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amorphosis (7)
사랑을 속삭이는 감미로운 여가수의 노래가 끝나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되었다.
“요년 봐라.....전화를 안 받네?”
황 경태가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스마트폰을 신경질 적으로 터치하자 음악이 멈췄다.
“하하하. 경태야? 니가 그 여자애한테 빠지긴 푹 빠진 모양이구나. 니가 이렇게 애달아하는 거 보니....”
“아이고 형님도....있다가 그년 동영상 보시면 그런 말 못하실 겁니다.”
“그 여자애와 같이 왔다는 남자는 어떻게 된 거야?”
“으하하하....그 친구는 아무것도 모르고 한국으로 돌아갔습니다. 지 여자가 나하고 무슨 짓을 하고 돌아다녔는지......이제 서른 갓 넘긴 친군데......뭐랄까.....좀 맹하다고 해야 하나? 착하다고 해야 하나? 똑똑하긴 한데 너무 물러 터진 놈 입니다.”
“잘됐네. 그런 놈들이 지 여자 간수를 잘 못하는 법이지. 하지만 그 여자애가 자네 전화를 계속 피하면 다시 만 날 방법이 없지 않나?”
“형님. 저 황 경태입니다. 그년이 지 발로 여기로 기어들어오게 만들면 되지요. 크하하.”
“니가 특별한 방법이 있는 모양이구나.”
“으하하하....”
황 경태와 그 사내가 큰 소리로 웃으며 동시에 술잔을 비웠다.
“개새끼.....”
내 입술은 여전히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떨렸다.
“야! 김 치우!”
나도 모르게 터져나와버린 욕설에 놀란 그가, 나를 돌아보며 한 손가락으로 자신의 입을 가리며 속삭이듯 말했다.
한 동안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내던 사내의 시선이 황 경태 뒤쪽에 꽂혀있었다. 황 경태도 그 것을 느꼈는지 사내의 시선을 따라 뒤를 돌아봤다.
“어....그래...내려왔어?”
황 경태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의 얼굴에는 밝은 미소가 가득했다.
그 둘의 시선이 고정된 곳에 한 여자가 서있었다.
새빨간 치파오를 입고 있었다. 치파오 길이가 너무나 짧았다. 갈라진 아랫단을 통해 검은색 팬티 끈이 보였다. 몸에 타이트하게 밀착된 치파오가 옷인지 아니면 그 여자의 원래 피부인지 알 수 없을 만큼, 한 치의 틈도 없이 여자의 몸을 감싸고 있었다.
긴 머리카락은 위로 둥글게 말아 올려 반짝이는 은색 비녀 같은 것이 사선으로 꼽혀 있었다. 그리고 조금 창백해 보이는 화장에 너무나 새빨간 립스틱과 하이힐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나는 몇 초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 여자가 정 수연이 라는 것을 알아 차렸다.
정 수연이 걸을 때 마다 나무 바닥을 두드리는 새빨간 하이힐 소리가 알 수 없는 훌륭한 악기에서 나는 소리같이 은은하게 들려왔다.
“아니.....저...분은 누구?”
사내가 황 경태에게 말했다. 그 사내의 시선은 테이블로 다가오는 정 수연의 몸을 훑고 있었다.
“수연아. 인사 드려라.....한국에 계시는 내 사업 파트너이자 존경하는 형님....윤 성득 사장님이시다.”
황 경태가 소파에서 일어나 다가오는 정 수연을 맞이했다. 황 경태의 표정이 너무나 밝아 보였다. 아마도 생각지도 못했던 모습으로 나타난 정 수연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정 수연입니다.”
정 수연이 테이블 앞에 서서 윤 성득에게 깊게 허리 굽혀 인사를 했다. 타이트한 치파오 때문인지 정 수연의 가슴이 위쪽 갈라진 틈으로 금방이라도 쏟아져 나올 것 같았다.
“아이고....안녕하세요....”
윤 성득은 소파에 그대로 앉아 정 수연의 인사를 받았다. 그의 눈빛이 정 수연의 몸 전체를 노골적으로 훑어 내리는 것이 여기서도 보였다.
자리에 같이 앉아 있던 세 명의 여자들 또한 냉냉한 표정으로 정 수연의 몸 이곳저곳을 살피고 있었다.
황 경태가 정수연의 어깨를 살짝 잡고 자신의 옆자리에 앉혔다.
“경태야. 이런 미인을.......누구신가”
“아이 참 형님도...제 와이프입니다.”
