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4화 (94/177)

Deception (17)

잠시 후 옆 벤치에 앉아 있던 남자가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여보세요? 이 선생?]

조금 전까지만 해도 시시덕거리던 남자의 목소리가 완전히 달라져있었다. 

[나 박 선생인데요. 지금 뭐해요? 숙소에 있어요?

아 그렇구나. 잘됐다.

딴게 아니고요, 지금 6반 천 선생하고 같이 있는데요. 오늘 마지막 날이고 해서 우리 1층 Bar에서 한 잔 하려고 하는데, 이 선생 별 일 없으면 내려오라고요. 어제 일도 있고 해서.......]

말하던 남자가 스마트폰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고 있었다.

[그럴래요? 그래요 그럼. 있다가 내려 봐요]

“야! 이 선생이 뭐래?”

전화를 하던 남자 옆에 앉아 그를 주시하고 있던 또 다른 남자가 그가 전화를 끊자마자 급한 톤으로 그에게 물었다.

“하하하......30분 있다가 내려온데”

“정말?”

“그럼. 선배가 부르는데 내려와야지 지가.....”

“아이고....드디어 이 선생하고 따로 술 한 잔하네.....기대 되는데......오늘 이 선생 술 좀 먹여야겠네....흐흐흐 ”

“자식아.....이 선생 룸메이트 강 선생하고 같이 내려온데.....”

“그래? 그래도 뭐.......이 선생하고 따로 한잔 하는 게 어디야.....니가 강 선생 맡아라. 이 선생은 내가 챙길게...하하..”

한동안 그렇게 들떠 있던 그들이 벤치에서 일어나 주차장을 가로질러 리조트 현관으로 향했다.

그들이 리조트 로비 안으로 사라지고도, 한참 동안 아내를 안주삼아 그들의 나눴던 천박한 그 대화들이 쉽게 잊혀 지지가 않았다. 

벤치 옆에 놓아둔 스마트폰이 어둠에 반짝 빛이 발했다.

카톡 메시지가 하나가 도착해 있었다.

[아저씨 안녕하세요? 저 윤 승현인데요. 

좀 전에 이 은비 선생님 만났는데요. 아저씨 만났다고 말 안했어요. ㅋㅋㅋ 

그리고 이건 오늘 이 은비 선생님 춤춘 건데요 한번 봐보세요. 이 은비 선생님 춤도 대박 잘 추세요......]

메시지 아래에 5분짜리 동영상 파일 하나가 첨부되어 있었다. 

나는 그 파일을 실행했다.

[와우! 여러분 수고하신 1반 최 미진 선생님과 같은 반 학생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주세요......]

[와!!!]

무대에 서있는 친근하게 생긴 사회자의 목소리에 따라 강당에 앉아 있던 수많은 학생들이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자 그럼.....다음 무대는 영어담당하시는 2반 이 은비 선생님과 학생들의 댄스 공연이 있겠습니다. 노래는 트와이스의 최신 곡입니다] 

[우와!!!!!! 이 은비!!! 이 은비!!!]

앉아 있던 아이들이 자리를 박차 일어나 함성을 지르자 스마트폰의 스피커가 감당을 할 수 없는지 찢어질 듯 소리가 뭉개졌다. 

홍조를 띈 아내가 반 애들로 보이는 학생 5명과 무대에 올라섰다. 그러자 앞에 있던 학생들뿐만 아니라 무대 옆에 앉아 그것을 지켜보던 선생들의 시선이 모두 한쪽에 쏠려있었다.

[이야......왜 이렇게 뜨거운 함성이 들리는지 2반 이 은비 선생님을 보고 이유를 알겠네요. 이 은 비 선생님........미모와 몸매가......] 

사회자의 시선이 무대에 올라서 있는 아내에게 꽂혀 있었다. 

아내는 은은한 광택이 나는 새틴 소재의 옅은 에메랄드 색상의 타이트한 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그리고 한쪽에 옆트임이 나있어서인지 아내의 한쪽 허벅지가 살짝 드러나 보였다.

아내가 입고 있는 스커트는 어제 아침, 드레스 룸에 나와 내게 괜찮은지 물어 봤던 그 스커트였다. 

연예인 같은 진한 화장과 함께.....아내의 입술에 핏빛 같은 새빨간 립스틱이 발려 있었다.

[와우.....대단하네요.

여러분!!! 소린중학교 여신은 누굽니까!!!]

아내의 몸 이곳저것을 한동안 훑어보던 사회자가 학생들에게 외쳤다.

[이 은비!!! 이 은비!!! 이 은비!!!이 은비!!!..............]

