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8화 (98/177)

Deception (20)

내 차가 굉음을 내며 아파트 단지 출입구를 급하게 빠져 나와 큰 대로에 접어들었다.

떨리는 손으로 스마트폰에 저장된 한 사람의 이름을 반복적으로 눌렀다.

차안의 시계가 방금 새벽 2시 25분으로 변했다.

[여보세요!!!]

[지금 어딥니까? 세희.....세희 혹시 왔어요?]

[아...아니.....지금 신고하러 경찰서 가는 길이야.......치우야! 왜.......왜그래?]

진욱 형의 떨리는 목소리가 블루투스를 통해 차안에 생생하게 들려왔다. 

데시보드에 박혀 있던 내비게이션에 목적지 주소가 떠있었다.

[잘 들어요. 해....해신포장.....지도에서 검색하면 하나만 나옵니다. 여기서 40분 정도 거리입니다. 나도 가고 있어요.]

[뭐? 무슨 말이야 도대체? 너......혹시......]

[시간이 없어요. 빨리. 그리로 와요. 나도 지금가고 있어요. 해...해신포장 맞은편에 좁은 비포장 길이 있어요. 

그리고 몇 백 미터 올라오다보면 왼쪽에 창고가 있어요. 그리로.....확실하진 않지만 세희가........] 

내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무런 응답도 없이 전화가 끊어졌다.

차가 도심을 벗어나 한참을 달렸다. 그러자 시 경계에 있는 어느 산에 점점 가까워져갔다.

내비게이션에 화면에 보이는 도로주위에 울창한 산이 둘러싸고 있었다. 

[이 씨발년.....]

[흐으윽.....흐으윽.....아저씨이.....]

차 창밖으 가로수가 빠르게 스쳐지나가고 있었다. 두 손이 무엇인가로 단단히 묵인 채 울고 있는 세희의 울음소리가 아직까지도 지워지지가 않았다. 

[흐흐흐...내가 말했지? 일 잘하다보면 이런 일도 있을 거라고.....저년 상판대기 봐봐라....]

[개새끼야. 오늘도 내가 먼저 딴다. 지난번 선생년 따먹을 때처럼 방해하면 뒤진다]

얼마 전 국도 수로에 처박혀 있던 사내들이 능글맞은 얼굴이 보였다.

[흐흐흑....아저씨...살려주세요....]

[흐흐흐.....울긴 왜 울어. 우리가 너 죽인데? 씨발 그냥 하루 이틀 재미나 좀 보려는 거지....썅년아!!! 처울고 지랄이야 재수 없게..... 

아니지...아니지.....니가 우리 말 안 들으면.....뒤질수도 있는 거고......그러니까 말 잘들어야지...]

사내의 손이 승합차 한쪽 구석에 박혀 떨고 있는 여자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고 있었다.

[야! 저년 닮은 그년.....TV에 나오는 그...색스러운년......이름 뭐야?]

[몰라 새끼야. 운전이나 해. 쫌 빨리 가라. 씨발 급하구만......]

흔들리던 승합차가 깜깜한 좁은 길에서 힘겹게 좌회전을 했다. 그러자 코너에 있던 오래된 나무간판이 차 라이트에 비쳐 환하게 눈에 들어왔다.

[해신포장]

승합차의 블랙박스 마이크로SD카드에 저장되어있던 그 동영상에서의 길이, 내 차 앞에 펼쳐져 있었다. 

칠흑 같은 어둠으로 둘러싸인 그곳이 차에서 빛이 발하는 새하얀 라이트로 차가 움직일 때 마다 혼란스럽게 흔들려 보였다. 

주위에는 온통 나무들만이 빼곡하게 서있었다.

멀리 좁은 삼거리가 희미하게 보였다.

[해신포장]

나는 승합차가 그랬던 것처럼 삼거리에서 좌회전을 하고서 좁은 산길을 올라갔다.