“뭐라고? 너 나한테 말도 없이 결혼했냐?”
“하하하. 아닙니다. 형님. 마음에 들어서 지금 데리고 살고 있습니다.”
정 수연의 어깨에 머물던 황 경태의 손이 잘록하게 들어간 허리를 타고 내려 그녀의 한쪽 엉덩이를 감싸고 있었다. 윤 성득은 그런 황 경태의 손길을 주시하고 있었다.
“수연아. 형님께 한잔 드려야지?”
황 경태의 말에 정 수연이 소파에서 조심스레 일어났다. 치파오 아랫단이 정 수연의 엉덩이 위로 말려 올라가있었다. 정 수연은 그것이 신경 쓰였는지 두 손으로 아랫단을 조금씩 내렸다.
황 경태와 윤 성득의 시선이 일제히 정 수연의 하얀 허벅지 깊은 곳에 향해 있었다.
정 수연이 테이블에 있던 위스키 병을 들고 윤 성득이 앉아 있는 곳으로 갔다. 그리고 그에게 공손하게 술을 따라주었다.
윤 성득은 민망할 정도로 정 수연의 얼굴에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잔이 채워지자 윤 성득을 망설임 없이 그 잔을 마셔버렸다. 그리고 잔을 다시 자리로 돌아가려던 정 수연에게 내밀었다.
“그냥 가시면 섭섭하지요. 내가 수연 씨 한잔 주고 싶은데......”
자리로 돌아가려고 엉거주춤 서있던 정 수연이 당황해하는 것 같았다.
“뭐해? 빨리 안 받고?”
황 경태의 재촉에 정 수연은 윤 성득의 잔을 두 손으로 받아 들었다. 그리고 허리를 굽혀 윤 성득이 술잔을 채우기 편하게 자세를 낮췄다. 그러자 정 수연의 치파오 아랫단이 더욱 말려 올라가 검은색 레이스 팬티가 반 이상이 드러나 보였다. 황 경태의 시선이 그 곳에 박혀 있었다.
윤 성득이 정 수연에게 따라주던 술잔이 넘쳤다. 아마도 그의 의도적인 행동인 것 같았다.
“아이고 이런....미안....미안해요.”
정 수연은 말없이 고개를 살짝 돌려 천천히 술잔을 비웠다. 독한 위스키 때문인지 정 수연의 입술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이야....이렇게 이쁜 아가씨가 술도 잘 마시고. 좋아요 좋아.”
윤 성득이 웃으며 박수를 쳤다.
황 경태가 있는 자리로 돌아오던 정 수연의 걸음걸이가 조금 휘청거려 위태해 보였다. 정 수연이 자리를 잡고 앉자 황 경태의 손이 정수연의 허리를 감아 올라가 그녀의 한쪽 가슴을 천천히 주무르기 시작했다.
정 수연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술잔이 돌고 돌았다. 정 수연은 거부하지 못하고 그들과 함께 술을 마셨다.
“참. 경태야. 그때 그 애는 어떻게 됐어?”
“누구 말입니까?”
“6개월 전 즈음에 그 아이......아마 이름이 세희였던가? 왜 있잖아. 영화배우 쏙 빼닮아서 가슴 컷 던 애....”
“헛......”
순간 내 옆에 웅크리고 있던 그의 입에서 놀란 숨이 새어 나왔다.
“아.....세희. 형님이 한국으로 데리고 가려고 그렇게 졸랐던.....으하하....”
“그래 맞어. 그 애 말이야.”
황 경태가 담배를 하나 꺼내 피기 시작했다.
동시에 내 옆에 있던 그가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파묻었다. 잠시 후 조금씩 흐느끼는 듯한 그의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내가 한국에 돌아가서도 그 애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 우리 큰 딸하고 같은 나이였는데. 나하고 속궁합이 너무 잘 맞았지.....어린게 어떻게 그렇게 참하게 익었는지....”
“하하하. 형님도 참. 세희는 지금 파타야에 있습니다.”
“그래? 그럼 내일 한번 볼 수 있을까?”
“아.....그게 형님.....그게 말이죠.....그때 파타야에서 지 남자친구 자살하고 나서 애가 정신이 나갔는지 지금 정상이 아닙니다. 하도 도망가려고 하고......미친년처럼 굴어서 친구한테 맡겨 놨습니다.”
“음.....그랬구나.....참......아까운 아이였는데.”
“에이. 형님. 꿀꿀한 생각하지 말고.....기분 전환 좀 하죠. 형님. 우리 수연이 맘에 들어요?”
