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1화 (111/177)

Depravity (3)

나는 장 실장이라는 저 사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일이 있은 후 일주일도 되지 않아 진욱 형이 장 실장이라는 사람을 내게 소개했다. 

광역수사대에서 형사 일을 하다가 업소에서 상납을 받아 감찰반 내사에 발각되어 40살이 되는 해 옷을 벗었다고 했다. 

그리고 특히 더욱 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이유는 장 실장의 인상이었다.

다소 험상 굿은 얼굴과 짧은 스포츠머리에 눈빛이 항상 초점이 없었다. 얼핏 보면 아픈 사람 같아 보이기도 했고 아니면....무슨 약에 취한 그런 멍한 눈빛이었다. 

장 실장은 눈빛은 내가 알고 있는 매서운 형사의 눈빛이 결코 아니었다.

“최 약사님. 오늘 안 된다고 하시더니.....하하하....”

그가 소리 내어 웃으며 안쪽 테이블로 다가왔다.

“아...왔어요. 어서 와요.”

진욱 형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맞았다. 

진욱 형은 막역한 사이의 약대 선배에게 장 실장을 소개 받았다고 했다. 그는 나를 설득하기 위해 무엇보다 장 실장이 일이 깔끔하게 처리한다는 것을 계속 강조했었다. 

“여기는 처음이네. 김 사장님! 카페 아담하고 좋네요. 대학가라서 분위기도 영 하고 좋고.....하하하....”

그가 자리에 앉자마자 오래 묵은 진한 담배 냄새가 진동을 해, 좀 전까지 카페에 머물러 있던 향긋한 커피향을 단숨에 밀어내버리고 있었다. 

장 실장에 테이블에 있던 스텔라 캔을 따서는 목이 말랐는지 한동안 마셔댔다.

“장 실장님. 목이 타는 모양이네......”

그의 입속에 미처 담기지 못한 맥주가 한 줄기 입가를 타고 흘러내려 그의 야상이 조금씩 젖어갔다.

“으하....최 약사님. 말도 마소. 꼼짝없이 운전하느라.........”

나는 오늘 장 실장이 우리를 보자고 한 본론에 들어갈 때 까지 말없이 가만히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김 사장님. 대학 앞에 이런데 하려면 얼마 있어야 됩니까? 나도 이제......다 치우고.....이런 조그만 가게나 했으면 좋겠네....”

그의 말에 짜증이 밀려왔다.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지 옆에 있던 진욱 형이 내 눈치를 보는 것 같았다.

장 실장이 남아 있는 캔 맥주를 천천히 마저 비웠다.

“흠흠.....이제....시작합시다.”

그가 오래되 벌써 군데군데 헤져버린 서류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내 테이블위에 올려놓았다. 

나는 출입문으로가 밖에서 번호키를 눌러도 들어올 수 없게 내부락을 잠갔다.

내가 다시 자리에 돌아오자 그의 노트북 화면은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다.

“의뢰하신 황 경태씨....그 사람 며칠간 이곳에 머물렀던 동선은 지난번 알려드렸고. 오늘은 그 후에 동선과 만난 사람들에 관한 정보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황 경태가 평택으로 갔습니다. 거기서 줄 곳 플라자 호텔에 머물렀고. 총 두 사람을 만났어요. 

한 사람은 30대 중반 여자고......사진 한번 보세요.”

장 실장의 노트북을 가득채운 사진이 여자 사진이 보였다.

“이 여자 알아요?”

“아니요”

진욱 형이 말했다. 

나도 처음 보는 여자였다. 하지만 몸매가 드러난 옷차림이나 몇 군데 성형을 한 듯한 얼굴과 짙은 화장을 봐서는 화류계 여자 같아 보였다. 단란주점 마담 같은 그런 분위기의 여자였다.

“황 경태가 호텔에서 이 여자하고 계속 같이 지내더군요. 그럼 이 남자는 아십니까? 평택에서 마사지 업소를 크게 하던데........”

