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4화 (44/177)

Variation (7)

방금 전까지 듣기 싫은 소음으로 가득 찼던 택시 안이 조용해 졌다. 그리고 오랫동안 반짝이며 빛을 내던 나의 스마트폰이 검게 변해있었다.

택시 기사의 흔들리는 시선이 나에게 향해 있었다.

조금씩 떨리는 내 손을 진정 시키고자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그래서?”

뻑뻑하게 막혀 있던 목구멍을 간신히 뚫고서 말을 뱄어냈다.

“네에?”

떨리는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거 보라면서......그래서 봤잖아.....새끼야!”

“선...선생님.....택...택시를 하다보면.....이런 저런.......”

“이 개새끼가!!!!”

“아악!!! 아아....”

나는 택시 전면유리 위쪽에 붙어 있던 블랙박스를 우악스럽게 뜯어내 그의 얼굴에 내리쳤다.

그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급하게 움츠렸다. 내 손에 남아있던 산산조각 난 블랙박스 조각들이 하나둘씩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으....으아......아이고....으으....”

자신의 얼굴을 감싼 양 손 틈사이로 빨간 피가 새어나와 그의 손등을 타고 흘러내리는 게 보였다.

“아.....선...선생님......아아....아이고.........”

“경찰서 가자.....병원도 가고.....”

“아이고......선 생님.....살려 주십시오....사....사모님에게.....죽을 죄를 졌습니다.....으으흥....”

그가 힘겹게 얼굴을 들어 나를 보자 이마 중간부분이 찢어져 피가 철철 흘러나오는 게 보였다. 그의 이마에는 블랙박스 유리가 깊게 박혀 있었다.

피가 묻은 그의 손이 내 옷깃에 닿으려 하자 나는 그의 몸을 신경질적으로 밀쳐 냈다.

“선생님......선생님.......흐으응.....”

나는 택시 앞에 달려 있던 개인택시 등록증을 때냈다. 그리고 그의 스마트폰을 챙겼다.

“개새끼야. 지금 내가하는 말 잘 들어.”

그러자 눈물과 핏물로 범벅이 된 그의 눈빛이 나를 향해 있었다.

강변을 따라 홀로 하염없이 걸었다.

늦은 밤 강 바람이 매서웠지만, 몇몇 사람들은 너무나 예쁜 개새끼를 끌고나와 산책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의 얼굴에....그리고 그들이 끌고나온 개새끼의 얼굴에도 행복이 가득했다.

얼마나 걸었을까....

강변 바로 앞 늘어선 모텔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한쪽 구석에 주황색 천막의 작은 포장마차가 보였다. 내 발길은 그곳으로 향했다.

내가 좋아하는 여가수 사진이 붙어 있는 참 이슬 한 병, 연탄불에 검게 그을린 석쇠 돼지구이 한 접시와 우동 국물이 내 앞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소주잔에 하얀 이슬이 넘쳐 바닥까지 흘러내려 있었다.

소주의 그 쓰디쓴 맛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붉은 간의 테이블에 있던 스마트폰이 진동으로 떨렸다. 부재중 전화 숫자가 10을 넘어 있었다.

[여보세요]

[야 임마! 너 어디야?]

승호였다.

[은비 씨한테 너 연락 안 된다고 전화왔었어. 그리고 너......은비 씨한테 나 차사고 났다고 말했냐?]

[응]

[너 도대체.....일단 분위기가 이상해서 대충 둘러댔어. 지금 병원이고 너 잠깐 나갔다고...]

[잘했다. 친구야....]

[너 목소리는 왜 그래? 무슨 일 있는 거야? 지금 어디야?]

[지금 밖에 나와 있어. 내일 이야기하자...]

평상시와 다른 내 목소리 때문인지 잠시 침묵이 흘렀다.

[너 괜찮은 거지?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응. 그런 거 아니야. 볼일 보러 나왔어]

[야. 김 치우.....]

[왜?]

[너.....혹시 무슨 일 있으면.....새끼야! 혼자 끙끙대지 말고 제발 말 좀해라....]

[후훗....자식.....고맙다]

[휴........은비 씨한테 바로 전화해라...걱정 많이 하더라.....내일 점심때 가게 갈 테니까 그때 보자]

승호와의 통화가 끝나자 눈가가 시큰거려다. 나는 누가 볼까봐 조금씩 젖어가는 눈가를 급히 훔쳐냈다.

