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화 (21/177)

Metamorphosis (2)

안쪽에 있던 문이 열리고 그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그와 함께 내실로 들어갔던 여자가 그의 한 팔을 감싼 채 나를 보며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여자의 얼굴 또한 그와 마찬가지로 붉게 물들어 있었고 새빨간 립스틱이 모두 지워져 있었다.

“왜? 뭐? 왜 그렇게 봐?” 

멍한 눈빛으로 지켜보던 나에게 그가 말했다.

“내가 미친놈 같지? 사라진 여동생을 찾는다는 놈이 이런 술집에 와서 여자하고 이렇게 질펀하게 섹스를 하고 나오니까 이해가 안되지? 하하하....”

끈적한 팝 음악에 묻혀 그의 목소리가 몽롱하게 내 귀를 타고 들어왔다. 

“내가 반년이 넘는 시간 동안 어떻게 지냈을 거 같아? 산송장이었지......나에겐 매일 매일이 좌절의 연속이었고 지옥이었어. 처음에는 술로 시작했어. 잘 마시지도 못하던 독한 술을 매일 마셨지. 

인간이라는 동물은 정말 신비한 존재야. 두어 잔 마실 때 마다 다시 토해내던 그 독한 술이 언젠가 부터는 아무렇지도 않았어. 그렇게 매일 술에 취했지. 그럴 때 마다 내 기억 속에서 동생이 조금씩 잊혀 졌어.

그리고 그 독한 술이 동생에 대한 내 기억을 지울 수 없게 될 때 즈음 나는 다른 것을 찾았지. 

그게 바로 섹스야. 으하하.....“

그가 보드카 샷 잔을 들고 한 번에 입속으로 털어 넣었다. 

나는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환하게 웃고 있었지만, 그의 눈빛은 왠지 모르게 슬퍼 보였다. 

“저런 여자하고 자려면 얼마인거 같아?”

나의 눈이 그가 향하는 시선을 따라갔다. 

몸에 착 달라붙는 붉은색 짧은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Bar 테이블위에 다리를 꼬고 앉은 채 손을 흔드는 모습이 보였다.

“1,400바트만 있으면 2층에 올라가서 저 여자와 잘 수 있어. 한국 돈으로 5만원도 안 되는 돈이지...환상적이지 않나? 그 작은 돈으로 저렇게 잘빠진 몸매를 가진 예쁜 여자와 질펀하게 섹스를 할 수 있다는게....

파타야는 이런 곳이야.

조금의 시간과 돈이 있다면 사내들 좆대가리가 마를 일 없는 곳이지......그렇기 때문에 전 세계의 젊은 놈이나 늙은 놈이나 이곳을 항상 자주 찾는 이유이지....하하하...”

“내일부터 어떻게 할 겁니까? 내가 약속한 시간은 단 일주일 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하루가 지났습니다.

라용이라는 곳에 황 경태의 새로운 업소가 있는 것 같던데.....라용이 어디입니까? 황 경태가 며칠 동안 라용에 갔다 온다고 했습니다.”

너스레를 떨던 그의 작은 미소가 사라기지 전에 나는 말했다. 그러자 그는 조금 당항해하는 눈치였다.

“어? 그..그래......황 경태가 파타야를 자주 비운 이유가 그것이었구만....음.....”

그는 담배를 한번 깊게 빨아들이곤 한동안 입속에 담아 두었다가 짙은 연기를 서서히 뿜어내기 시작했다.

“이렇게 하지 나는 내일 라용으로 가봐야겠어. 라용은 여기서 그리 멀지 않아. 파타야에서 남쪽으로 한 시간 남짓한 거리지. 

우선 자네는 내일 정 수연이를 만나봐. 그 여자는 분명히 무엇인가 알고 있어. 우리 일은 그 여자를 만나는 것부터 시작되는 거야. 정 수연이를 만나서 자네가 알아낼 수 있는걸 알아내 봐.”

“하지만 어떻게.....”

나는 난감했다. 

정 수연을 만나는 것은 나에게 거북한 일이었다. 그날 밤 목격했던 그 거실에서의 일들이 너무나 생생하게 기억났기 때문이었다.

“자네를 믿을게 부탁해. 어려운 일인 건 나도 잘 알아. 하지만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야.”

나를 바라보는 그의 깊은 두 눈은....감히 거부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는 것 같았다. 

파타야 세컨로드의 중심. 센트럴 프라자 5층 어느 카페 구석에 자리를 잡고 시간을 확인했다. 약속시간 30분전이었다.

