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union (15)
매일 그렇듯 또다시 손님을 맞기 위해 분주하게 카페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이른 아침,
카페에서 홀로 바쁘게 움직일 때면 모든 잡생각이 사라진다. 그래서 나는 이 시간을 하루 중 가장 좋아한다.
모든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순간 이었다.
듣기 좋은 종소리가 울리고...카페 문이 열렸다.
“오빠!!! 굿모닝!!!”
열린 유리문 사이로 아침의 상쾌한 향과 또 다른 좋은 향이 섞여 카페 안으로 춤추듯 흘러들어왔다.
문 앞에는 미나가 세희의 팔장을 끼고서 나를 보며 활짝 웃고 있었다.
“어? 뭐야? 왜 둘이 같이 와?”
“버스에서 내리는데 세희 언니가 걸어오고 있었어요. 언니는 예뻐서 멀리서 봐도 딱 알아 볼 수 있어요. 호홋..”
“근데....오늘 둘 다 복장이 왜 그래? 마치고 어디 가니? 그리고 오늘 드레스 코드가.......”
세희와 미나는 평소보다 한껏 치장을 한 것 같아 보였다.
은은한 톤의 화사한 화장과 립스틱.....특히 립스틱 색상이 연붉은 복숭아 빛처럼 동일했다. 그리고 둘 다 무릎 조금 위까지 오는 플레어스커트가 경쾌해 보였다.
“어머. 사장님! 이러시기예요? 오늘 금요일이잖아요. 그래서 어제 세희 언니하고 드레스코드까지 이렇게 맞춰 왔는데....
회식하기로 해놓고는.....잊어버렸어요? 내 이럴 줄 알았어....휴......진짜 너무해!!!”
미나가 뾰로통한 얼굴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그녀의 얼굴이 무척이나 예뻐 보였다.
세희는 그런 미나의 머리칼을 지금 자신의 모습과 같이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쓰다듬기 시작했다.
미나는 일하는 내내 들떠 있었다.
미나와 단 둘이 일 할 때는 회식 이래봤자 카페 근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거나, 아니면 가게를 마치고 카페에서 와인 따위를 간단하게 마시는 것이 다였다.
세희는 내색을 하진 않았지만 며칠 전 갑자기 잡힌 오늘의 회식을 조금 기대하는 눈치였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무렵,
외근을 하던 승호가 카페에 찾아왔다.
승호에게 세희를 정식으로 소개해 주진 않았지만 수연과 함께 살고 있는 세희를 집 앞에서 몇 번 마주쳤는지 그가 아는 체를 했다.
“안녕하세요? 어때요. 여기 일 할만 해요? 여기 사장 별론데....음....”
승호가 테이블에 앉아 자신에게 주문한 커피를 전해주던 세희에게 웃으며 말했다.
“하아....아니에요. 잘해주세요.”
세희는 무엇이 그렇게 부끄러운지 금방 얼굴이 빨갛게 변했다.
“야. 너는 매일 이렇게 땡땡이냐? 너 같은 놈한테 월급 주는 너희 회사도 참 신기하다.”
“인마. 그런 말 하지마....내가 이쪽 시도 영업실적 통합챔피언이야. 우리 지점장도 나 함부로 못해. 하하하....”
그랬다.
처음 승호가 외국계 제약회사 영업직을 간다고 했을 때 나는 무척 만류를 했다. 그 당시만 해도 영업의 꽃이라는 제약 영업에 대해 여러 가지 부정적인 편견들이 떠 돌때였다.
사실 나는 승호가 이 일을 잘 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만류한건 좀 더 편한 환경에서 그가 첫 직장을 시작했으면 하고 바랬기 때문이었다.
“근데 치우야. 오늘 여기 직원 분들 복장과 화장이 왜 이렇게 나이스 하냐? 미나도 그렇고....세희 씨도....”
“우리 오늘 회식해요!!!”
Bar에서 우리를 가만히 보고 있던 미나가 외쳤다. 그러자 한쪽에 앉아 있던 단골손님이 그런 미나가 귀여운 지 슬쩍 소리 내어 웃는 게 보였다.
