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1화 (51/177)

Variation (14) 

“흐음...흐음.....흐흐음.....”

술집 장 사장이 헛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한쪽으로 시선이 향해 있던 그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치...치우야. 나 일 있어서 먼저 나간다. 은비 씨 잘 모시고 가라.....다음에 따로 한잔하자....”

내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내 어깨를 살짝 툭 치고는 황급히 가게를 빠져 나갔다.

나는 술집의 홀을 둘러보았다.

홀에 앉아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한 곳을 향해 있었다. 믹싱을 하던 DJ 또한 하던 일을 멈추고 그곳을 유심히 지쳐보고 있었다.

시끄러운 힙합 음악이 절정으로 향해갔다.

사내의 손이 은비의 블라우스 아래를 파고 들어가 있었다. 그 손의 움직임으로 은비의 하늘하늘한 그 블라우스가 이따금씩 들썩이기 시작했다.

음악에 맞춰 부드럽게 몸을 움직이던 은비의 움직임이 멈춰있었다. 그리고 꼭 감겨 있던 그녀의 눈이 무엇인가에 놀란 듯 허공을 향해 커다랗게 열려 있었다.

은비의 얼굴을 천천히 뒤로 돌아가 자신의 몸에 바짝 붙어 있던 남자를 바라봤다.

그러자 남자의 얼굴과 새빨간 립스틱을 바른 은비의 입술사이 간격이 불과 몇 센티도 되지 않아 보였다.

갑자기 은비와 눈이 마주친 그 남자의 표정에는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어떤 선택을 기다리듯이... 

남자의 손이 은비의 블라우스 안, 한쪽 가슴 즈음에 머물러 움직이자 은비의 몸이 순간 움찔거리는 게 보였다. 

그리고....막혀있던 숨을 토해내려는지 은비의 빨간 입술이 조금씩 열렸다. 

매혹적인 눈 화장으로 완벽하게 치장된 은비의 눈이 다시 스르륵 감겼다.

은비의 모습에 남자의 얼굴에는 환희로 가득 차 있었다. 

맞은편에서 은비를 향해 춤을 추던 두 남자의 움직임이 서서히 느려졌다. 그 둘은 멍한 눈빛으로 은비의 블라우스 속에 들어가 은비의 가슴을 자유롭게 주무르고 있는 그 손에 꽂혀 있었다. 

“사...사장님. 이거 좀 드세요.....”

조금 전 나를 데리러 가게까지 뛰어왔던 그 알바 학생이 테이블에 롱아일랜드 한잔과 간단한 안주를 내려놓았다. 그의 얼굴도 다른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붉게 변해 있었다. 

은비 맞은편에서 춤을 추던 뚱뚱한 사내가 은비에게 바싹 다가갔다. 그러자 뒤에서 은비의 가슴을 만지던 남자의 손이 은비의 몸을 타고 아래로 빠져 나왔다. 그는 아쉬운 지 은비의 몸을 떠나는 순간까지 그녀의 배와 허리 그리고 골반까지 집요하게 쓰다듬었다.

뚱뚱한 남자가 은비의 허리를 한 손으로 끌어안고 자신에게 당겼다. 그러자 힘없이 딸려간 은비가 그 남자에게 잠깐 안겼다가 다시 떨어져 나갔다.

뚱뚱한 남자의 얼굴에는 고사 상에 올라갈 목이 잘린 돼지새끼가 웃는 것 같은 천박한 미소가 잔뜩 지어져 있었다. 

은비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 춤을 추고 있었다. 뚱뚱한 남자의 손이 자신이 허리를 감싸고 있어서인지 그 움직임이 좀 전보다 자유롭지는 못했다.

그 남자의 손이 은비의 등을 타고 올라 풍성하게 늘어트려진 머리숱을 지나 그녀의 가냘픈 뒤 목덜미를 감싸고는 그렇게 잠시 머물렀다.

여자의 가장 연약한 부분인 목덜미를 잡으며 오늘 획득할 수확물을 즐기듯 여유롭게 확인하는 것만 같았다.

남자의 손이 은비의 등을 타고 다시 천천히 내려왔다. 그의 손이 은비의 잘록한 허리와 엉덩이를 연결하는 아찔한 굴곡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몇 번이고 반복해 그곳을 쓰다듬고 있었다.

