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7화 (77/177)

Reunion (19)

귓가에 들려오는 그 희미한 소리가 나를 깨웠다. 

나는 온몸에 힘이 빠진 듯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나는 새하얀 침대에 홀로 누워 있었다. 내가 몸을 일으키자 바스락 거리는 침대 시트 소리가 들려왔다.

깔끔하게 정리된 어느 방이었다. 주위를 한참을 둘러 봐도 이곳이 어디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흐흐으........]

희미하게 들려오던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침대에서 일어나 방을 빠져 나갔다. 그러자 그 소리가 조금씩 더 또렷하게 들렸다.

[흐흐흐으으.......흐으으.....]

한 밤중인지 밖은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다. 

거실 중간에 아래로 내려가는 나무 계단이 보였다. 저 아래에서 그 의문의 소리가 들려오는 걸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너무 어두워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잘 보이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그곳을 내려가는 도중 갑자기 한기가 느껴져 팔에 하나둘씩 소름이 돋아났다.

아래로 내려가니 창고 같은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오래된 물건이 어지러이 놓여 있었고, 낡은 의자에는 뿌연 먼지가 가득 내려 앉아 있었다.

[흐흐윽.......흐으으....흐윽.....]

여자의 목소리 였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여자의 흐느끼는 소리였다. 소리가 나는 그곳을 따라 천천히 걸어갔다.

한쪽 구석에 검은 물체가 어렴풋이 보였다. 

[흐흐윽.......흐윽.........흐흐흐.....]

[저기.....저기요.....괜찮아요]

검은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고개를 천천히 들어 나를 바라봤다.

[은비아!!!]

[흐흐윽........]

검은 옷을 입고 바닥에 쪼그려 앉아 서럽게 울고 있는 여자는 다름 아닌 바로 은비였다. 화장을 전혀 하지 않은 창백한 얼굴이 나를 향해 있었다.

얼마나 오래 울었는지 나를 올려다보는 은비의 얼굴이 너무나 안돼 보였다.

[은비야! 너 여기서 뭐해? 왜 그래? 왜 울어?]

하지만....

은비는 붉은 눈으로 나를 보며 말없이 울기만 할 뿐이었다.....

갑자기 눈을 떠졌다.

나는 내 침대에 누워 있었다. 머리가 깨길 것 같았다. 

밖은 이미 날이 밝고도 한참을 지났는지 창문을 통해 환한 빛이 들어와 있었다.

‘어떻게 된 것일까’ 

어제 밤 내가 여기에 어떻게 돌아 왔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기억나는 것은 지점장과 정 수연이 있던 룸에서 상태 형이 나를 끌어안아 지점장으로부터 떼어 내고 있었고, 열린 문밖에서 많은 사람들이 룸 안을 들어다보고 있던 장면이 나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이불속에서 작은 움직임이 느껴졌다. 나는 덮고 있던 이불을 살며시 들어 그 속을 확인했다. 

미나가 하얀 민소매 티셔츠만 입고서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샤워를 했는지 그녀의 얼굴에 어제의 진한 화장이 모두 지워져 있었다.

미나와 함께 침대 속에 누워 같이 잠을 잤다는 게 전혀 기억이 나진 않았지만, 나는 놀라지는 않았다. 

내 몸에는 어제 카디건 안에 입고 있던 짧은 검은색 반팔티와 드로즈 만이 걸쳐져 있었다. 

내 몸에 붙어 새근새근 자고 있는 미나의 얼굴을 바라봤다. 유독 긴 그녀의 속눈썹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이따금씩 오물거리는 그녀의 붉은 입술이 보기 좋았다.

자신을 뚫어져라 보고 있는 내가 느껴졌는지 미나의 눈꺼풀이 힘겹게 조금씩 열렸다. 

한동안 흐린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던 미나의 눈동자가 커지더니 그녀의 입술이 조금씩 올라가 얼굴에 예쁜 미소가 지어졌다.

“굿 모닝...”

“흐음....”

미나는 민망한지 자신의 얼굴을 내 가슴에 깊게 파고 들었다. 

“괜찮아요?”

“응.....그런데 기억이 안나....”

“나 어제 정말.....힘들었어요. 오빠 때문에....여기까지 데리고 온다고....”

“미안해.”

이불속에서 미나의 맨다리가 내 다리에 살짝 닿았다. 그러자 그 따스한 온기가 고스란히 내게 전해졌다. 

“세희는?”

“어제 수연 언니가......여기까지 같이 왔다가....수연 언니하고 세희 언니는 집에 갔어요.”

“오빠!”

“응?”

미나의 따스한 눈길이 내게 머물고 있었다.

“힘들어 하지마요....더 이상......힘들어하는 모습......보고 싶지 않아......”