멀리서 보이던 슬레이터로 된 창고인지.....축사인지 도통 알 수 없는 건물이 조금씩 가까워져갔다. 

그 건물 입구에 도착해 멈춰 서자, 차 라이트가 건물 전체를 비추고 있었다. 산속에 있는 오래된 그 건물이 너무나 생경하고....흉물스러워 보였다.

건물의 검은 유리창에는 당장이라도 귀신이 목을 빼내, 그곳을 넘어 내게 달려올 것 만 같았다. 

시동을 끄고 나는 잠시 차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창고 안에는......

내가 절대 보지 말아야 할....처참한 어떤 것이 있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얼마간 고민을 하다 차에서 내렸다. 그러자 칼날 같은 매서운 산바람이 내 얼굴에 스쳐지나가 금방 소름이 돋았다. 

창고로 다가가는 저벅거리는 내 발소리와 흔들리는 스마트폰 플래시만이 정적에 감싸여 있는 그곳을 흔들어대는 듯 했다.

창고 앞마당에는 수십 병의 빈 술병이 아무렇게나 뒹굴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인가를 구워 먹었는지 커다란 간이 그릴위에 무엇인가가 새까맣게 바짝 타 있었다.

그 옆에 붉게 녹이 올라와 있는 식도가 바닥에 꼽혀 있는게 보였다. 나는 그것을 뽑아 집어 들었다.

철판으로 만들어진 창고 문의 손잡이가 쇠사슬로 둘둘 말려 있었다. 

하지만 자물쇠가 채워져 있지는 않았다.

[드르륵.....드르륵......드르륵......]

감겨 있는 한쪽 쇠사슬을 잡아당길 때 마다 너무나 듣기 싫은 마찰음이 끊임없이 내 귀에 파고들었다. 

마침 모두 풀려버린 쇠사슬이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나는 손잡이를 잡아 당겼다.

[끼이익........끼익....]

문이 열리는 소리에 손잡이를 간신히 잡고 있는 내 손이 나도 모르게 달달 떨리는게 보였다. 

창고 안으로 들어서자 이상한 냄새.....악취가 진동했다.

썩은 냄새 같기도 하고......비린 냄새 같기도 하고.....처음 맡아 보는 이상한 냄새였다.

[우욱...]

헛구역질이 올라왔다.

창고 바닥에도 산산조각 깨진 소주병들이 흐트러져 있었다. 

중앙에 있던 오래된 구식 난로에서 미처 꺼지지 않은 검은 연기가 조금씩 새어나왔다.

한쪽 구석에 벽돌로 쌓아올려 만들어진 방 같은 공간이 보였다. 

그곳으로가 반쯤 썩어 검게 변한 나무문을 천천히 당겼다.

그 안에...

군대군데 까져 곰팡이가 핀 듯 노랗게 변한 커다란 침대 발이 스마트폰 불빛에 조금씩 드러나 보였다.

나는 빛을 발하던 스마트폰을 들어 올려 방 전체를 비쳤다.

“아............아.........”

들고 있던 녹슨 식칼이 아래로 떨어져내려 바닥에 부딪치는 둔탁한 소리 들렸다. 

“아아........하아.........으.....”

내 앞에 펼쳐진 광경에 갑자기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침대위에 해어져 먼지가 쌓인 담요하나가 무엇을 덮고 있었다. 미처 그 것을 다 가리지 못한 담요 사방에는......

가냘픈 발목이 활짝 버러진 채, 아래 침대 난간에 하나씩 단단히 묶여 있었다. 위쪽은 양 손목이 벌어진 채 위쪽 침대 난간에 하나씩 묶여 있었다.

담요가 완전히 덮지 못해 드러난 발목과 손목에는 새하얀 피부에 검은 흑이 잔뜩 묻어 있었고 연약한 피부에서 새어나온 핏자국이 이리저리 번져 있었다.

