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화 (11/177)

욕망의 도시 (7)

파타야 시내는 어제 폭우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도로는 여전히 젖어 있었으며, 빗물에 떠내려 온 쓰레기 더미들이 도로 가장자리에 아무렇게나 쌓여 있었다. 

차창밖에 우리의 호텔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자...도착했습니다.”

경태 형이 운전하던 차가 호텔 로비 앞에 멈춰 섰다.

“형님.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형수님 피곤하실 텐데 아침까지 챙겨주시고......”

“아니에요.”

수연은 고개를 돌려 뒷좌석에 않아 있던 나와 은비에게 눈인사를 건네 왔다.

“언니...언니. 다음에 우리 근사한데 가서 저녁 먹어요. 저희가 대접할게요.”

“그래. 그러자.”

“은비 씨. 그럼 쉬어요. 치우야. 연락할게. 나는 가게 가서 정리 좀 해야겠어.”

은비가 웃으며 연신 한 손을 수연에게 흔들고 있었다. 

“에휴~~”

룸에 들어서자마자 은비는 깔끔하게 정리된 침대에 풀썩 드러누웠다.

은비의 부드럽게 솟은 엉덩이가 눈에 보였다. 스커트 아래에 뻗어 있는 은비의 다리가 유난히 하얗게 보였다,

“피곤해?”

“응....오빠는요?”

“조금. 어제 잠을 좀 설쳤어....”

“어떡해...오빠 이리 와요.”

은비가 침대에 누워 두 팔을 벌리며 나에게 말했다. 

나는 침대에 올라가 은비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은비의 두 팔이 나를 감싸 않고서 자신의 가슴으로 나를 끌어 않았다.

은비의 짙은 향기가 나를 반기듯 풍겨왔다. 나는 그녀의 블라우스를 스커트에서 빼어냈다. 그리고 나의 한 손이 맨살을 타고 올라가 검은색 브래지어를 풀었다.

은비의 블라우스 단추를 하나씩 풀자 숨겨져 있던 은비의 가슴이 부드럽게 출렁이는 것이 보였다.

나는 말없이 은비의 가슴을 한동안 바라봤다.

“오빠.....부끄러워요.”

은비의 작게 떨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나의 시선은 은비의 한쪽 유두에 꽂혀 있었다. 

바로 어제 온몸에 문신을 한 태국 사내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갔던 은비의 그 작은 유두. 

은비의 앙증맞은 유두가 조금씩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손대 대지 않았지만, 시선을 받는 것만으로도 반응하는 그것이 신기하기까지 했다.

“은비야....”

“네?”

내 얼굴이 화끈거렸다. 

은비에게 하려고 했던 말들을 나는 참고 참았다.

나는 말없이 그곳으로 다가갔다.

그리고.....그 사내가 그랬던 것처럼 은비의 살구색 유두를 내 입속에 담아 천천히 빨기 시작했다.

“아흠.....오빠....”

시간은 천천히....그리고 빠르게 흘러갔다.

우리는 경태 형의 가게에 가서 매일 밥을 먹었다. 그럴 때마다 그는 친동생처럼 우리를 챙겨줬다. 수연 형수 또한 우리가 묵고 있는 호텔에 와서 같이 수영장을 이용하며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여행에서 더 이상 완벽할 수 없는 그런 평화로운 시간들이었다.

우리가 파타야에 온 지 5일째 되는 날이었다.

“그래 오늘은 뭐 할 건데?”

경태 형이 동그랑땡 하나를 씹으며 말했다.

“글쎄요. 저녁 먹고 워킹스트리트에 가서 구경 좀 하려고요.”

“으하하....그렇지. 파타야에 왔으며 워킹스트리트에 가야지. 술도 한잔하고 클럽도 가고. 여행객들에게는 천국이지. 특히....남자들.....”

경태 형이 방금 한 자신의 말이 후회되는지 은비의 눈치를 살폈다. 

“사장님? 왜요? 거기에 왜 남자들에게 천국이에요?”

“아...아니....그게......하하하.......”

은비의 진지한 눈빛에 그가 당황해하는 것이 역력했다.

그때 가게 문이 열리고 정복을 입은 몇몇 사람들이 들어왔다.

“Hey......경태!!!”

“치우야. 먹고 있어 친구들 왔다. 잠시만....”