[음악 주세요!!!]

노래가 시작되자 강당을 뒤덮고 있던 학생들의 함성이 노랫소리에 단번에 묻혔다.

그리고......아내의 반짝이는 은색 하이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내가 노래에 맞춰 몸을 움직였다. 

얼마 전 TV에서 봤던 그 걸 그룹의 안무를 아내가 그대로 따라하고 있었다.

아내가 부드럽게 뒤로 돌자 타이트한 스커트 위로 엉덩이 라인이 그대로 드러나 보였다. 아내의 몸을 감싸고 있는 그 타이트한 스커트가 아내의 탄력 있는 몸 때문에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았다. 

또한 스커트 옆트임에 아내의 뽀얀 허벅지가 더욱 깊게 드러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했다. 

춤을 추는 격한 움직임 때문에 단추 몇 개가 풀려버린 블라우스 위로 아내의 젖가슴 윗부분이 출렁이는 것 또한 보였다.

춤을 추는 아내의 얼굴에는 시종일관 관능적인 표정과 미소가 진하게 피어 있었다.

나는 멍하니 녀석이 보내준 아내의 동영상을 지켜봤다. 

‘아내는 언제 저렇게 연습을 했을까?’

아내의 춤이 최고조에 달하자 큰 음악소리에 묻혀있던 학생들의 함성소리가 이제는 음악소리보다 더 크게 들려왔다.

사회를 보던 젊은 남자는 무대 밑으로 내려와 춤을 추는 아내를 넋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은 무대 옆에 앉아 있던 선생들도 동일했다. 무대 아래에서는 아마도 짧은 스커트 속 아내의 팬티까지 보일 것 같았다. 

음악이 끝남과 동시에 비스듬히 서있던 아내의 얼굴이 정면으로 향해 멈췄다. 아내의 가슴.......엉덩이......몸매 옆 라인이 완벽하게 드러나 보였다. 

움직임이 멈춘 아내의 매혹적인 눈빛이 무대 아래에 향해 있었고, 숨이 찬지 새빨간 입술이 조금 열린 채 부드럽게 가슴이 들썩이고 있었다.

[야!! 승현아....씨발.....이 은비 대박이다.......]

앞에 앉자 있던 얼굴이 빨개진 학생이 고개를 돌려 말하자 동영상은 끝났다. 

5분여동안의 그 동영상이 그렇게 끝나버리자........쪼그라져 있던 내 물건이 어느새 서있었다. 

나는 문득.....아내와 섹스가 하고 싶어졌다.

나는 차를 몰고 리조트 뒤쪽으로 돌아나갔다.

리조트 뒤편에 보문호와 맞닿아있는 테라스로 된 술집과 카페가 자리 잡고 있었다. 작은 주차장에 차들이 몇 대 주차되어 있었다. 

나는 보문호를 등지고 주차를 했다.

정면에 보이는 술집 테라스에 좀 전에 봤던 남자 두 명이 자리 잡고 있었고, 테이블에는 맥주병과 안주가 올려져 있었다.

나는 나무 계단을 밝고 술집 옆에 있던 카페로 향했다.

1미터 남짓 되는 흰색 나무 울타리로 카페와 술집이 나눠져 있었다.

일하는 점원이 문을 닫으려는지 서둘러 카페를 정리하고 있었다. 

“지금 주문 가능합니까?”

“네”

“밖에 테라스에 앉아도 되나요?”

“네. 카페는 지금 닫을 시간인데.....테라스는 이용하셔도 되요.”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받아 들고 야외 테라스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자, 방금까지 불을 밝혔던 카페 내부가 노란 불이 꺼져 어둡게 변했다. 

[좋다.......]

나무 울타리 넘어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앉아 있는 곳과 그 남자들이 자리 잡은 곳은 7~8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것 같았다. 

[학교에서 애들하고만 지내다가 가끔 이렇게 나오니까 좋네........어휴.....학교에 매일 처박혀 있으면 정신병 걸릴 거 같애......지긋지긋해.....새끼들.......] 

[흐흐흐.....그러니까....학교에선 다른 재미를 찾으라니까]

[재미는 무슨.....여 선생들 옷 입고 오는 거나 구경하는 거지.....특히 이 선생......]

[야야....저번에 나 이 선생 미니스커트 입고 왔을 때 팬티 봤다]

[어이구.....윤리 선생이라는 놈이 잘하는 짓이다.....쯧쯧쯧.......]

그때, 유리로 된 문을 열고 두 여자가 테라스 쪽으로 걸어 나오는게 보였다. 