스마트 폰으로 그곳을 비추던 내 손이 떨려 그 광경이 마치 영화에서나 보는 연출된 잔혹한 영상처럼 느껴졌다. 

“아........흐으윽.......”

차에서 보았던 디지털카메라에서 보았던 마지막 영상이 스쳐지나가기 시작했다.

세희의 사지가 활짝 벌어져 침대 난간마다 타이트하게 묶여 있었다.

사내의 손에 옷이 하나둘씩 벗겨진 세희의 알몸이 불빛에 반짝거렸다. 공포에 질린 세희의 커다란 눈이 자신을 들여다보는 카메라에 향해 떨리고 있었다.

[잘 찍어. 그리고 지난번처럼 하고 있는데 기어들어오면 진짜 가만 안 둔다. 개새끼야.....]

한 사내가 카메라를 보고 소릴 질렀다.

사내가 입고 있던 국방무늬 바지를 단번에 벗었다. 팬티도 함께 딸려 내려갔는지....아니면 원래 입고 있지 않았는지.......사내의 검은 털에 반쯤 가려진 성기가 단번에 드러났다.

[흐흐흐......연예인 아가씨....]

사내가 침대위로 올라타 몸이 세희의 얼굴 쪽으로 향했다.

[끼아악!!!!]

사내가 세희의 헝클어진 머리칼을 쥐어 잡자 찢어질 듯한 비명소리가 들렸다. 사내는 자신의 덜렁거리는 성기를 세희의 붉은 입술에 강제로 쑤셔 넣기 시작했다.

[흐흐흐......입술 벌려봐.....좀 빨아봐.......]

머리를 이리저리 세차게 흔들며 피하던 그 다물어져 있던 세희의 입술이 사내의 알력에 잠시 열리자 그 틈을 타고 사내의 성기가 그곳을 한번에 밀고 들어갔다.

[흐읍.......흐읍.....]

사내가 거칠게 잡고 있던 세희의 머리칼을 들고 움직이자 열려진 그 입술사이로 사내의 성기가 끝까지 박혔다 빠져나왔다를 반복하기 시작했다. 

[으.......으.........으아.........]

동시에, 카메라를 보던 멍한 눈빛의 사내의 입에서 깊은 신음 새어나왔다.

사내의 성기가 세희의 입속에 드나드는 속도가 조금씩 빨라졌다. 그리고 성기가 부풀어 올라 사내의 성기가 박힐 때 마다 세희의 입술이 더욱더 활짝 벌어졌다.

[으하....으하.....씨발 존나게 좋아......보....보지보다 더 좋아.......으하.....]

[켁!!!.....우욱........욱.......]

세희는 숨을 쉬기도 버거운지 하얗던 얼굴 전체가 금방 핏빛으로 변해 있었다.

[하아....하아.....]

사내가 세희의 입속에 끝까지 깊게 자신의 성기를 찔러 넣고는 쥐고 있던 그녀의 머리칼을 풀어 주었다. 

진득한 타액이 흘러내리는 사내의 성기가 처음과 달리 붉은 핏줄이 부풀어 올라 완전히 고개를 쳐들고 서있었다. 

[하아.........하아........하아.........]

그러자 세희는 사내의 성기로 빡빡하게 막혀 있던 숨이 한 번에 터져 나오는지 가쁜 숨만 계속 내쉬었다.

사내의 몸이 벌어진 세희의 다리사이로 급하게 이동했다.

[씨...씨발년......이년 뭐하던 년이래? 창녀질 하는 거 맞지? 나이는 어린데 젖탱이 보니까 사내새끼들한테 좀 빨린 거 같은데....

보통 년이 몸에 이딴 걸 그려놓을 리 없고.......이 정도 문신하려면 몇 천 만원은 할 건데......]

벌어진 새희의 다리사이로 들어가 그 새파란 문신을 찬찬히 들여다보던 사내가 말했다.

[개소리하지 말고 빨리 해라......밖에다 싸고......저년 보지 안에다 싸면 뒤진다 씨발새끼야!!!]

