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drance (8)
[오빠!!!]
아내의 조금 상기된 목소리가 스마트폰을 타고 흘러들어왔다.
[응?]
[어디예요?]
[지금 막 가려고, 갑자기 손님이 몰려서 조금 바빴어]
아내에게 말을 하고 나서도 지금 벌써 도착해 있다고 왜 솔직히 말하지 않은 건지 스스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그건 아마도 조금 전 차안에 펼쳐졌던 그 환영의 여운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했다.
[아...잘됐다. 나는 오빠 기다릴 거 같아서......아직 안 끝났어요]
[늦을 거 같아?]
[아니요. 식사는 거의 다 끝났는데....선생님들이 자꾸 2차가자고 해서....]
[아....그럼 당신 어떡할 거야?]
[저는 오늘 안 된다고 했어요. 오빠 지금 출발 하면 시간 맞을 거 같아요]
[그래 도착해서 연락할게]
아내와 전화를 끊고 나서도 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음이 느껴졌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식기는커녕 더욱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아내가 앉아있을 저 고깃집의 어느 테이블 모습이 뻔히 상상되었다.
몇몇 남자 선생들이 아내에게 번갈아 가며 술잔을 채워주며 집요하게 2차를 종용하고 있을 것이고, 구색을 맞추기 위해 표시나지 않게 다른 여선생에게도 그러할 것이다.
조직생활에서 회식은 중요한 또 하나의 사회생활이다.
동료와 술잔을 기울이며 평소 묻어 두었던 상사의 뒷담화와 술기운을 빌려 자신의 진심을 솔직하게 말 할 수 있는 기회....
그리고 남자의 입장에서는 평소에 눈여겨보고 있던 예쁘장한 여직원과 술을 마시거나 노래와 춤을 곁들인 합법적인 만남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기회...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 유통계열사에서 몇 년간 회사생활을 한 나로써도 그런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었다.
간혹 사고가 나기도 한다.
상사가 술에 취한 여직원을 성희롱 하거나 심지어 지위를 이용해 강압적으로 강간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예전 다니던 회사 팀장 얼굴이 떠올랐다.
대학을 졸업하고 갓 입사한 예쁘고 몸매 좋은 여직원이 우리 팀에 왔을 때, 남자 직원들은 열광했고, 팀장 또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그러했다.
그 여직원의 나이는 불과 스물다섯 살이었다.
그 여직원이 입사한지 두어 달 지나 팀 전체 회식이 있었고, 고깃집을 거쳐 2차로 간 주점에서 팀장은 술에 취한 그 여직원을 비어있는 다른 룸으로 데리고 가서 강간했다.
담배를 피러 밖으로 나가려다 조용하던 룸에서 새어나오던 여자의 흐느끼는 비명소리를 듣고, 나는 룸 앞에 서서 고민하다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여직원의 몸 위에 올라타 있던 팀장의 뒷덜미를 잡고, 울고 있는 여직원으로부터 뜯어냈지만, 이미 모든 게 끝난 후였다.
룸은 남여의 비릿한 그 냄새로 꽉 차있었다.
여직원의 스커트는 허리위로 완전히 들쳐져 있었고, 그녀의 빨갛게 부어있는 속살이 방금 쏟아져 나온 팀장의 정액으로 하얗게 젖어 있었다.
그 여직원을 집으로 데려다 줄 때 그녀는 한없이 울기만 했다.
다음날 어두운 얼굴로 출근한 여직원을 조용히 불러내 내게 도움이 필요하면 그렇게 하겠다고 했지만....그 여직원은 그냥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그렇게 모든 걸 지워버리고 싶다고 간곡히 말했다.
나는.....한편 그 여직원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팀장은 한동안 나와 그 여직원의 눈치를 봤지만.......몇 주의 시간이 아무 일없이 지나가자 안심이 됐는지 예전의 그로 완전히 돌아와 있었다.
고깃집 입구에서 몇 차례 사람들이 빠져나와 즐겁게 인사를 하고는 어디론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사람들로 꽉 들어차있던 고깃집의 1층 내부가 조금씩 여유롭게 변해 갔다.
빽빽한 사람들의 틈바구니에 보이지 않던 안쪽 구석자리가 눈에 들어왔다.
머릿결을 쓰러 올리며 맞은편 사람과 대화를 하는 한 여자가 눈에 띄었다.
아내였다.
테이블에는 아홉 명 정도가 둘러않아 있었다.
남자들은 흰 셔츠에 타이를 메고 있거나 깔끔한 카디건을 걸치고 있었고, 여자들은 하나같이 화려한 블라우스를 입고 있었다.
그 모습이 누가 봐도 좋은 직장의 여유 있는 사람들의 회식자리 같아 보였다.
5명의 남자들 중 대부분의 시선이 웃으며 말을 하고 있는 아내에게로 집중되어 있었다.
