가 이끄는 대로 처제는 힘없이 끌려왔다.

하이힐을 신은 처제의 걸음이 부자연스러웠다. 

황 경태가 소파 앞에 서서 처제의 손을 뿌리치듯 아래로 놓아 버리자, 처제의 몸이 소파위로 힘없이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급작스런 움직임 때문인지 소파에 앉은 처제의 다리가 벌어져있었다. 

남색 자가드 무니의 타이트한 원피스 밑단이 위로 당겨져 검은 스타킹은 신고 있던 허벅지 안쪽 깊은 곳이 드러나 보였다.

황 경태는 처제의 벌어진 그 곳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처제의 시선은 여전히 멈춰있는 TV 화면에 고정되어 있었다. 

황 경태가 처제 바로 옆에 붙어 앉았다.

그제야, TV를 향해 있던 처제의 시선이 반대쪽으로 돌아왔다. 처제는 경계하듯 몸을 움직여 자신에게 바짝 다가와 앉아 있는 황 경태로부터 조금 뒤쪽으로 물러났다. 

처제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던 황 경태가 조금 남아 있던 술잔을 들고 한 번에 입속으로 털어 넣었다.

[이제 좀 알겠어? 은설 씨 언니가 어떤 여잔지?

언니가 파타야에서 한국으로 돌아가고 나서도 나하고 계속을 연락을 주고받았어. 

나는 보고 싶어서 몇 달 후에 언니를 만나러 한국에 왔지.

근데 언니가 말도 안하고 몰래 결혼을 했던군. 치우하고.... 

마지막으로 은비를 본 게 저때야.

저기 봐봐. 

차에서 언니하고 섹스 할 때가 그때야. 저기가 아마 속리산 일 거야. 언니가 워크숍인거 먼가 속리산에서 해서 내가 찾아 갔지]

황 경태가 담배를 꺼내 물고 불을 붙였다.

짙은 담배 연기가 화사하게 화장을 한 처제의 얼굴 주위에 맴돌았다.

그는 몇 번 담배를 깊게 빨았다를 반복하다 말을 이어갔다.

[저 날. 언니하고 약속을 한 가지 한 게 있어. 

나는 그걸 믿고 나는 파타야로 돌아와 파타야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기 시작했어. 

왜냐하면 한국으로 귀국하려고.....

언니하고 같이 지내고 싶어서.....애인처럼....

근데 말이야. 몇 달 후에 막상 정리하고 들어와 보니까. 언니가 연락이 안 되더라고.

은설 씨......언니.....이 은비 저 씨팔년이!!!]

갑작스런 고함소리에 놀란 움츠린 처제의 몸이 더욱 뒤쪽으로 기울어졌다.

[은설 씨는 기분이 어떨 거 같아? 

파타야에서 싹 다 정리하고 왔는데. 

안면몰수하고 연락도 안 되면? 

내가 오늘 은설 씨. 찾아간 건 이것 때문이야.

언니 학교에 찾아가서 뒤집어 놓을까.

아니면 저런 떡치는 영상하고 사진을 세상에 확 뿌려버릴까.

그것도 아니면.....

쥐도 새도 모르게 년놈들....

니 언니하고 형부하고 죽여서 파묻어 버릴까.

이런 걸......한번 물어볼려고 은설 씨 만난거야

이제 알겠어?]

이젠 황경태의 목소리가 완전히 달라져있었다. 

그 목소리는 위협적이고 위압감이 깊게 깔려 있었다. 

처제의 어깨가 조금씩 떨리는 게 보였다. 흐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황 경태가 여전히 타들어가며 연기를 내뿐고 있던 담배를 술잔에 쑤셔 넣었다. 

황 경태가 처제의 얼굴을 말없이 들여다보고 있었다. 처제 또한 자신을 바라보는 황 경태에게 시선이 향해있었다.

[말 해봐요. 은설 씨. 내가 어떻게 해야 될까?]

[.....]

처제가 대답을 했지만, 작은 목소리 때문인지 들리지 않았다. 

[뭐? 뭐라고요?]

[안돼요....]

[안되다니? 뭐가 안 돼?]

[그러지 마세요....]

처제의 목소리가 한없이 떨렸다.

황 경태의 몸이 움직여 처제에게로 바싹 다가갔다.

[은설 씨. 도대체 어쩌라고.....]

[언니하고....형부한테는 제발 그러지 마세요]

[은비하고 치우한테는 그러지 말고.....그럼....

은설 씨한테는 그래도 된다는 말이야? 똑바로 좀 말해 봐요]

처제가 고개를 숙이며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꼭 감쌌다.

