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7화 (57/177)

Disguise (5) 

간판 불빛들로 화려하던 곳에서, 지하로 내려오니 어두워서 시야가 잘 보이지 않았다.

여전히 상태 형이 지인들과 있을 안쪽 방에서만 빛이 새어나왔다.

입구 카운터를 지나 내가 있던 룸으로 가는 도중 익숙하지 않은 소음이 들려와 발걸음을 멈췄다. 고개를 돌려보니 카운터 반대편에 있는 직원대기실 쪽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였다. 

그곳은 보도 아가씨들이 가게에서 옷을 갈아입고 대기를 하거나, 잠시 쉬는 그런 공간이었다. 

직원 대기실의 문이 반쯤 열려 있었다.

나는 발소리를 죽이며 그곳으로 향했다. 

직원 대기실 앞에 다다르자 어렴풋이 들려오던 소음이 조금 더 명확하게 들렸다. 나는 열려 있던 그 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갔다. 안쪽에는 방으로 연결되는 또 하나의 문이 있었다.

내부는 불이 모두 꺼져 있어서 어두웠으나, 안쪽 벽에 붙어있는 녹색 비상계단 등이 조금 열려있는 내실의 문을 은은하게 비추고 있었다.

“아이씨!!!!”

누구인지 모를 화가 난 듯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기 수연 씨, 그러지 말고 일마치고 둘이 따로 한잔해요. 네? 지난번에도 내가 그렇게 당부를 했는데 그냥 도망갔잖아.”

“안돼요......손님 기다려요.”

“손님? 룸에 있는 샌님 같은 놈? 하하하.....그 새끼 이런데서 아가씨하고 2차 하는 놈 아니에요. 흐흐흐......그 새끼 여친이 얼마나 이쁜데 그 새끼가 미쳤다고 이런데서 싸구려 술집 년하고.......

씨발......그런 여친 있으면 나 같아도 기집질 안 하고 매일 여친 하고만 떡치겠다.

저번에 그 새끼가 여친 데리고 와서 여기서 한번 놀고 갔는데....

와....씨발년.....키도 크고 몸매도 좋고 얼마나 이쁜지......직업도 선생이래. 그때 손님들 그 여자보고 여기서 일하는 앤지 알고 서로 따먹을려고, 불러달라고 난리를 쳤다니까.

수연 씨. 내가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해줄까요? 그때 그 여자 룸에서 놀다가 술에 좀 취했었거든요. 

화장실 간다고 룸에서 혼자 나와서는 비틀대면서 못 찾고 있길레......내가 부축해서 화장실에 데려다 줬어요.

내가 부축하면서 그년 화장실 데리고 갈 때, 가슴도 슬쩍 만지고 허리부터 엉덩이까지 다 만졌는데.........씨발 가만히 있는 거야. 술에 취해서 모르는지 아니면 모른척하는지.... 

그년은 화장실에 들어가고 혹시나 싶어서 나도 화장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한참동안, 안 나와서 내가 안으로 들어가 봤거든요. 

근데.....그년이 화장실 문을 잠그지도 않고 변기위에서 앉아서 맛이 가있더라고요. 치마는 올라가서 팬티도 다보이고.

그때 그걸 보고 나도 눈 돌아가서, 화장실에 들어가서 문을 잠갔어요.

처음에는 정말 맛이 갔는지 확인하려고 얼굴하고......가슴하고만 좀 만졌는데........가만히 있는 겁니다.

그래서 그년 팬티 안에 손 넣어서 보지를 확인해보니 얼마나 젖었던지........그때부터 존나게 만져주니까 그년 몸은 움찔 움찔 하는데 아무말없이 가만히 있는 거예요.

손으로 그년 보지 쑤시면서 키스를 하는데......처음에 가만히 있더니 혀까지 들어와서 진하게 키스를 받아 주더라고요. 

그러다 가슴까지 빨아주니까 얼굴이 새빨갛게 변해서 신음소리를 내는데.........도저히 화장실이 비좁아서 거기서 하기는 힘 들 더라고요. 

그래서 여기 이방으로 데리고 와서 따먹으려고 다시 화장실에서 부축해서 나오는데......씨발.....그년을 찾던 그 새끼하고 저기서 걸어오는 거야.

하하하......그러니까 그년이 어쨌는지 알아요? 