그리고 은비에게 전화했다.

[오빠!]

탄식과 같은 은비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 걱정 많이 했지? 연락 못해서 미안해. 경황이 없었어....]

[좀 전에 승호 오빠하고 통화했어요. 괜찮은 거예요?]

[그래...그래...괜찮아......은비야 미안한데 오늘 집으로 못갈 거 같아. 혼자 잘 수 있겠어? 오늘은 이놈 옆에 있어야 될 거 같아서....]

[네...저는 괜찮아요. 근데 오빠는 괜찮아? 걱정되요.....그리고.....너무 보고 싶어......]

은비의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나는 괜찮아......나는 괜찮아......내 걱정하지 말고 문단속하고 먼저 자.......여기 정리되면......가든지 할게....]

은비와의 통화가 끝나자마자 내 앞에 놓인 가득 찬 소주잔을 들이켰다. 그리고 다시 술잔을 채워 마셨다.

이제야 밍밍하던 소주 맛이 아주 옅게나마 입안에 맴돌았다.

옆자리에선 이제 곳 모텔로 올라가 알몸으로 뒤엉킬 남녀 커플들이 취기어린 눈빛으로 나를 흘깃 보는 게 느껴졌다.

술집 여자처럼 야한 원피스와 진한 화장을 한 여자의 젖은 눈빛이 나와 마주치자 조금 전 그것이.....떠올랐다.

은비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택시 기사의 얼굴이 그녀의 몸을 타고 천천히 아래로 향했다.

반짝이는 스타킹을 신고서 벌어진 코트 아랫단 사이로 가지런히 모아져 있는 은비의 도톰한 허벅지가 드러나 있었다.

그의 시선이 한동안 그곳에 머물러 있었다.

[빵빵빵!]

택시기사가 은비의 몸에 정신이 팔린 사이 신호를 놓쳤는지 뒤에서 신경질적인 경적소리가 들렸다. 그는 인상을 한번 찌푸리며 뒤쪽을 바라보다 소리 없이 구시렁대더니 이내 핸들을 잡았다.

그러자 다시 택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기 아가씨. 집에 가는 겁니까? 아니면 한잔 더하러? 흐흐흐”

“아니요. 아니요.....우리 오...빠 만나러가요.”

은비가 발음이 조금 부정확하게 들렸다.

“하하하....오빠? 그 오빠는 오늘 참 좋겠네......아가씨처럼 예쁘고 몸매도 이렇게 좋은 여자 친구도 있고......차암...부럽다 부러워....”

“호호호.....감사....해요....”

은비가 희미한 눈동자로 그를 보며 활짝 웃어보였다.

그는 은비를 보고 잠시 빙그레 웃더니 고개를 돌려 다시 은비의 몸을 끈적한 시선으로 훑어 내렸다. 그리고는 그의 손이 차의 센터페시아에 머물러 무엇인가 조작하는 듯했다.

그러자 윙...하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아가씨? 뭐하는 분이십니까? 모델? 배우? 내가 택시하면서 아가씨처럼 예쁜 여자는 처음 태웁니다. 오늘 내 운수가 아주 좋을 거 같은데........으하하하”

“호호호....그런 거.....아니에요.”

“얼굴도 이렇게나 예쁘고,,,,몸매도 새끈.....으하하하.....냄새도 이렇게 좋은데......이게 무슨 향수입니까? 아니면..........아가씨 몸에서 나는 살 냄샌가?”

기사가 자신의 뒷말을 의도적으로 흐트렀다.

“호호호....”

은비는 그의 말을 다 알아 듣지 못했는지 소리 내며 웃기만 했다. 그러자 그런 은비의 얼굴을 스윽 쳐다보며 입맛을 다시는 기사의 얼굴이 보였다.

그의 손이 이따금씩 아래 바지춤으로 내려가 무엇인가 정리를 하는지 한동안 머물다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은비는 그의 이상한 행동에는 관심이 없는 듯 했다.

“저기....아저씨...너무....너무..더워요......”

“아이고.....그래요? 아가씨 술 올라서 그런 거 아닙니까? 나는 괜찮은데....흐흐......더우면 불편하게 그러고 있지 말고 그 코드 벗어요. 벗어......”

