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3화 (63/177)

Reunion (6) 

그와...

그의 동생 

그리고 나는....

테이블을 앞에 두고, 한동안 말없이 우두커니 서 있었다.

세희를 보며 당황해하는 그의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저...저기 세희야.....” 

“그러고 싶어요. 저분이 날 구해줬어요. 저분이.....”

세희의 시선이 내게 향해 있었다. 

나를 보는 그녀의 표정에서 아무런 감정도 읽을 수가 없었다. 

“세희야 갑자기 이러면 치우가 곤란해. 우리 집은 여기서 멀고.......너는 당분간 병원.....”

병원이라는 소리에 세희의 입술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저기....그럴 수 있어요? 내가 여기에서 일을 해도 되겠어요? 부탁해요....제발....”

언젠가부터 붉어진 세희의 눈이 다시 나를 향해 있었다.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Bar를 정리하던 미나가 심각한 눈빛으로 가만히 우리를 보고 있었다.

그와 그의 동생, 세희가 카페를 빠져나간 후, 한동안 나는 그들이 사라진 곳을 멍하니 바라봤다.

카페에서 일을 하겠다는 세희의 돌발 행동에 나는 무척 당황스러웠다. 그 또한 나와 마찬가지로 난감해했다.

그가 세희를 찬찬히 달래어주었지만, 그녀의 의지는 확고했다.

“오빠!”

미나의 소리에 깜짝 놀라 그녀를 봤다.

“저분들.....누구에요?”

“아는 선배....”

“여자 분은요? 친동생?”

“응.....”

미나는 한동안 무슨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생각났다!!! 아까 그 여자분....배우 닮았다. 있잖아요. 얼마 전에 끝난 드라마.....의사로 나왔던 여자.....”

나는 미나가 누구를 이야기하는지 알고 있었다.

“대박. 그래서 저 분 여기서 일해요? 알바로?”

“미나야. 나 좀 방에 들어가 있을게. 무슨 일 있음 불러.”

미나의 물음에 대답도 없이 그냥 안쪽 방으로 들어와 버렸다. 

한동안 평화로웠던 내 일상이 또 다시 복잡해지기 얽히기 시작했다. 

테이블에 그들과 함께 했던 한 시간 남짓한 시간이, 마치 내가 그 지옥 같았던 파타야에 다시 돌아가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리고...불이 났던 파타야 그 업소에서 봤던 세희의 몸에 새겨진 그 참혹한 문신이 또렷이 떠올랐다.

음부 속에서 굵고 새파란 뱀이 기어 나와 그녀의 몸을 온통 휘감고 다시 그녀의 음부로 들어가기 위해 빨간 혓바닥이 속살을 빨아먹는 형태의 충격적인 그 문신.....

아이러니하게도

은비는 나를 떠났고, 

은비를 구하기 위해, 파타야에서 함께했던 그들은 모두 나의 일상 속으로 돌아와 있다. 

침대 옆 협탁 위에 놓여 있던, 주인에게 버림받은 반지가 찬란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내 몸이 천천히 침대위로 쓰러지는 게 느껴졌다. 

대리석 기둥이 여러개 서있는 커다란 홀에 들어서니 갑자기 사람들의 웅성웅성되는 소리가 들렸다. 

검은색 수트를 입은 수십 명의 남자들이 무엇인가를 빙 둘러싸고 있었다. 

[아!!!]

그 속에서 날카로운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아! 아야! 아파!]

고통스러운지. 급한 숨을 내쉬며 연신 내지르는 여자의 비명이 홀에 크게 울렸다.

내가 그곳으로 다가가자 검은색 수트를 입은 남자들이 내가 안쪽을 잘 볼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줬다.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던 그곳에는 병원에서나 볼 수 있는 철로 된 반짝이는 침대가 놓여 있었다. 

[아아!!!]

나도 모르게 소리가 튀어 나왔다.

침대 위에는 알몸인 채로 한 여자가 누워있었다. 여자의 몸에 무엇인가를 발랐는지 눈부시게 반짝였다.

여자의 얼굴에는 주위를 보지 못하도록 새하얀 천이 덮여져 있었다. 여자의 성기 주위에 미끈한 검은 털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옆에 의사 가운을 입은 백발의 남자가 여자의 몸에 바싹 다가가 무엇인가를 하고 있었다. 

[윙....윙.....]

