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1화 (61/177)

Reunion (4) 

“야!!! 너희들 왜이래!!!”

“하아...하아...하아......”

내 입에서 가쁜 숨이 연신 쏟아져 나왔다. 

내 몸을 누군가가 껴안아 소파에서 떼어냈다. 

내 몸을 꽉 끌어안고 있는 사람이 승호일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승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소파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야! 인마....왜.....왜 들이래?”

뒤에서 떨리는 상태 형의 목소리가 들렸다. 

소파에 누워있는 그의 얼굴은 피범벅이 되어 마치 오늘 코피가 터져 얼굴이 엉망이 되었던 나를 보는 것만 같았다.

“켁...켁..”

그가 기침을 하자 입에서 새빨간 핏덩이가 튀어나와 자신의 얼굴을 뒤덮었다.

“으.....으아......”

그가 소파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짝!!!!”

승호가 그에게 다가가 따귀를 때렸다. 그 소리가 얼마나 큰지 홀 전체를 크게 울리는 것 같았다.

“야이 개새끼야!!! 너는.....앞으로 내 눈에 띄면 죽는다....그리고 오늘 쳐맞은 거 괜히 문제 일으키면 내가 가만히 안 있을 거야. 그랬다간 너 회사고 뭐고 얼굴 못 들고 다니게 반드시 한다. 이 개 같은 새끼야!!”

승호가 그를 보며 고함을 질렀다.

그제서야 나를 꼼짝달싹도 못하게 안고 있던 상태 형의 손이 스르륵 풀렸다. 뒤를 돌아보니 상태형의 놀란 눈이 보였고, 활짝 열린 문 앞에 조금 전 룸에 있던 여자들과 김 부장이 들여다보고 있었다. 

잠시 후 상태 형이 병도를 소파에서 일으킨 후 룸을 빠져 나갔다.

나와 승호는 소파에 앉아 한동안 말이 없었다. 

심한 갈증이나 테이블에 있던 맥주를 급하게 따라 마시는 내 모습을 보고서야 그가 입을 땠다.

“괜찮냐?”

“뭐가?”

손에 묻은 핏자국을 티슈로 닦으며 말했다.

“할 말이 없다.....내가 미안하다....”

“미친놈. 니가 뭐가 미안해?”

승호가 반 이상 남은 위스키를 단숨에 마시고 있었다. 

나는 한참을 고민했다. 그리고 어렵게 결심을 했다.

“승호야. 할 말이 있어. 아마 니가 내 말을 다 듣고 나면 많이 놀랄 거야.”

“응? 무슨 말? 답답하면 하고 싶은 말 다해....”

나는 지금까지 은비와 있었던 일을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 그에게 토해냈다. 말을 하면서도 목이 메여 몇 번인가 잔을 들었다 놨다 한지 기억조차 잘 나지 않았다. 

파타야의 기억과.....돌아와서의 일까지...그에게 말하는 이 순간이 나에게는 너무나 큰 고통이었다. 

기억하기 싫은 그것들을 또 다시 꺼내어 활짝 펼쳐 놓자, 그 일들이 불과 어제의 일처럼 다시 생생하게 내 마음에 각인되고 있었다. 

“어휴........”

참 오랜 시간이었다. 내 말이 끝나자 승호가 긴 한 숨을 쉬며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한동안 감싸고 있었다.

말도 안 되는......상상하기도 그리 쉽지 않은 일들이 나와 은비에게 일어나다는 게, 그도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 생각했다. 

“나는 그런 것도 모르고.....너한테 가서 자꾸 헛소리나 하고......미안하다 치우야. 정말 미안하다....”

“훗.....자식....미안할 거 없어. 지금은.....나도 나를 잘 모르겠다......”

“치우야. 사실.....나 그날.....그 여자......정 수연.....알아봤어”

나는 잠시 잊고 있던 그날이 떠올랐다.

승호가 그 여자가 정 수연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랬구나. 왜 모르는 척 했어?”

“휴.....그냥....처음에는 너무 달라져있어서 긴가민가했는데......웃는 거 보고 확신했지. 그 여자 웃는 거 예쁘잖아. 