카페 오픈시간이 한 시간이나 지나있었다. 

나는 서둘러 샤워를 했다. 미나는 여전히 피곤한지 계속 침대 위 이불속에 자신을 꽁꽁 숨겨 놓고 있었다.

방을 빠져 나오자 진한 커피향이 내게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왔다.

테이블에 자리 잡은 손님이 몇몇 보였다. 그리고 Bar에서 세희가 분주하게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세희도 잠을 충분이 자지 못했는지 눈이 조금 부어 있었다.

홀로 나오는 나를 보곤 세희가 반가운 듯 내게 활짝 웃어 보였다. 

어제처럼 화사하게 화장을 한 미나가 언젠가부터 카페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양치를 꼼꼼하게 했지만 내 입에서 계속 어젯밤 독한 위스키 향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리고 속도 좋지 않아서인지 가끔 헛구역질이 나왔다.

내 머릿속에서는 해야 할 일들이 하나둘씩 떠올랐다. 하지만 아침에 꾸었던 그 꿈 때문에 하루 종일 뒤숭숭했다. 

힘겨운 점심시간이 지나고 늦은 오후에 접어 들 무렵 나는 미나에게 카페를 맡기고 방으로 들어왔다.

매일 어수선하던 방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아마 미나가 청소를 한 것 같았다. 하지만 협탁 위에 올려져 있는 그 반지만은 움직임 없이 그대로였다.

[야....치우야....너 인마 괜찮냐?]

전화를 걸자말자 상태 형의 큰소리가 귀에 쩌렁쩌렁 울렸다.

[네....지금은....괜찮아요...]

[너 인마 혼자 술을 그렇게 마셨다면서.......미나 씬가 그 아가씨가 그러더라...] 

[형. 어제 그 동영상 좀 보내줘요. 지금 바로.....]

[어? 지...지금? 그걸로 뭐하게?]

[지금 바로 필요한데가 있어요.] 

[알았어. 그런데.....수,,,,수연 씨는 괜찮냐?]

그 파일을 기다리기가 너무나 지루했다, 노트북을 만지작거리다 새벽에 이곳으로 돌아온 온 내 꼴이 어떨지 궁금해 저장된 CCTV를 하나씩 보기 시작했다.

새벽 2시 45분....

카페 문이 열리고 불이 켜졌다.

비틀대는 나를 미나가 힘겹게 부축하고 있었고 따라 들어오는 정 수연과 세희가 보였다. 정 수연이 미나에게 한동안 무슨 말을 하자 미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정 수연과 세희는 가게를 빠져 나갔다. 

미나는 간신히 나를 소파에 눕혔다. 

소파에 정신을 읽은 채 쓰러져 있는 나를 보던 미나가 갑자기 바닥에 주저앉아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싼 채 울기 시작했다.

시체처럼 소파에 누워있던 소파에 쓰러져 있던 내가 일어나 그녀에게 뭐하고 말을 하는 것 같았다.

나는 잠겨 있던 볼륨을 최대한으로 높였다.

[울지마.....]

[흐으윽....도대체 왜 이러는 건데요? 왜 이렇게.....매일 매일을........흐으흑.....]

[미안해.....]

내가 미나의 손을 잡아 끌고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고 있었다.

내가 미나의 몸을 끌어 않았다. 미나의 가슴에 내 얼굴을 깊게 파묻고 있었다. 

미나가 내 머리를 찬찬히 쓰다듬었다.

[사랑해요........사랑해요.......]

아무도 알아차릴 수 없게 속삭이듯.....너무나 작은 소리가 들렸다.

상태 형으로부터 송부 받은 그 동영상 파일을 편집하기 시작했다.

필요한 영상을 자르고, 그의 얼굴이 또렷하게 드러난 장면은 캡처를 했다. 

미나로부터 세희가 사라졌다는 전화를 받고 룸을 빠져 나가던 순간 그 이후의 영상이 내 노트북에 플레이되고 있었다.

지점장의 얼굴이 테이블위에 누워있는 정 수연에게 다가갈수록 그의 혓바닥이 점점 길게 뻗어 나왔다. 

[하흡......]

정 수연의 몸이 버둥되기 시작했다. 그녀의 젖꼭지가 지점장의 입속으로 빨려들어 갔다. 

지점장의 움직임은 그 젖가슴에 한참동안을 머물러 있었다. 그는 입술로 정수연의 젖꼭지를 부드럽게 빨기도하고 유륜 주위를 혀로 빙글빙글 핥기도 했다. 

그러자 어느새 정 수연의 두유가 빳빳하게 위를 향해 있었다.

그의 움직임이 좀 전과는 달리 매우 정성스러웠다.

[아하........아.....하지마......]

그의 얼굴과 그의 혀가 정 수연이 몸을 타고 움직일 때 마다 정 수연의 입에서 소리가 터져 나왔다.