그의 말이 끝나자 은비의 하얀 손이 자신의 몸을 딱 떨어지게 감싸고 있던 코트 단추를 하나씩 풀기 시작했다.

차의 흔들림으로 단추를 아슬아슬하게 잡고 있던 은비의 손이 자꾸 미끄러지자 기사가 잠시 전방을 살피더니 택시가 방향을 꺾어 가로등이 없는 한적한 곳으로 들어가 정차를 했다.

택시가 정차하자 은비는 마지막 남은 단추를 간신히 풀고는 천천히 코트를 벗기 시작했다.

택시의 좁은 공간에서 긴 팔을 뻗어 낑낑대며 코트를 벗기 노력하는 은비를 기사가 도와주고 있었다.

조금 타이트한 원피스에 싸여있는 은비의 불룩하게 솟은 젖가슴이 도드라져 보였다. 기사는 은비의 가슴이 보이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자신의 눈에 담기에 여념이 없었다.

“아가씨. 이리 주세요. 이리....”

“기사 아저씨 고맙습니다.”

은비가 고개를 숙여 공손하게 인사를 하자. 택시기사가 은비가 벗은 코트를 빼앗듯이 건네받아 뒷자리에 놓아두었다.

은비의 몸에 밀착되어 있는 블랙 원피스가 완전히 들어났다. 그 원피스는 가슴 쪽이 파여 있었고 어깨 조금 아래까지 오는 길이였다.

위쪽의 파여진 원피스 속으로 은비의 뽀얀 가슴골이 조금 드러나 보였다. 그리고 은비의 흐트러진 자세 때문인지 원피스 아래 부분이 허벅지 중간 즈음까지 말려 올라가 있었다.

잠시 은비의 흐트러진 몸을 감상하둣 찬찬히 살피던 기사의 손이 다시 센터페시아 쪽으로 향했다. 그러자 [웅...] 거리던 소리가 조금 약해졌다.

조금 전 택시기사는 온도를 놓여 히터를 최대로 틀어놓았던 것 같았다.

은비는 좌석에 깊게 몸을 기대어 아직까지도 얼굴에 열기가 남아 있는지 자신의 얼굴을 한 손으로 힘없이 부채질하고 있었다.

택시가 어디에 정차해 있는지 조금 전 까지만 해도 뒤 유리창을 통해 보이던 다른 차의 라이트 빛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딸각!]

기사가 자신의 몸을 감고 있던 안전벨트를 풀었다.

“아가씨. 아직 더워요? 아이고 얼굴에 땀이 나네?”

기사가 옆에 있던 티슈를 뽑아들고 몸을 은비 쪽으로 틀어 조금씩 다가갔다. 그리고는 은비의 이마에 송글송글 맺혀 있던 땀을 정성스럽게 닦아주기 시작했다.

“아저씨...감사합니다..제가...제가 할게요.....”

“아니야...아니야...가만있어 봐요. 이쁘게 화장한 거 번지잖아......흐흐흐......”

은비의 이마를 말끔하게 닦아낸 그의 손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왔다.

그의 엄지손가락이 은비의 붉은 립스틱이 발려진 입술을 한번 쓸어내리자 은비의 입술이 살짝 벌어져 새하얀 치아가 드러났다 금세 사라졌다.

은비는 입에서 새어나오던 숨이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은비를 뜨거운 눈으로 보던 기사의 입 꼬리가 천천히 올라가고 있었다.

그때.

기사가 자신의 손을 뻗어 은비의 허벅지위 스타킹이 드러난 곳에 살포시 올렸다. 은비는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숨을 몰아쉬며 계속 손으로 부채질만 하고 있었다.

택시 속의 열기가 답답한지 은비가 깊은 숨을 들이쉴 때 마다 검은 원피스 속에 숨겨진 은비의 가슴이 부드럽게 부풀어 올랐다를 반복하는 모습이 매우 자극적이었다.

그런 은비의 모습을 뜨거운 눈빛으로 보던 기사의 한 손이 자신의 바지 속으로 빨려 들어가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아...아가씨 오늘.........많이 외로운 모양이네........후......후......아가씨.....우리 오늘........”

기사의 목소리가 흥분한 듯 떨리고 있었다.

은비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러자 은비의 허벅지에 올려져 있던 가사의 손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음.......”

은비를 바라보는 기사의 얼굴의 터질 듯 새 빨갛게 변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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