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5화 (75/177)

Reunion (18)

[아! 아! 아!....]

맥주병을 쥐고 있던 지점장의 손이 조금씩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테이블에 누워 있던 정 수연의 신음 또한 덩달아 잦아졌다.

자신의 입에서 끊임없이 새어나오는 그 소리가 신경 쓰였는지 정 수연은 한손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흐흐흐흐......]

지점장은 그런 정 수연의 모습이 재미있는지 그녀를 보며 한번 시익 웃고는 다시 자신의 그 일에 집중했다.

“아휴.......”

노트북 화면을 뚫어져라 보고 있던 상태 형의 입에서 짧은 탄식이 새어나왔다.

“나는 도무지 수연 씨 같은 여자가 왜 저러는지 이해가 안돼.....그참......” 

상태 형의 목소리가 떨렸다.

정 수연의 허벅지가 자신이 벌릴 수 있는 최대한으로 벌어지자, 타이트한 스커트 속에 숨겨져 움직이던 지점장의 손이 드러났다.

아무렇게나 찢어진 검은 스타킹 아랫부분에 정 수연의 붉게 달아오른 속살이 그대로 보였다. 지점장은 갈색 맥주병 아래쪽을 꼭 쥐고서 주둥이 부분을 정 수연의 성기에 집어넣어 마음대로 휘젓고 있었다. 

테이블에 누워있는 정 수연의 몸이 계속 들썩였다. 맨살이 훤히 보이는 배 부분이 지점장의 움직임에 따라 힘을 줬다 빠졌다를 반복했다.

[하아....하아....하아.......]

지점장이 손이 정 수연의 그곳에서 천천히 빠져 나왔다. 그는 맥주병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갈색 맥주병 주둥이에서 군데군데 허연 물이 아래로 천천히 흘러내렸다.

정 수연은 테이블에 그대로 누워 눈을 꼭 감고는 가쁜 숨만 내쉬고 있었다. 하지만 정 수연의 허벅지는 그대로 활짝 열려 있었다. 

지점장이 목이 마른지 얼음이 섞인 위스키를 조금 급하게 마셨다. 그는 그 잔을 들고서 테이블위에 다리를 벌린 채 누워있는 정 수연을 내려다봤다.

그는 무슨 생각에 빠졌는지 그 표정이 점점 심각하게 변해갔다.

[너.....나 알지.....우리 분명히 만났어.....니 몸......]

지점장의 시선이 정 수연의 허벅지 사이에 머물러 있었다. 

정 수연이 깊은 숨을 쉬는지 그녀의 가슴이 더욱 크게 부풀어 올랐다를 반복했다. 

[그때.....왜 그랬어요?]

정 수연의 원래 목소리인 차분한 저음이 들렸다. 

그 순간 갑자기 내 머리가 무엇인가에 맞은 듯 번쩍 거렸다. 그리고 몇 달 전 파타야에서 정 수연이 나에게 해주었던 자신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분은 평소에 제가 정말 존경하던 분이셨어요.

그 분과의 저녁 식사가 끝날 무렵 그분이 어렵게 말을 꺼냈어요. 알 수 없는 사람으로부터 어떤 동영상을 받았는데, 내가 확인을 좀 해주었으면 하고 부탁을 하셨어요.

그 분이 보여준 동영상은......파타야에서 세 명의 남자들과 뒤엉켜 난교를 하는 저의 모습이었어요. 내 얼굴에는 그 남자들의 정액들로 범벅이 되어 있었고 그 남자들은 나의 몸을 둘러싸 돌아가며 섹스를 하는 그런 동영상이었어요.

저는 그 영상을 확인하고 너무나 부끄러워 펑펑 울기만 했어요. 하지만 그분은 걱정하지 말라며 따뜻하게 저를 위로해주셨어요. 마치 자신의 가족에게 일어난 일처럼 나를 걱정해주셨어요.

저는 너무 고마웠어요.

그리고.....그날 저는 그분과 잠자리를 했어요. 내가 원해서 그랬어요. 그분도 나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대해주셨어요.

행복했어요. 파타야에서의 지옥 같은 일을 잊을 수 있을 정도로 그분과 행복했어요.