[먼저 싸는 놈이 임자지 미친새끼....낄낄낄......]

[아!!!]

사내가 활짝 열려있는 세희의 속살주위에 세희의 타액으로 젖어있는 자신의 성기를 돌려가며 문질러댔다. 그러자 자신의 몸에 사내의 그것이 닿는 것을 느낀 건지 세희의 몸이 움츠려들었다.

사내는 좁은 구멍 속을 파헤칠 부드러운 윤활유가 더욱 필요한지, 굵은 침을 자신의 발기된 성기와 바짝 닿아 있는 세희의 그곳에 몇 번 떨어뜨렸다.

[으.........]

[아........]

사내의 몸이 앞쪽으로 조금씩 기울어지지 동시에 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아...아...아......]

사내의 몸이 세희의 몸 위에 포개어 지자마자 사내의 엉덩이가 미친 듯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아악!!!!!]

사내의 거친 움직임에 세희가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치자 묶여 있는 침대 난간이 그녀의 움직임에 거칠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흐으으............으........”

내 입에선 나도 들어본 적 없는 소리가 계속 흘러나왔다. 그리고 눈물도 멈추지 않고 계속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한발, 한발 침대로 다가서는 발길이 죽기만큼 싫었다.

덮여있는 낡은 담요위로 엉망으로 엉클어진 세희의 머릿결이 조금 삐져나와 있었다.

조용한 산길에 차가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그 차에 누가 타고 있는 가는 더 이상 내게 중요치 않았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담요 끝을 쥐었다.

Deception (21)

[덜컹!! 덜컹!!]

“허억!!”

침대 곁에 바짝 다가가 있던 내 몸이 뒤로 나자빠졌다.

침대 난간에 묶인 채, 축 늘어져 있던 사지가 몇 번 팽팽하게 변했다가 다시 느슨하게 풀어졌다.

나는 다시 침대로가 먼지가 쌓인 담요를 쥐고 덮여있던 얼굴을 단번에 벗겨냈다.

“아악!!! 아저씨.....아저씨.....살려.....살려주세요.....”

묶여있던 사지가 뒤틀리며 발버둥 치기 시작하자 침대가 요동쳤다.

“세희야......세희야.....나야 나.......괜찮아.....오빠야....”

흐르던 눈물이 메말라 눈 화장이 아래쪽으로 길게 번져있었다. 붉은 계통의 립스틱은 입술 경계를 한참 벗어나 처음의 색상이 무엇인지 모를 정도로 변해 있었다.

“흐으윽.....누구세요......흐으윽.....”

오랫동안 어둠에 갇혀 있던 세희의 눈이, 내가 들고 있던 스마트폰 플래시 불빛에 눈이 부신지 잔뜩 찡그려져있었다. 

세희의 얼굴을 바로 앞에서 비추던 스마트폰 플래시를 아래로 내렸다.

“나야. 치우.....세희야 괜찮아?”

“하아.....하아.....”

조금씩 열리던 눈이 확인하려는 듯 내 얼굴을 바삐 훑고 있었다.

“어어엉.......오빠......어어엉.....무서워요.......흐으응...........”

한동안 자신을 들여다보고 있는 나를 이제야 알아차렸는지 깊은 눈가에 굵은 방울이 연신 쏟아져 내렸다.

나는 문 입구 바닥에 꽂혀 있던 녹슨 식칼을 들고 와 세희의 손목에 감겨 있던 굵은 노끈을 잘랐다.

묶인 채 얼마나 발버둥을 쳤는지 노끈이 잘려나간 세희의 손목은 마치 붉은 팔찌를 한 것처럼 그 흔적이 선명하게 남겨져 있었다. 

“흐으윽.......오빠......”

두 손이 자유로워진 세희의 팔이, 내 목을 부둥켜안았다. 그 힘이 얼마나 센지 숨쉬기가 힘들 정도였다.

