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union (9)
잔뜩 흐리기만 했던 하늘에서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져내려, 이따금씩 내 얼굴을 적셨다. 하지만 그 느낌이 나에겐 나쁘진 않았다.
상태 형의 갑작스런 부름도 궁금은 했지만, 그보다 오늘 점심을 먹을 때 미나와 세희의 일이 머릿속에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카페에서 세희와 함께 일하는 것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 같다는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주점 골목에 들어서자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서 승합차에서 내리는 보도 아가씨들이 눈에 띄었다.
신기하게도 그 여자들의 스타일은 모두 비슷하게 서로 닮아있었다. 같은 숍에서 했는지 늘어트린 머리와 짙은 화장은 여자들 모두 동일했다.
화려한 얼굴과 옷차림을 한 여자가 나를 흘깃 보더니 빠르게 내 옆을 지나쳐갔다. 그 여자의 짙은 향수향이 비로 젖어있는 땅의 내음과 섞여 더욱 무겁게 느껴졌다.
“어서오세..........”
계단을 통해 지하로 내려가 입구에 도착을 하기도 전에 내게 인사를 하던 소리가 갑자기 뚝 끊겼다.
지하 입구에 김 부장이 서있었다. 나에게 시선이 머물러있는 그의 떨리는 눈빛이 몹시 불안해 보였다.
“아....형님....오셨어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무표정하게 한동안 그를 바라봤다. 그의 얼굴이 피곤 때문인지 이전과 다르게 다소 까칠해져있었다.
“그래. 사장님 어디 있어?”
“안....안쪽 룸에 계십니다.”
나는 그를 지나쳐 안쪽으로 몇 발자국 가다가 다시 뒤돌아섰다.
“현수야...”
“네에?”
그의 이름을 부르자 그가 화들짝 놀랐다.
“현수야. 얼굴이 왜 그렇게 안 좋냐? 밤일 많이 힘들다. 몸 관리 잘하면서 일해라....”
“네....형님 고맙습니다.”
내말에 그는 다소 뜻밖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여 다시 인사를 했다.
룸에 손님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평일이라서 그런지 주점 안이 조용했다.
나는 가장 안쪽에 있던 룸 문을 열고 그곳으로 들어섰다.
“어...치우야. 그래...왔어?”
룸으로 들어서는 나를 발견하곤 상태 형이 나를 조금 어색하게 반겼다.
룸에는 담배 연기가 자욱했다. 그의 앞에 있던 재떨이에는 얼마 전 꺼진 듯한 담배꽁초들이 어지러이 헝클어져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냉장고에서 얼마 전 꺼내놓은 듯 표면이 이슬로 촉촉하게 젖어있는 맥주병 몇 개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테이블 한쪽에 액정이 검게 변해 있는 노트북이 눈에 들어왔다.
“형...무슨 일 있어요? 무슨 일인데 그래요?”
나는 상태 형 맞은편에 자리를 잡자마자 물었다.
그는 술을 많이 마신 것 같진 않았다. 하지만 붉게 상기된 얼굴은 무슨 고민이 있는 것 같아 보이기도 했다.
“흐흐음.....”
상태 형이 헛기침을 한번 하곤 잔을 꺼내어 차가운 맥주를 따라서 나에게 내밀었다.
여기까지 걸어온 터라 마침 갈증이 난 나는 그것을 받아 마셨다.
갈증이 일시에 사라졌다.
“으음....이걸....어떻게 얘기해야 되나.”
상태 형은 무엇인가 말을 할지 말지 망설이고 있었다. 평소 같지 않은 그의 행동에 나의 호기심은 더욱 커져갔다.
“음......우선 이거 보고마저 이야기하자....”
잠시 후 그는 무슨 결심이라도 한 듯 구석에 있던 노트북을 켜고, 내가 잘 보이는 곳에 놓아두었다. 그가 바탕화면에 있던 폴더를 열자 파일 세 개가 눈에 들어왔다.