장 실장의 노트북 화면에 황 경태와 머리가 희끗한 한 남자가 어느 카페 같은 곳에서 환하게 웃으며 악수를 하는 사진이 보였다.

“어!!!”

진욱 형이 노트북 화면 앞에 바싹 다가갔다.

나는 단번에 사진 속 그 남자가 누군지 알아봤다.

그는 태국 라용 그 오래된 2층 창고에서........황 경태의 접대를 받던 윤 성득이었다.

“치우야....이 새끼....그때.....라용에서.....”

진욱 형이 다급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보아하니 두 분 다 아는 사람이군요. 황 경태는 평택에 머무르면서 이 사람을 매일 만났어요. 아침부터 만나서 밥 먹고.....사우나가고.....마사지 받고.......밤에는 룸빵가서 술 먹고....

보니까 매우 친밀한 관계 같더라고요. 둘이 형 동생하면서.....”

수연이의 도움을 받아 파타야에서 라용으로 가서......갇혀있던 진욱 형을 꺼내고.......비좁은 썩은 나무 틈 사이에 기어들어가 황 경태와 윤 성득이 여자들을 끼고 진탕 술을 처먹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리고 거실에 소파에 편히 앉아 은비의 동영상을 넋 놓고 보던 그들의 눈빛까지도....

“오늘 내가 보자고 한 이유는.....

매일 전날 술에 꼴아서 오후나 돼야 호텔 밖을 나왔는데......황 경태 이 사람이 오늘 아침에 갑자기 서두르더라고요.

급하게 따라가다 보니 고속도로를 올려서 다시 여기로 왔습니다. 여기 IC에 내리니 시간이 오후 1시 즈음이었습니다.

독한 새끼....뭐가 그리 바쁜지 휴게소에 한번 들리지도 않고 다이렉트로 여기까지 운전해서 오더라고요.

황 경태가 이곳에 도착해서 곧바로 간곳은 시내에 있는 선진대학교였습니다. 두 분 다 잘 아시죠? 전국에서 예체능계로 유명한 대학.......”

“선진대요?”

뜻밖의 이름에 장 실장에게 다시 물었다.

“네. 선진대요....예체능계 쪽에 돈 많은 애들이 간다는 그 선진대......

여하튼, 황 경태 차가 예술대 본관 뒤쪽 조용한 곳에 주차를 하고 누굴 기다리는지 차에서 나오질 않더라고요.

그때 나는 아침도 못 먹어 배도 고프고.....똥은 싸겠고.....여하튼 미칠 지경이었습니다. 

차에서 한 30분 정도 기다렸나?

예술대 건물에서 한 여자가 나와서 주차장 쪽을 두리번거리더라고요......

자 사진 함 보세요.....하하하.....” 

장 실장의 노트북 화면에 한 젊은 여자의 사진이 가득 찼다.

청색 바탕에 짙은 자가드 무늬가 둘러싸고 있는 원피스를 입은 여자였다. 몸에 밀착된 원피스 자가드 무늬가 햇볕에 반사되어 반짝거렸다.

화사한 화장이 그 뽀얀 얼굴을 더욱 돋보이게 했고.....키가.....모델처럼 늘씬했다.

장 실장이 사진을 하나씩 넘겼다.

“어!!!”

진욱 형이 가만히 사진을 보다 뭔가 놀란 듯 그의 입에서 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하하....최 약사님. 어때요 이 여자? 이쁘죠? 나도 이렇게 이쁜 여자는 정말 오랜만인데........보니까 대학생 같은데.....와....몸매가.....내가 예전에 다니던 1종 룸에 있는 애들보다 더 좋아....

거기에 얼굴은 얼마나 뽀얗고 이쁜지....저 가슴하고, 얇은 허리 라인 받치고 있는 엉덩이 봐요......”

장 실장은 계속 사진 속 여자에 대해 떠들어 댔지만, 더 이상 내 귀엔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내 시선은 노트북 여자의 얼굴에 고정되어 있었다.

