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2화 (42/177)

Variation (5)

깊은 숲속... 

하얗고 두터운 구름 한 조각이 내려앉아 나의 몸을 감싸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그것을 침대삼아 은비와 함께 누워있었다.

언젠가부터 희미하게 내 정신이 돌아오고 있었지만, 나는 지금 이 좋은 느낌을 좀 더 즐기고자 노력했다.

내가 내어준 한쪽 팔에 자신의 얼굴을 의지한 채 깊은 잠에 빠져 있는 은비가 시야에 들어왔다. 

내 몸에 닿아있는 은비의 체온이 전혀 이질감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나의 그것과 같았다. 나에게 자신의 소중한 몸을 완전히 맡기고 있는 그녀가 새삼 고맙게 느껴졌다.

은비의 한 손이 항상 그랬던 것처럼 내 물건을 살며시 쥐고 있었다. 그녀의 하얗고 기다란 손에 안에 무엇인가로 젖은 채 그대로 말라버린 내 물건이 어렴풋이 보였다. 

“훗...”

지난밤의 뜨거웠던 기억이 떠올라 짧은 웃음이 새어나왔다.

“으음....”

“아.....”

은비가 잠시 뒤척이다 잠결에 내 물건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이 들어가자 아찔한 고통이 느껴졌다.

우리는 어제 이상하게 둘 다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달아오른 은비의 몸으로 부터 시작된 것이었지만 나 또한 그랬었다.

우리는 가게 홀에서 두 번의 뜨거운 섹스 후 방으로 들어와서 또 다시 뒤엉켰다.

첫 번째 섹스를 제외하고는 은비의 강요로 피임을 하지 않고 그녀의 몸에 뜨거운 정액을 고스란히 쏟아 부었다. 

내가 은비의 몸속에 사정을 할 때 마다 그녀는 자신의 몸속에서 흘러나오는 정액을 뜨거운 시선으로 바라보던 것이 떠올랐다.

“사장님! 사장님! 아직 자요? 홀이 왜 이렇게 엉망이에요? 어제 승호 오빠하고 여기서 또 술 마셨어요? 내가 정말 못살아!”

어제의 달콤한 기억을 하나씩 돌이켜 추억하고 있던 나에게 난데없는 소리가 들렸다. 또 다시 가슴이 내려앉았다.

이곳으로 통하는 홀의 중문을 열고 그녀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대로 눈을 감아 버리는 것뿐이었다.

“사장님. 지금 몇신데 아직 자고..........어..........어머!”

늦은 아침을 은비와 함께 즐기고 있던 나에게 미나가 갑자기 들이닥쳤다. 그리고 잠시 후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방에는 내 심장의 울림이 크게 들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잠시 후 조용히 문이 닫혔다. 

나는 침대에 이불도 덮지 않고 알몸으로 누워있는 나와 은비를 확인했다.

“아음.....”

미나의 소란 때문인지 은비의 눈이 천천히 열렸다. 자신을 보고 있는 나를 확인하고자 은비의 입술이 부드럽게 위쪽으로 올라갔다.

“여...보.....굿모닝.”

은비가 나에게 자신의 뺨을 부비며 말했다.

“방금 미나들어 왔었어. 우리 이러고 있는 거 다 봤는데.....”

“후훗.....”

은비는 내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방금 전 미나 일은 신경도 쓰지 않는 듯 했다. 

은비의 두 손이 내 머리를 감싸 안았다. 그리고 천천히 아래로 아래로.....나를 이끌었다. 어느 듯 내 입술이 은비의 뽀얀 젖가슴 부근에 머물러 있었다.

은비의 향긋한 살 내음이 나에게 쉴 새 없이 전해졌다.

은비의 젖가슴에는 항상 유독 짙은 그녀의 향기가 머물러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은비의 향수도 결코 이 곳만은 침범할 수 없었다. 

“아......”

탐스러운 그 가슴을 깊게 한입 베어 물자 방에는 또 다시 듣기 좋은 은비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조 미나. 빨리 왔네? 아침은 먹었어?”

홀로 나오자 미나가 테이블 위를 수건으로 열심히 닦고 있었다. 

“아....네....안녕하세요.....”

미나는 나를 한번 보고는 급하게 그 테이블 위로 시선을 돌려버렸다. 그녀의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뭐하니?”

“여기에....이상한 게 묻어서요. 하얀 크림 같은 거.....이게 뭐지...”

나는 미나에게 다가갔다. 

테이블 위에 있는 그것을 보고 아차 싶은 생각이 들었다.

테이블 위에는 어젯밤 은비와의 뜨거운 흔적 하얗게 흩뿌려져 있었다. 지금 미나는 테이블위에 말라붙은 내 정액을 정성스럽게 닦고 있었다. 

“잠...깐만. 내가 할 테니까. 너는 주방 정리해.”

“아니요. 다해가요. 이게 뭐지 도대체?”