[음....그러면 은설 씨가 언니 대신 나하고 좀 놀아볼래? 

나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니야. 은설 씨 정도면....... 

내가......고려해 볼 수도 있어]

처제는 여전히 얼굴을 감싼 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가만히 처제를 지켜보던 황 경태의 손이 소파 뒤쪽을 파고 들었다. 잠시 후 그 손은 처제의 어깨에 닿아, 피부에 바짝 감겨 있는 원피스 위를 조금씩 쓰다듬었다.

황 경태 반대편으로 기울어져 있던 처제의 상체가 서서히 움직여 그의 몸 쪽으로 다가왔다.

처제의 한쪽 어깨가 황 경태 가슴 쪽에 살며시 닿아 있었다.

[어떻게....은설 씨는 그럴 수 있겠어?

나하고 잘 지내 볼 수 있겠어?

물론 그게 니 언니처럼 잘 맞아야겠지만. 

혹시나 알아? 나하고 죽고 못사는 사이될지? 

어서 말해 봐요. 은설 씨. 응?]

또다시 갑자기 변한 황 경태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너무나 생경스러웠다.

잠시 후...

자신을 얼굴을 꼭 감싸고 있던 처제의 손이 힘없이 아래로 내려왔다. 하지만 가냘픈 두 손은 맞물려 서로를 의지하고 있었다.

[그렇게 할게요. 언니......우리 언니......형부는.....절대 그러지 마요] 

처제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처제의 목소리는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흐흐흐.....은설 씨. 참 언니 좋아 하나보네.....형부도 그렇고....]

황 경태의 얼굴이 처제의 얼굴 쪽으로 다가갔다.

황 경태의 얼굴을 보고 있던 처제의 눈이 스르륵 감겼다.

두 얼굴이 포개어졌다.

소파 언저리에 걸터앉아 있던 처제의 몸이 조금씩 뒤로 기울어져 등이 소파에 완전히 기대어졌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황 경태의 얼굴만이 조금씩 움직이며 처제의 입술에 진한키스를 하고 있었다. 

자유롭던 황 경태의 손이 타이트한 원피스 위 처제의 가슴에 닿아 움켜쥐자 원피스 조각이 이리저리 구겨져갔다. 

그리고 동시에, 소파 아래로 가지런히 뻗어 있던 처제의 두 다리가 움찔 거렸다.

긴 시간이었다.

오랫동안 포개어져 움직이던 두 얼굴이 떨어지자, 젖어 흘러내리는 타액을 숨기려는지 처제 입술이 안쪽으로 모아졌다가 다시 열렸다.

황 경태의 손은 여전히 처제의 가슴에 닿아 그것을 주무르고 있었다. 

[언니처럼 키스도 잘하네? 

냄새도 언니하고 비슷하고.....

근데 가슴은 언니보다 좀 더 크네?]

꼭 감고 있던 처제가 눈이 열렸다.

[은설 씨는 남자하고 섹스 많이 해봤어? 

남자 몇 명이나 만나봤어?

하긴 이렇게 예쁘고 몸매도 좋은데....

남자들이 가만히 뒀겠어?]

[으음!]

황 경태가 가슴을 세게 쥐어 잡자, 처제의 입에서 소리가 새어나왔다. 

[언니는 말이야. 내가 이렇게 키스하고, 젖가슴 만져주면....거기가.....보지가 금방 축축하게 젖었단 말이야. 

은설 씨도......지금 그래?]

처제의 가슴을 거칠게 주무르던 황 경태의 손이 아래로 내려와 갑자기 원피스 속으로 쑥 들어갔다.

그의 손이 힘을 주어 집요하게 허벅지 사이를 파고 들 때마다 처제의 몸이 들썩였다.

처제는 아무런 반항도 저항도 하지 않았다.

처제의 두 손이 다시 자신의 얼굴을 감쌌다.

동시에, 처제의 몸이 더욱 소파 쪽으로 바싹 밀려들어가 등이 거의 소파 등받이 부분에 닿아 있었다.

[으음.....]

잔뜩 찡그러진 얼굴에서 무엇인가에 질색하는 소리가 가려진 처제의 입에서 새어나왔다.

처제의 다리사이.....원피스 속에 박혀 있던 황 경태의 손이 끊임없이 움직였다.

[흐흐흐흐.......]

황경태의 낮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때.

황 경태가 뒤로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

스마트폰 속의 그가, 

정면으로 나를 바라보며 입이 찢어질 듯 웃고 있었다.

마치.

내가 지금.......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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