“어? 허허.....이 사람 참...”
“괜찮아요. 솔직히 말해보세요. 오늘 우리 수연이 한번 드시겠습니까? 이년 이거 맛있습니다. 나야....하도 먹다보니 질려서 요즘은 소원해졌는데.......”
황 경태가 옆에 앉아 있던 정 수연의 젖가슴을 쥐어짜듯 움켜쥐었다.
“아아.....악!”
고통스러워하는 정 수연의 비명소리에 소파에 앉아 있던 여자들의 시선이 일제히 몸을 웅크리고 있는 정 수연에게 향했다.
황 경태가 소파에서 일어나 윤 성득에게 가까이 다가가 말했다.
“형님. 오늘 제가 드리는 선물입니다. 그리고....안에다 싸도 됩니다. 오늘은 형님 마음껏 하세요.”
곱게 모아진 무릎 위 가지런히 올려져 있던 정 수연의 두 손이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수연아 술하고 간단한 안주 좀 더 가지고 와.”
“네.....”
정 수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무 바닥을 두드리며 걷는 그녀의 하이힐 소리가 변해있었다.
정 수연은 처음과는 다르게 말려 올라 간 치파오 따위는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는 듯했다. 이제는 검은색 레이스 팬티가 훤히 들여다보였다.
위태롭게 걸어가는 정 수연의 뒷모습을 윤 성득이 희죽거리며 보고 있었다.
정 수연이 빠져나가자 윤 성득 옆에 있던 한 여자의 손이 그의 바지 속으로 미끄러지듯 빠져 들어가 그의 물건을 쓰다듬는 것 같이 보였다.
“오빠. 오빠. 오늘 나하고 같이 안 잘 거야? 나는 오빠하고 자고 싶은데.....”
“으하하하....같이 자면 되지....”
“저 언니하고 같이? 싫어.....나도 잘한단 말이야....내꺼 보여줄까?”
여자가 입고 있던 흰색 숏 팬츠를 급하게 벗어 던지고 다리를 활짝 벌렸다. 그러자 조금 늘어진 짙은 색의 대음순이 벌어져 있었다. 그 속에는 물이 가득 담겨 반짝이고 있었다.
윤 성득의 손가락이 물을 가득 머금은 그 여자의 구멍 속으로 서서히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약....약 있어요? 저번에 그 약!!!”
“치우야....우리 세희가....세희가 살아있어......”
그가 나를 보며 울먹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그의 말을 들어줄 여유가 없었다.
“그때 그 약.....술에 태우는 그 약 빨리줘요!”
나의 재촉에도 그는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나는 그가 메고 있던 검은 백팩을 열어 단숨에 열었다. 그러자 수많은 약 봉지들이 바닥에 떨어졌다.
나는 소중한 보물을 찾는 듯 급한 손길로 떨어진 약봉지들을 이리저리 헤집었다. 그러자 분홍색 가루가 가득 담긴 한 봉지가 보였다.
나는 그것을 집어 들고서 붉은 문이 있던 곳으로 급하게 나갔다.
정 수연이 싱크대를 등지고 앉아 서럽게 울고 있었다. 싱크대 위에는 위스키 한 병과 마른안주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인기척에 고개를 들어 나를 발견한 그녀의 두 눈이 심하게 떨렸다.
“치...치우 씨...”
“수연 씨. 내말 잘 들어요. 시간이 없어요. 술에 약을 태울 겁니다. 수연 씨는 절대 술 마시지마요.”
나는 싱크대에 올려져 있던 위스키를 열었다. 그리고 그 속에 분홍색 가루들을 모조리 넣어버렸다.
“수연 씨. 부탁해요......내가 숨어서 지켜보고 있을게요. 무슨 일 있으면 내가.........그러니까 걱정마요.”
정 수연은 아무런 대꾸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대답을 들을 시간이 없었다.
나는 다시 내가 나왔던 그 좁은 통로를 비집고 들어갔다.
그의 눈에는 여전히 눈물이 가득했다.
한 여자가 윤 성득의 다리 사이로 기어들어가 그의 물건을 빨고 있었다.
구석에 있던 문이 열렸다.
정 수연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의 눈에 눈물이 말끔하게 지워져 있었다.
정 수연이 테이블에 위스키 병과 마른안주들을 하나씩 놓기 시작했다.
마지막 마른안주 접시를 테이블에 올려놓으려던 그녀의 손이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