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도시 (6)
억수같이 내리던 빗줄기가 조금씩 가늘어지고 있었다.
도로에는 여전히 물이 차올라 엉망이었다. 자동차 바퀴의 반 정도가 물에 잠겨 있었고 이따금씩 보이는 차들이 물살을 헤치며 어디론가 가는 모습이 보였다.
“저기....번거롭게 해드려서 정말 죄송해요”
은비가 운전을 하고 있는 여자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에요. 집에서 거기까지 가까운 거리에요. 괜찮아요.”
운전을 하던 여자가 고개를 돌려 조수석에 앉아 있던 은비를 보고 말했다.
레스토랑에서 출발한지 10여 분 정도 지나자 차의 속도가 점점 줄어 들었다. 그리고 차올라 있던 빗물도 도로를 살짝 덮을 정도로 줄어들어 있었다.
자동차가 한 빌라 단지 입구에 멈추자 정복을 입은 경비원 2명이 나와 깍듯하게 경례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고급빌라 단지였다.
한국에 있는 고급빌라 단지와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차는 어느새 붉은 벽돌로 깔끔하게 지어진 한 빌라 앞에 멈췄다.
“도착했어요. 대문 열고 우산 드릴게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운전을 하던 여자가 차에서 내려 창살로 된 큰 대문 앞에 있는 버튼을 몇 번 누르자 문이 스르륵 열렸다.
고급 빌라답게 거실이 매우 정갈하게 꾸며져 있었다.
운전을 했던 여자가 거실에 우두커니 서있던 나와 은비에게 수건을 전해주었다.
“많이 젖으셨네요. 감기 걸러요. 우선 이걸로 좀 닦으세요. 따뜻한 것 좀 내어 올게요.”
“저기....괜찮은데.....”
나의 말에 그 여자는 편안한 미소를 한번 짓고는 안쪽 주방으로 걸어갔다.
“오빠. 오빠....집 정말 좋다....”
은비가 젖은 머리칼을 수건으로 조심스럽게 닦으며 말했다.
“응....외국 영화에서 나오는 그런 집 같네.....그런데 여기가....어딜까? 그 사장님 집인가?”
은비와 나는 젖어있는 몸을 닦은 후 거실을 이리저리 둘러보기 시작했다.
“저기. 커피 좀 드세요. 마침 차는 떨어져 버렸네요.”
소파에 앉아 있던 우리에게 그 여자가 커피를 내어주고는 자신도 소파에 앉았다.
“감사합니다. 너무 폐를 끼치는 것 같아서......”
여자는 말없이 웃으며 나와 은비를 번갈아 보고 있었다.
“저기...실례지만.....황 경태 사장님...사모님 되시는가요?”
잠시 고민하다. 그녀에게 물었다.
“네.....경태 씨 하고 같이 사는 사람이에요.....후훗...”
내가 고민을 했던 이유는 이 여자는 황 경태 보다 너무 어려 보였기 때문이었다. 고작해야 20대 중후반쯤으로 보였다.
나는 다시 그 여자를 찬찬히 훑어보았다. 칠흑 같은 검은 머리가 등까지 길게 뻗어 있었다. 검은 머리칼과 대비된 얼굴이 창백해 보이기까지 했다. 특히 큰 까만 눈동자와 다소 마른 체형에 가늘고 긴 손가락이 눈에 띄었다.
“그런데 여기에는 빗물이 하나도 고이지 않았네요?”
“네....여기는 지대가 조금 높은 곳이라....파타야에 비가 많이 와도 빗물이 차오르지 않아요.”
“그렇구나. 참....저는 김 치우라고 합니다. 이 친구는 이 은비. 이번에 약혼하고 여기에 여행을 왔습니다.”
“아.....그러시구나. 저는 정 수연입니다.”
자신을 소개하는 것이 조금 생경스러운지 그녀는 말을 하며 조금 어색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오후 10시 45분...
한동안 거실에는 침묵이 흘렀다.
나와 은비. 그리고 그 여자는 말없이 커피만 마시고 있었다.
[빵빵!]
어색한 정적을 깨는 자동차 경적소리가 거실에 울렸다. 그러자 정 수연은 들고 있는 커피 잔을 놓고 밖으로 나갔다.
“은비야? 괜찮아? 춥지 않아?”
은비의 머리를 만져보니 여전히 습기가 느껴졌다.
“춥지는 않은데.....잠이 와요. 히잉....”
은비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내 어깨에 기대어 왔다.
“치우 씨, 은비 씨, 왔어요?”
밖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 후 곧이어 거실에 황 경태가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나와 은비는 소파에 급하게 일어났다.
“사장님......정말 감사합니다.”
“하하하. 그런 거 가지고 그래요? 파타야 시내는 지금도 엉망입니다. 나도 차는 두고 아는 사람 트럭을 타고 왔습니다. 휴우,,,,”
“사장님 아니었으면 레스토랑에서 밤샐 뻔했습니다. 하하.”
“여행을 하다 보면 이런저런 변수가 많이 생기죠. 지나고 나면 추억이겠지만......”
“조금만 더 있다가 호텔로 돌아가겠습니다.”
“아이고....치우 씨. 오늘 가기 힘들어요. 여기는 괜찮은데 파타야 시내는 여전히 물이 많이 차 있어서 일반 승용차는 진입을 못합니다. 오늘 밤에 비가 그친다면 아마도 내일 아침에나 차가 시내로 들어갈 수 있을 겁니다.”
황 경태의 말에 나와 은비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서로를 보기 시작했다.
“수연아. 간단하게 한잔하게 준비 좀 해줘. 치우 씨, 한잔해도 괜찮죠?”
