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7화 (87/177)

Deception (10)

[라스트 콜, 라스트 콜, 아시아나 항공에서 승객을 찾습니다..................김 치우님...김 치우님........지금 곧 출발 게이트로........]

예전, 그 다급한 여자의 소리가 귓가에 아련하게 울리고 있었다.

시선은 노트북 화면에 꽂혀있었지만 내 머릿속에는 다른 것들이 가득 메우고 있었다. 

수완나품 공항 6층 전망대에서 홀로 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호텔 데스크에서 진욱 형이 맡겨 놓은 그 동영상을 그 곳에 웅크리고 앉아 확인하던 비참한 내 모습이....

지금 노트북에서 플레이되고 있는 은비와 황 경태의 영상은 진욱 형이 파타야 호텔 주차장에서 황 경태의 승합차를 촬영했던 것과 동시간대의 영상이었다. 

[아아아.......아음...]

노트북에서 울리는 은비의 소리에 다시 그 영상이 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느새 은비가 황 경태의 무릎위에 앉아 있었다. 카메라가 있는 정면을 향하고 있는 은비의 나신이 완벽하게 드러나 보였다.

시트에 편하게 앉아있는 황 경태가 은비를 뒤에서 앉은 채, 은비의 허리를 두 손으로 감싸고는 아래위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으음........아............]

황 경태의 알력에 위로 조금 들려 올려진 자신의 몸이 다시 아래로 내려가 박히자 은비의 입에서 큰 신음이 터져 나왔다.

은비는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듯한 얼굴을 하고선 떨리는 두 손으로 자신의 입을 감싸고 있었지만, 계속 터져 나오는 그 신음을 숨기기에는 역부적인 것 같았다.

위로 솟아있는 황 경태의 젖은 성기가 반쯤 드러났다가, 주변이 빨갛게 변한 은비의 성기에 다시 깊게 박히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조금씩 격렬해지던 움직임이 잠시 멈췄다. 황 경태는 뒤에서 은비를 완전히 끌어안고는 양 손으로 은비의 젖가슴을 거칠게 주무르기 시작했다. 

[아.....아앙!!!]

그의 손등에 보이는 굵은 핏줄이 곧 터질 것 같아 보였다. 

[아....아.....으하. 새벽부터 아침까지 그렇게 너하고 했는데.....지금은 또 다른 년 보지를 따먹는 거 같네....너란 년은 정말.......으..........니....니가 움직여봐.....]

은비를 꼭 끌어 않고 있던 황 경태가 은비를 풀어 주었다. 황 경태의 얼굴에는 땀으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황 경태의 성기를 자신의 몸속에 끝까지 담아 놓은 채......은비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아이씨! 니가 좀 움직여 보라고....]

신경질적인 황 경태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신의 얼굴을 감싸고 있던 은비의 가느다란 두 손이 스르륵 아래로 풀렸다. 잠시 방향을 찾지 못하던 그 손이 정면에 있던 두 개의 시트에 나란히 올라갔다.

잠시 후. 은비의 몸이 천천히 움직였다. 

[으아......으.....너는....정말......]

앞쪽의 시트를 집고 있던 두 팔로 자신의 몸을 지탱하고는......은비의 엉덩이가 위로 천천히 올라왔다가 다시 아래로 내려가 바짝 서있는 황 경태의 성기를 끝까지 담아넣었다를 반복했다.

황 경태의 두 손이 은비의 잘록한 허리를 살짝 감싸고는 그 움직임을 도와주기 시작했다. 그러자 황 경태의 도움 때문인지 은비의 움직임이 조금씩 빨라지기 시작했다.

[하아...하아....하아....]

[허어...허어.....으....아....]

은비와 황 경태의 신음 소리가 동시에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은비의 얼굴은 두 눈을 꼭 감은 채 완전히 찌푸려져 있었다. 하지만 터져 나오는 신음을 멈출 수 없는지 붉은 입술은 시종이관 활짝 열려 있었다.