경태 형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과 반갑게 인사를 했다. 그들이 입은 정복 어깨에는 선명한 하얀 글씨로 ‘POLICE’ 라고 적혀있었다.

4명의 현지인 남자들은 경태 형과 같은 40대 정도로 보였다. 그들이 우리 테이블을 지나가면서 나와 은비를 보며 눈인사를 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택시에서 내려 워킹스트리트 입구를 바라봤다.

밖에서 바라본 워킹스트리트 안쪽은 마치 다른 세상 같아 보였다. 현란한 조명들이 반짝이고 있었고 사람들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국적을 알 수 없는 백인, 흑인, 동양인 그리고 현지인들 인파로 걸어가기조차 힘들었다. 형광색 초미니 스커트와 가슴이 반 이상 드러난 야한 옷을 입은 여자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내 시선은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치이~ 오빠 좋겠다.”

거리의 여자들을 몰래 훑어보는 나를 알아차렸는지 은비가 샐쭉거리며 말했다.

“아...하하....”

“이래서 사장님이 그렇게 말했구나....남자들의 천국이라고....”

우리는 거리를 한동안 걸어가다 화려하게 치장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한 클럽 앞에 도착했다. 건물 외벽에 붙어 있던 LED 간판에서 익숙한 한글이 보였다.

[우리는 항상 한국 친구들을 사랑합니다!!!]

은비는 그 글귀가 재미있는지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고 있었다.

클럽의 내부는 또 다른 세상의 시작이었다.

몸에 완벽히 밀착된 은색 유니폼을 입은 여자들이 조금 높은 곳에 올라가 춤을 추고 있었다. 은비의 시선도 춤을 추는 여자에게 머물러 있었다.

남자들끼리 온 한국인들도 눈에 띄었다. 

무릎까지 오는 타이트한 자주색 스커트에 가슴이 파진 블라우스를 입은 은비의 몸이 현란한 조명을 받자 주위의 남자들이 흘깃 그녀의 몸을 훑고 있었다.

“오빠. 오빠. 여기 분위기 너무 좋다.”

은비가 나에게 다가와 말했지만 시끄러운 음악소리 때문에 잘 들리지 않았다.

“오늘 기대되는데? 너 춤추는 거 볼 수 있고 말이야...하하....”

나는 한국에서 은비와 클럽 같은 곳에 가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은비는 친구들과 가끔 그런 곳에 간다고 말했었다.

아이스박스에 담긴 산미구엘이 조금씩 줄어들었다. 그리고 클럽 내부에서 울리는 음악이 더욱 짙어졌다.

맥주를 몇 병 마신 은비가 이제 준비가 된 거 같았다. 그녀의 볼이 조금 붉어져 있었다. 

은비가 테이블 맞은편 쪽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녀의 시선은 나에게 머물러 있었다. 

은비가 두 팔을 올려 몸을 부드럽게 흔들자 짧은 블라우스가 위로 당겨 올라가 그녀의 잘록한 허리라인과 배꼽이 드러나 보였다. 

은비의 눈빛이 이전과는 달라져있었다. 

깔끔한 정장을 입은 직원이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서 은비에게 무슨 말을 하는 것이 보였다. 은비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 카메라는 은비를 향해 있었고 플래시가 몇 번 번쩍였다. 

카메라를 들고 있던 직원이 나에게 다가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외쳤다.

“Your girlfriend very hot!”

나는 은비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은비는 나에게 안겼다. 그녀의 몸에서 열기가 느껴졌다.

“너무 예쁘다. 이 클럽에서 니가 가장 아름다워.”

은비 입술이 나에게 닿았다. 그녀의 혀가 나의 입술 속을 비집고 들어와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내 손은 은비의 허리와 엉덩이에 머물러 있었다. 

테이블위에 있던 스마트폰이 반짝이고 있었다.

“나 전화 좀 받고 올게. 혼자 괜찮겠어?”

은비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클럽 밖은 여전히 사람들로 가득했다. 내부로 들어오기 위해 가드에게 검색을 받는 사람들이 줄지어 서있었다. 그들의 얼굴은 모두 하나같이 어떤 기대에 차 있는 듯 보였다.

[네. 형님.]

[그래. 너 어디야?]

[린비아토에 있습니다]

[아...거기 갔구나?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말고, 그리고 혹시나 현지 애들하고 시비 붙으면 안 된다. 무조건 피해. 거기 이상한 놈들 많아]

[하하하. 네 알겠습니다.]