“뭐? 야 김 치우? 이러기냐? 와...정말....배신감.....니가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 왜 이야기 안했어?”
“자식. 니가 여기 직원이냐?”
“수연 언니도 올 거예요. 오빠도 오고 싶죠? 나한테 잘 보이면 어쩌면..........후훗...”
미나가 테이블로 다가와 대화에 끼어들었다.
승호가 어색하게 웃고 있었다.
나는 승호와 오늘 회식을 함께 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쩌면 정 수연도 올 것이라는 말에 차마 승호에게 오늘 회식에 대해 미리 알릴 수 가 없었다.
말없이 나를 보는 승호의 두 눈이 나에게 많은 것을 속삭이는 듯 했다.
카페를 마칠 시간이 되자 오늘의 특별한 회식을 위해 우리 모두는 분주했다.
나는 모든 준비를 마치고 테이블에 혼자 앉아 안쪽에 들어가 있는 미나와 세희를 기다렸다. 하지만 한참을 기다려도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야! 너희들 왜 이렇게 오래 걸려? 5분 만에 안 나오면 나 혼자 간다!!”
카페안의 내 목소리만이 공허하게 울렸다.
잠시 후 하이힐의 또각이는 소리가 들렸다.
Bar 앞에 미나와 세희가 방긋 웃으며 서있었다. 아침보다 더욱 화려해진 빛나는 화장을 한 채.....
화려한 도시의 야경이 내려다보이는 고층의 야외 테라스 레스토랑.....
테이블에는 내가 좋아하는 와인 한 병과 랍스타, 파스타가 놓여 있었다.
미나와 세희가 오늘 회식을 위해 정한 장소는 공교롭게도 은비가 무척이나 좋아했던 레스토랑이었다.
“오빠. 여기 너무 좋죠? 와봤어요?”
미나가 자신의 와인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는 말했다. 투명하게 반짝이는 와인잔에 그녀의 립스틱 자국이 살며시 남겨져 있었다.
“응....은비하고.....”
미나의 물음에 아무런 생각 없이 말하다 나도 모르게 멈췄다.
나를 보며 시종일관 활짝 웃던 미나의 표정이 변해 조금의 미안함이 묻어 있었다.
“오빠. 수연언니 한테 지금 메세지 왔는데요. 오늘 갑자기 약속이 있어서 못 온데요....”
세희는 아쉬운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그래? 그럼 다음에 봐야겠네....”
나는 승호를 부를지 말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미나야. 여기 너무 좋다. 음식도 너무 맛있어.”
“그쵸? 언니도 좋아 할 줄 알았어요. 우리 사진 찍어요.”
미나가 자신의 스마트폰을 들고 옆에 앉아 있던 세희에게 바짝 다가갔다. 화려한 화장을 한 미나와 세희의 얼굴이 한참동안 스마트폰에 저장되고 있었다.
[오빠! 여기 너무 좋아요. 이리와요. 우리같이 사진 찍어요]
미나와 세희를 보고 있으니 이곳에 함께 머물던 은비의 소리가 마치 환청처럼 아련하게 들려왔다.
은비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바짝 다가 않아 팔짱을 끼고 자신의 스마트폰에 웃고 있는 우리의 얼굴을 반복해서 담았던 그때가......떠올랐다.
나는 와인을 한 모금 입에 살며시 담았다. 그리고 어둠이 깔린 채 보석처럼 화려하게 반짝이는 도심을 내려다 봤다.
자꾸 떠오르는 은비의 얼굴을 잊기 위함이었으나.....입속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는 와인의 진한 바디감이 더욱 그녀를 생각나게 했다.
처....처음 이었어요......그런 느낌은........
[아...아.....으아....으아]
아저씨의 입에서 짐승 같은 소리가 계속 들렸어요. 그리고 내 몸에 수백 번을 드나들던 아저씨의 그 손이 더욱 빨리 움직였어요.
나도 모르게 내 몸이 점점 이상하게 변했어요. 내 몸의 떨림으로 달그락 거리던 책상의 소리가 점점 커져갔어요.