내가 그날 아는 척 하면.....너도....그 여자도......이상해 질 것 같아서.......니가 말해줄 때 까지 기다렸어”

나는 그런 승호가 고맙기도하고.....미안하기도 했다.

“치우야. 혼자 잠깐 있어라. 나갔다 올게....”

“어디가게?”

그는 씩 웃고는 대답 없이 룸을 빠져 나갔다.

승호가 룸을 빠져 나가자 나는 소파에 그대로 누워 자고 싶었다. 몸도 마음도....너무나 피곤했다. 

고민을 하다가 나도 모르게 내 눈이 천천히 감겨왔다, 그때 소파에 쓰려지려는 순간 문이 열렸다.

“야....너희들 왜 이러냐.....무섭게.....다 커서 왜 싸우고 그래?”

상태 형이 들어와 맞은편에 앉았다.

“니가 병도 때리는데 승호는 보고 있고, 그러고 나서 승호는 병도한테 욕하고.....병도가 무슨 큰 잘못을 한 것 같긴 한데 무슨 일이야?”

상태 형이 근심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나는 찌푸려진 그의 미간에 집중했다. 

그러자 지금 상태 형이 앉아 있던 그날이 떠올랐다. 

자신의 몸 위에 올라타 있는 상태 형을 보고 정 수연이 말했다. 

[부...부탁이 있어요.....]

[뭐? 무슨 부탁?]

[들어줄 수 있어요?]

[아이씨......뭔데.....말해봐....]

[이게.....마지막이에요. 더....더 이상은 안돼요. 그리고 지금부터 제가 하는 이야기를 그 누구에게도 말 하지 말아야 해요. 지킬 수 있겠어요?]

[뭔데그래?]

[앞으로 제가 여기서 일하는 날.....그 방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주세요]

[뭐...뭐? 몰래카메라? 그건 왜?]

[할일이 있어요. 꼭 필요한 거예요? 해줄 수 있어요?]

[그...그건....불법인데....손님이 알면.....]

[알았어요. 그만 일어나요. 저.....갈게요]

정 수연이 소파에서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상태 형의 몸 때문인지 쉽지 않아 보였다. 

[아이씨.....자...잠깐만.....알았어. 알았어]

정 수연의 머리가 다시 서서히 내려가 소파에 닿았다. 

[촬영된 원본은 내가 가지고 갈 거예요. 그리고 그 누구도 알아서는 안돼요]

상태 형의 입술이 정 수연에 닿자 좀 전보다 질척이는 소리가 더욱 커져있었다. 새빨간 입술사이에서 삐져나온 정 수연의 혀가 이번에는 상태 형의 그것과 박자를 맞춰 그렇게 한참을 뒤엉켜있었다.

[하아...하아.....]

상태 형이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정 수연의 원피스 아래 손을 넣어 급하게 팬티를 벗겨냈다. 

뒤틀리는 가죽소파의 소리가 또 다시 들렸다. 상태 형이 정 수연의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자 정 수연의 다리가 서서히 위로 들어올려져 양 옆으로 벌어졌다.

상태 형이 급하게 자신의 바지와 팬티를 아래로 내렸다. 그러자 빳빳하게 발기된 그의 물건이 덜렁이는게 테이블 아래로 보였다. 

둘의 몸이 좀 전처럼 다시 포개어졌다.

[으.....]

[아음....]

상태 형이 몸이 정 수연의 벌어진 다리사이에 깊게 박히자, 둘의 소리가 동시에 울렸다.

[아...아...아....]

[아음....조...조용해요...치우씨....깨요.......아흡....]

상태 형은 내가 반대편 소파에 쓰러져 있는 걸 이젠 잊은 것 같았다.

[아.....아...씨발...미치겠네...벌써....싸겠어.....아...]

상태 형의 신음이 더욱 커지자. 정 수연은 그의 얼굴을 당겨 자신의 입술과 혀를 그의 입에 물려주었다. 그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그 소리를 자신에 입속에 숨겨놓기 위한 듯....

