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5화 (35/177)

Metamorphosis (16)

세희의 머리칼이 촉촉이 젖어 있었다. 

붉은 침대에 누워있는 세희의 하얀 피부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그녀는 내 품에 안긴 채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얼마나 고단했는지 두 눈을 꼭 감고서 색색거리며 깊은 숨만 내쉬고 있었다. 

이 가냘픈 몸으로 6개월 동안 사내들에게 끌려다니며 처절하게 농락당하는 그녀가 상상되어 순간 머리가 아찔했다.

시간을 확인하니 이 룸에 들어온 지 벌써 한 시간이 훌쩍 지난 시간이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어떻게 해야지 세희를 무사히 밖으로 데리고 나갈 수 있을까?’

내 머리 속에는 온통 이 생각뿐이었다.

“으으음......”

세희가 내 몸에 더 깊게 파고들었다. 그녀의 풍만한 가슴과 허벅지가 내 몸 곳곳을 부드럽게 쓰다듬고 있는 것 같아, 그 좋은 느낌에 나 또한 노근해졌다.

나도 모르는 사이 깜빡 잠이 들었다 인기척에 눈을 떴다.

세희가 두 눈을 천천히 깜빡이며 나를 보고 있었다. 그녀의 표정이 예사롭지 않았다. 

‘기억이 돌아 온 것인가?’ 

“세희....씨. 이제...기억이.....내가 누군지 알겠어요?”

말을 하면서도 심장이 벌렁거렸다. 세희가 기억이 돌아온다면 이 또한 그녀에게 너무나 큰 충격이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뚫어져라 보던 세희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했다. 갑자기 그녀가 생글거리며 나에게 얼굴을 연신 비볐다.

“크큭. 세희 씨? 듣기 좋아요. 오빠 왜 그래요? 오빠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우리 여보....사랑해요.”

세희의 입술이 나의 그것에 포개어져 연신 빨아댔다. 그리고 그녀의 한 손이 내 사타구니를 파고들어 내 물건을 부드럽게 쓰다듬기 시작했다.

“오빠....하고 싶어요.”

세희가 내 몸을 끌어안고는 자신의 몸 위로 천천히 이끌었다. 발기된 내 물건이 뱀의 혓바닥이 새겨진 그녀의 치골 위를 지그시 누르고 있었다. 

“넣어 주세요....”

세희의 젖가슴이 좀 더 부풀어 올라 있었다. 그리고 유두가 빨갛게 달아올라 있는 것이 보였다.

세희가 다리를 천천히 벌리자 내 몸이 자연스레 그녀의 두 다리 사이에 들어갔다. 그녀의 몸 위에 포개어져 있던 상체를 일으켰다. 그리고 그녀의 몸을 찬찬히 훑어봤다.

세희의 몸에 새겨진 뱀 문신을 가까이서 보자 소름이 돋았다. 내가 자리를 잡자 당장 삽입을 원한다는 듯 그녀가 다리를 천천히 들어 올렸다. 

아가리를 벌린 뱀의 붉은 혀가 그녀의 속살까지 박혀 있었다. 저 연약한 속살에까지 문신을 새겨놓았다.

‘얼마나 아팠을까....얼마나 아팠을까...’ 

세희의 속살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그곳은......발정난 암캐의 음부처럼 퉁퉁 부어있었고, 좁은 구멍 속에서 맑은 물이 연신 흘러내리고 있었다.

내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세희가 그런 나를 떨리는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세희야. 여기 많이 아팠지? 우리 집에 가서 더 이상 세희가 아프지 않게 치료도 하고 약도 먹고 그러자.”

“네.....알겠습니다....”

세희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녀의 두 눈에서 눈물이 샘솟기 시작했다. 

세희가 또다시 깊은 잠에 빠졌다. 

시간을 보니 예약된 90분이 임박해 있었다. 나는 조심스레 침대를 빠져 나와 한쪽 구석으로 가서 스마트폰을 눌렀다.

“그래......김 치우....”

실망과 실의에 빠진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하는 말 잘 들어요. 혼란스러운 틈을 타 여기를 빠져 나가야해요. 그럴 수 있어요?”

내 목소리가 심하게 떨렸다. 내 시선은 여전히 붉은 침대에 누워있는 그녀에게 향해 있었다.

“무....무슨 일이야.....너 혹시......”

“지금 그런 이야기 할 시간이 없어요. 지금 당장.....이게 마지막.....기회일지 모릅니다. 어떻게 방법이 없겠습니까?” 