시간이 지나자 그분은 점점 대담해졌어요. 동료들이 퇴근하고 아무도 없는 은행에서 우리는 자주 섹스를 했어요. 근무시간에 복도를 지나다 마주치면 그분은 나를 화장실로 데리고 갔어요. 그리고 섹스를 했어요.

하루에도 두 번 세 번......그렇게 우리는 매일 섹스를 즐겼어요.

어느 날 그분이 한 호텔로 저를 불러냈어요. 저는 그분에게 예쁘게 보이기 위해 한껏 치장하고 약속된 호텔 룸으로 갔어요.

하지만 그곳에는 그 분 혼자가 아니었어요. 다른 지점 지점장님이 계셨어요. 놀란 나를 그분은 걱정하지 말라 했어요. 그리고 그 분은 나를 한번 안아주고는 홀로 호텔 룸을 떠났어요. 

그날.....나는 다른 지점 지점장님과 잠자리를 했어요. 그 일이 있은지 얼마 후 부지점장님은 지점장으로 승진했어요. 

그리곤 계속 반복되었죠.

그분은 여러 모임에 나를 이리저리 끌고 다녔어요. 그럴 때 마다 내 몸을 주어야 하는 남자들이 바뀌었어요.

접대를 시킨 거죠. 자신에게 필요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저를 창녀처럼 그렇게.......어느 날은 거래처 사장님 두 분과 밤새도록 변태적인 섹스를 했어요......] 

[한 용석 지점장님......그때.....왜 그랬어요?]

정 수연이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뭐? 내 이름을 어떻게 알아? 너 누구야?]

지점장은 테이블 위에 그대로 누워있는 정 수연에게 다가가 그녀의 얼굴을 빤히 들려다 봤다. 정 수연의 얼굴은 눈물로 조금 젖어 있었지만 그녀의 붉은 입술이 서서히 위쪽으로 올라갔다.

[벌써 잊었어요? 저......정 수연이에요]

[뭐......뭐라고?] 

지점장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다시 정 수연의 얼굴을 훑었다.

[니....니가....정 수연이라고?]

정 수연의 얼굴을 쳐다보던 지점장의 놀란 표정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시간이 조금씩 지날수록 그의 얼굴에 또 다시 옆은 미소가 번져가기 시작했다.

난생 처음 보는 그 생경한 표정의 변화가 내갠 마치 악마처럼 보였다.

[정 수연......너 지금 여기서 뭐하는 거야? 하마터면 못 알아 볼 뻔했어....4년 만인가, 5년 만인가.......많이 변했네......특히 니 몸.......흐흠....]

지점장의 시선이 정 수연의 가슴에 꽂혀 있었다. 

감겨 있던 정 수연의 눈이 천천히 열렸다.

[나한테 왜 그랬어요. 그때.....]

[하아.....수연아.....지금 그게 중요하니? 우리 오랜만에 만났는데......예전처럼 술이나 한잔 하자]

지점장이 웃으며 정수연의 뺨을 쓸어내렸다.

[개새끼.....]

정 수연의 입에서 나온 뜻밖의 말에 지점장의 표정이 단숨에 일그러졌다. 

[음.....너는 아직 그때 일을 담고 있구나.....그렇다면 내가 말해주지.....

수연아.....여자는 세 가지 부류가 있어.

첫 번째는 남자가 품어줘야 할 여자. 흔히들 말하는 사랑이라고 하지.....

두 번째는 이용해야 할 여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품으면서 이용해야할 여자....

너는 어떤 부류의 여자일까? 

그때.....너에 관한 그 동영상과 사진들이 내게 왔을 때.....나는 너를 도와야겠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너를 저녁에 따로 불러냈지....

나는 너에게 그것들을 보여주고 난 후 그 영상의 주인공이 니가 맞다는 걸 알고서 법적인 대응을 위해 변호사 친구에게 조언까지 받았어.

그날 너는 단번에 흐트러졌지. 너무나 쉽게 내게 안겼어. 

생각해봐.

너는 여행을 가서 누구인지도 모르는 놈들에게 강간을 당하고 그 놈들은 동영상과 사진까지 찍어서 너를 협박하고 있어. 그런데 너는 그것을 알고 도와주려는 직장 상사와 그날 섹스를 했어. 그것도 아주 질펀하게.....아침까지.... 