[어때? 예전 그대로지? 너 이거 좋아 했잖아? 흐흐흐.....] 

정 수연의 한쪽 젖가슴에 머물러 있던 지점장의 얼굴이 하이힐을 신은 채 오랫동안 벌어져 있던 정 수연의 다리사이로 내려갔다.

[흐흐흐....수연아....좀 솔직해지자....너도 지금 니 보지가 어떤 상태인지 알 거야. 내가 이래서 너를 좋아해. 나는 물 많은 년들이 좋거든.....

예전에 니가 은행에 있을 때도 가끔 내방으로 불러 니 보지를 만지면....너는 희한하게도 거기가 촉촉하게 젖어 있어. 

한마디로 니 보지는 사내들이 환장을 하는 보지라는 거지......

그리고....니 보지가 더욱 빛을 발하는 건 한 남자와 그걸 할 때가 아니라 두 명이 달라붙어 너하고 섹스를 할 때야.

너도 생각나지? 예전에 우리지점 VIP 대표 둘이서....그날 니가 그 새끼들을 몇 번을 싸게 했는지 기억나?

흐흐흐.....너는 하룻밤에 자그마치 남자의 정액을 12번을 받아 냈어. 그 사람들 가고 나서....내가 니 몸을 만지니까 너는 자연스럽게 다시 다리를 벌렸어.......미친년......흐흐흐....]

지점장의 얼굴이 벌어진 정 수연의 허벅지 속으로 들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가 정 수연의 속살를 강하게 빠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아.....아아........아.......앙]

이전과는 조금 다른 성격의 신음이 그녀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허벅지 사이에 박힌 지점장의 얼굴이 움직일 때 마다 정 수연의 허리가 들썩거렸다. 

그는 너무나....집요했다.

그의 움직임은 한 치의 틈도 없이 그렇게 계속 움직였다. 점점 정수연의 숨이 가빠졌다. 열려 있는 그녀의 가슴이 출렁되는 것만 봐도 어떤 상태인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정 수연의 다리사이에서 벗어난 지점장의 얼굴전체가 그의 타액과 정 수연의 속물이 뒤섞여 번들거렸다 

[예전처럼 이젠 니가 나를 즐겁게 해봐.....]

지점장이 바지와 팬티를 벗었다. 그리고 정 수연의 얼굴 쪽으로 다가갔다.

반쯤 발기가 되어 있는 검붉은 그의 성기가 정수연의 얼굴로 향해있었다.

[어서....뭐해?]

감겨 있던 정 수연의 눈이 서서히 열렸다. 희미한 눈동자가 천천히 깜빡였다.

지점장과 정 수연은 그렇게 말없이 한동안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런 움직임도 없던 지점장의 손이 갑자기 정 수연의 몸 쪽으로 향했다.

[아아앙!!!!]

정 수연의 다리사이로 들어간 지점장의 손이 움직이자 조용하던 룸의 정적을 일시에 깨어버리는 신음이 터져 나왔다.

[하아...하아....하아.....아아아.....]

정 수연의 허벅지 속에 박혀 있던 지점장의 손이 그곳을 빠져 나왔다. 그의 손가락에 묻어 있던 것들이 아래로 타고 흘러 내렸다. 

지점장의 하체가 다시 정 수연의 얼굴 쪽으로 더욱 바싹 다가갔다.

잠시 후.....

가쁨 숨을 몰아쉬던 정 수연의 얼굴이 그것에 향해 있었다. 

정 수연이 자신의 얼굴을 조금 들어 지점장의 성기를 살며시 자신의 입에 담았다....

[흐흐흐.......]

그러자 지점장의 웃음소리가 크게 룸에 울렸다.....

나는 동영상을 종료했다.

인터넷 창에는 어느 은행의 감사실 홈페이지가 열려 있었다. 

나는 그것을 바라보며 한참동안 고민에 빠져버렸다. 

그것을 뚫어져라 보는 내 눈이 점점 뜨겁게 변하기 시작했다.

1부 마지막...

항상 은비가 앉아 있던 그 창가 자리가 이상하게도 저녁 내내 비워져 있었다. 

창가 넘어 밖을 느긋하게 조망할 수 있는.......우리 카페에서 가장 좋은 그 자리가 오늘만은 희한하게도 그 누구도 그곳을 차지하지 않고 있었다.

눈이 따가웠다.

어젯밤의 일 때문에 충분하게 잠을 자지 못했고, 오후 내내 신경 쓸 일들이 많아서인지 시간이 흐를수록 몸이 더욱 지쳐갔다. 

세희는 내가 지금 그런 것처럼 하루 종일 컨디션이 좋지 않아 보여 먼저 집으로 돌려보냈다. 