여전히 겁에 질린 세희의 울음소리가 창고에 가득 차 끊임없이 울리고 있었다.

“어......세희야........어어.....왜이래.........”

“오빠!!! 언....언니!!!”

잠시 후, 뒤에서 익숙한 사내의 소리와 더불어....한 여자의 떨리는 목소리가 동시에 들려왔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나는 거실 소파에 쓰러져 버렸다.

잠이 미친 듯이 쏟아졌다.

진욱 형은 처참한 모습의 세희를 수습하고 내게 조심스레 몇 가지 질문을 했으나, 나는 그에게 작은 소리로 답할 힘조차 없었다. 

그가 세희를 병원으로 데려갈지.....그리고 경찰에 신고할지 궁금했지만, 나는 그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그 창고를 떠나, 바로 집으로 돌아와 버렸다.

아내의 좋은 향기가 가득 차있는 공간에 내 몸에 묻어 있는 그 구역질나던 창고의 향이 배어 있는 것 같았다. 

눈이 번쩍 떠졌다.

방금 전 무슨 소리 때문에 자동적으로 눈이 떠진듯했다. 나는 안방 침대 속에 가지런히 누워 있었다.

샤워를 했는지 내 몸에 집에서 입는 편안한 새 옷이 입혀져 있었다. 하지만 새벽녘에 내가 언제 샤워를 했는지 기억조차나지 않았다. 

침대위에 있던 스마트폰을 확인하니 벌써 정오가 넘어가 있었다.

부재중 전화와 메시지 창이 여러 개 떠있었다.

“아......”

몸을 일으키자 독한 몸살에 앓고 있는 듯한 신음소리가 나도 모르게 흘러나왔다. 

나는 내 눈을 뜨게 만든 이유를 확인하기 위해 거실로 나갔다. 

‘아내다......주방에 있는 아내의 뒷모습이 보였다!!!’

이틀 전 집을 떠날 때 입고 나갔던 그 스키니진을 입고 아내는 다시 돌아와 있었다. 아내의 늘씬한 몸매가 더욱 도드라져 보이는 저 스키니 진이 나는 마음에 들었다.

반가운 아내의 뒷모습을 보고 나도 모르게 웃고 있는 것 같았다.

“당신.....왔어?”

아내에게 물었지만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아내는 냉장고 문을 열고서 말없이 그 속을 들여다보고만 있었다.

“아.....아무것도.....안 먹었어......” 

아내의 목소리가 변해 있었다. 내가 집에서 항상 듣던 아내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내가 해놓은 거.....아무것도....안 먹었어......흐윽......”

잡자기 흐느끼는 아내의 목소리에 나는 너무나 당황했다.

냉장고 문은 그대로 열려있었고 아내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타이트한 블라우스를 입고 있던 아내의 어깨가 한없이 떨렸다. 

그 뒷모습이 마치.......

어젯밤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걸어가다 리조트 현관 앞에서 자신의 발을 한동안 내려다보던 아내의 가냘픈 뒷모습과 닮아있어 마음이 무척 아려왔다.

그리고.....

현관 입구에 아내의 하늘색 캐리어가 덩그러니 서있었다.

아내가 옷도 갈아입지 않고서 주방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아내가 식탁에 다가올 때 마다 식탁위에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이 차곡차곡 쌓여갔다. 

아내의 표정이 무척 차가웠다. 일부러 나와 눈도 맞추지 않는 것 같았다.

가만히 식탁에 앉아 있는 내게, 마지막으로 아내가 해물탕을 올려놓자 나는 수저를 들었다.

어젯밤부터....배가 고팠다. 

나는 식탁에 아내와 함께 있다는 것을 잊고서, 음식을 입속에 넣고....넣었다. 

“오빠....좀....천천히......”