내 몸에 기대고 있던 그년이 그 새끼 홀에서 오는 거 보고는, 표시 안 나게 슬쩍 나를 떼어내더니 그 새끼한테 쪼르르 가서 안기더라고요. 씨발. 그러더니 멀쩡하게 걸어가는 거야......좀 전까지만 해도 비틀 비틀댔는데....

개 같은 년.....그때 그 새끼만 아니었으면.......그년 이방에서.......아오 씨발 다시 생각해도 열 받네.....”

나는 담배를 한 개비 꺼내 불을 붙였다. 어두운 그곳이 환하게 빛났다가 사라졌다. 

“흐흐흐....수연씨. 내가 이방에서 따먹은 년들만 몇 명인지 알아? 아마 우리 가게에 자주 오는 보도년들은 거의 다 따먹었어. 

근데 그런 년들 특징이 뭔지 알아요? 처음에는 바득바득 안 된다고 하다가 술 좀 먹이고 몸 한번 스윽 만져주면 지가 알아서 벌려줘요. 미친년들 히한하지 참...

“아아....아파요. 만지지마요.”

“가만히 보니......너도 치우 형. 여친 하고 분위기가 비슷하게 생긴 거 같아. 안 그런 척 하면서 알고 보면 속은 발랑 까진 년처럼.......

그래서 내가 너한테 더 끌리는가.....흐흐흐...그러지 말고 내가. 기다 릴 테니까 둘이 우리 집에 가서 한잔 합시다. 네?”

“싫어요.....그만해요.”

“뭐? 이 미친년이. 룸에 들어가서 거지같은 새끼들하고 잘도 놀더니....내가 모를지 알아? 방에서 니가 얼마나 미친년인지? 가만히 있어봐!!!”

“아악! 안돼요...”

무엇인가 뒤로 넘어지는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이 씨발년이 돌았나!!”

“아악!!!”

[짜악]

무엇을 내리치는 듯한 살결이 마주치는 날카로운 소리가 어두운 공간에 울려 퍼졌다. 소리만으로도 방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아이 좀...씨발! 그러니까 가만있어봐. 미치게 만들지 말고.....한번만하고 보내줄게.....가만있어봐!!! 다리 벌려......”

“아아.....”

나는 직원 대기실을 나왔다. 

상태 형이 있을 룸에서 노랫소리가 들렸다. 

“김 부장!!!!!”

나는 카운터 앞에 서서 룸이 울릴 정도로 크게 소리를 질렀다. 

잠시 후, 직원 대기실에서 급하게 김 부장이 튀어 나왔다. 그의 얼굴 전체가 땀으로 젖어 있었다.

“어...네.....형.....형님.....왜....밖에 계세요?”

“야. 김 부장......너 지금 뭐하냐?” 

“네?”

“씨발......담배 떨어져서 얼마나 찾았는데.......너 지금 거기서 뭐하고 있어?”

“아....죄...송합니다. 형님.....정리 좀 한다고......”

그는 내 눈빛을 보고선 어쩔 줄 몰라 했다. 나는 피우던 담배를 바닥에 그 새끼 앞에 아무렇게나 던지고는 내가 있던 룸으로 돌아왔다.

잠시 후. 정 수연이 룸에 들어와 말없이 내 옆자리에 앉았다. 

그녀의 한쪽 뺨이 붉게 변해 있었다. 그리고 깊게 파여진 원피스 가슴부위가 처음 보다 조금 늘어나있었다.

“볼은 왜 그래요? 누구한테 맞았어요?”

갑작스런 물음에 정 수연은 고개를 숙인 채 말이 없었다. 그녀의 입술만 파르르 떨렸다. 

나는 정 수연의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봤다. 밖에 있는 김 부장 새끼처럼....사내라면 누구라도 한번 품어 보고 싶어 할 여자다. 은비처럼.

김 부장이 정 수연에게 했던 은비에 대한 이야기처럼 오래전 은비를 데리고 이곳에 온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그날 은비가 흥에 겨워 많이 취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김 부장이 말한 은비와의 둘만의 이야기는 사실인지 아닌지 더 이상 나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정 수연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니, 그날.....택시에서 일어난 은비의 그 일을 알게 된 날.......문득 그날이 떠올랐다.

“그땐....고마웠어요. 승호 집에서......술 취해 정신없을 때 며칠 동안......고생했다면서요?”