Bar 구석에 앉아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밖을 멍하게 보고 있었다.

내 이마에 시원한 손이 닿자 나는 마치 잠에서 깨어난 것 같았다.

“괜찮아요? 어머.....아직 열이 있네.....”

미나가 내 이마에 자신의 손을 살짝 올려놓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그녀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미나가 나를 보는 눈빛이 이전과는 다르게 매우 편해져 있었다. 나는 그런 미나의 눈빛을 피하지 않고 계속 쳐다봤다. 

그러자 잠시 후 미나의 눈빛이 조금 떨리더니 천천히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이제 정리해야겠다.....”

내 이마를 짚고 있던 미나의 손이 떠나며 동시에 그녀의 몸도 나를 돌아섰다. 

“어머!!”

나는 방금까지 내 이마에 머물던 미나의 손목을 잡아 나에게 끌었다. 그러자 미나의 몸이 내게 바싹 다가와 있었다.

나는 미나의 허리를 천천히 두 팔로 끌어안았다. 미나의 가슴이 내 얼굴에 닿을 듯, 말 듯 다가와 있었다.

순간 놀란 미나의 표정이 조금씩 풀려, 항상 그녀의 얼굴에 머물던 보기 좋은 미소로 변해갔다. 

“또 그럴 거예요? 어제처럼?” 

미나가 내 머리를 부드럽게 감싸 않았다. 미나의 가슴 정중앙에 내 얼굴이 완전히 닿자....오랫동안 너무나 그립 던 그 짙은 내음이 내게 전해졌다.

“아니....”

“정말요?”

“응....”

“아프지 마요....힘들어하지도 마.......”

나는 미나의 뺨을 두 손으로 감싸고는 나에게 이끌었다.

따뜻한 입술이 닿았고, 젖어 있는 그녀의 그것이 내 입속으로 미끌어져 들어왔다.

“아음......아.....”

오랫동안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이어지는 진한 입맞춤의 순간에도 미나의 숨기기 힘든 뜨거운 숨이 새어나와 내게 계속 전해지고 있었다. 

그 느낌이 꿈같이 사라져버린 오래전의 행복처럼 느껴졌다.

테이블에 올려져 있던 내 스마트폰이 요란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진동이 딱딱한 Bar 위를 두드리는 그 소음이 조금 거슬렸지만 나는 지금 미나와 함께 하는 이것을 멈추긴 싫었다.

“오빠....후훗....”

미나의 웃음이 터져버리자 입술과 입술사이 진하게 엉켜 있던 그녀의 혀가 아쉽게 떠났다.

“전화 받아요.....”

립스틱이 완전히 지워진 미나의 입술주위가 절묘하게 섞인 타액만이 코팅되어 반짝였다.

나는 간이의자에서 일어나 여전히 바닥을 쉴 새 없이 두드리고 있는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액정에 번호가 떠있었다.

뒷자리를 보니 익숙한 번호임이 분명한데.....누구의 것인지 통 생각나지가 않았다. 

[여보세요?]

전화가 연결되었는데 응답이 없었다. 하지만 북적거리는 주위에 소음이 들렸다. 전화는 정상적으로 연결되었음이 분명했다.

[여보세요? 어디세요?]

[오...오...오빠....]

[네?]

[흐흐윽.......오빠....]

갑자기 여자가 우는 소리가 들렸다.

[오빠....어떡해요.....너무...너무...무서워요.....제발....제발 도와주세요........흐흑.........]

순간 내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리고 가슴이 금방이라도 터질 듯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목소리가 기억났다. 

울고 있는 여자의 목소리가 누구인지 선명하게 기억났다. 

[은....은설아.....너 은설이지? 왜 그래? 왜 울어? 무슨 일인데?]

[오빠......여.....여기....지금......좀 오시면 안돼요? 너무...무서워요.....혼자 너무 무서워......]

[이 은설!!! 무슨 일이야!!!]

[여.....여기 지금 병원...............]

택시가 고속도로를 쏜살같이 달리고 있었다. 내 손이 벌벌 떨렸다. 

“아...저씨.....좀더...빨리 가실 수 있어요?”

“아...저기 손님....지금 140입니다......조금만 진정하세요....20분만 가면 되요....”

떨리는 내 손을 막기 위해 나는 두 손을 꼭 쥐었다. 

택시는 인터체인지를 빠져나와 지방의 한 종합병원 입구에 멈췄다. 나는 지갑에서 얼마인지도 모를 돈을 꺼내 기사에게 건내 주고서 급하게 택시에서 내렸다.

검은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북적이는 계단을 통해 지하로 내려갔다.

지하 입구에는 반짝이는 글들이 순서대로 표시가 되어 있었다.

[특실 : 고인 이 정길, 상주 이 은비.......]