맞은편에 아내가 앉아 나를 보고 있었다. 아내의 표정은 여전히 토라져 있는 듯 했지만, 나를 보는 그 눈빛 속에 걱정과......더불어 사랑이 담겨 있다는 것을 나는 알 수 있었다.

“어....미안....혼자 정신없이 먹었네......배가 너무 고팠어.......”

내 말에 황당함 때문이었겠지만, 아내의 얼굴에 얼핏 미소가 보였다.

식사를 마치고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 

아내는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거실에 스며있던 음식냄새가 짙은 꽃향기를 담고 있는 예가체프 향으로 번져갔다.

TV에서 걸 그룹이 자신의 음악에 맞혀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고 있었다. 

아내가 경주에서 무대에 올라가 학생들 앞에서 췄던 그 춤이었다.

방긋방긋 웃으며 춤을 추는 한 어린 여자의 모습이 그때의 아내의 얼굴과 닮아 있었다.

“치이~~”

아내가 방금 내린 예가체프를 거실 테이블에 올려놓고서 나를 흘깃 봤다. 아마도 넋 놓고 TV속에 나오는 어린 걸 그룹을 들여다보고 있는 내 모습 때문일 것이다. 

“어머.....”

아내가 커피를 내게 전해주고서 내 곁을 떠나려 하자 나는 아내의 손목을 잡아 끌었다. 그러자 아내의 몸이 끌려와 내 곁에 바짝 다가와 앉았다.

나는 아내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그리고 천천히 움직여 아내의 팔뚝을 쓰다듬었다.

‘이런 느낌이었겠구나....’

리조트 Bar에서 흐느끼던 아내에게 붙어 앉아 아내의 어깨를 오랫동안 쓰다듬던 남자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내의 어깨와 팔을 집요하게시리 만큼 그렇게 꼼꼼하게 만지고 쓰다듬었지만, 아내는 내 손길을 벗어나지 않고 있었다.

“아아.....”

아내의 몸이 단번에 움츠려 들었다.

브래지어를 하지 않은 원피스 위로 아내의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벌어진 내 손 틈으로 연약한 아내의 젖살이 조금씩 삐져나오는게 느껴졌다.

“아파?”

“으응.....”

“하지말까?”

아내의 가슴을 움켜쥐는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갔지만 아내는 대답이 없었다.

TV에서 보이던 그 걸 그룹의 무대가 끝났다.

나는 고개를 돌려 아내를 바라봤다. 아내의 긴 속눈썹이 천천히 깜빡이며 나를 향해 있었다.

내 얼굴이 아내에게 다가가자 나를 향해 있던 아내의 긴 속눈썹이 급히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붉은 아내의 입술이 열리면서 아내의 몸이 소파 위로 천천히 기울어져 갔다. 

아내의 입술이 내 입술에 담겨 있었다.

“으음...”

아내의 혀끝이 느껴져 내 입속으로 깊게 빨아 넣었다. 나의 그것과 진하게 뒤엉켜 있는 아내의 혀가 내 움직임을 정성스럽게 모두 받아내고 있었다.

아내의 팬티 속에 들어간 내 손에 이미 젖어 있는 아내의 속살이 닿자 한 번에 그 속을 헤집고 들어갔다. 

그러자 아내의 허리가 부드럽게 들썩이기 시작했다.

“아....오빠.....여보.......”

깊은 체면에서 깨어나는 것처럼 눈을 떴다. 이미 창가는 그 환하던 빛이 사라져 어둡게 변해 있었다. 

침대에서 아내가 내게 안겨 있었다. 아내의 몸.....그리고 내 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있는 게 느껴졌다.

소파에서 아내와 관계를 가지고 다시 아내를 안고 안방으로 들어와 몇 번인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아내의 몸속에 사정을 했다.

아내는 연이은 섹스에 지친건지 쌕쌕거리며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할 일이 있다.....’

내겐 지금 할 일이 있었다.