붉은 투톤의 매니큐어를 절묘하게 바른 미나의 손톱 하나가 하얀 그것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살살 긁어내고는 무엇인지 확인하려는 것인지 냄새를 맡고 있었다. 

나는 미나가 잡고 있던 수건을 서둘러 뺏었다.

“주방 정리해....컵 몇 개 남아 있을 거야....”

“아니요. 사장님......내가 할래요.”

“두 사람 거기서 뭐해요?”

은비가 눈을 부비며 홀로 나와 부드러운 미소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언니!”

나에게 뺐기지 않으려 수건 한쪽을 고집스레 잡고 있던 미나가 그것을 내팽겨 쳐놓고는 은비에게 다가가 풀썩 안겼다.

“언니. 언제 왔어요? 어제 언니 보고 가려고 기다렸는데...”

“그랬어?”

은비가 자신의 품에 안겨 있는 미나의 등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언니. 사장님 좀 혼내요. 정말 말을 안 들으세요.....히히히....”

나는 두 여인의 장난스런 시선을 받은 채 테이블위에 남겨진 나의 흔적을 묵묵하게 닦기 시작했다. 

“으음.....이상하다...”

은비가 한참동안 자신의 핸드백 이곳저곳을 살피고 있었다.

“왜 그래? 뭐가 없어?”

“음.....핸드폰이......없어요”

“없어? 찬찬히 찾아봐. 어제 밤에......홀에 떨어뜨린 거 아니야?”

“찾아 봤어요. 미나도 못 봤데요.”

“똑 부러지는 우리 은비가 핸드폰 같은 걸 잃어버릴 때가 있네? 하긴 너 어제 술에 좀 취했던데. 앞으로 술자리 길어지면 혼자 택시타고 오지 말고, 내가 데리러 갈 테니까 항상 연락해. 알았지?

“네....”

“어제 파스타 가게에서 잃어버린 거 아니야? 내가 가게에 전화해볼까?”

“아니에요. 어제 분명히 택시 탈 때까지는.....”

은비가 무슨 생각이 났는지 하던 말을 멈췄다.

“택시? 어제 여기올 때 택시에서 흘린 거 아니야? 어쩌나. 택시기사들 손님이 흘린 스마트폰 팔고 그러든데.....”

내말에 은비의 표정이 한없이 어두워져갔다.

“내가 지금 전화 해볼게.”

“아니요. 제가 할게요.”

나는 은비에게 내 스마트폰을 전해줬다.

은비의 귀에 닿아 있는 내 스마트폰에서 익숙한 여가수 노래가 흘러나왔다. 다행히 아직 배터리가 닳지 않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응답이 없는지 한동안 그렇게 있다 은비는 전화를 끊었다.

“휴우.....”

“중요한 자료들 많이 들었어?”

“오빠하고 찍은 사진들........어쩌죠?”

그때. 

내 스마트폰이 반짝이며 벨이 울렸다. 액정에 은비의 얼굴이 보였다. 그러자 은비가 서둘러 전화를 받았다.

[여...여보세요?]

굵은 남자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다.

[제가 핸드폰을 잃어버려서 그러는데요. 그 핸드폰 주인인데요....혹시 어디신가요?

네?

아...감사합니다. 제가 어디로 가면 될까요?

아니요 제가 갈게요. 아...아니...안그러셔도.....

네....네.....그럼 어제 내렸던 북문 앞에 3시에 기다리겠습니다.

네...감사합니다] 

은비가 전화를 끊고는 긴장을 했는지 깊은 숨을 길게 내쉬었다. 은비의 얼굴이 빨갛게 변해 있었다.

“어디래?”

“어제 택시에서 떨어뜨렸나 봐요.”

“전화 받은 사람이 어제 택시기사분이야?”

은비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다. 좋은 분이네......3시에 이쪽으로 온다고?”

“네.”

은비의 상기된 표정으로 다행이라는 듯 나를 보며 살짝 웃어보였다. 

오후 3시가 조금 넘은 시간.

창가에 앉아있던 은비의 시선이 어젯밤 자신이 택시에서 내렸던 길 건너편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다.

은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길 건너편에는 노란 택시 한 대가 어제 그곳에 도착해 있었다. 

은비가 서둘러 나가려는 듯 코트를 입고 있었다.

“은비야!”

나는 가게를 빠져 나가려던 은비를 불러 세웠다.

“네?”

“저 택시야?”

“네....그런 거 같아요.”

“너는 있어. 밖에 바람만이 분다. 내가 갔다 올게.”

“아니요....오빠...”

마침 신호등이 녹색으로 변했다. 나를 부르는 은비를 뒤로하고 나는 가게를 나갔다. 

길을 건너 정차해 있던 택시 안을 보니 사십대 즈음으로 보이는 남자가 누군가를 찾는 듯 내가 건너왔던 길 건너편을 보고 있었다. 

가게 안에서 이쪽을 보고 있는 은비의 얼굴이 보였다.