그곳에서 아버님과 은비의 이름을 확인하자 그제서야 눈물이 터져 나왔다.

그곳으로 향하는 복도에는 수많은 화환들이 빼꼭하게 놓여있었다.

넓은 공간에 수많은 사람들이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음식과 술을 먹고 있었다. 열려있는 안쪽 방에서 아버님이 새하얀 국화에 둘러싸여 나를 반기는 듯한 인자한 미소 짓고 있었다. 

나는 그 방으로 들어가기 전에 젖어 있는 내 눈가를 꼼꼼하게 닦아 냈다.

방에는 검은 상복을 입은 여자가 바닥에 주저 않아 변함없이 웃고 있는 아버님을 멍하게 보고 있었다.

“은설아.....”

상복을 입은 여자가 천천히 내게 시선을 돌렸다. 얼마나 울었는지 두 눈이 퉁퉁부어 있었다.

“오빠....”

나를 부르는 은설이의 입술이 심하게 떨렸다. 잠시 말라있던 눈물이 또다시 굵게 뭉쳐져 은설이의 눈에서 쉴 새 없이 떨어져 내렸다.

“오빠....어떡해요.....흐흐윽......어...엉.........어...엉.....너무 무서워요..........”

은설의 절규와 같은 울음소리가 그 공간을 가득 채웠다. 그녀의 모습에 내 가슴이 미어터질 것만 같았다. 

“은설아....괜찮아....내가 왔어.....이제 괜찮아.....”

나는 은설에게 다가가 울고 있는 그녀를 안아 주었다. 그녀의 몸이 심하게 떨렸다. 

“오빠....우리 이제 어떡해요.....아빠가....아빠가......돌아가셨어요......엉엉......”

이미 쉬어버린 은설의 울음소리가 울리자 밖에 있던 사람들이 다가와 걱정스런 표정으로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은설이는 계속 울먹일 뿐, 제 정신이 아니었다. 

아버님에게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고 어떻게 된 일인지 알고 싶었지만 지금 그녀에게 물어 볼 수는 없었다.

단지 어머님은 아버님의 소식을 듣고 혼절해서 병실에 입원해 있는 상태고, 은비는 조금 전까지 은설이와 빈소를 지키다 실신해서 어머님이 있는 병실로 실려 갔다는 이야기만 들을 수 있었다.

나는 은설이와 함께 빈소를 지켰다. 

조문을 온 수많은 사람들을 맞이했다. 

조문을 온 사람들 모두가 이렇게 갑작스럽고 황망하게 생을 마감한 아버님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들의 말을 통해서 아버님이 어제 큰 교통사고가 나서 사고당시 즉사했다는 것을 간신히 알아냈을 뿐이었다.

내 머릿속에는 한가지만이 계속 반복해서 떠올랐다. 

불과 일주일전에 아버님은 카페에 나를 찾아 오셨다. 그때 보았던 아버님의 눈빛과 표정이 지워지지가 않았다.

은비가 걱정되어 병실에 가고 싶었지만, 빈소에 은설이를 홀로 두고 갈수는 없었다. 조문객은 자정을 넘어서까지 계속 이어졌다. 

“치우 야!”

문 앞에 검은 양복을 입은 승호가 서 있었다. 그리고 뒤에는 미나와 정 수연이 검은 원피스를 입고 서있었다. 

그들을 보니 오랫동안 참아왔던 눈물이 다시 터져 나왔다.

“은설아.....”

미나가 바닥에 멍하게 앉아있는 은설에게 다가가 그녀를 꼭 안았다. 그러자 다시 은설의 애타는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미나야....미나야.......흐흐윽......”

미나와 은설이는 꼭 안은 채, 둘의 울음소리는 오랫동안 멈추지 않았다.

새벽 2시가 넘어가자 계속 이어지던 조문객이 드문드문 해졌다.

은설이는 바닥에 완전히 쓰러져 있었다. 나는 담요를 가지고와 그녀에게 덮어 주었다. 쓰러져 기절한 듯 그렇게 힘겨운 숨을 내쉬고 있는 그 모습에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나는 환하게 웃으시는 아버님의 영정사진을 바라봤다.

‘아버님. 너무나 궁금한 게 많습니다. 어떻게 사고가 난건지.....그리고 얼마 전 나를 찾아오셨을 때, 그때 아버님의 얼굴이 잊혀 지지가 않습니다.

그때 저에게 무슨 하시고 싶은 말이 있으셨습니까? 그렇다면 왜 말을 않고 그렇게 떠나셨습니까? 아버님.........‘

“흐윽.....흐........”

눈물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옆에 쓰러져 있는 은설이가 마음에 걸려서 마음 놓고 울 수도 없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순간,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밖을 내다보니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입구 쪽을 향해 있었다.