“아니에요. 힘들지 않았어요. 그때 걱정 많이 했어요. 택시에서.........아....아니...은비는 괜찮아요?”

정 수연의 눈빛을 보니 그때 술에 취해 내가 그녀에게 모든 것을 털어 놓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후훗.....그리고 그날 음식 잘 먹었어요. 들어오지 그랬어요?”

“아니....그날....미나씨 하고.....”

정 수연이 그날 보았던 것을 설명하려다 멈췄다.

“여기서 일은 계속 할 겁니까?”

나를 바라볼 뿐 대답이 없었다.

“내가 하나 물어봐도 돼요?”

“네.”

“수연 씨는 거부를 할 줄 몰라요? 남자가 당신한테 뭔가를 원하면 거부를 못해요? 그리고 원래 남자하고 자는 거 좋아했어요? 아니면.....파타야에 가서부터 그렇게 된 겁니까? 

아무리 여자가 남자가 필요해도 이런데서 일할거란 생각은 보통 여자들은 못해요. 그건 수연 씨도 잘 알겁니다. 수연 씨가 돈이 필요해서 여기 일하는 것도 아니란 걸 나는 압니다.

내가 궁금한 건, 수연 씨가 왜 이런 주점에서 일하는 된 건지 그게 궁금해요. 말해줄 수 있어요? ”

정 수연은 잠시 동안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 듯 보였다. 

“저....저는........”

정 수연이 무엇인가 말하려는 그때 문이 벌컥 열렸다. 

“아이고...미안하다 치우야. 늦었지....”

상태 형이었다.

“아이고. 여기 자주오던 단골인데. 주점 하나 오픈하고 싶다고 해서 이야기하다보니까 늦어 버렸어.”

“아니요. 괜찮아요.”

나에게 머물던 상태 형의 시선이 나에게서 자연스럽게 정 수연으로 넘어갔다. 

상태 형이 자리를 잡자, 김 부장이 룸에 들어왔다. 내 눈치를 살피던 그의 표정이 무척 불안해 보였다.

“김 부장. 정리 다했지?”

“네네....”

“문 닫고 퇴근해라. 그리고 솜이 아직 있냐?”

“네네.......저기 솜이 씨!”

김 부장이 문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외치자 잠시 후 한 여자가 룸에 들어왔다.

“솜이야. 술 좀 마실건데. 너 있다가 갈래? 우리 짝은 맞추고 놀아야지 으하하하.....”

“네. ”

진한 화장을 한 여자가 상태 형을 보고 방긋 웃어보였다. 그 여자는 소파에 자리를 잡고선, 한동안 정 수연을 날카롭게 노려봤다.

김 부장이 룸을 빠져 나가다 미끄러졌는지 한번 비틀거렸다.

“허허...오늘 저 새끼 왜 저래? 멍해가지고.....”

상태 형이 그런 김 부장을 보곤 황당한 듯 말했다. 그리곤 같은 소파에 앉아 있는 나와 정 수연을 번갈아 보며 환하게 웃었다.

“그나저나....승호 자식은 2차 잘 안 나가던 놈이 오늘 왜 저러냐? 치우야. 승호 오늘 무슨 일 있었냐?”

“오빠. 일은 무슨.....어리고 예쁘니까.....맘에 들어서 따먹으러 간 거지....호호호.....” 

솜이라는 여자가 다소 경박한 콧소리와 함께 깔깔대며 웃었다. 

그리곤 또다시.....그 여자의 싸늘하게 식은 시선으로 정 수연을 향해 있었다.

Disguise (6) 

고개를 돌려 정 수연을 보니 반쯤 드러난 가슴이 갑자기 눈에 들어왔다.

“가슴은.....언제 했어요?”

“지난달에.....한번 만져볼래요?”

불편해 보였던 정 수연의 표정이 단번에 변해, 얼굴에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내 손이 어느새 정 수연의 뽀얀 가슴에 닿아있었다. 

나는 힘을 꼭 주어 가슴 전체를 쥐어 잡았다. 연한 가슴살이 내 손가락 사이를 비집고 나오려고 했다.

“으하하하....치우야. 같이 놀아보니까 수연 씨 어때? 내가 말한 그대로지? 예쁘지? 몸도 좋고?”

