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amorphosis (12)
좋은 음식 냄새가 진동을 했다.
잘 떠지지 않는 눈을 힘겹게 열자, 한 쪽 머리가 깨어질 듯 아파왔다. 창가에 푸른빛이 거실을 따뜻하게 데우고 있었다.
나는 소파에 누워있었다.
그리고 정 수연이 그 좁은 소파에서 나에게 꼭 안긴 채 잠들어 있었다. 잠을 편하게 못 잤는지 그녀의 얼굴이 핼쑥해져 있었다. 우리의 몸 위에 얇은 담요 하나가 덮여 있었고 정 수연의 뜨거운 맨살이 내 몸에 닿아있었다.
나의 작은 움직임 때문인지 세상모르게 자던 정 수연의 눈이 서서히 열렸다. 그리고 희미한 눈으로 말없이 나와 눈을 맞췄다.
“언제 일어났어요?”
정 수연의 조금 거친 목소리가 들렸다.
“조금 전에......그런데 왜 여기서.....”
“휴....기억 안 나세요?”
“네? 그게....여기서 술 먹다가 수연 씨 나와서 우리 그거 한 건....기억이 나는데...그 다음은...”
“음.....저 한숨도 못 잤어요. 치우 씨도 그렇고요. 내가 방으로 들어가자고 했지만, 치우 씨는 막무가내였어요. 우리 여기서 몇 번을 했는지......기억도 안나요. 그리고....그 분이 다 봤어요....”
정 수연의 말에 나는 소파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나와 정 수연은 모두 알몸이었다.
정 수연의 한쪽 허벅지가 나의 허벅지 사이 깊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정 수연의 몸과 맞대어 있는 내 하체에 무엇인가 진득한 것이 느껴져 담요를 걷어 젖혔다.
내 성기 주변과 사타구니 전체가 하얗게 변해 있었다. 정 수연의 갈라진 속살과 그 사이가 나의 정액과 그녀의 애액으로 진득하게 범벅이 되어 있었다.
정 수연의 속살 주위가 새빨갛게 부어올라 있었고 사정한지 그리 오래 되지 않은 듯한 하얀 정액이 그 속에서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
그 광경에 나도 모르게 짧은 탄식이 터져 나왔다.
정 수연이 하얗게 변한 내 몸과 자신의 몸을 번갈아가며 보기 시작했다.
“수연 씨....미안합니다....어제 제가 이상한 약을.......”
그때.
현관문이 열리고 그가 들어왔다.
“어이 김 치우. 일어났구만....좀 괜찮아? 수연 씨는 방에서 아직 자는 모양이지? 하긴 둘이 한 시간 전까지 여기서 그 난리를 치더군. 내가 본 것만 세 번이야.
너 그 약이 무슨 약인지 알고 두 알씩이나 먹었어? 방에서 자는데 밖에서 하도 시끄러워서 나와 봤더니 너 수연 씨하고 뜨겁더군. 수연 씨 신음소리가 참 예뻐. 남자들 환장하게 하는 소리더군. 하하하....
대단해......너도 수연 씨도. 너는 약에 취해서 그랬다고 해도 수연 씨는 내가 나온 거 봤으면서도 니 몸을 계속 받아주더군. 역시 보통 여자가 아니야. 어때? 수연 씨 하고는 좋았어?”
그의 말에 내 몸이 단숨에 얼어붙었다. 정 수연이 소파에 누워있어서인지 그는 그녀가 방에서 자고 있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헛!!!”
그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나에게 다가오다 소파에 알몸으로 누워있는 정 수연을 발견하고는 들고 있던 음식이 담긴 봉지를 바닥으로 떨어트렸다. 그의 시선이 하얗게 엉망이 된 정 수연의 벌어진 허벅지 사이에 머물러 있었다.
“아....어떡해......”
울어 버릴 듯한 정 수연의 목소리와 함께 그녀는 내 손에 있던 담요를 뺏어 자신의 몸을 급하게 감쌌다.
정 수연의 얼굴이 새빨갛게 변했다.
그가 언제 준비 했는지 식탁에는 먹음직한 음식들로 가득했다. 팟타이, 솜탐, 똠얌 같은 태국 음식과 닭, 돼지 바비큐와 각종 빵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우리는 식탁에 모여 않아 고개를 푹 숙이고는 말없이 그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한 참을 지나도 그 누구도 말을 하지 않았다.