갑자기 어느 조문객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아.....어떡해.....우리 오빠 불쌍해서 어떡해.........우리 은비, 은설이 결혼하는 것도 못보고......뭐가 그리 급해서.......흐으윽.........”

나는 밖으로 나갔다.

저기 멀리서.......얼굴이 반쪽이 된.......너무나 퀭하게 변해버린.....검은 상복을 입은 은비가 서있었다.

은비의 얼굴은 마치......아무런 감정이 없는 혼이 나가버린 그런 모습이었다.

은비가 멍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은비의 입술이 바싹 말라있는 것 같았다.

은비의 힘겨운 그 시선이 나에게 향해 있었다. 은비의 시선이 움직임 없이 오랫동안 내게 고정되어 있었다.

멍하게 흐렸던 은비의 눈동자가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또렷하게 변해갔다.

“흐으윽.......”

은비는 그 자리에서 서서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쌌다. 앙상한 그녀의 하얀 손이 파르르 떨리는 게 멀리서도 보였다.

“오빠!! 오빠!! 오빠.............엉엉........엉엉.....”

은비의 몸이 쓰러질 듯 비틀거렸다. 

나는 달려가 천천히 옆으로 쓰러지던 은비를 안았다.

“엉엉.....오빠....오빠.....오빠......”

은비의 얼굴이 새빨갛게 변했다. 모든 피가 얼굴에 모이듯 그렇게.......그리고 나를 보며 ‘오빠’ 라는 말만을 끝없이 되뇌었다.

“은비야. 괜찮아. 내가 왔어. 괜찮아......내가.....알아서할게......무서워 하지마......”

뜨거운 눈물이 내 얼굴을 타고 은비의 뺨에 떨어져 내려 그녀의 눈물과 자연스레 섞였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우리를 보던 승호가 목 놓아 울기 시작했다. 

6개월 후...

왜인지 모를 갑갑함이 느껴져 눈이 떠졌다.

내 몸 전체가 보드라운 이불속에 감싸져 있었다.

새벽의 어둠을 쪼개어 내는 빛이 얇은 이불을 뚫고서 얼핏 보여, 벌서 아침이 사뭇 다가와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간밤에 잠겨 있던 뻑뻑한 눈을 몇 번 깜빡이자 매일 함께하는 이불 속의 그 광경이 내게 펼쳐졌다.

아무리 훑어 봐도 흠잡을 때라곤 없는 뽀얀 젖가슴.....그리고 앙증맞게 솟아 있는 살구빛 젖꼭지.....

젖가슴을 지나 잘록한 허리로 급격하게 떨어지는 라인과.....다시 엉덩이를 타고 솟아오르는 감격스러운 그 나신.....

그 찬란한 우윳빛 피부사이로 도드라져 보이는 검은 숲...

난 손을 뻗어 그 까만 숲을 찬찬히 쓸어내렸다. 

어찌.....그곳이 내 머리칼 보다 부드러울까? 그에 비하면 내 몸에 나 있는 그 털은....뻣뻣하고 질긴 나일론 끈같이 느껴졌다.

“으으음........”

너무나 듣기 좋은 아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아내의 마지막 단잠을 방해할까봐 그곳에 머물러 있던 손을 치워버렸다.

희한하다....그리고 신기하다.

아내와 잠자리를 할 때 항상 아내는 내 품에 파고 들어 아내의 얼굴이 내 가슴 조금위에 머문 채 잠이 드는데....항상 아침에 일어 날 때면....그것이 어느새 역전되어 내가 아내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있다. 

“으음....오빠.......”

“굿모닝.....”

아내의 미소가 이불속에 있는 내게 전해졌다. 아내는 두 팔로 나를 더욱 끌어 않았다. 그러자 아내의 그 짙은 내음이 연신 내게 들어왔다.

“오빠...어서.....”

“응? 뭘?”

나는 아내가 원하는걸 알고 있었다.

“어서요......먹어요.....”

나는 내 입술에서 불과 몇 센티 떨어져 있는 아내의 한쪽 유두를 입속에 담아 넣었다. 그러자 아내의 작은 떨림이 느껴졌다.

내 입속으로 아내의 그것을 조금씩 깊게 담아 넣을 때 마다 이미 헝클어진 내 머리를 어루만지는 아내의 손길이 다급해졌다.

아내의 유두가 처음과 다르게 몽우리져 내 혀와 입속에서 달콤한 사탕처럼 이리저리 구르고 있었다.

“아.....으음......맛있어요?”

확인받고 싶어 하는 아내를 무시하고 나는 내 일에 집중했다. 아내의 딱딱한 그것에서 달콤한 복숭아 맛이 계속 느껴졌다. 활짝 핀 꽃에서 끊임없이 꿀물이 나오는 것처럼..... 