그리고 좀 전 흡연실에서 보았던 박 선생이 바로 아내 옆에 앉아 서글서글한 미소를 지으며 아내를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다.
아내 맞은편에 거리를 두고 앉아 있는 여자가 옆에 있던 다른 여자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 보였다. 그 여자는 양 선생이었다.
술을 마셔서인지 멀리서도 화사한 색조의 화장과 조화롭게 섞여있는 아내의 붉은 볼이 얼핏 보이는 것 같았다.
그런 아내의 모습에 원래 돋보이는 아내의 얼굴이지만, 가까이서 본다면 더욱 예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무슨 이야기들을 하는 건지 대화가 끊기지 않았고, 테이블에 있는 모든 사람의 얼굴에 행복이 묻어나 보였다.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무표정한 양 선생의 얼굴...
양 선생과 아내의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걱정되었다.
흰 승합차가 국도 수로에 처박힌 그날 새벽,
자신을 도와줬던 사람이 그렇게도 싫어하던 존재의 남편인 나라는 것을 양 선생은 알고 있다. 숨기고 싶은 자신이 당한 그날의 참혹한 일들을 모조리 내가 알고 있다.
남자들의 시선이 잠시 자신을 떠나자 아내는 서둘러 가방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몇 번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잠시 후 내 스마트폰이 반짝 빛을 발했다.
[오빠. 도착했어요? 거의 끝났어요]
나는 아내의 매세지에 바로 답장을 했다.
[도착. 주차장!]
잠시 자신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던 아내가 고개를 돌려 창 쪽을 보더니 활짝 미소를 지어보였다.
고깃집 현관에 말끔하게 차려입은 남녀 무리들이 한꺼번에 몰려나왔다.
옅은 코발트 빛깔 푸른 코드를 감싸 입은 아내가 나를 찾는지 주차장 쪽을 계속 두리번거리며 바라보자 한 남자 선생이 아내에게 계속 뭐라고 말을 했다.
아내는 웃으면 반복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마도 아내에게 2차를 가지 않겠냐고 마지막 의향을 타진했으리라....
조금 거리를 두고 비켜 서있던 박 선생이 그런 아내를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보고 가만히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아내가 스마트폰을 들었다.
그 모습에 나는 차에서 내렸다. 동시에 내가 들고 있던 내 스마트폰이 울렸다.
[오빠. 어디에요?]
[당신 11시 방향 주차장 구석....]
또다시 주차장 쪽을 찬찬히 훑어보던 아내의 시선이 나에게 향해있었다.
아내는 전화를 끊고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사람들에게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아내를 보던 양 선생이 갑자기 몸을 돌려 뒤돌아섰다. 아마도 주차장 구석 멀리 서있는 나를 얼핏 본 것 같았다.
아내가 내게 한발씩 다가왔다.
아내와의 거리가 20미터가량 될까?
천천히 나에게 걸어오던 아내의 발걸음이 조금씩 빨라졌다. 회색 H라인 스커트 아래 늘씬한 아내의 몸을 감싸고 있는 검은 스타킹이 빛을 발하며 아내가 내게 달려오기 시작했다.
[오빠!!!]
아내가 내게 풀썩 안겼다. 아내의 몸에 밀려 내 몸이 두어 발 뒷걸음질 쳐졌다.
아내의 좋은 향기와 담백한 고기향과....그리고 소주향이 나를 감싸고 있던 차가운 공기를 밀어내고 나를 따스하게 안았다.
아내는 두 팔로 내 목을 깊게 두른 채, 볼을 비비고 몇 차례 가벼운 입맞춤을 했다.
[은비야....다른 사람들 본다....]
[고마워요. 오빠..오빠...]
아내의 말에 회식을 하는 자신을 데리러 온 것이 고마운 일인가를 생각을 해봤다.
고깃집 현관에 멀뚱히 서있던 아내 일행들의 시선이 나에게 깊게 안겨 있는 아내와 내게 향해 있었다.
나는 아내를 안은 채 고개를 조금 숙여 그들에게 인사를 했다. 그러자 그곳에 있던 몇몇 사람들이 나를 따라 어색하게 고개를 숙여 회답했다.
하지만 돌아서있던 양 선생은 끝내 자신의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
차가 출발해 고깃집을 벗어나고 있었지만, 아내는 처음 차에 오를 때 차안을 한번 둘러보고는 이 차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내로부터 차가 어떻다느니......얼마주고 샀냐라는 상투적인 질문을 예상하고 적절한 답변까지 미리 준비 해 놓았지만, 아내는 차에 대해 일체 언급이 없었다.
단지 말없이 내 손만 깍지를 낀 채 꼭 잡고 있었다.
“얼마나 마셨어? 소주 잘 못 마시잖아”
“음....한 병 정도?”