나는 그쪽에서 잘 보이지 않도록 의자를 살짝 들어 비스듬히 돌려 앉았다.

[아이고....이 선생. 강 선생 왔어요?]

[네.....안녕하세요]

작은 아내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다. 

나는 모자를 한 번 더 깊게 눌러쓰고 아내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화장이 말끔하게 지워진 아내의 얼굴에 테라스를 비추던 불빛이 반사되어 보석처럼 반짝거렸다.

아내 옆에 있는 여자는 지난번 아내의 학교 앞 카페에서 양 선생과 함께 있던 여자였다. 

[박 선생님! 천 선생님! 여기까지 와서 늦게 까지 술타령이에요?]

아내 옆에 있던 여자가 한심한 듯 그들에게 쏘아붙였다.

[아이고. 강 선생님......우리가 이럴 때 아니면 언제 한잔합니까.....하하하.....]

[이 선생님. 맥주 잘 드세요?]

[아......]

의자에 앉은 아내에게 한 남자가 물었다. 아내는 망설이는 듯 했다. 

사실 아내는 맥주를 잘 마시지 못한다.....

[괜찮아요....아무거나......]

시답잖은 이야기가 술자리에 돌고 돌았다. 그럴 때 마다 술잔 또한 분주히 돌고 있었다. 

두 남자 시선이 일방적으로 아내에게 쏠려 있었다. 남자들은 말을 하면서도 술을 마시면서도 아내의 얼굴과 몸을 표시나지 않게 이리저리 훑어보고 있었다.

맥주를 잘 못 마시는 탓인지 아내는 글라스에 담긴 맥주를 몇 번이고 나눠 천천히 마시고 있었다. 

[이 선생님. 이러면 섭섭합니다......좀 시원하게 마셔 봐요....아니면 다른 거 시킬까요? 와인 좋아해요?]

통 줄어들지 않은 아내의 글라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옆에 있던 남자가 아내에게 핀잔을 줬다.

[하하...아니에요....괜찮아요....]

아내는 반 이상 남은 맥주를 천천히 모두 비웠다.

[에이.....이렇게 잘 마시면서......]

아내에게 핀잔을 줬던 남자가 아내의 잔에 맥주를 가득 따랐다. 

시간이 흘러 아내의 잔이 비워지고......다시 채워 지고가 몇 번 반복되었다. 맥주를 비울 때 마다 아내는 열기가 오르는지 얼굴이 조금씩 붉게 물들어갔다.

[이 선생님. 어제 기분 많이 상했죠? 양 선생 때문에.....너무 신경쓰지마요. 양 선생 원래 그러니까.......]

[아...네.........]

[내가 봐도 그래. 후배교사한테 왜 그렇게 모질게 구는지......여하튼 양 선생은 성질머리 고쳐야 돼]

아내의 눈치를 살피며 다른 남자가 맞장구쳤다.

아내를 제외한 3명의 남녀가 돌아가며 양 선생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들의 말이 모두 진심인지 의심되었지만, 그들이 그 양 선생이라는 여자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저 봐라 저 봐.....저 여자 양반 못되네.....]

한 남자의 시선이 유리로 된 술집 안쪽으로 향하자 함께 있는 사람들 시선 또한 그곳으로 향했다. 

[여기서 뭐해?]

짙은 화장을 한 여자가 테이블에 다가와 앉아 있던 사람들을 훑어보고는 마지막에 그 시선이 아내에게 향했다. 아내는 그 여자를 잠시 바라보다 고개를 테이블 쪽으로 돌렸다.

[양 선생. 어디 갔다 왔어요? 화장도 진하게 하고.......]

한 동안 양 선생을 그렇게 씹어 돌리던 남자가 말했다. 

양 선생의 얼굴이 조금 붉게 보였다. 그것이 화장 때문인지 술을 마신 탓인지 알 순 없었다.

[경주 시내에....뭐 좀 사러 갔다 왔지. 술 많이 마셨나 보네? 이 선생 얼굴이 빨갛네.....호호호....]

저 웃음소리......소름끼치는 그 소리가 들려왔다.

[양...선생님......선생님도.....앉으세요......]

아내 옆에 있던 강 선생이라는 여자가 눈치를 보며 말했다.

[술을 무슨 술!!! 이러니까......이러니까....소문나는 거야......지금 몇 신데 여 선생이 밖에서 남자들하고 어울려 술 마시고 있어. 애들 보면 어쩌려고.......지 처신도 똑바로 못하는 게......]

양 선생의 표독스러운 눈빛이 아내에게 향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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