상태 형의 시선이 정 수연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며 내게 말했다. 하지만 나는 대꾸를 할 수 없었다. 피곤함 때문인지 술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반 이상 눈이 감겨 힘겹게 그를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오빠. 저 여자....어디 사무실이야?”

상태 형 옆에 있던 솜이라는 여자가 여전히 못마땅한 시선으로 정 수연을 보며 말했다.

“어? 저...저 아가씨는 사무실 소속 아니야. 그냥....한번씩......우리 가게 도와주러.....”

상태 형이 말을 하다가 자신도 정 수연을 어떻게 설명해야 될지 혼란스러운 듯 뒷말을 흐렸다.

“아......그래서 그랬구나.... 그래서.....저 여자 싸가지가 없구나.”

솜이라는 여자의 말에 감기던 내 눈이 조금씩 열렸다.

“무슨 소리야? 수연 씨 너 언니뻘인데.....”

상태 형도 다소 놀란 듯 정 수연의 눈치를 살피며 옆에 있던 여자에게 말했다.

“훗. 언니는 무슨.........저번에 같은 방 들어갔는데.....최 실장님 방 말이야.”

“최 실장? 건너편에 은행에 다니는.......니 단골?”

“응. 내가 기가차서......최 실장님하고 한참 둘이 놀고 있는데, 최 실장님 후배가 좀 늦게 왔거든. 그래서 아가씨 하나 더 불렀는데. 룸에 저 여자가 들어왔어. 

근데 룸에서 저 여자가 말을 안 하는 거야. 술만 따라주고....노래를 부르는 것도 아니고 춤도 안 추고......그래서 나 혼자서 분위기 띄우려고 혼자 난리를 치는데......

나 참....재수 없어서.....최 실장님하고 그 후배하고는 저년 옆에 딱 들러붙어서 자기네들끼리 무슨 이야기를 계속하는 거야. 

저년도 살살 웃으면서 이야기 받아주고....

나는 혼자 노래 부르다가 기분 나빠서 자리에 와서 앉아서 보니까.......글쎄 최 실장님은 저년 스커트 사이에 손 넣고 막 만지고 있고.....그 후배는 저년 가슴을 만지고 있더라고. 

그런데 저년은 아무말없이 그냥 최 실장님하고 그 후배하고 둘 다 터치를 다 받아 주고 있는 거야. 미친년....”

금방이라도 잠들어 버릴 것 같던 내 눈이 완전히 떠졌다. 솜이라는 여자의 얼굴이 빨갛게 변해 정 수연을 잡아먹을 듯 노려보고 있었다.

“뭐하다 굴러먹다 온 년인지는 모르겠는데.......아마 어디서 몸 팔다 온 년 같은데. 너 앞으로 여기서 일하려면 똑바로 해.”

여자의 목소리 톤이 더욱 높아졌다.

“야. 인마. 그만해. 너보다 나이도 많은데 버릇없이 말을 그렇게 하냐”

상태 형이 당황해 하며 그 여자의 말을 막아 세웠다.

“그때. 한 시간 끝나고. 최 실장님이 나보고 나가라고 하더라고......저년하고 놀려고. 개새끼! 밖에서도 따로 만나고 내가 얼마나 잘해줬는데.......

아마도 내가 나가고 나서 룸에서 저 미친년이 둘 다한테 대줬을걸......더러운 년.....창녀 같은 년!”

여자의 말에 상태 형이 인상을 찌푸리며 그 여자와 정 수연은 번갈아가며 보기 시작했다.

정 수연의 시선은 이전과 같이 아래로 향해 있었다. 테이블 아래에 있던 떨리는 두 손이 핑크색 매니큐어가 화사하게 발려진 자신의 손톱만 뜯고 있었다.

소파에 깊게 기대고 있던 내 몸을 일으켰다.

“솜이 라고 했어요?”

“네? 오빠? 왜요?”

정 수연을 노려보던 솜이라는 여자가 시선을 돌려 나를 보며 방금 웃어 보였다.

“야이 씨발년아! 너는 지금 손님 앉아 있는 것도 안보여? 여기가 니 친구들하고 술 처먹는 자리야? 

보도방에 출퇴근하면서 여기저기 주점에 보지 팔러 다니는 천박한 년이, 어디 싸가지 없이 함부로 주둥아리를 나불나불 돼?

술집에 니 보지 팔러 나왔으면, 개 같은 소리하지 말고, 니 주제에 맞게 웃으면서 그 너덜너덜한 걸레 같은 니 보지나 팔아 이 미친년아!”