잠시 적막이 흘렀다.

“알겠어.”

그리고 전화가 끊겼다.

나는 초조했다. 

나와 그의 신분이 발각되지 않고 세희를 데리고 나가는 방법은 이것밖에 없었다. 이곳에 큰 혼란이 필요하다. 어떤 사고 같은.....

옷장에 걸려 있던 슈트에서 급하게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라이터를 들고 있던 내 손이 심하게 흔들렸다. 

재떨이에 내가 비벼 끈 담배공초 세 개가 흐트러져 있었다. 하지만 나는 내손에 들려 있던 새 담배에 불을 붙였다.

독한 담배연기가 목을 타고 들어가자 헛구역질이 나왔다.

“오...오빠....오빠 담배 피세요? 오빠 담배 필줄 모르잖아요.”

세희가 붉은 침대위에 몸을 일으키고 앉아 나에게 말해다. 그녀의 풍만한 젖가슴이 탐스럽게 아래로 향해 있었다. 

그 순간. 

룸의 모든 불이 꺼져 암흑으로 변했다.

“아악....오빠....안보여요. 무서워.....”

나는 급하게 세희에게 달려갔다.

“앗....”

정강이 부근에 너무나 큰 고통이 느껴졌다. 암흑 속을 달려가다 어디엔가 부딪친 것 같았다.

“오빠. 오빠. 어디 있어요?”

암순응이 된 것인지 어렴풋이 침대에 앉아 있는 세희의 실루엣이 보였다. 나는 간신히 그곳으로가 침대에 있던 세희의 한 손을 꼭 잡았다. 그녀의 손이 축축하게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룸에 붉은 비상등이 켜졌다. 암흑이었던 룸이 이제는 전체가 붉은빛으로 가득했다. 마치 핏물로 칠갑이 된 지옥의 감옥 같았다. 경박한 화재경보기의 소음은 그 감옥에서 울려 퍼지는 귀신들의 비명같이 들렸다. 

“오빠. 무슨 일이에요? 어떡해.....”

“세희야 옷....옷 입어.”

나는 그녀가 입고 온 분홍 유가타를 찾아 그녀의 몸을 덮어주고는 나도 서둘러 옷을 입었다. 

밖에서 쿵쾅대는 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이 복도를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것 같았다.

스마트폰이 반짝였다.

“여보세요?”

“야! 김 치우 빨리 빨리....콜록콜록....우웩......뒷문으로 가. 연기가...이 씨발....우웩!!!”

다급한 그의 목소리가 들리고는 전화가 끊겼다.

“콜록....콜록....오...빠...”

세희의 기침소리가 들렸다.

천정에 있는 환풍기에서 검은 연기가 흘러들어오고 있었다.

나는 타월 두 개를 들고 욕조로 가서 물에 흠뻑 적셨다.

“세희야 잘 들어. 이 방에서 나가면 이 타월로 얼굴과 입을 가려 그리고 천천히 숨을 쉬어 알겠니?”

그녀가 커다란 눈을 다급하게 깜빡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세희의 손을 꼭 잡고 힘껏 문을 열었다.

복도에는 연기가 자욱했다.

우리가 왔던 반대 방향으로 뛰었다. 이따금씩 알몸의 남여가 우리 반대 방향으로 달려갔다.

복도는 미로 같았다. 달려도 달려도 같은 길을 뱅뱅 도는 것 같았다.

연기가 조금씩 코로 타고 들어와 숨이 막혔다.

‘이씨.....내가 혼란스럽게 만들라 했지....불 지르라고 했나....’

나는 속으로 그를 타박했다.

“뒷문!! 뒷문!!”

세희에게 외쳤다.

그러자 그녀가 내 손을 잡아 끌었다. 그곳은 이미 연기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그곳으로 들어가는 것이 두려웠다. 하지만 세희가 거칠게 내 손을 잡고 끌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저 그녀가 이끄는 곳으로 딸려가고 있을 뿐이었다.

눈이 점점 따가워 쉽게 뜰 수 없었다.

내 몸을 훑고 지나가는 한줄기 시원한 바람이 느껴졌다.

“콜록 콜록......”

기침이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무릎이 시큰거렸다.

“오빠! 피나요....어떡해.....”

무릎에서 피가 흘러 정장 바지가 붉게 번져 있었다.

고개를 들어 보니 금방 울음이 터져버릴 듯한 표정으로 세희가 나를 보고 있었다.

“빵빵!!! 치우 씨!!!”