[그래 조심하고. 내일 통화하자]

나는 담배 한 개를 꺼내 물었다.

이제 겨우 만난 지 며칠 밖에 되지 않는 우리 사이가 벌써 서로를 걱정해주는 관계가 되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그런 그가 고마웠다. 

화장실로 향하는 나에게 수많은 태국 여자들의 뜨거운 시선이 향했다. 

한 여자가 나의 손목을 끌어당겼다. 

“오빠!”

검은색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내 앞에 서있다. 짙은 화장을 한 채 브래지어를 하지 않았는지 얇은 원피스에 볼록한 가슴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그녀의 가슴이 나의 한쪽 팔에 닿자 부드러운 가슴이 느껴졌다. 그녀는 혀를 살짝 내밀어 빨간 립스틱을 바른 자신의 입술을 보란 듯 살짝 적시고 있었다.

나는 간신히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술 때문인지 그 여자 때문인지 내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휴.....”

긴 한숨이 새어 나왔다. 

한 남자가 내 옆의 소변기에 자리를 잡는 모습이 보였다.

“내일 당장 한국으로 돌아가!”

나는 놀라 그를 바라보았다. 소변을 보는 그의 시선은 정면을 향해 있었다. 

“네?”

그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그의 머리는 정리를 하지 않은 듯 심하게 헝클어져 있었다. 분명히 한국 사람이었다. 하지만 행색은 오랫동안 이곳에 머문 것처럼 현지인의 모습 같았다. 그의 두 눈은 오랫동안 잠을 못 잔 것처럼 새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한국으로 돌아가라고!”

“무슨 말씀인지? 저 아세요? 사람을 잘못 본 거 같은데....”

“멍청한 놈!”

“뭐?”

순간 나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변함이 없었다.

나는 서둘러 정리를 하고, 세면대로 향했다. 

나는 그가 술에 취했거나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좀 전 통화에서 경태 형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세면대 거울에 비친 그가 뒤에서 나를 보고 있었다. 그의 표정이 일그러져 있었다.

나를 바라보던 그가 잠시 후 말없이 화장실을 빠져나갔다.

춤을 추는 사람들을 피해 은비가 있는 테이블로 향했다. 멀리서 은비의 얼굴이 보였다. 은비는 한 여자와 웃으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의 테이블에는 커다란 위스키와 음료수들이 놓여 있었다.

“오빠! 왔어요?”

“어....그..그래.....그런데....”

“아....여기 지금 테이블이 풀이라서 이분들이 합석을 하자고 해서 그러라고 했어요. 괜찮죠?”

은비와 함께 있던 여자가 웃으며 나에게 인사를 했다.

“그래...”

늘씬한 몸매의 태국 여자 2명이었다. 그녀들 또한 이곳에 있는 여자들처럼 몸매가 드러나는 야한 옷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특이하게도 영어가 매우 유창했다.

화장 때문인지 얼굴이 뽀얀 한 여자가 콜라와 희석된 술잔을 나에게 내밀었다. 은비 앞 테이블 위에 똑같은 잔이 놓여 있었다.

은비가 그 여자들과 뒤섞여 신나게 춤을 추고 있었다.

여자들의 손이 은비의 어깨와 허리에 닿아 있었다. 

은비의 표정이 너무나 행복해 보였다. 그리고 아름다웠다. 

한 여자가 천천히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뒤돌아선 채로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 여자의 짙은 향수가 코를 찔렀다. 

그 여자의 엉덩이가 조금씩 조금씩 나의 몸에 닿았다. 그리고 잠시 후 그녀의 엉덩이 골 사이에 내 물건이 완전히 밀착되어 있었다.

그 여자의 움직임에 따라 내 물건이 점점 부풀어 올랐다.

나는 은비를 바라봤다.

은비 뒤에서 한 여자가 은비의 허리를 감고 춤을 추고 있었다. 둘은 마치 꼭 붙어 있는 듯 음악에 따라 몸이 움직였다.

은비의 미소는 여전했지만, 그녀의 뺨이 새빨갛게 변해있었다.

나의 몸에 자신의 엉덩이를 비비던 여자의 춤이 더욱 대담하고 노골적으로 변해갔다.

내 시야가 천천히 흐려져, 또렷하던 은비의 모습이 희미하게 사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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