6개월......

길고도 조금은 고통스러웠던 그 시간이 지나고 나와 아내........은비는 지금 나와 하나가 되어 있다.

6개월 전 내가 은설이의 전화를 받고 장례식장에 찾아 갔던 그날.....은비가 나를 보곤 하염없이 울먹이던 그날 아침....

형사들이 찾아 왔다.

그들은 아버님의 교통사고에 대한 사건 경위를 내게 전해줬다.

아버님의 혈액에서 알콜은 검출되지 않았다는 것과 뜻밖에도 사고 당시 동승자가 있었다는 것을 알려줬다. 

한적한 시골의 어느 도로에서 아버님이 운전하던 차가 갑자기 급격하게 핸들을 꺾어 가로수를 들이 받고는 난간을 넘어 7미터 교량 아래로 떨어졌다는 것이었다.

사고가 나기 전 찍힌 인근 CCTV에는 조수석에 한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형사들이 희미하게 알아볼 수 없는 그 CCTV 사진을 내게 보여줬지만 그가 누구인지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흐린 사진이었다. 

형사들도 사고가 나기 전 불과 20여분 상간의 시간동안 아버님의 차에 동승했던 그 남자가 차에서 내렸는지 아닌지를 파악 할 수 없다고 했다.

나는 그들에게 진심으로 당부했다. 

형사들은 아버님의 영정 앞에서 하염없이 울고 있는 은비와 은설이의 모습을 보고선 발길을 돌렸다.

다행히도 실의에 빠진 유족을 괴롭히지 않고 사건은 그렇게 마무리 되었다. 

은비는 아버님의 장례식이 끝나고 다니던 학교에 장기 휴가를 냈다. 학교 측에서도 장학사였던 아버님 때문인지 물심양면으로 그런 은비를 이해하고 지원해줬다.

은비는 나날이 변해갔다.

50킬로를 간신히 넘나들던 은비의 몸무게가 일주일 만에 6킬로나 빠져 40대 중반 아래로 떨어졌다.

화려했던 은비의 얼굴과 몸이 점점 황폐해져갔다. 그것은 은설이도 마찬가지였다.

어머님은 아버님의 장례식이 끝나고도 3주 동안 병원에 입원을 해있었다. 나는 카페를 미나와 세희에게 완전히 맡기고 어머님과 두 자매를 돌봤다.

나는 피곤한 겨를도 없었다. 내 몸도 서서히 망가져갔지만.....어떠한 고통도....아픔도 느낄 수 없었다.

보고만 있어도 금방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은 은비의 그 얼굴 때문에 내가 힘들고 피곤한건 하찮게 느껴질 정도였다.

오랫동안 병원에 있던 어머님이 퇴원한 날 밤.

어머님은 내손을 꼭 잡고 말했다.

[치우야......치우야.......우리....은비.....은설이.....네게 부탁해도 되겠니? 저 어린것들.......네게 부탁해도 되겠어? 치우야......]

그날 밤 어머님의 그 울음소리는 아마 내가 죽을 때까지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아버님이 돌아가신지 3개월 즈음이 지난 어느 날 나는 결심했다.

사랑하는 은비를 내가 평생 지켜줘야겠다고......

그리고 미나.....

한동안 카페를 비우던 내가 옷가지를 챙기러 갔던 그날......

미나는 퇴근을 했다가........늦은 밤 다시 나를 찾아왔다. 술에 잔뜩 취한채로....

그녀의 뺨이 달아올라 있었다. 그리고 커다란 눈동자 또한 빨갛게 변해 있었다.

[오빠.....우리는 아무리.....노력해도......안되나 봐요......훗..........은비 언니 잘 챙겨주세요.....]

미나는 이 말을 하곤 자리에 주저 않아 한참을 울었다. 

정 수연....

내가 파타야에서 돌아온 후 그녀가 뜬금없이 나를 찾아온 진짜 이유를 나는 늦게나마 알아 차렸다. 상태 형의 주점에서 그녀가 꾸몄던 일 이후에 말이다. 

그녀를 이용하고 유린했던 지점장이 발령받은 곳이 뜻밖에도 내가 있는 그 지역이었다.

그 지점장은 은행을 그만뒀다. 아니......표면적으로는 그만둔 것이었지만......사실은 권고사직이었다. 

내가 은행 감사실에 보냈던 그 자료 때문에......

뼈만 앙상했던 은비의 얼굴이 조금씩 조금씩 변해갔다. 그리고 항상 짙은 어둠이 드리워있던 그 얼굴에서 오래전 예쁜 미소가 이따금씩 내게 보였다.

은비와 나는 결혼을 했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던 나의 하나뿐인 혈육.....누나가 찾아왔다. 귀여운 조카 녀석과 금발의 자형과 함께.....