여자의 사진이 더 이상 없는지 장 실장이 창을 닿고는 바탕화면에 있던 동영상을 실행했다. 

좀 전에 봤던 여자가 주차장 주위에서 뭔가를 찾는지 두리번거렸다. 그러자 구석에 서있던 검은 BMW 차에서 짧은 경적음이 울렸다.

여자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잠시 후 여자가 조심스레 그곳으로 다가갔다.

여자가 움직일 때 마다 타이트한 남색 자가드 원피스가 여자의 엉덩이를 더욱 타이트하게 감쌌다 풀었다를 반복해 몸매를 드러냈다.

“와....몸매....진짜...저런 여대생하고....한번 찐하게 해봤음.....흐흐흐.....안 그래요. 최 약사님?”

장 실장의 물음에 아무른 대꾸도 들리지 않았다.

여자가 검은 차 조수석으로 다가가 차 안에 탄 사람을 확인하려는지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짙은 선팅을 한 조수석 창이 아래로 내려갔다.

여자가 몇 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운전석에 타고 있던 황 경태가 차에서 내려 그 여자를 보며 웃으며 인사를 했다. 

카메라가 줌인이 되어 여자의 얼굴이 가득 찼다.

황 경태를 쳐다보는 여자의 얼굴에 경계심이 가득 했다. 나도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황 경태가 조수석 쪽에 서 있던 여자에게로 성큼 다가가자 여자의 몸이 몇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검은 스타킹을 신고 있는 여자의 늘씬한 다리가 완벽해 보였다.

황 경태는 손짓까지 하며 여자에게 무슨 설명을 하는 듯 했다.

잠시 후 황 경태가 닫혀 있던 조수석 문을 열었다. 여자에게 어서 올라타라고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여자는 망설이고 있었다.

기다리던 황 경태가 여자에게 한마디 던졌다. 그러자 여자가 조심스레 차로 다가와 조수석에 올라탔다.

조수석 문을 닫고 운전석으로 돌아가는 그의 얼굴엔 함박웃음이 지어져 있었다.

황 경태가 운전석에 올라타서도 차는 그대로 멈춰져 있었다.

“황 경태 저사람 뭐하는 사람입니까? 무슨 업소 하는 사람 같기도 하고.....씀씀이 보니 돈은 있는 사람 같은데.......처음에 저한테 의뢰할 때, 알져준 정보가 없어서.....

2주 동안 저사람 쫓아 다녀보니까 보통 사람 같진 않고....

저렇게 어리고 이쁜 여대생 스폰인지....애인인지.......아마 저때 차에서 둘이 진탕 떡친거 같은데.......여하튼 요즘 어린년들 발랑 까져서 돈이면 환장을 하고 보지 벌린다니까요.

하하하...

내가 형사할 때도 미친년들 한두 번 본 것도 아니고.......” 

검은 선팅으로 내부가 보이지 않은 차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차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한 30분 저렇게 서있습니다. 빨리 돌릴게요.......”

장 실장이 키보드를 누르자 동영상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차에서 붉은 미등이 켜질 때,

그는 누르고 있던 버튼에서 손을 땠다.

“30분 동안 차에서 신나게 떡치고......이제 둘이 이동합니다. 어디로 가느냐하면......”

“그만.....”

오랫동안 참고 있던 말을 내뱉었다.

“네? 김 사장님?”

신나게 설명하던 장 실장 멍한 눈빛이 내게 향해 있었다.

“그만....이제 그만합시다.....이제.....”

나는 파란색 불빛이 들어온 장 실장의 노트북 전원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순식간에 노트북 화면이 검게 변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 돌아가요. 장 실장도가고......최 약사도 가고.....다....나가요......지금 당장....”

장 실장은 자리에 앉아 놀란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고......진욱 형은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싸고 있었다.

힘없이 아래로 내려져 있던 내 손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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