정 수연이 다급하게 외쳤다. 나는 세희의 손을 잡고 차에 올라탔다.

“괜찮아요?”

“네네....빨리가요. 빨리....”

앞자리에 그가 타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뒤 돌아보지 않았다. 단지 그는 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오빠. 이분들 누구세요? 우리 지금 어디 가는 거예요?”

세희가 내 손을 꼭 잡고 조용히 말했다.

“흐윽....흐아아.........흐흐흑.....엉엉엉........”

그의 참고 있던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가 고개를 뒤로 돌려 세희를 바라봤다. 그의 얼굴이 눈물 콧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어! 오빠! 오빠가 왜 여기 있어? 응? 왜 그래? 왜 울어? 약국은? 엄마, 아빠는?”

그에 대한 세희의 질문이 멈추지 않고 계속되었다. 

그의 집 거실에 우리는 둘러 앉아있었다.

세희는 집에 도착하여 여기가 어딘지 왜 자신의 오빠가 여기에 있는지 몇 번 묻다가 피곤한지 방에 들어가 금세 잠에 빠졌다.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눈물 자국이 남아 있었지만, 연신 밝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치우 씨. 병원 가봐야 되는 거 아니에요?”

정 수연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내 정강이의 상처를 꼼꼼하게 소독하기 시작했다. 

“치우야. 정말....정말....고맙다. 정말 고맙다...”

그는 감정에 북받치는지 고맙다는 소리만 수없이 반복했다. 하지만 나는 머리가 복잡했다. 그가 아직 세희의 몸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세희 씨가 기억을 못합니다.”

“응? 나는 알아 봤잖아. 한국에 있는 부모님 걱정하고 하고...”

“그게...아직 그 친구가 죽었는지 몰라요.”

“그게 무슨 말이야?”

“저를.....그 친구로 생각하고 있어요. 죽은 세희 씨 남편.....”

활짝 웃던 그의 미소가 조금 지워졌다가 금세 이전으로 돌아 왔다.

“그리고 또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문제라니? 무슨?”

“세희 씨 몸에 문신이....있습니다.”

“문신? 무슨 문신?”

그의 물음에 나는 차마 답할 수 없었다.

“괜찮아 괜찮아. 문신 따위는 괜찮아 지우면 되. 나는 세희가 살아서 돌아온 것만으로도 감사해. 그걸로 됐어. 자.....우리 이럴게 아니라 한잔하지. 오늘은 정말......기분 좋게 취하고 싶다.”

그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정 수연이 주방에서 맥주와 안줏거리를 챙겨 왔다. 하지만 왜인지 그녀의 얼굴엔 근심이 가득했다.

테이블에 빈 맥주 캔이 여러 개 모여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내가 처음 보는 행복한 미소로 가득했다. 나는 그 모습이 너무나 보기 좋았다.

맥주를 두어 캔 마신 탓인지 정 수연의 얼굴이 발갛게 물들어 있었다. 

“어머!!!”

맥주 캔을 자신의 붉은 입술로 가져가던 정 수연이 들고 있던 맥주 캔을 거실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녀는 두 손으로 자신의 입술을 가리고 마치 못 볼 것을 본 듯이 커다란 눈으로 한쪽에 시선이 고정되어 있었다.

세희가 방에서 나와 거실에 서있었다.

알몸이었다. 

세희가 눈을 부비며 거실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는 천천히 걸어가 현관 입구에 살포시 앉았다. 그녀의 속살에서 삐져나온 파란 뱀이 엉덩이를 타고 등을 휘감고 있는 것이 보였다.

작은 물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점점 그 소리가 커졌다.

세희가 거실 입구에 쪼그려 앉아 소변을 보고 있었다.

오랫동안 이어지던 물소리가 그치고 세희가 자리에 서 일어나 몸을 돌려 우리에게 향했다. 그녀의 속살에서 미처 새어나오진 못한 오줌이 그녀의 허벅지를 타고 다리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아아.......어떡해....어머.......”

정 수연의 깊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세희의 시선이 우리에게 향했다.

파란 뱀이 아가리를 활짝 벌리고, 음탕하게 갈라진 붉은 혓바닥이 세희의 속살에 박혀 있는 게 보였다.

“오.....오빠! 왜....그 여자 분하고 그렇게 가까이 앉아 있어요? 그 여자 누구에요?”

세희가 떨리는 눈으로 나에게 말했다.

“세......세희야!!!”

절규 같은 그의 고함이 오랫동안 거실에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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