움직임이 더욱 빨라지자 앞쪽에 있는 시트를 잡고 있던 은비의 하얀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부드럽게 출렁이던 은비의 젖가슴의 움직임도 동시에 빨라졌다. 

[아.....아......아....은비...은비야.......싼다......] 

피가 쏠려 검게 얼굴이 변한 황 경태가 외쳤다. 

은비의 허리를 쥐고 있던 그의 움직임이 단숨에 급박하게 변했다. 그러자 은비의 몸이 마치 장난감처럼 힘없이 아래위로 들썩였다.

승합차가 심하게 흔들리는 것이 화면에 고스란히 드러나 보였다.

[아...아...아........앙....앙....앙.....]

미간을 잔뜩 찌푸린 은비의 입술이 끝까지 열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터져 나오는 그 소리를 제어할 수 없는 것 같아 보였다.

격렬하던 그 움직임이 순식간에 멈춰버렸다,

[흐윽....읍.......으아......으아......으......]

황 경태의 얼굴에 있는 엉켜 있는 여러 개의 검은 핏줄이 그의 살갗을 뚫고 나올 것 같았다.

[하아....하아....하아....] 

숨이 찬지 은비도 연신 깊은 숨을 토해냈다.

은비의 몸이 시트에 앉아 있는 황 경태의 몸에 완전히 닿아 있었다.

굵은 땀이 쉴 새 없이 흘러내리는 황 경태의 얼굴이 은비의 오른쪽 뺨에 가까이 다가가 있었다.

황 경태는 움직임 없이 그렇게 한동안 은비를 꼭 안고 있었다. 

황 경태는 시트에 몸을 완전히 기댔다. 그리고 은비를 뒤에서 다시 안아 자신의 몸에 완전히 의지하게 했다.

[하아.....하아......좋았어?]

황 경태가 은비에게 물었다. 하지만 여전히 눈을 꼭 감고 있는 은비는 대답이 없었다.

황 경태가 은비를 자신에게 더욱 바짝 끌어안았다. 그러자 은비의 오른쪽 뺨이, 땀으로 완전히 젖은 황 경태의 얼굴에 완전히 닿았다.

황 경태의 손이 은비의 가슴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탱탱하게 부풀어 올라 있는 분홍빛 유두에 그 손이 스치고 지나가자 잠잠하던 은비의 몸이 한 번씩 움찔거렸다.

황 경태의 입에서 길게 삐져나온 굵은 혓바닥이 은비의 입술을 주위를 핥기 시작하자, 은비의 붉은 입술이 천천히 열리더니, 그 사이에 숨겨져 있던 은비의 혀가 살며시 나와 황 경태의 그것과 닿아 움직이고 있었다. 

은비의 벌어진 다리 사이 가장 깊은 곳에 여전히 황 경태의 성기가 박혀 있었다. 

은비의 그곳을 빡빡하게 가득 메우고 있던 황 경태의 성기가 조금씩 줄어드는지 그 틈을 통해 은비의 속물과 뒤섞인 황 경태의 하얀 정액이 삐져나와 황경태의 성기를 타고 아래로 천천히 흘러내리고 있었다.

내가 앉아있는 거실이....마치 진공 포장된 공간에 갇혀있는 것 같았다.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또 다른 영상이 자동으로 실행되고 있었다.

짙은 화장을 한 은비가 새하얀 침대에 누워있었다.

나는 노트북을 종료했다.

테이블에 놓여있던 은색의 보이스 레코드를 집어 들었다. 그것을 쥐고 있는 내손이 힘없이 떨렸다.

버튼을 누르자 보이스레코드의 파란 액정에 녹음된 파일리스트 두 개가 보였다. 나는 가장 첫 번째 있는 것을 실행했다.

[.........아....아아.......이거 되는 건가......어떻게 하는 거지.....아....아아아........휴우.......]

녹음된 아버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또다시 눈물이 터져 나왔다.