치과에서나 들을 수 있던 그 잔인한 소리 때문에 내 얼굴이 찌푸려졌다. 그 소리에 여자의 갈라진 성기 위에 있던 검은 털이 잘려나가 바닥으로 흩뿌려졌다. 

여자의 몸에 붙어있던 그 털이 모두 사라지자, 백발의 노인은 은색의 또 다른 기구를 집어 들고 여자의 몸을 천천히 찔러댔다.

[아악!!!]

[세...세희씨!!!]

그러자 순식간에 새파란 것이 여자의 몸을 단숨에 휘 감았다.

여자의 몸에 어느새 새파란 뱀이 그려져 있었다.

백발의 노인이 침대위로 올라타자 길게 뻗어 있던 여자의 다리가 서서히 벌어졌다. 노인은 그 틈을 파고들어 자리를 잡았다. 

갈라진 여자의 음부에서 우유같이 하얀 무엇인가가 조금씩 흘러 나왔다,

노인은 여자의 성기에 자신의 얼굴을 바짝 붙이고 은색의 기구를 움직였다. 

[아음......아........]

어떤 의미의 신음인지 알 수 없는 소리가 여자의 입에서 터져나왔다.

여자가 누워있던 곳으로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그 노인이 침대에서 내려와서는 나를 희미한 눈빛으로 보고 있었다. 노인의 동공 전체가 뿌옇게 변해 있었다.

나를 보는 그 표정이 소름끼칠 정도로 차가웠다. 노인의 얼굴은 마치 살아있는 사람이 아닌듯한 창백한 혈색이었다. 

노인이 고개를 파묻고 있던 여자의 성기 바로위에 새빨간 혓바닥이 새겨져있었다. 마치 살아서 움직이는 것처럼 그 혓바닥이 여자의 속살로 빨려 들어가 있었다.

[하아....하아......아......]

여자의 입에서는 계속 갑갑한 소리가 새어나왔다.

나는 여자의 얼굴을 덮고 있던 새하얀 흰 천을 천천히 벗겨냈다.

[으아악!!!!]

[호호호......]

그 곳에는 입술을 새빨갛게 칠한 은비가 나를 보며 방긋 방긋 웃고 있었다.

[으하하하.....으하하하.....]

그 순간!

주위에 있던 모든 사내들이 나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큰소리로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으악!!!!”

눈을 떴다. 침대였다.

참을 수 없는 불쾌한 기분 때문인지 내 얼굴의 모든 근육들이 일그러져 있는 것 같았다.

그때...

“저기 오빠!”

미나가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일어났어요?”

엉거주춤 침대에 엎드려있는 나에게 마니가 물었다.

“아...어....그래....”

“어디 안 좋아요? 안색이.....”

“아냐....아냐....늦었지 정리하고 퇴근해....”

“저기...그게...”

미나는 무슨 말 못할 사정이 있는지 난감한 표정으로 나를 보며 무엇인가 망설이고 있는 것 같았다.

“저기....사장님. 밖에 잠깐 나오셔야 될 것 같은데요....”

“응? 무슨 일 있어?”

“그게.....얼굴 정리하시고요 잠깐 나오세요....”

미나는 자기말만 남겨놓고는 서둘러 방을 빠져 나갔다.

미나가 방을 나가고 나서도 나는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조금 전 그 꿈이 너무나 생생하게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방에 있던 거울 앞에 서서 이미 얼음같이 식어버린 땀을 닦아 냈다. 거울 속에 있는 또 다른 내가.......나에게 무엇인가 끊임없이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미나야! 무슨 일 있어?” 

Bar에 우두커니 서있던 미나는 내 말이 들리지 않는지, 그녀의 시선이 한곳에 꽂혀있었다. 나도 그녀의 시선을 따라갔다.

홀에 있던 모든 테이블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하지만 창가자리에 한 테이블에 앉아 있는 여자와 남자의 뒷모습이 보였다. 

미나의 시선이 머문 곳은 바로 그 곳이었다.

남자의 한 손이 블랙 원피스를 입은 여자의 날씬한 허리와 그와 대조 대는 엉덩이 사이에 살며시 걸쳐져 있었다.

여자의 아찔한 몸매를 드러낸 채 그곳을 감싸고 있는 블랙 원피스가 너무나 돋보였다. 그리고 적당한 길이에 밝은 갈색으로 염색한 머릿결 의 조화 또한 나무랄 때가 없었다. 