좀 전 은비의 가슴을 만지던 남자가 그 장면을 바라보다 다시 자신의 하체를 은비의 엉덩이 쪽으로 서서히 다가갔다. 하지만 그의 움직임은 은비의 허리를 쓰다듬던 뚱뚱한 남자가 그를 신경질적으로 밀쳐내자 이내 제지되었다. 

뚱뚱한 남자의 손의 은비의 위쪽 엉덩이에 닿아 머물다 아래로 내려가 갑자기 한쪽 엉덩이를 쥐어짜듯 잡았다. 그러자 은비의 입술이 또 다시 크게 열려 신음인지 비명인지 모를 것을 토해냈다.

남자의 한 손은 은비의 허리를 감고 다른 손은 그녀의 불룩하게 솟은 엉덩이를 연신 쓰다듬었다.

지워져 있던 예전 기억이 떠올랐다.

예전 직장 팀장이 저 모습이었다. 돼지새끼 같은 그런 모습.....

팀장은 영업소로부터 접대를 받을 때 마다 1, 2차를 거쳐 마지막 술자리는 항상 자신이 즐겨가던 룸으로 이끌었다. 만약 영업소장들이 팀장이 원하는 그 룸으로 따라가지 않는다면 하나같이 다음 달 그 영업소 실적은 뚝뚝 떨어졌다.

팀장은 그 룸에서 지 딸과 나이가 비슷한 아가씨들을 저렇게 주물렀다. 

[어이....김 대리....너는 뭐하냐? 팀장은 이렇게 좆빠지게 노는데......대리라는 새끼가 빠져가지고 아가씨하고 앉아서 손잡고 맛선 보냐? 하여튼.....

이렇게 해보라고 새끼야!

이렇게 이 년들 젖통까고, 젖꼭지 바짝 설 때까지 빨아보라고.....그러면 이년들 자지러지면서 보지가 축축하게 젖어...

이거 봐봐.....빨아주니까 이년들 보지에서 이렇게 물이 질질 나오잖아.....크하하하.....]

“개새끼....”

은비의 타이트한 남색 스커트가 남자의 손길에 조금씩 위로 당겨 올라갔다. 스커트 밑단이 원래 있던 자리보다 한 뼘 정도 올라가 반짝이는 검은 스타킹이 허벅지까지 조금 드러나 있었다.

은비의 몸을 감고 있던 뚱뚱한 남자의 얼굴에 웃음 끼가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대신 그의 얼굴이 터질 듯이 검붉어져 있었다.

그 남자의 입술이 은비의 새빨간 입술로 다가가던 순간......

요란하게 울리던 음악소리가 갑자기 끊겼다. 조용한 술집 내부에 몇몇 사람의 웅성거림만이 들려왔다. 

은비를 엉거주춤 안고 있던 남자의 시선이 DJ박스를 향해 있었다. 그리고 그 술집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시선 또한 그곳을 향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하얀 스냅백을 쓴 그 DJ는 별일 아니라는 듯 느린 템포의 음악을 다시 틀었다. 흔히 클럽에서 뜨거웠던 스테이지를 정리할 때 나오는 곡이었다.

스테이지에서 은비를 둘러싸고 있던 남자들이 인상을 잔뜩 쓴 채 구시렁대고 있었다. 아마 절정으로 달아오를 흥을 산산조각 내버린 DJ에 대한 욕일 것이다. 

스테이지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씩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뚱뚱한 남자도 은비의 허리를 그대로 감고서 그곳을 떠났다.

그에게 힘없이 딸려가는 은비의 몸이 완전히 풀려 비틀거렸다. 

자리에 도착해 남자의 손을 떠난 은비가 소파에 스러지듯 옆으로 누웠다. 세 명의 남자들은 그 자리에 서서 은비의 그런 모습을 보고 웃어댔다.

은비는 완전히 의식을 잃은 것처럼 보였다.

남자들이 테이블에 앉아 은비가 주문했던 조니 워커 블루를 마셨다. 그들은 무슨 긴밀한 협의를 하는 것처럼 진지하게 대화를 이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은비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그렇게 소파에 쓰러져 있었다.

내 가슴이 날카로운 수술용 메스로 갈기갈기 찢겨진 느낌이었다.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아팠다.

나는 오랫동안 내 앞에 놓여 있던 입도 대지 않아 녹아 버린 롱아일랜드를 단 번에 들이켰다. 보드카 투 샷의 영향인지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자마자 이미 빨갛게 변했을 눈가가 더욱 화끈거렸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커다란 대가리를 뒤로 젖어 가며 신나게 웃고 있는 그 천박한 돼지 새끼의 뒤통수가 보였다. 