뒤섞인 타액이 정 수연의 빨간 입술을 타고 흘러내렸다.

[아...아..싼다......안에...안에...해도 되?] 

[아...아...앙...앙........아앙.....]

정 수연의 입에서는 상태 형의 움직임에 따라 날카로운 신음소리만이 새어나왔다.

상태 형의 하체가 정 수연 다리사이에 박힌 채 몸을 부르르 떨었다.

[으아......으아........]

상태 형이 힘겨운 소리를 내며 정 수연의 몸에서 떨어져 나왔다.

정 수연의 속살에 머물러 있던 하얀 정액이 몇 번씩 왈칵 왈칵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상태 형은 여전히 미간을 찌푸린 채 나를 보고 있었다.

“상태 형!”

“어?”

“그 여자 부탁을 들어줘요”

“어? 여자? 무슨 부탁?”

상태 형이 무슨 말인지 모르는 듯 했다. 

“그날....형이 앉아 있는 그 소파에서 수연 씨 하고 했던 약속 지키라고요”

“어?”

순간 상태 형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 여자....전부터 내가 아는 여잡니다. 그 여자 해달라는 대로 해줘요. 몰래카메라 설치해주고......”

“아.....씨발....너 그...그때...........와........다 봤어?”

“오빠!!!”

그 순간 문이 벌컥 열렸다. 그곳에는 여기서 일하는 것 같이 보이는 한 여자가 서있었다.

“사장 오빠. 큰일 났어요. 김...부장님이.......빨리 빨리....”

“뭐? 뭔 일이야?”

나와 상태 형은 그 여자를 따라 룸을 나갔다. 그 여자가 우리를 이끄는 곳은 다름 아닌 대기실 룸이었다.

그곳은 엉망이 되어 있었다.

일하는 여자들의 옷이 걸려있던 스탠드 옷걸이가 박살이 나있었다.

방 중간에 김 부장이 쓰러져 있었다. 그의 머리와 얼굴에 피가 흘러내렸다. 승호가 스텐 옷걸이 봉을 들고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야...인마.....왜 그래? 이것들이 오늘 단체로 미쳤나 사람을 때리고 난리야!!!”

상태 형이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리곤 승호가 들고 있던 그 봉을 뺐었다.

“너 미쳤어? 왜 애를 때리고 그래 인마!!!”

“형!!! 아무것도 모르면 조용히 해! 저 개새끼는 좀 쳐 맞아야 돼”

승호는 한동안 그를 보며 씩씩거리다가 룸을 빠져 나왔다.

“치우야. 우리 다른데 가서 꼼장어에 소주한잔하자!!”

문 앞에 서서 그 광경을 지켜보는 나를 발견한 승호가, 내게 다가와 활짝 웃으며 내 목을 감았다. 

“야 인마. 애를 그렇게 때리면 어떡해? 잘 못되면 어떡하려고....”

“지랄 랄랄라....야. 너는 병도를 그렇게 때리면 어떡하냐? 애새끼 피떡이 되도록.....”

“하하.....”

허탈한 웃음이 터졌다.

“으하하하하...”

내 목을 두르고 있던 승호의 팔에 점점 힘이 들어갔다.

“그래....앞으로 어떡할거냐? 은비 씨 하고는?”

“몰라.....그냥 사는 거지....잊어야지...”

“야...여자는 여자로 잊어. 내가 참한 아가씨 하나 소개해줄까?”

“하하하......미친넘....지 앞가림도 못하는 놈이.....”

“기운 내라.......치우야.....”

배가 고팠다.

이제야 배가.... 너무너무 고팠다.

승호가 나를 이끈 곳은 꼼장어 구이집이었다. 가게 앞에 그 매콤한 냄새가 진동을 했다. 

나도 모르게 침이 넘어갔다.

“치우야~. 우리 소주 각 2병씩 만하고, 가자. 오케이?”

나를 보며 그가 활짝 웃고 있었다.

‘고맙다....승호야.’

나는 결심했다.

고단했던 오늘의 하루가......또 다른 내일이 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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