갑자기 속이 시원해졌다. 

이런 멋진 말을 예전에 회사 다닐 때 그 팀장새끼한테는 왜 하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상태 형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를 바라보던 솜이라는 여자의 눈에 굵은 눈물 한 방울이 타고 흘러 자신의 떨리는 입술을 스쳐지나 아래로 떨어졌다.

시종일관 고개를 숙이고 있던 정 수연의 갈색 눈동자가 내 눈에 들어와 있었다.

룸에는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나는 서서히 졸리기 시작했다. 

이런저런 상념으로 가득 찬, 무거운 내 머리가 옆에 있던 정 수연에게 서서히 기울어져갔다.

머리가 깨어질 듯 아팠다. 하지만 눈을 뜰 수는 없었다.

윙윙되며 끊임없이 울리던 작은 소음들이 조금씩 내 귀를 타고 흘러들어 왔다. 

시공을 분간 할 수 없는 암흑으로 뒤덮인 그곳에서, 계속 흘러 들어오는 그 작은 소리가 나를 더욱 괴롭게 했다.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

힘겹게 눈을 떴다.

소파에 스며있던 싸구려 아로마향이 가장먼저 나를 깨워, 내가 쓰러져 있는 이곳이 어디인지 알려주는 듯 했다.

나는 룸 소파에 옆쪽을 향해 누워있었다. 신고 있던 뉴발란스는 언제 벗겨졌는지 한쪽 발가락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조금 전까지 룸을 밝히던 대형 화면의 불빛이 완전히 사라져있었다.

정신없이 마셨던 술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것 때문인지......약에 취한 듯 몽롱한 기분에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았다.

“오늘이 네 번째요? 우리가게서 일한지가?”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잔뜩 낮춘, 남자의 낮은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리기 시작했다. 

“네.”

여자의 목소리 또한 남자와 같이 조심스러웠다.

“그래.....수연 씨. 우리가게서 일해 해보니까 어때요?”

“할만 해요.”

짙은 어둠에 적응이 된 내 시야가 조금씩...조금씩 돌아왔다. 테이블 아래를 통해 맞은편 소파가 어렴풋이 보였다. 

그 곳에 바지를 입은 남자의 다리와 스타킹을 신고서 두 다리를 사선으로 가지런히 모으고 있는 여자의 미끈한 다리가 보였다.

여자의 두 손은 짧은 원피스를 입은 허벅지 위에 다소곳이 올려져있는 듯 했다. 

“수연 씨. 나는 정말 이해가 안 돼. 무슨 사연인지 모르겠지만, 왜 수연 씨 같은 여자가 여기서 일하는지.......수연 씨 같이 이쁜 얼굴에 이런 몸매면......괜찮은 남자들이 줄을 설 건데....”

상태 형의 조심스러운 목소리는 소파에 쓰러져 잠에 빠진 나를 배려한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의도가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의 물음에 정 수연은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다. 

“수연 씨, 혹시.....남자하고....그거 하는 거 좋아해? 여기서 일할 때 마다 룸에서 손님들하고....하는 것 같던데........섹스 좋아해?”

발음이 조금 꼬여있는 그의 물음에......순간 정 수연의 깊은 숨소리가 새어나왔다.

잠시 후 가죽 소파가 은밀하게 뒤틀리는 소리와 함께, 테이블 아래에서 상태형의 두 다리가 정 수연의 다리 쪽으로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수연 씨, 여기 처음 왔을 때 말야. 우리 이 방에서.......그날 기억나? 내가 너한테 키스하면서 보....보지 만 줘 줬잖아.....그거 우리 한 번 더 할 수 있을까?”

상태 형의 두터운 한 손이 정 수연의 다리사이에 뱀같이 흘러 들어가, 천천히 허벅지 깊은 곳을 향해 타고 올라갔다. 그러자 맨 손이 스타킹을 쓸어 올리는 소리가 또렷이 들렸다. 

“하.....”

동시에 숨을 토해내는 정 수연의 작은 소리가 들렸다.

“안...안돼요. 치우 씨.....깨요.....”

“그럼 우리 다른 방에 가서 할까?”

가죽 소파가 뒤틀리는 소리가 좀 전보다 길게.....그리고 크게 들렸다. 그 소리에 따라 테이블 아래에 보이는 두 다리가 보다 긴박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음....사장님...하지 마요....치....치우 씨....”