나는 택시 조수석 문을 열었다.

“손님. 죄송합니다. 지금 급한 일로 다른 손님 대기중이라서......다른 택시 타세요.”

그는 무슨 좋은 일이 있는 듯 얼굴이 밝아 보였다. 

그의 한손에 예쁜 가죽 케이스로 덥힌 은비의 스마트폰이 보였다.

“기사님 그게 아니라. 그 스마트폰......와이프가 어제 이 택시에서 내리면서 스마트폰을 흘려버렸네요. 하하하....”

“네에? 좀 전에 어제 타셨던 여자 분이 전화하셨는데......”

“네. 맞습니다. 여자들 이런 거에 약하잖아요. 감사 표현도 잘 못하고 정말 고맙습니다. 요즘 스마트폰 고가라 찾기도 힘들다고 하던데....정말 감사합니다.”

“아...네네....허허허....”

택시기사는 당황해하는 눈치였다. 

그는 짧은 머리에 조금 날카로워 보이는 인상의 사십대였다. 

은비 같이 예쁜 여자에게 생색내며 고맙다는 소리를 듣고 싶었겠지만, 대신 내가 나왔기 때문인지 조금 실망한 것 같았다.

나는 지갑에서 오만 원짜리 한 장을 꺼냈다. 

“기사님. 정말 감사합니다. 약소하지만 바쁘신데 여기까지 오셨고, 기름 값이라도 하세요.”

“아이고...아닙니다....허허허.....”

어색한 순간이었다.

나는 그에게 오만 원을 건네주고 은비의 스마트폰을 돌려받았다. 그리고 다시 고맙다는 말을 하고는 신호등으로 향했다. 

건너편 가게 안에서 여전히 은비가 나를 보고 있었다. 

잠시 정차해 있던 그 개인택시는 내 앞을 스쳐 빠르게 지나가 멀어져갔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은비의 뜨거운 눈빛이 나를 향해 있었다.

“오빠...”

은비가 나에게 꼭 안겼다.

몇몇 손님들의 시선이 우리를 향해 있었다. 커피를 내리고 있던 미나의 얼굴에도 기분 좋은 미소가 머물러 있었다.

나의 걱정과는 달리 일주일이 지났지만 정 수연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간혹 승호가 가게에 와서 퇴근할 때 그녀와 마주친 이야기 등을 했지만 정 수연은 가게에 오지도, 나에게 일체 연락도 없었다.

나는 다행이라 생각했다. 

어느 날.....은설이 친구들과 스키장에 갔다고 하여 나는 은비의 집에서 자기로 했다. 나는 서둘러 가게를 정리하고 은비에게로 향했다.

거실테이블에 와인과 맥주, 음식들이 한가득 준비되어 있었다.

“은설아! 언제 이렇게 준비했어? 그리고 이거 어떻게 다 먹어?”

“호호호....오늘은 잠 안자고 오빠하고 하루 종일 이야기하고 놀 거예요.”

화사한 화장을 한 은비가 살랑거리는 A라인 스커트를 입고 나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은비는 마치 이제 갓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 같은 그런 모습이었다.

“오늘 컨셉이....너무 의도한 것 같은데.....하하....”

“어때요? 어려 보여요?”

은비가 내 앞에 서서 한번 돌며 자신의 몸을 뽐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스커트가 돌아가며 위로 올라가 은비의 흰색 팬티가 살짝 보였다 사라졌다.

“너는 충분히 어려.....그리고 예뻐. 이렇게 안 해도 돼.”

“치이~. 나하고 결혼하고 오래 같이 살면 오빠도 지겨워 할 거면서......잠깐만요. 빨래한 거 정리하고 금방 올게요.”

은비가 내 뺨에 입을 살짝 맞추고 베란다로 향했다. 

살랑거리는 은비의 엉덩이를 보고 있자니 당장이라도 쫓아가 그 스커트를 들어 올려 그녀의 속살에 내 물건을 쑤셔 넣고 싶었다.

테이블에 있던 은비의 스마트폰이 진동으로 떨렸다. 

“은비야! 전화 왔어!”

베란다에 있는 은비는 들리지 않는지 대답이 없었다.

나는 은비의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저장되지 않은 번호가 반짝이고 있었다. 내가 받으려고 하는 순간 전화는 끊겼다.

부재중 전화 12통, 메시지 6개......

은비가 음식을 준비한다고 미처 전화를 확인하지 못한 것 같았다.

은비의 스마트폰을 내려놓으려는 순간 다시 진동이 느껴졌다.

스마트폰 액정에 메시지 창이 하나 떠있었다.

나는 그것을 흘깃 한번 보고는 믿을 수 없어 다시 확인하고자 스마트폰을 가까이 들여다봤다. 

[야이 씨발년아, 전화 안 받아? 지금 107동 앞이니까 좋은 말 할 때 내려와...]

은비의 스마트폰에 향해 있던 내 눈이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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