잠에 취해 있는 아내에게 벗어나 침대를 빠져 나왔다. 침대를 빠져나오는 뒤척임에도 아내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거실에 나온 내게....아내의 차 스마트키가 들려 있었다.

주차장 내차 옆에 아내의 하얀 차가 서있었다. 아내의 차 운전석 아래에 숨겨뒀던 그것을 꺼내들었다.

아내의 차에 올라타 기억을 되돌렸다. 그때가 몇 시쯤일지.... 

아내가 비틀거리며 리조트를 빠져나와 차에 올라탄 그 시간....

은색의 보이스레코드를 실행했다. 하지만 반응이 없었다. 

완전히 방전된 것 같았다. 차 시동을 걸고 전원을 연결했다. 

다시 보이스레코드 전원버튼을 누르자, 자동음성인식파일 여러 개가 녹음되어 있었다.

마지막으로 녹음된 파일을 실행했다.

[흐으윽........흐으윽........]

아내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듣기 힘든 아내의 울음소리가 한참동안 이어졌다.

[저예요]

오랫동안 이어지던 그 울음 멈추고 아내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부탁이 있어요.....

지금......]

녹음된 파일이 그렇게 종료되었다. 내가 가장 알고 싶어 하는 그 순간이 온전하게 남아 있지 않았다.

나는 다시 집으로 올라왔다. 

침실 문을 살짝 열어 보았지만, 아내는 내가 방을 빠져나온 그때와 같은 모습으로 잠들어 있었다.

드레스룸으로가 문을 잠갔다.

아내의 푸른 캐리어가 처음에 있던 곳에 서있었다.

나는 그것을 꺼내들고 이전처럼 TSA락을 풀었다. 활짝 열려진 캐리어 포켓에 아내의 예전스마트폰이 들어있었다.

전원을 켰다.

내 숨이 점점 가빠졌다.

아내의 사진이 들어있던 그 메신져 어플을 실행했다.

[좀 뜻밖이었어.

니가 내게 그런 부탁을 하다니....

그래....잘 해결됐어?

근데 그 새끼들한테 연락이 없어.

내가 너를 얼마나 보고 싶어 하는지 모르지?

여기서 다른 여자하고 잘 때도 니 생각을 해.

니 생각이 날 때면, 그날 동영상을 보곤 하지. 

다음 주에 한국 들어간다.

그때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그날 동영상 보내줄게...

너도 보면서 그때 생각을 해.

내가 한국 들어가면 일상이 될 테니....]

아래에 동영상 파일이 첨부되어 있었다.

내가.....그 동영상을 절대 봐서는 안 될 것 같았다. 하지만 내 손은 이미 그것을 실행했다.

깜깜한 화면에 차 문이 열리자 차 속에 노란 불빛이 환하게 켜졌다. 한 남자가 조수석에 올라 타있는 누군가를 보며 입이 찢어질 듯 웃고 있었다.

“하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던 내 눈이 감겼다.

[오랜만이지?]

사내의 소리에 한동안 꼭 감고 있던 눈을 떴다.

한 남자가 조수석에 타고 있는 여자를 보며 웄고 있었고, 여자는 말없이 고개를 아래로 떨어트리고 있었다.

“형부!!!!”

거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언니!!! 어디 있어? 아무도 없어?”

나는 동영상이 플레이되던 스마트폰을 다시 캐리어 포켓에 아무렇게나 쑤셔 넣었다. 그리고 TSA락을 채우지도 못한 채 급하게 원래 있던 곳에 캐리어를 밀어 넣었다. 

“언니....잤어?”

“너.....너 뭐야!!! 왜 왔어!!!”

아내의 날카로운 목소리 들렸다.

나는 잠겨 있던 드레스룸 문을 소리나지 않게 조용히...열었다.

“어!!! 형부도 있었네? 형부.....”

커다란 수화물용 캐리어를 옆에 세워둔 은설이가 드레스룸을 빠져 나오는 나를 발견하곤 생글거리며 내게 달려오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