이게 평범하고 정상적인 상황일까? 

우리는 그날 이후 자주 섹스를 했지.

마치 너는 여자로서 니 인생 전체가 달린 너무나 중요한 순간임에도 불구하고 협박당하고 있다는 건 까맣게 잊고 매일 나와 섹스에 집중하더군........

그때 처음 생각했지. 아.....정 수연이라는 여자는.........평범한 여자가 아니다......남자가 품어줘야 할 여자가 아니다.....가까이해서는 안 될 여자다....

그렇게 결론을 냈지만 나는 아쉬웠어. 왜냐하면 너를 이용만 하기에는.....너무 아까웠거든....

그래서 나는 너를 한 번 더 테스트하기로 했지. 수연아 너도 기억나지? 호텔에서 본점 지점장 만난 날?

그날 호텔에서 너를 본점 지점장에서 건네주고 호텔을 빠져 나오면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어. 너란 여자의 실체는 무엇일까? 내가 없을 때 너는 어떤 모습일까?

나는 다시 니가 있던 룸으로 조용히 들어갔어.

내가 너를 남겨두고 호텔 룸을 빠져 나올 때 너는 그 상황을 난감해 하며 소파에 앉아 울고 있었지. 

아마 내가 다시 룸으로 들어간 건 내가 그곳을 떠난 지, 30분도 채 되지 않은 시간이었던 걸로 기억해. 

룸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익숙한 니 소리가 들리더군.

지점장은 바지만 벗은 채 소파에 앉아 있고 니가 그 위에 올라타 벌써 질펀한 섹스를 하고 있더군. 나하고 할 때처럼 섹소리까지 미친 듯이 내지르면서.... 

지점장을 끌어안고 그가 움직일 때 마다 환하게 웃는 니 얼굴을 보고는 룸에서 빠져 나왔지.

자....그럼 너는 어떤 부류의 여자일까?

내가 보이엔 너는......여행에서 그 말도 안 되는 강간을 당한 것도 너 스스로 자초한 거야. 모든 것이 너 때문이야.

나는 아직까지 가끔 그때가 생생하게 생각나.....

니가 거래처 사장들과 뒤엉켜 섹스를 하고 있을 때.....니 얼굴.....그 표정.......흐흐흐흐......

수연아....그러니까. 우리 예전처럼 그렇게 지내자. 너는 즐기고.....나는 너를 이용하고......] 

[흐흐흑.....]

지점장의 말이 끝나자 정 수연의 울음이 터져 나왔다.

[수연아. 좋은날 왜 울어?]

지점장이 정 수연의 블라우스 단추를 하나씩 풀었다. 그러자 커다란 가슴이 출렁이며 답답한 그곳을 서둘러 벗어났다.

[오.....역시....너 가슴 수술 했구나.....전에도 니 젖탱이는 볼만 했는데. 왜했어? 응?]

지점장의 손이 완전히 열려있는 정 수연의 가슴을 우악스럽게 움켜쥐었다.

[그만해......]

정 수연의 젖은 목소리가 들렸다. 굵은 눈물방울이 그녀의 얼굴을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수연아. 그냥 니 운명을 받아 들여. 보아하니 술집에서 일 하는거 같은데. 나는 니가 이렇게 될 줄 알았어. 

너는 남자 없으면 절대 못살아. 그것도 한 남자로는 부족하지 이렇게 술집에서 일하면서 이런저런 남자들하고 즐기고....그렇게 살라구.

그리고 가끔.....예전처럼 내가 부를 때...그때처럼.....그렇게 벌려주고..........흐흐흐.....]

지점장의 몸이 숙여져 테이블에 누워있는 정 수연에게 향했다. 동시에 그의 입에서 혓바닥이 조금씩 삐져나오기 시작했다.

그때, 

내 스마트 폰이 울렸다.

미나였다. 

“그래...미나야. 나 조금만 있다갈 갈게...미안해...”

“오빠. 그게.....세희 언니가......안와요....”

“뭐? 무슨 소리야?”

“세...세희 언니가 화장실 가서 한참을 지났는데 아직까지 안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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