즐겨먹던 샷 추가한 아메리카노가 오늘따라 밍밍하게 느껴졌다. 

오전 9시. 

호텔에서 일어나자마자 나는 정 수연에게 전화를 했다. 통화음이 1분 넘게 한참을 울렸지만 응답이 없었다. 전화를 끊으려고 하는 순간 잠에서 금방 깨어난 듯한 힘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다짜고짜 오늘 시간이 있냐고 물었고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잠시 동안의 침묵 뒤에 그녀는 내가 지금 앉아 있는 이 카페에서 오후 2시에 만나자고 말했다.

검붉은 짙은 커피를 담고 있는 새하얀 머그컵에서 안개같이 하얀 김이 피어났다 이내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은비의 얼굴이 떠올랐다. 

나는 은비가 너무나 보고 싶었다. 모든 것을 잊어버린 채, 그냥 한국으로 돌아가 사랑하는 은비를 오랫동안 안아주고 싶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는 한 여자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칠흑 같은 검은색 생머리 결이 등 조금아래까지 가지런히 뻗어 있었다. 그리고 와인색 타이트한 원피스에 어깨부터 팔까지 속살이 들여야 보이는 검은색 시스루 처리가 된 특이한 옷이었다. 

에스컬레이터가 천천히 올라와 5층에 닿을 무렵 그 여자 몸매가 완전히 드러나 보였다. 잘록한 허리가 내 눈에 들어왔고 짧은 원피스 밑단이 부드럽게 올라온 엉덩이를 가리고 뽀얀 허벅지 반 즈음을 위태롭게 감싸고 있었다. 

그 여자가 뒤돌아 카페 쪽으로 시선이 향하자 나는 들고 있던 머그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그 여자는 바로 정 수연이었다.

짙은 화장이었다. 아니....너무나 정성스런 화장이었다. 마치 새신부가 평생 한번뿐인 결혼식을 준비하는 듯한 그런 신부화장 같아 보였다.

지금까지 정 수연을 몇 번 보았지만 오늘 같이 이렇게 화려하게 치장한 모습은 처음이었다.

정 수연의 시선이 나와 마주쳤다. 정 수연이 입 꼬리가 미세하게 움직였다. 정 수연이 나에게 다가올수록 그녀의 미소가 더욱 짙게 변해가고 있었다.

“치우 씨. 일찍 오셨어요?”

정 수연이 테이블 앞에 서서 자리에 앉지도 않은 채 나를 보며 말했다. 검은색 시스루가 그녀의 드러난 가슴을 가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속으로 가슴 속살이 모두 드러나 보였다. 

“아...네.. 아닙니다.”

정 수연이 테이블 맞은편 자리를 두고 옆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타이트한 자주색 원피스가 당겨 올라가 감싸고 있던 허벅지 안쪽이 훤히 드러나 보였다.

“치우 씨. 왜 저를 보자고 하셨어요?”

정 수연이 자신의 얼굴을 오른쪽으로 살짝 까닥이며 말했다. 정 수연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지금까지 내가 보았던 그 여자가 아니었다. 목소리는 당당했으며 표정 또한 자신만만했다. 

“그게....확인 할 것이 있습니다.”

“경태 씨가 은비를...건드렸어요?”

정 수연의 말에 나의 인상이 한 순간이 변해갔다. 하지만 나를 더욱 화나게 한 것은 그녀의 표정이었다.

정 수연의 표정은 처음과 마찬가지로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수연 씨. 말을 왜 그렇게......합니까?”

순간 감정 조절을 못해 톤이 높아지던 목소리를 나는 간신히 막아 세웠다.

“여기서 이야기 할 내용은 아닌 것 같네요.”

갑자기 정 수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말없이 나를 내려다보고만 있었다. 정 수연의 얼굴이 술을 마신 것처럼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조용한데서 이야기해요. 여긴.....아는 사람들....만날 수도 있어요.”

정 수연이 주위를 한번 둘러보고는 나에게 재촉하는 눈빛을 보이자 나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앞장서 가는 정 수연을 두 걸음 정도 뒤에서 따라갔다. 정 수연이 걸을 때 마다 부풀어 오른 엉덩이가 부각되어 보였다. 

정 수연이 향한 곳은 센트럴 플라자와 연결된 옆 건물 호텔 로비였다. 정 수연은 데스크로 가서 금발의 호텔 여직원과 한동안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이 보였다.

돌아서는 정 수연의 손에는 카드키가 한 개 들려 있었다.

“뭐....뭡니까?”

“룸에서 이야기해요.” 