7월 13일, 7월 22일, 8월 8일.....
그가 그중 7월 13일 파일을 열었다. 동시에 동영상 하나가 플레이되기 시작했다.
노트북 화면에 지금 우리가 앉아 있는 룸과 비슷한 곳이 보였다. 룸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그런 화각이었다.
룸의 문이 열렸다.
한 여자와 남자가 룸으로 들어왔다.
남자의 손이 여자의 허리를 바싹 감고 있었고, 여자는 아이보리인지 흰색인지 모를 정장 투피스를 입고 있었다.
벌어진 정장 재킷사이에 여자의 큰 젖가슴이 유난히 도드라져 보였다.
화면을 보는 내 눈이 놀라 점점 커졌다.
화면 속에 보이는 여자는 정 수연이였다. 하지만 정수연과 함께 룸으로 들어온 40대중반으로 보이는 남자는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화면에서 보이는 정 수연은 이전에 이곳에서 보았을 때와는 전혀 다른 옷차림이었다. 하이힐에 여전히 몸매가 드러나 보이는 타이트한 투피스 정장 이었지만,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커리어 우먼 같은 옷차림이었다.
[으하하.....우리 수연 씨는 정말......]
남자가 술에 조금 취해 보였다. 정 수연 또한 술을 마셨는지 짙은 화장에도 표시가 날 정도로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다.
[우리 여기서 한 시간만 놀고 갑시다. 우리 여기서 처음 만났잖아....하하하...]
여자의 허리를 깊게 감고 있던 남자의 손은 소파에 앉아서도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었다.
아무런 거리낌 없이 남자의 손이 정 수연의 가슴을 파고 들었다.
[아이...실장님....잠깐만요....사람 들어와요]
정장 재킷 사이로 손이 들어와 자신의 젖가슴을 만지고 있던 남자의 손을 피하려, 정 수연은 몸을 틀었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때 문이 열리고 은색 쟁반에 위스키를 들고 있는 김 부장이 룸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정 수연의 가슴을 주무르고 있던 남자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김 부장이 그 남자와 정 수연을 몰래 몇 번 흘깃 보며 테이블을 세팅했다.
정 수연은 말없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아이...어떡해요. 김 부장님이 다봤잖아요....]
김 부장이 인사를 하고 룸을 빠져 나가자 정 수연의 소리가 들렸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교태가 담겨 있었다. 정 수연의 저런 목소리를 나는 이때까지 들어 본적이 없었다.
남자의 손에서 벗어난 정 수연이 언더락 잔에 얼음을 담고 위스키를 반 즈음 따라서 남자에게 공손하게 전해 줬다.
남자는 능글맞게 웃으며 그 술잔을 받아 자신의 입에 담았다.
남자가 자신을 바라보던 정 수연의 뒷목덜미를 잡고서 자신의 입술로 이끌었다. 잠시 머뭇하던 정 수연의 입술이 조금 열려 있는 그의 입술에 닿아, 그의 입에 담고 있던 술을 혀로 살살 핥아 먹기 시작했다.
위스키가 남자와 정 수연의 입술과 턱을 타고 아래로 조금씩 흘러 내렸다.
술을 나누던 것이, 서로의 혀를 입에 담아 빨아먹는 진한 키스로 길게 이어졌다.
[아아....음]
입술과 혀가 빠르게 엉키면서 질척이는 소리가 룸에 크게 울렸다.
남자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하지만 정 수연은 처음 룸에 들어왔을 때와 별로 달라진 게 없었다.
[수연 씨, 신나는 요즘 노래 한번 해봐라....]
남자가 거만한 자세로 지시하듯 정 수연에게 말했다. 그러자 정 수연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테이블위에 있는 리모컨을 누르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음악이 시작되었다.
여자 아이돌의 최신곡이었다.
정 수연은 입고 있던 정장 재킷을 벗고서 한쪽에 가지런히 올려두었다. 그러자 남자의 손길로 풀어헤쳐져 있던 블라우스 사이에 정 수연의 젖가슴이 반 이상 드러나 부드럽게 출렁였다.