마치 매우 공식적이고 중요한 결혼식에 다녀오기 위해 한껏 치장한 여자의 뒷모습이었다. 

남자 또한 그러했다.

모델같이 날씬한 몸매에 그가 입고 있던 셔츠와 청바지는 그가 평소에 어떤 패션 코드를 즐기는지 충분히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남자와 여자의 짙은 향수가 뒤섞여 카페에 진동했다. 하지만 그 향이 이상하리만치 역하게 느껴졌다.

“왜?”

나는 소리를 죽여 미나에게 말했다.

하지만 미나는 말이 없었다. 그 대신 그녀의 얼굴에 지울 수없는 초조함만이 묻어있었다.

“하하하”

남자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남자의 손이 여자의 허리를 쓰다듬으며 살며시 올라탔다가 다시 내려와 부드럽게 곡선을 이루고 있는 여자의 엉덩이 윗살에 자리를 잡고 머물렀다. 

카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이좋은 커플의 모습이었다.

Bar에는 미나가 벌써 준비해둔, 그들에게 전해질 커피가 놓여 있었다. 하지만 미나는 그것을 그들에게 전해줘야 한다는 것을 잃어버린 듯, 불안한 눈빛으로 그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었다.

평소 미나 답지 않은 어색한 행동에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Bar에 있던 짙은 아메리카노를 들고서 그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손님....커피.........”

여자와 남자가 동시에 나를 돌아봤다.

“어......”

나는 말없이 그들을 얼굴을 봤다. 아니 여자의 얼굴을 봤다.

고개를 돌린 여자가 내 얼굴을 뚫어져라보고 있었다. 나또한 그 여자의 눈빛을 멍하니 바라봤다.

너무나 밝은 색으로 염색이 된 머리가 조금 짧게 변해 있었다. 굻게 웨이브져 있던 머릿결이 너무나 곧게, 반듯하게 펴져있었다. 

“어머! 오빠. 늦었죠? 미안해요. 갑자기 오늘 여기 커피 너무 마시고 싶어서 왔어요....”

새빨갛게 립스틱이 발려 있는 여자의 입술이 부드럽게 움직이자 듣기 좋은 소리가 내 귀에 타고 들었다.

남자와 함께 있던 여자는 바로 은비였다.

남자의 시선이 내게 머문 채, 커피를 들고 우두커니 서있는 나를 한동안 바라봤다.

“은비 씨. 아는 분이세요?”

“네.”

남자의 물음에 은비는 방긋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테이블 위에 전해지는 커피 잔이 조금씩 떨렸다. 테이블 위에는 외제차 엠블럼의 스마트키가 한쪽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그리고...

진한 커피 향을 뚫고 은비와 그 남자에게 베여있던 술 냄새가 풍겨왔다. 짙은 향수와 섞인 그 향이 마치 조금 전 남녀가 뒤섞여 진한 섹스를 하고 난 후에 느껴지는 그런 향 같았다. 

은비도....그 남자도.....술 때 문인지 얼굴이 조금 달아올라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커피를 전해주고 다시 미나가 있던 Bar 자리로 돌아왔다. 나를 보는 미나의 눈빛이 어느새 뜨거워져 있었다.

은비는 그런 나를 잠시 뒤돌아보다 다시 고개를 돌려 그 남자에게 시선을 돌렸다. 

은비는 다시 일주일 만에 이곳에 나타났다. 하지만 지금은 혼자가 아니다. 

“은비 씨. 여기 커피 정말 괜찮네요.”

“그래요? 맘에 들어요?”

남자는 은비가 앉아 있던 방향으로 서서히 몸을 틀었다. 

은비의 등 뒤에 한동안 머물러있던 남자의 손이 은비의 허리를 천천히 감싸 않았다. 그러자 은비의 몸이 남자 쪽으로 조금 더 끌려갔다. 

“은비 씨. 우리.....이렇게 만난 것도 정말 우연인데......커피마시고 나서.....우리 집 가서 한잔 더 할래요?”

남자의 물음에 은비가 그에게로 고개를 돌리자 은비의 새빨간 입술이 그의 입술 바로 앞에 서있었다. 

은비를 바라보는 남자의 뜨거운 눈빛이 금방이라도 은비의 그 새빨간 입술을 미친 듯이 핥아 먹을 것 같아 보였다.

허리를 감싸고 있던 남자의 손이 은비의 몸에 완전하게 밀착된 블랙 원피스를 타고 안쪽으로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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