그 사내의 몸이 은비에게 쏠려 있었다. 잠시 후 그 사내가 소파에 쓰러져 있던 은비의 어깨를 잡고 들어 올려 자신에게 끌어당겼다. 머리를 못 가누며 힘없이 딸려온 은비의 머리가 그의 어깨 위에 떨어졌다. 

은비의 모습에 내 발이 바닥에 붙어 버린 듯 더 이상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가 은비의 허리를 감고 소파에서 일어났다. 축 처진 은비의 몸이 그에게 딸려 올라왔다. 

소파에 앉아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머지 두 명의 얼굴에는 카타콤의 악마 같은 잔혹한 웃음이 지어져있었다. 

그와 은비가 뒤쪽의 어두운 통로로 천천히 사라져갔다. 

내 몸이 떨려.....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등줄기에는 식은 땀이 줄줄 흘러 내렸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어느새 은비가 쓰러져있던 그 소파를 지나고 있었다.

“하하....야 임마...오늘 정말......대박이다.....저년 완전히 맛탱이 갔어....”

“생긴 것도 존나게 예쁜데 몸매 씨발 장난이 아니야.......아까 저년 젓탱이 만지면서 엉덩이에 자지 살살 비비니까....씨발....쌀뻔했다니까....저렇게 보드라운 젖탱이는 처음이야....그리고 젖꼭지가.......와...정말........하여튼 있다가 저년 따먹을 때 한번 봐봐......”

나는 걸음을 멈추고 그들을 잠시 바라봤다. 그러자 그 둘은 멋쩍은 듯 나를 보며 씨익 웃어 보였다. 

나도 그들을 보며 씨익 웃어 주고는 은비가 사라진 곳으로 향했다.

그가 은비를 끌고 들어간 문을 바라봤다.

[Only man]

문을 열고 들어갔다.

화장실 안에 잔잔한 클래식이 흘러나왔다.

반짝이는 타일로 깔끔하게 정리된 화장실에는 폴로 향으로 가득했다.

진한 오크색 나무로 된 4개의 문 중 가장 안쪽 문이 굳게 닫겨 있었다.

나는 닫겨 있는 그 문 앞바닥에 그냥 엉덩이를 깔고 주저앉았다.

안쪽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

“아가씨....아가씨...괜찮아요? 정신 차려봐요......”

은비의 볼을 손으로 두드리는 것 같았다.

“벌써 이렇게 맛탱이 가면 어떡해요? 우리가 할 일이 태산인데.....우선 내가 한번 너 따먹고요....우리 친구들 보내줄 테니까.....잘 대줘요.....그리고 방 잡아 놨으니까.....같이 가서 하루 종일 놀아 봐요. 크크큭.....”

은비의 하이힐이 바닥에 이리저리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후......씨발,....”

사내가 어디엔가 냄새를 맡는지 킁킁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사내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졌다.

“후우......후우......미치겠네.....아....씨발년......”

“으으음.......아......”

은비의 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달그락 그렸든 하이힐 소리가 갑자기 멈췄다.

“아...아가씨....정신 들어?”

그리고선 한동안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흐으흡....쪼옥......흐으흡........흐으흡.....쪼옥....쪼옥....]

무엇인가 거칠게 빨아대는 소리가 날카롭게 화장실에 올리기 시작했다.

스마트 폰이 울렸다.

[야이 씨발.....새끼야...왜 전화 하고 지랄이야?

아직 멀었어. 나 오늘 이년 집에 데리고 간다. 손댈 생각하지 마라. 이년 젖탱이......

그래그래....

좀 더 기다려. 그리고 보지 안에 쌀 거니까....찝찝하면 하지마라. 개새끼야....낄낄낄....]

“씨...씨발....정말 미치겠네.....어,,,디서 이런 년이.. 정말.......”

은비의 은색 하이힐이 바닥에 떨어져......아래에 뚫려있는 문틈으로 반쯤 흘러나와 반짝거리고 있었다.

푸른 타일 위에 눈물이 떨어져 내려 조금씩 번져갔다.

“나와.....”

나는 속닥이듯 말했다.

굳게 닫혀진 그 문 속....분주하게 움직이던 소음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일시에 멈춰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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