정 수연은 여자 아이돌이 추는 춤까지 비슷하게 따라하며 노래를 불렀다.
정 수연의 몸짓과 표정뿐만 아니라 노래까지도 너무나 훌륭했다.
정 수연의 그 모습은 내가 지금까지 알던 그녀와는 절대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항상 소리를 낮춰 조용하게 이야기하고 다소곳했던 정 수연 이였다.
거들먹거리며 소파에 깊게 기대어 있던 남자가 정 수연의 춤과 노래가 이어지자 테이블로 바싹 다가와 앉아 있었다. 그의 표정도 정 수연을 보고 놀란 건지 앞에 나가 있던 그녀의 몸짓에 시선이 고정되어 있었다.
노래가 끝나고...분주했던 정 수연의 움직임도 멈췄다.
정 수연은 가쁜 숨을 쉬며 자신을 뚫어져라 보고 있는 남자를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눈 주위에 진한 화장을 한 채, 남자를 바라보는 정 수연의 눈빛이 너무나 매혹적으로 보였다.
남자가 소파에서 일어나 앞에 있던 정 수연에게 다가갔다.
남자가 정 수연의 풀려있는 블라우스를 두 손으로 잡고서 거칠게 아래로 끌어당겼다. 그러자 뜯어지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블라우스에 달려 있던 단추들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정 수연의 상채는 젖가슴에서 이탈해 흘러내려있는 있는 하얀 브래지어만이 아슬하게 걸려있었다.
남자가 정 수연을 뒤에서 안아 테이블 쪽으로 끌고 갔다.
공중에 조금 떠있던 정 수연의 하이힐이 버둥거리며 바닥을 몇 번 두드렸다.
정 수연의 허리가 아래로 굽혀져, 상채가 테이블 위에 쓰러졌다.
남자의 두 손이 정 수연의 하체를 타이트하게 감싸고 있던 정장 스커트를 위로 끌어 올렸다. 그러자 그녀의 하얀 레이스 팬티가 완전히 드러나 보였다.
잠시 동안 정 수연의 팬티를 바라보던 남자는 그 팬티를 찢어버릴 듯 아래로 잡아 당겼다.
정 수연의 엉덩이를 감싸던 손바닥만 한 팬티가 그곳에서 벗어나자 엉덩이 맨살이 부드럽게 몇 번 흔들렸다.
남자는 급하게 자신의 벨트를 풀고 바지와 팬티를 단 번에 벗었다. 남자의 빳빳하게 발기된 성기가 바짝 위쪽으로 향해 있었다.
[아아아....]
말라있는 남자의 성기가 자신의 몸을 헤집고 들어가자 정 수연의 입에서 고통의 신음이 터져 나왔다.
[아...아...아파....천천히....]
남자는 정 수연의 속살에 조금 삽입되어있는 자신의 성기위에 침을 뱉었다.
그리고....정 수연의 얇은 허리를 쥐어 잡고서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남자는 입을 벌린 채 풀려있는 두 눈으로 정 수연의 엉덩이 사이로 빠르게 드나드는 자신의 성기를 보고 있는 듯했다.
[아...아앙...아앙....]
정 수연의 큰 신음이 터져 계속 나왔다.
[최...최 실장님......지...지점장님.....한번 모시고.....올래요.....아아앙!!!]
[아..아...아.....]
남자는 정 수연의 말에 대꾸도 없이 자신의 움직임에만 집중했다.
살이 맞대는 소리와 정 수연의 신음소리....그리고 남자의 걸쭉한 그 목소리까지 동시에 울렸다.
테이블 위에 엎드려 남자의 몸을 받아들이던 정 수연의 떨리는 손이, 테이블에 있던 리모컨을 어렵사리 몇 번 눌렀다.
룸에는 음악이 시작되었다.
그러자 그들의 질척이는 소리가 서서히 묻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