“수연 씨. 나....나는....말이야. 지금까지 가게에서 여자 건드린 적 없어....니가 처음 여기에 왔다 간 날......그 이후에 내가 너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 근데......너는.......너는.....”

“흐읍!!”

한 동안 무엇인가 빠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테이블 아래에 가지런히 모아져 있던 정 수연의 긴 다리가 한쪽으로 쏠려 버둥거리기 시작했다. 그 때문에 정 수연이 신고 있던 반짝이는 은색 하이힐이 여러 번 바닥을 또각되며 두드리고 있었다. 

“하아...하아...하아....”

잠시 동안 질척이는 소리가 멈추고, 상태 형의 숨이 좀 전보다 거칠어져 있었다. 하지만 정 수연의 허벅지에 깊게 박혀 있던 손의 움직임은 더욱 집요하고 거칠어졌다.

“아음.......제발........치우 씨....깨요.....하지마.....”

테이블 아래 상태 형의 다리하나가 소파위에 올려졌다. 그러자 정 수연의 몸이 반대편으로 서서히 기울어져 긴 머릿칼을 늘어트린 그녀의 머리가 소파위에 닿아있었다. 

상태 형이 아래에 있던 정수연의 두 다리를 한꺼번에 낚아채 소파위에 올렸다. 그러자 소파에 완전히 누워버린 정 수연의 몸 실루엣이 완벽히 드러나 보였다.

어깨에 아슬아슬하게 걸려있던 정 수연의 원피스 끈이, 상태 형의 손가락에 걸려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자 가슴을 간신히 감싸고 있는 새하얀 브래지어가 보였다. 

“하....하....하....”

“하....하.........”

룸에 상태 형과 정 수연의 가쁜 숨소리가 계속 울렸다. 

“흐흡....읍......”

테이블 아래에 상태 형의 입술이 보였다. 

그 입술에서 삐져나온 굵은 혀가 빠르게 움직이며 아래를 급하게 핥기 시작했다. 그 아래에는 정 수연 닫쳐있는 새빨간 입술이 보였다.

한동안 상태 형의 혀가 그 새빨간 입술 사이를 꾸역꾸역 쑤셔 넣자 그 알력에 간신히 살짝 열린 붉은 입술 틈을 비집고 들어가 박혔다. 

정 수연의 입술도 조금씩 벌어져 완전히 열렸다. 이따금씩 모습을 보이던 정 수연의 작은 분홍색 혀가 이제는 상태 형의 입속에 빨려 들어가 완전히 모습을 감춰버렸다. 

질척이는 숨소리가 한동안 들려왔다.

“하아....하아.......내...내가 수연 씨 좋아하는 거 알지?”

한참을 깊게 엉켜있던 두 입술과 혀가 떨어지자마자, 상태 형은 불과 2미터 남짓 떨어진 곳에 내가 쓰러져 있다는 것을 잊어버린 듯, 좀 전의 조심스러운 목소리는 이내 사라져 버렸다. 

커다랗게 변한 정 수연의 가슴을 감싸고 있던 브래지어에 상태 형의 손이 닿자마자 한쪽 가슴이 출렁이며 완전히 모습을 드러냈다.

“아아........”

이미 바짝 서있는 정 수연의 붉은 젖꼭지가 상태 형의 입속에 빨려 들어가자, 그녀의 입에서 참을 수 없는 젖은 신음이 터져 나왔다. 

“아음.....잠깐....잠깐만,,,,,”

정 수연이 고개를 흔들며, 자신의 젖가슴에 파묻혀 있던 상태 형의 얼굴을 밀쳐냈다.

“왜.....왜그래.....”

“부...부탁이 있어요.....”

“뭐? 무슨 부탁?”

“들어줄 수 있어요?”

“아이씨......뭔데.....말해봐....”

“이게.....마지막이에요. 더....더 이상은 안돼요. 그리고 지금부터 제가 하는 이야기를 그 누구에게도 말 하지 말아야 해요. 지킬 수 있겠어요?”

어둠에 둘러싸인 룸에 또다시 이전의 적막이 흘렀다.

테이블 아래에는........

새빨갛게 변한 정 수연의 유두 주위가 타액으로 흠뻑 젖어 반짝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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