그리고 그와.....그의 여동생 세희, 정 수연......은비와.....나의 하나뿐인 친구 승호까지.....

은비는 결혼식에서 처음 만난 그와 세희를 궁금해 했다. 나는 오래전 연락이 끊겼던 선배라고 말을 둘러댔다. 은비를 처음 대면할 때 유난히 긴장하던 그의 얼굴이 지금도 생각난다. 

내가 은비와 결혼을 하자마자 어머님은 휴학을 한 은설이를 데리고 친척이 있는 일본으로 건너갔다.

이렇게.....은비와 나는......꿈만 같은 결혼 생활을 이어 간지 3개월이 넘어가고 있었다.

“오빠...오빠...우리 여보!!! 일어나세요”

밖에서....은비.....아니 아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은비는 어느새 침대 곁을 다가와 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를 보며 생글거리는 그 아름다운 미소를 나는 매일 경험하지만 그럴 때 마다 매순간 넘치는 황홀함에 빠져버린다.

“오빠 식사하세요.”

“출근한다고 피곤할 텐데.....간단히 먹자니까.....내일 부터는 아침 간단하게 먹자.....” 

은비는 내 손을 잡고 방을 빠져 나가 식탁으로 이끌었다.

“흐음음.....음...음.......”

무슨 노래를 흥얼거리며 준비해둔 음식을 접시에 담고 있는 은비의 뒷모습이 보였다. 벌써 출근 준비가 끝났는지 은비가 입고 있는 옷이 눈에 들어왔다.

은은한 옅은 살색의 블라우스에 살구색의 짧은 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길게 쭉 뻗은 아내의 몸매가 그대로 드러났다.

“여보. 스커트 너무 짧고 몸에 붙는 거 아니야? 그러고 학교가면 애들 공부는 어떻게 하라고......애들 코피 터지겠다....” 

“호호홋.......왜요? 이상해요? 보기 싫어요?”

“나야 좋지.....당신 몸매는.......근데....학교에선 괜찮아?”

“치이....요즘 여선생님들 다 이렇게 입어요.....”

은비가 뒤돌아서 나를 슬쩍 흘겨봤다. 그리자 타이트한 스커트를 한없이 밀어내고 있는 볼록 솟은 엉덩이가 눈에 띄었다.

“어머! 오빠!”

나는 은비에게 다가가 뒤에서 끌어안았다. 그러자 계속 눈여겨보았던 그 엉덩이 골이 내 몸에 깊게 닿았다.

“나....배안고파......”

“네? 정말요? 음........어떡해....”

“다른 거 먹고 싶어....”

“네? 

은비는 한동안 고민에 빠졌다. 

나는 꼼짝달싹 못하게 감싸고 있던 은비의 몸을 풀어줬다.

은비는 음식을 담고 있던 하얀 접시를 소리 없이 아래로 내려놓았다, 그리고 핑크색 매니큐어가 곱게 발린 두 손을 싱크대를 살며시 짚었다.

뒷모습 사이로 얼핏 보이는 은비의 얼굴이 빨갛게 변해있었다.

나는 은비의 하체를 타이트하게 감싸고 있는 그 살구색 스커트를 위로 끌어 올렸다. 그리고 하얀 팬티를 아래로 내리자 은비가 한쪽 발을 들어 그것에 벗어나 자유로워졌다.

은비의 상체가 말없이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자 그녀의 티끌하나 없이 투명하게 반짝이는 엉덩이가 뒤로 밀려 나왔다. 

이미 빳빳하게 변해버린 내 물건을 밀려나온 엉덩이 사이로 서서히 밀어 넣었다.

벌써 젖어 있었다. 

“아......”

쉽게 들어가지 않던 그것이 몇 번의 노력에 의해 아내의 속살에 서서히 파고 들었다.

아래로 보이는 내 물건이 그 속으로 반 이상 모습을 감출 때 즈음.....나는 두 손으로 은비의 부드러운 그 가슴을 움켜쥐었다.

“아.....오빠......아.....어떡해요....”

행복했다. 지금 내가 느끼는 이 행복이 영원하기를 바랄 뿐이었다.

아내의 가냘픈 허리를 쥐고서 내 마음대로 이렇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행복하고 고마웠다.

“아...아....오빠......오늘 연구 수업이라.....일찍 마치는데.........학교로 올래요? 같이...같이 저녁,.....아음......”

터질 듯 불게 변한 내 물건이 아내의 몸속에 깊게 박혔다 빠져 나올 때 마다 너무나 깨끗한 물로 투명하게 코팅되어 갔다.

“아.....여보.................”

모든 것이 한순간에 지워져갔다.

지옥 같았던 파타야에서의 일들과......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이 꿈만 같은 행복이 영원할 줄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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