내 머릿속이 마치 모두 하얗게 변한 것 같았어요. 그리고 너무나 너무나......더웠어요.
[으아.......으아.....은비야....으.......]
내 입속에 뜨거운 것이 쏟아졌어요.
한번....두번....세번.....멈추지 않고 계속 그렇게 쏟아져 들어왔어요.
정신이 아득해졌어요. 그리고 아저씨가 만지던 내 몸속에서 갑자기 뜨거운 것이 한꺼번에 흘러나와 책상과.....내 몸을 적시는 게 느껴졌어요.
제 몸이 계속 아래로 한없이 떨어져 내리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내렸어요.
내 입에서 더 이상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점점 비릿한 그것이 가득 차갔어요.
[으...은비.....은비야....]
내 입에 들어 있던 아저씨의 그것이 떠났어요. 새까맣던 그것이 전체가 누렇게 변해 있었어요. 간신히 입에 머금고 있던 뜨거운 그것이 내 얼굴을 타고 계속 흘러내렸어요.
저는 더러운 그것을 한 번에 토해내 버리고 싶었어요. 하지만 멍한 눈으로 나를 계속 바라보는 아저씨 때문에 그럴 순 없었어요.
내 몸을 만지던 아저씨의 손은 멈췄지만, 나도 모르게 내 몸이 계속 떨렸어요.
아저씨는 계속 내 얼굴을 보고 있었어요.
저는 입에 담겨 있던 그것을 여러번 나눠서 천천히 삼켰어요. 구역질이 올라왔지만 참았어요.
[으흐흐흐흐흐.........]
그제서야 아저씨는 저를 보고 웃었어요.
[아앙!!!]
아저씨의 손이 다시 그곳에 닿자 나도 모르게 이상한 소리가 터져 나왔어요.
[으흐흐....은비야.....은비야.....그래 좋나? 니 남자하고 이런 거 처음 맞나? 요,,요거.....보니까....완전히 발랑 까진 년이네....남자 손길에 이케 발광하노.....
니 도시에 있을 때....빠구리 많이 해봤제? 누구하고 해봤노? 니 하는 거 보니까 고삐리새끼들하고 한 건 분명히 아니다......
선생이 니 건드리드나? 선생들하고 붙어먹었나? 몇 번이나 해봤노? 말해보라 괘안타....]
내 몸이 너무나 뜨거워 정신이 없었어요. 밑에는 내 허리까지 내 몸에서 나온 그것이 젖어가는 게 느껴졌어요.
[은비야....니...내 애인할래? 아이다.....니는 벌써 내 애인이다. 니는 앞으로 다른 새끼들하고 이케 빠구리 못한다.....분명히 새겨들으레이...
니는 보통 여자가 아니데이. 니 얼굴하고 니 몸뚱아리.....그리고 보지는.....보통 여자가 아닌기라.....니는 남자 없이 절대 혼자 못산다.....
그리고 보통 남자로도 안된다......내같이......기집 다룰 줄 하는 남자만이 오늘처럼 니를 벌렁거리게 만들 수 있다.......흐흐흐흐.......]
“오빠!! 오빠!!”
나를 급하게 부르는 소리에 순간 머리가 아찔해졌다.
맞은편에 앉은 세희가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어?”
“전화.....전화 왔어요”
테이블위에 있던 새 스마트폰 액정이 반짝거렸다.
상태 형이었다.
나는 힘겹게 시종일관 반짝이는 그것을 집어 들었다.
“여....여보세요....상태 형?”
“치...치우야....니 지금 어디니?”
“밖에 애들하고 밥 먹고 있습니다.....회식.......”
“너 있다가 이리로 올수 있어요?”
상태 형이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자르고 말했다. 그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네?”
“그.....그게......수연 씨...수연 씨가....좀 있다가 온데......그리고 오늘이 우리 주점에 오는 마지막 날이래. 아무래도 오늘......무슨 일이 터질 것 같아.....니가 꼭 와줬음 좋겠다....”
나는 스마트폰을 든 채 말없이 그렇게 한참을 있었다.
나를 바라보는 세희의 블라우스 사이에......그것이 살짝 보였다가 이내 사라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