식사가 끝나갈 무렵 진한 아메리카노를 내어오던 그가 정 수연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나는 그가 그녀에게 무슨 말을 할지 이미 알고 있었다.
“저...저기 수연 씨...”
“네?”
정 수연이 화들짝 놀라 들고 있던 커피 잔을 아래로 떨어트릴 뻔 했다.
“수연 씨. 지금 이런 거 물어보는게 실례고 예의가 아니라는걸 압니다. 하지만....더 이상 지체 할 순 없어요. 그래서 너무나 죄송하지만......수연 씨에게 몇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그의 갑작스런 진지함에 정 수연이 토끼눈을 한 채 나를 바라봤다. 나는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수연 씨. 혹시 민 세희 라는 여자 아십니까? 어립니다. 24살입니다. 6개월 전쯤에 파타야에 신혼여행을 왔습니다. 그리고......아주 예쁩니다.....”
감정이 격해지는지 갑자기 그의 눈가에 눈물이 조금씩 고이기 시작했다.
“저는 지금 지난 6개월 동안 민 세희라는 여자를 찾기 위해서 황 경태를 미행했습니다. 어제 그 창고에 갔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눈물 한 방울이 그의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정 수연의 눈이 떨리기 시작했다.
“이 사진 한번 보십시오. 이 여자가 민 세희입니다......그리고.....이 여자는 하나뿐인 내 여동생입니다.....”
그가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그 속에는 너무나 청순하게 생긴 여자가 한 남자의 팔짱을 끼고서 천사 같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정 수연은 한 동안 그 사진만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어제 수연 씨가 주방에 갔을 때, 황 경태와 윤 성득이 세희 씨에 관한 이야기를 했어요. 세희 씨가 지금 파타야에 있고, 황 경태가 잘 아는 친구에게 그녀를 맡겼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지금 세희 씨가.......좀 아프다는......그런 말도 나왔고요.”
내 말에 정 수연의 시선이 그의 스마트폰을 벗어나 나에게로 향했다. 그녀의 표정이 무척 복잡해 보였다.
“6개월 전 즈음에 이 여자분 한번 봤어요.”
“어디서요?”
그가 다급한지 급히 정 수연의 말을 가로채고 되물었다.
“어제....그.....창고.....음식이 쌓여 있던...그 붉은 문 방안에....갇혀 있었어요.”
“하아....”
나와 그의 입에서 동시에 탄식이 흘러나왔다. 어제 그가 갇혀있던 그곳에 6개월 전 그의 여동생 세희가 갇혀 있었던 것이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져 식탁 위를 하염없이 적시고 있었다.
“그리고요? 다른 건.....”
그가 더 이상 말을 이어갈 수 없을 것 같아 내가 물었다.
“그 여자분......남편이 자살......아니 돌아가셨다는 소리를 여자 분이 듣고서.....많이 힘들어 했어요.”
“힘들어 했다는 건?”
“며칠을 울고......먹지도 않고......기억을......기억을 못했어요. 그 여자분.....”
“그날 본 게 마지막이었어요?”
“네...”
정 수연은 자신이 무슨 큰 죄를 진 듯, 잔뜩 주눅이 들어 있었다. 그녀의 눈에도 눈물이 글썽거렸다.
“수연 씨. 괜찮아요. 아는 것만 알려주시면 됩니다. 너무.....부담 갖지 말고요”
나는 정수연의 어깨를 몇 번 토닥여 주었다.
“그러면 혹시 황 경태가 믿을만하다는 친구가 파타야에 있다던데 누구인지 아시겠어요?”
내 물음에 정 수연은 기억을 해내려는 듯 잠시 생각에 잠겨 있었다.
“외국인이 한 사람 있어요. 백인이에요. 캐나다 출신의.....그 사람이 파타야에서 이상한 업소를 한다고 알고 있어요......여자들이 나오는 그런......저는 저녁식사 자리에 그 사람을 한번 만나고는 다시 보지 못했어요. 이야기를 나눈 적도 없고요”
“그 사람 업소가 어딘지 알아요? 아니면 이름은......”
“데블스....어페어.....”
정 수연의 입에서 그 이름이 흘러나오자 참고 있던 그의 울음소리가 크게 들리기 시작했다.
“Devel's affair? 악마의 정사..... 이름도 지랄맞구만...”
그가 위스키를 들이키며 혼잣말을 내뱉었다. 우리는 소이6 그 술집에 와있었다.
