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union (13)
“오랜만이다. 잘 지냈어?”
그의 지나온 삶을 말해주듯 거칠지 않은 주름이 얼굴에 새져 있는 그가.....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그는 은비의 아버지였다.
나는 당황스러웠다.
왜 지금 아버님이 내 카페에 와계신지....
아버님을 마지막으로 뵌 것은 수개월 전에 은비와의 조촐한 가족만의 약혼식을 할 때였다. 중간에 내가 그에게 안부 전화를 이따금씩 하곤 했지만 그마저도 파타야에서 돌아온 후로는 끊겼다.
아버님은 지금까지 나에게 먼저 전화를 한 적도....더군다나 이곳을 찾아온 적도 없었다.
“아버님....어떻게....”
나는 그의 얼굴에 눈을 떼지 못한 채 엉거주춤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일이 좀 있어서 왔다가 너 생각나서....마침 근처 호텔에서 회의가 있었어.”
나에게 전해지는 아버님의 말투와 표정이 예전과는 사뭇 달라져있었다. 그의 부드러운 말투가 내 귀에 들어와 박혔다. 나를 보는 표정 또한 그러했다.
하지만 밝은 표정과는 달리 무엇인가 미묘한 것들이 그의 얼굴에서 느껴졌다.
“아버님 식사는 하셨습니까?”
“그래. 먹고 왔어”
은비가 떠올랐다.
그러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미나가 다가와 진한 그린티를 그의 앞에 조심스럽게 올려놓았다.
“음...고마워요.”
“아...네....”
아버님이 그린티를 가져온 미나에게 마치 은비와 은설이에게 하듯 인자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사장님도 커피 드려요?”
미나의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치우야...”
그린티를 한 모금 마신 후 카페 안쪽을 한동안 둘러보던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네.....아버님....”
“너 요즘 왜 통 연락이 없어? 예전엔 그래도 한 번씩 연락은 하더니만.....”
진한 아메리카노가 담긴 머그컵을 내려놓던 내손이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다.
‘은비가 아버님께 지금 우리의 관계에 대해서 말을 하지 않은 것일까?’
“너, 은비하고 처음 인사 왔을 때....내가 좀 그래서...아직 많이 서운하니?”
“네? 아닙니다....아닙니다....아버님...”
갑작스런 그의 말에 놀라, 순간 입에서 자동적으로 말이 튀어나왔다.
“은비도 지난주부터 출근해서 정신없는 것 같더라.....”
나는 지금 이 순간이 꿈이 아닐까 생각했다. 아니....반드시 꿈이기를 바랬다.
나는 아버님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마치 잠을 못잔 듯 얼굴이 조금 피곤해 보였다. 살도 조금 빠져 있는 듯 했다. 그리고....마지막으로 보았던 몇 달 전 보다.....나이가 좀 더 들어 보였다.
“아버님 오늘 주무시고 가십니까?”
“아니야. 좀 있다가 올라 갈 거야. 시간이 좀 남아서 너 생각도 나고 해서 들린 거야.
너는 못 본 사이에 얼굴에 살이 많이 빠졌다. 하긴 이런 장사 하려면 피곤하겠지....신경 쓸 것도 많고....건강 신경 쓰면서 일해..”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순간 눈물이 왈칵 터져 나올 것 같았다.
처음이었다...
나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과 담긴 말에 진심으로 나를 걱정해주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치우야. 예전일은 다 잊어 버려라. 내가 너한테 모질게 한 거.......나는 처음 너를 봤을 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니가 썩 괜찮은 놈인 걸 알아.
은비하고 은설이....딸만 둘이 키우면서 녀석들...나 때문에 고생도 많이 했어. 내가 지방에 발령 받을 때마다 이사를 다녀야했어.
한참 감수성 예민할 어린 녀석들이 친구들하고 헤어어지고 또다시 적응하고....이런 걸 여러 번 반복했지.
애들한테는 못 할 짓이었지. 하지만 은비하고 은설이는 단 한 번도 그런 것 때문에 투정부리거나 나를 원망하지 않았어.
오히려 내가 미안해 할까봐 안 그런 듯,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렇게 꿋꿋하게 학창시절을 보냈어.
나는 그게 애들한테 너무 미안하고......고마워.”
그의 눈가가 조금씩 붉게 변해갔다.
나에겐 항상 두려운 큰 산만 같았던, 그가.....지금 이 모습은 나에겐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아버님의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에게 전해졌고 나는 그의 말을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테이크아웃을 하는 손님들이 벌써 여러 번 우리를 스쳐지나갔다.
아버님이 손목 차고 있던 반짝이는 시계를 바라봤다.
“으음....이제 가야겠다. 버스시간 다됐다.”
“아...아버님....차는 두고 오셨습니까? 버스타고 가시려고요?”
“응. 그래.”
“그러면 아버님 은비한테.....”
나는 테이블에 있던 스마트폰을 들고서 급히 번호를 눌렀다.
희한하게도 완전히 잊혀져 있던 그 번호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하나씩 눌러져갔다.
“아니야. 아니야. 은비는 내가 온 거 몰라. 괜히 왔다고 하면 지도 요즘 학교 다닌다고 바쁜데 괜히 신경쓸까봐 말 안하고 왔어. 그냥 둬...”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버님 그러면 제가 터미널까지....”
“아니야. 됐어. 택시타면 잠깐인데 괜찮아.....”
그의 뒷모습이 보였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의 어깨가 너무나 초라하게 보였다.
“아버님. 터미널 까지 제가 모시고 가겠습니다.”
“괜찮아. 보니까 가게 닫을 시간인거 같은데. 마무리해라.