정 수연이 커튼을 열어젖히자 에메랄드빛 파타야 바다가 한눈에 들어와 보였다. 정 수연은 말없이 한동안 그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룸에는 어색한 침묵이 흘렀지만, 정 수연의 뿌린 향수 향이 조금씩 진하게 룸을 채워나갔다. 

“경태 씨가 은비를 어떻게 했어요? 강간했어요? 약 먹이고? 그때 치우 씨는 뭐하고 있었는데요? 은비가 그렇게 당할 때......치우 씨는 다른 여자하고 섹스하고 있었던 거 아니에요?” 

정 수연의 말에 한 순간에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정 수연을 향해 차오르던 분노도 사라져버렸다. 

정 수연이 돌아서서 나를 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빛과 표정이 내 마음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날.....어땠어요? 내가 거실에서 남자들과 뒹굴고 있을 때, 그리고 나와 눈이 마주쳤을 때 나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어요? 내가 창녀처럼 더럽게 보였어요? 

아니면.......아니면 치우 씨도 나를 안고 싶었어요? 그날 돌아가서 내 생각 했어요? 두 남자의 페니스를 받아들이던 내 모습을 떠올리며 몸이 달아올랐어요?

아니면 내 생각하면서 자위 했어요? 후훗......“

정 수연의 말에 내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치우 씨가 떠나고 그날 이야기를 더 해드릴까요? 나는....나는 발정 난 암컷처럼 그렇게 그들을 받아 들였어요. 새벽이 지나고.....아침이 밝아 올 때까지 그 아찔한 기분을 몇 번을 느꼈는지 몰라요. 

내 몸에 있는 수분이 모두 빠져 나가도 나는 원하고 원했어요. 그들이 그만하자고 할 때까지 나는 그 남자들의 페니스를 핥고 그 물건이 내 몸에 깊게 들어와 사정할 수 있도록 도와줬어요.

어때요? 은비가 경태 씨에게 당한 것을 복수 하고 싶어요? 그럼 그렇게 하세요.”

정 수연이 등에 있는 원피스 지퍼를 아래로 내리자 몸에 밀착해 있던 원피스가 한 번에 풀어졌다. 정 수연의 검은색 브래지어와 팬티가 드러났다.

“어때요? 은비만큼은 아니지만 쓸만하죠? 그러니까 남자들이 아직 내 몸을 계속 찾는 거겠죠.”

정 수연의 브래지어와 팬티가 그녀의 몸을 떠나고 있었다. 

정 수연의 몸에 검은색 수풀이 보이지 않았다. 며칠 전 거실에서 보았던 그녀의 몸에는 검은색 수풀이 분명히 있었다.

“자....마음대로 해요. 내 몸은 오늘 하루 동안 치우 씨 거예요.”

“지...금....뭐하는 겁니까?”

“후훗....남자들은 다 똑같아요. 처음에는 다들 그렇게 말하죠. 하지만 나는 그게 거짓말인지 알아요. 치우 씨도 똑같아요. 말로는 그렇게 말하지만 속으로는 나를 안고 싶죠? 벌써 커져버린 페니스를 작은 내 입술과 흠뻑 젖어 있는 내 몸 속에 밀어 넣고 싶죠?

치우 씨. 이제는 솔직해도 괜찮아요. 나는 더 이상 그런 남자들 때문에 상처 받지 않아요. 경태 씨에게 처참하게 당한 은비를 생각해요. 

아니지......

어쩌면 은비도 즐기지는 않았을까요? 경태 씨는 여자를 다룰 줄 알아요. 처음에 거부하던 여자들도 자신도 모르게 경태 씨를 찾곤 해요. 왜냐하면 그 아찔한 섹스가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으니까....

은비도 경태 씨와 섹스하면서 좋아 울부짖지 않았나요? 후훗....

치우 씨도 경태 씨처럼 섹스 잘해요? 미친 듯이 당신 이름을 부르며 나를 울부짖게 만들 수 있나요? 내 몸속을 멈추지 않을 정도로 흠뻑 젖게 만들어 줄 수 있어요?”

“이런....미친......너....너 도대체 뭐야!!!” 

“후훗....”

조용하던 룸 안에 나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정 수연은 그런 나를 전혀 개의치 않는 듯 했다. 그녀는 붉은 립스틱을 바른 입술 사이 새하얀 치아를 드러낸 채 나를 보며 소리 내어 웃기 시작했다. 

그 순간. 

정 수연의 젖가슴 정 중앙에 박혀 있는 유두가 빳빳하게 솟아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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