그의 표정이 집을 나올 때부터 시종일관 긴장해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그런 그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지난번 그와 2층에서 뜨거운 섹스를 나누었던 여자가 다가와 그에게 안겼다. 그 여자의 입술이 그의 입술에 닿아 한참동안 머물러 있었다.
그의 입술이 여자의 타액과 붉은 립스틱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너. Devel's affair 라는 술 집 알아?”
그가 여자에게 물었다. 그러자 여자가 빙그레 웃었다.
“술집? 거기 술집 아니야. 섹스하는 곳이지....당신 거기에 가려고?”
여자가 입술을 삐쭉거리며 말했다.
“아니. 좀 알아볼게 있어서....자세하게 말해봐”
“후훗. 거기는 전 세계의 변태들이 우글거리는 곳이야. 오만가지 더러운 일들이 일어난다고. 예를 들면 쓰리섬, 갱뱅, 스와핑.......SM.....그곳에는 소속된 여자들이 있어. 그리고 남자들이 애인이나 부인을 데리고 가서 즐기기도 해.”
여자의 말을 듣던 그의 입술이 심하게 떨렸다.
“거기에 가려면 어떻게 해야 됩니까? 예약이라든지......”
“뭐야? 당신들 정말 거기에 갈 거야? 만약 당신이 거기에 가면 나는 당신과 다시는 만나지도 섹스도 하지 않을 거야!”
내 물음에 그녀가 그를 보고 버럭 화를 냈다. 도대체 그곳이 어떤 곳이길래 이 여자가 이렇게 화를 내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홈페이지가 있어. 거기서 예약하고 가야해......”
여자는 짧게 말하고 다소 신경질적으로 테이블을 떠났다.
우리는 서둘러 노트북을 열었다.
그 곳의 홈페이지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단지 구글에서 검색을 했을 뿐이다. 수많은 후기가 보였고........간단하게 홈페이지를 찾았다.
붉고 검은 톤으로 디자인 된 웹사이트가 열렸다.
“뭐야 이거?”
그의 한 손이 화면 상단을 가르쳤다.
영어, 스페인어, 독일어, 프랑스어, 아랍어, 일본어 그리고 한국어 까지.......번역서비스를 제공했다.
한국어를 클릭했다.
[DEVIL'S AFFAIR 온라인 방문을 환영합니다.
여러분의 성적 판타지가 실현되는 곳이며, 절대 후회 없는 만족을 보장합니다!
안심하십시오.
우리에게 소속된 모든 여성들이 정기적인 HIV / STD 병원 검사서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많은 고객 여러분들이 90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간이 두 명의 여성과 함께 보낸 시간이라고 합니다. 아름답고 끼가 넘치는 프로페셔널한 여성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는 프로필을 클릭했다. 그러자 야한 비키니를 입은 수십 장의 여자 사진들이 화면에 보였다.
인종도 국적도 너무나 다양했다.
나는 그중 한 여자의 사진을 클릭했다. 그러자 예쁘장하게 생긴 그 여자의 수많은 프로필 사진들이 펼쳐졌다.
[질내사정 가능. SM 가능, 애널 가능, 그룹섹스 가능, 강간 가능, 폭행 가능.....]
“허......”
나는 기가 차 헛웃음이 나왔다. 그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프로필 중 동양 여자들을 집중적으로 훑어봤다. 한국, 일본, 중국 여자들의 사진을 하나씩 확인했지만 세희와 비슷하게 생긴 여자는 찾을 수 없었다.
“치우야. 일단 가보자.....”
그가 말했다.
“네?”
“예약하자. 지금 시간이 없어. 세희를 찾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야......”
그가 노트북을 돌려 자신에게 향하게 했다.
그리고 예약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재빠르게 영어로 타이핑을 시작했다.
[한국 남성 2명 예약, 한국/일본 스타일 여자 선호, 신장 169정도, 얼굴은 청순한 스타일. 몸매는 글래머/가슴 33인치 정도, 허리23인치, 골반이 잘 발된 여성 선호, 긴 생머리, 하얗고 깨끗한 피부, 가지런한 치아, 오뚝한 콧날, 문신 안 됨, 흡연 안 됨....................]
그가 떨리는 눈으로 단 한순간의 멈춤도 없이 미친 듯이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나는 그가 작성하는 이것이 세희의 모습임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