“이 은비. 소주 주량 많이 늘었네. 예전엔 두 잔만 마셔도 얼굴 빨개지더니.......참...그리고 은설이 말이야. 오늘 미나 집에서 자고 싶다고 하던데......내가 안 된다고 했어”
잠시 후 아내가 말없이 어디론가 전화를 했다. 아마도 은설이에게 전화해 혼내려고 하는 것 같았다.
스피커폰으로 하는지 길게이어지는 신호음이 들렸다.
[언니.....]
처제의 조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은설. 어디야?]
[카페....]
[오늘만이야]
[어? 뭐가?]
[돌아다니지 말고, 미나 집에 바로 가서 자. 알았지?]
[언니! 정말? 그래도 돼?]
조금 전까지만 해도 한없이 기죽어 있던 처제의 목소리가 단번에 변했다.
이상하게도 아내의 반응이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카페를 향하던 차가 방향을 틀어 집으로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조수석에 앉아있던 아내는 내손을 꼭 잡은 채, 내게 기대듯 바짝 다가와 있었다. 그리고 아내의 시선이 시종일관 나를 향해 있었다.
“아까 다른 선생님들 보는데 왜 그랬어?”
“어때요. 내가 사랑하는.....남편인데......홋....”
내게 바짝 다가와 그 큰 눈을 반짝이며 나를 보는 아내의 얼굴의 유독 아름다워 보였다. 신기하게도 아내의 화장은 아침에 보았던 그대로 완벽했다.
그 고깃집에서 다시 화장을 고쳐할 시간도 없었을건데......아내의 빛나는 얼굴에 화장이 묻혀 버린 건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말없이 나를 바라보는 아내의 눈빛이 더욱 뜨거워졌다.
아내의 그런 눈빛에 집을 불과 얼마 앞두지 않고 인적이 드문 어느 주차장 깊숙이 차를 세웠다.
나를 벨트를 풀고 여전히 나를 바라보는 아내를 얼굴을 감싸며 다가갔다. 아내의 촉촉한 입술이 살짝 내게 느껴지곤 다시 멀어졌다.
방금 맛본 아내의 입술이 마치 껍질을 깐, 잘 익은 복숭아 같이 부드럽고 달콤했다.
“오빠....양치.....나 냄새나요.....”
난처한 표정으로 나를 보는 아내를 내게 더욱 깊게 당겨왔다.
그리고 아내의 입술과 혀를 깊게 빨았다.
아내의 말과는 달리 아내의 입술은 그 어떠한 냄새도 나지 않았다. 마치 방금 양치를 한 것 같은 좋은 향기만이 가득했다.
“아음....”
아내도 포기를 했는지 적극적으로 내 입술과 혀를 자신의 그 속을 맞아들였다.
아내의 얼굴이 더욱 달아올랐다.
“아....오빠!!”
아내의 코트를 급하게 풀어헤치고 젖가슴을 꼭 쥐자 아내의 신음이 터져 나왔다.
너무나 부드러웠다.
세상에 이렇게 부드럽고 기분 좋은 것이 있을까?
아내의 가슴을 힘겹게 감싸고 있는 실크 브래지어는 있으나마나였다
아내의 손이 아래로 내려와 내 바지 속을 파고 들었다.
아내의 따뜻한 손이 방금 발기된 내 물건을 조심스레 쓰다듬기를 반복했다.
내 혀를 깊게 빨던 아내의 입술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바지 속을 간신히 비집고 나와 고개를 쳐들고 있는 내 물건이 아내의 젖어 있는 입속에 조금씩 빨려 들어갔다.
“아....”
내 물건을 입속에 담아 부드럽게 감싸고 있던 아내의 입술이 조금씩 움직였다. 흐트러진 아내의 갈색 머리칼이 민감한 내 피부를 간지럽히듯 반복해 스쳐지나갔다.
나는 고개를 시트 뒤로 완전히 젖히고 아내가 전해주는 그 따뜻하고 부드러운 입놀림을 조용히 감상했다.
내손이 아내의 젖가슴을 더욱 깊게 파고들어 맨살의 가슴을 움켜질 때 마다 아내의 몸이 동시에 떨렸다.
황홀했다.
세상 모든 것을 가진 듯, 꿈만 같이 행복했다.
하지만 잠시 후 그 모든 게 산산조각 나버렸다.
꼭 감은 내 두 눈에....
수로에 처박혀 있던 낡은 흰 승합차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 낡은 흰 승합차 뒷자리에 알몸인 채로, 거친 두 사내의 좁은 틈 사이에 뱀처럼 엉켜, 울먹이며 쉴 새 없이 뜨거운 숨을 토해내던 있던 아내의 모습....
안개같이 가려진 희뿌연 아내의 창백한 얼굴에 엉망으로 번져버린 새빨간 립스틱이 조금씩 또렷해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