참 그리고.....치우야!”
카페 앞에 세워져 있던 택시의 문을 열다 말고는 그가 나를 돌아봤다.
“치우야.....우리 은비... 잘 부탁한다.....”
그는 네게 이 말을 남기고는 급히 택시에 올라탔다.
나는 멍하니 그렇게 서 있었었다.
그가 올라탄 택시가 벌써 저만치 멀리 사라져가고 있었다.
Bar에 앉아있던 미나가 다시 카페로 들어오는 나를, 이런 저런 복잡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좀 전에 앉아 있던 그곳에 다시 자리를 잡았다. 머리가 멍해졌다.
그리고 느낌이 이상했다.
예전과는 너무나 달라져있는 아버님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어색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었다.
아버님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건지 아니면 중년의 남자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흔히 경험하게 되는 감정적 변화인지....나는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은비가 아직 우리가 헤어졌다는 것을 아버님에게 말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은 들었다. 그건 아버님과 함께한 시간동안 내가 그로부터 느낀 것이었다.
“오빠....”
작게 떨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시간이 늦어서 세희 언니는 먼저 보냈어요. 오빠 기다리겠다는 거 아무래도 늦어 질 거 같아서....”
“그래. 그래 잘했다. 내가 정리 할 테니까 너도 이제 들어가 봐.”
나를 바라보는 미나의 얼굴에 너무나 많은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는 것 같았다.
테이블에 있던 스마트폰을 터치하자 액정이 하얗게 빛을 발했다.
그곳에는 은비의 전화번호가 그대로 새겨져 있었다. 하지만 예전에 있던 이름과....나를 보며 환하게 웃던 은비의 사진은 사라져 있었다.
[은비야. 니.....잘 들어라....만일 니 담임이나....집에 가서....이야기하면.....내가 다 잡아 죽이 뿐다....절대 헛투로 하는 말 아니다.....단디 들어라.........씨발년아.....]
저는 그 아저씨의 말에 눈을 꼭 감았어요. 그렇게 눈을 감고 있으면 모든 것이 사라져 버릴 것 같았어요. 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하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어요.
교복 단추가 하나씩 모두 풀어졌어요. 그리고 교복 재킷이 내 몸에서 천천히 벗겨졌어요.
[내가 니 처음 전학 왔을 때 보고 얼마나 이라고 싶었는지 아나? 너는 고삐리가 생긴 게 꼭 아가씨 같노. 흐흐흐...
내가 이 학교에 20년 넘게 있었지만 너같이 이쁘게 생긴 년은 처음 본다. 얼굴도....키도...젖탱이도.....어쩌면 이렇게 사내들이 따먹고 싶게 생겼노. 니도 그거 잘 알제? 니가 그렇게 생긴 거?]
갑자기 조용하던 미술실에 책상이 여러 번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어요.
그리고 잠시 후 내 몸이 공중으로 들렸어요. 그 아저씨의 손이 내 목과 종아리에 감싸고 안아 올렸어요. 그리고는 몇 발자국 앞에 있는 평평한 곳에 나를 눕혔어요.
하지만 나는 계속 눈을 꼭 감고 있었어요.
[은비야....눈떠라....]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눈을 뜰 수 없었어요.
[눈뜨라고 이씨팔년아!!!!]
그 아저씨의 고함 소리에 너무 놀라 나도 모르게 눈을 번쩍 떠졌어요.
주위를 둘러 봤어요.
미술실 한쪽 구석에 있던 책상이 여러 개 붙어 있었고 저는 그 위에 하얀 블라우스와 교복치마만 입은 채 올려져 있었어요.
그 아저씨가 징그럽게 웃으며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어요.
[은비야. 눈 감지마라. 니가 눈 감으면......내가 어떻게 할지 모른다. 절대 눈 감지마라....]
아저씨의 두 손이 내 블라우스 단추를 하나씩 풀기 시작했어요. 숨이 가빠져서 내 가슴이 들썩이는 게 또렷이 보였어요.
단추가 모두 풀린 블라우스를 아저씨가 양옆으로 펼쳤어요.
하얀 브래지어만 한 내 가슴이 보였어요.
[낄낄낄.....내가 이걸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아나? 어쩌면 이렇게 탐스럽게 생겻노. 어째 니 가슴이 여기 처녀 선생들만 하노.....그라고 이렇게 뽀얀노....]
그 거칠고 새까만 손이 내 브래지어를 풀었어요. 내 가슴이....완전히 드러나 보였어요.
아저씨는 한참동안 내 가슴을 들여다봤어요. 아저씨의 숨소리가 갑자기 이상하게 변했어요.
[니....니.....젖꼭지가......으으흐......사내 새끼가....한번도 누가 입댄 적 없나?]
아저씨의 입술이 내.....거기를.....빨았어요. 갑자기 눈물이 터져 나와서 다시 눈을 감았어요.
[이씨......은비야. 내가 눈뜨고 있으라고 했제?]
내 가슴에 바싹 붙어 있던 아저씨가 고개를 들어 나를 보고 있었어요. 그 화난 눈빛에 나는 더 이상 눈을 감을 수가 없었어요.
아저씨의 혀가 내 가슴을 계속 빨았어요. 나는 숨이 터져 나와서 손으로 입을 꽉 막았어요.
참기가.....너무나 고통 스러웠어요. 소리를 내면 절대 안 될 것 같았어요.
[은비야?
니 아직 남자하고 이래본적 없제?
처음이제? 아저씨가 여기 빨아 주니까 좋나?
왜 니 몸이 들썩거리노. 니도 좋제?
어? 솔직히 말해봐라....
흐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