보이스레코더에서 들려오는 아버님의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한숨이 지금의 내 심정과 닮아있었다.

녹음된 다음 파일을 실행됐다.

[아이고.....이 장학사님. 안녕하십니까? 바쁘신데 죄송합니다. 하하하.....]

한 사내의 굵은 목소리가 들렸다.

[선....선생님.....제발.....제발 한번만 봐주십시오.....]

곧바로 떨리는 아버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장학사님. 제가 보내드린 UBS는 받으셨지요? 나도 말입니다. 이렇게 까지는 안하려고 했는데......저도 사는 게 빡빡하다 보니까. 이렇게 민폐를 끼칩니다.....흐흐흐.....]

[아...아닙니다. 아닙니다. 원하시는 걸 말씀하시면....모두 해드리겠습니다....]

[하하하....역시...장학사님이라서 그런지 말이 잘 통하네요.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지난 번 주신 오천만원은 아주 요긴하게 썼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또 일이 터졌지 멉니까.....나 참.....다시 말 꺼내기도 민망하네요......저도 경우 없는 사람 아닙니다. 하하.....마지막입니다. 한 장 준비 해주세요.] 

[한....한 장이요? 일...일억 말씀하시는 겁니까]

[네네....맞습니다]

[그...그러면.....우리 아이들한테는.....절대로........]

아버님이 말이 잠시 끊겼다.

[선생님. 원하시는 대로 해드리겠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절대 접근하시면 안 됩니다.....제발 부탁드립니다....]

아버님의 목소리가 젖어있는 것 같았다.

[아이고...사람 민망하게....이 장학사님. 저를 어떻게 보시고.....마지막입니다. 그리고 동영상에 나오는 여자에겐 절대 접근하지 않겠습니다]

[네....네...선생님 감사합니다. 그리고.....돈을 준비하는데 말미를 좀 주십시오......큰 돈 이다보니...저도 준비하는데.......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습니다]

[으음.........]

잠시 침묵이 흘렀다.

[좀 급하긴 한데.....어떡하나......며칠이면 되겠습니까?]

[일주일....정학하게 일주일 후에 돈을 마련하겠습니다.....]

[일주일이라........뭐. 그렇게 합시다. 하지만 약속하신 기일은 반드시 지켜야 됩니다]

[네네.....여부가 있겠습니까.....부탁드립니다.......]

[하하하......이 장학사님. 지난번에 뵙을 때 보다 얼굴이.....많이 야위으셨네요?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일주일 후에 우리가 보는 건 마지막입니다. 다시 연락하거나 만나는 일은 없을 껍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감사합니다....선생님......]

은은한 파란 불빛을 내뿜던 보이스레코더가 다시 검게 변했다.

‘처음 들어보는 목소리다.....그가 아니다.....황 경태가 아니다.....’

마음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보이스레코더에 녹음된 사내의 목소리는 황 경태가 아니었다. 

그럼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말인가.....

시간이 멈춘 듯.....멍하게 앉아 있었다.

거실에 걸려있는 동그란 시계를 봤다.

오후 4시 25분......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할 수 없다. 조금 있으면 학교에 있던 아내가 퇴근하고 돌아온다....’

나는 서둘러 테이블에 흐트러져 있던 그것들을 원래 들어있던 노란 서류봉투에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아내의 손길이 절대 닿지 않는 나만의 공간에 깊숙이 숨겨놓았다.

나는 드레스 룸으로 가다, 다시 발길을 돌려 작은 방으로 향했다.

이 공간은 아내의 공간이다....

아내가...학교에서의 업무가 남아있을 때, 일을 하는 아내만의 공간이다.....

작은방 입구에 들어서 방안을 찬찬히 둘러봤다. 아내의 향기가 거실에서보다 더욱 짙게 느껴졌다.

나는 아내의 공간을 풀어헤쳐.....

무엇인가를 찾는 듯.....그 공간에 있는 모든 것들을 하나씩....하나씩 꺼내어 확인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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