“아...네네.....”
거실 테이블에 반 정도 남은 위스키와 맥주 몇 병 그리고 산적 같은 고기 안주가 놓여 있었다.
“사모님. 미안해요. 계속 번거롭게 해드려서....”
은비가 수연에게 말했다.
“사모님? 에이...은비 씨. 그냥 언니라고 해요. 저사람 29살입니다. 은비 씨하고 세 살 차이 밖에 안나요.
황 경태가 말했다.
“자자....드세요. 여자 분들은 맥주를 드시고....우리는 위스키를......”
황 경태가 얼음이 들어있는 글라스에 위스키와 콜라를 붓고는 나에게 내밀었다.
“치우 씨. 자 이거 마셔보세요. 위스키 양이 맞지 않으면 말씀해주시고.....”
“저기 사장님. 말씀 편하게 하세요. 어제 우리 다시 만나면 말씀 편하게 하신다고......”
“하하하....참 어제 그랬죠? 그럼 그럴까요? 대신 치우 씨도 편하게 형님이라고 불러요.”
“하하하...알겠습니다.”
오랫동안 알던 사람을 만나는 듯 너무나 편한 자리였다.
낯선 여행지에서 한 사람을 만나고 단 이틀 만에 그 사람의 집에서 이렇게 술을 마시고 있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은비와 수연도 서로 잘 통하는지 연신 미소를 지은 채 서로의 이야기를 이어갔다.
“형님. 형수님 하고는 어떻게 만나서 결혼하셨어요?”
“하하......이 사람 내 걸 프렌드야. 우리 결혼 안 했어. 여기 살면서 너무 바빠서 그런 것도 있고 그리고 이쪽에 결혼 문화는 한국과는 조금 틀려. 결혼을 해야 부부가 되는 게 아니라. 연인처럼 같이 살면서 애 놓고 많은 사람들이 부부처럼 그렇게 살아. 우리고 그렇게 사는 거고“
“아....그렇구나...”
“수연이 만난 것도 참 신기했지. 2년 전에 이사람 파타야에 여행 왔었어. 우리 가게에 온 손님이었는데. 너무 참하고 예뻐서 내가 첫눈에 반했지 뭐야. 그래서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데도 물불 안 가리고 내가 덤벼들었지.”
“하하하...형님 대단하십니다.”
수연은 자신이 이야기가 나오자 갑자기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새벽 1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나는 스마트폰을 꺼내 어플을 실행했다. 여전히 우버는 보이지 않았다.
“치우야. 그러지 말고 여기서 자고 아침에 가. 지금 비는 그쳤는데. 물 빠지려면 한참이야.”
“아...그래도.....형님하고 형수님한테 너무 죄송해서.....”
“어허....이 사람. 뭐가 그렇게 미안하나? 우리 만난 지 이틀이지만, 장사를 하다 보면 사람 보는 안목도 함께 생겨. 치우 너는 참....동생 같고 그래. 부담 갖지 말고 편하게 하루 자고 가거라.
수연아 치우하고 은비 씨 잘 수 있도록 중간 방 정리해라.”
“네. 알겠어요.”
수연이 테이블을 정리하다 말고 정면에 있는 방으로 들어가 불을 켜는 뒷모습이 보였다.
“치우야. 나는 오늘 참 기분이 좋다. 파타야에 나와 살면서 수많은 한국 사람 만났지만, 이번 같은 경우는 없었어. 타지에서 만나는 한국 놈들은 사기꾼이거나 등쳐먹으려는 하이에나 같은 놈들이 너무 많아. 그래서 늘....상처도 받고.......쩝....”
경태 형의 눈가가 불게 변해갔다.
방에는 파우더 향이 가득했다. 마치 아기가 오랫동안 이방에서 살았던 것 같은 기분 좋은 향기였다.
“오빠. 이번 여행에서 참 신기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거 같아요.”
은비가 침대에서 나에게 안긴 채 말했다.
“하하....그렇지? 나도 그렇게 생각해.”
“사장님하고....수연 언니 너무 좋은 사람들 같아요. 수연 언니는 조용히 조곤조곤 말하는 투가 귀엽기도 하고....맘에 들어요.”
“그래. 이런 좋은 사람들 만나기 흔치 않은 일이야.”
“오빠.....너무 잠 와요.....나 재워주세요.”
은비의 손이 경태 형에게 빌려 입은 트레이닝 복을 헤치고 쪼그라든 내 물건을 부드럽게 만지기 시작했다.
어느새 새근거리는 은비 덕에 나도 눈이 스르륵 감겼다.
검은손이 은비의 가슴을 향해 다가갔다.
오일로 범벅이 된 그 두 손이 은비의 가슴을 쓰려내려 우뚝 서있는 은비의 유두가 검은손 속으로 사라졌다 이내 모습을 드러냈다.
은비의 몸이 움츠려 들었다. 꼭 감고 있던 은비의 눈이 서서히 열렸다.
문신을 한 사내는 웃으며 은비에게 뭐라고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의 표정은 너무나 당당했다. 은비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사내에게 무슨 말을 했다.
하지만 사내는 아랑곳하지 않고 은비가 누워있는 침대 곁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사내의 한 손은 여전히 은비의 아래 가슴을 감싸고 있었다.
은비의 유두가 이전보다 더 부풀어 올라있었고 색깔 또한 더욱 짙게 변해 있었다.
사내는 한참 동안 말을 이어갔다.
움츠려 있던 은비의 어깨가 서서히 풀려 다시 침대에 닿았다.
사내는 손의 다시 움직였다.
그의 엄지손가락이 은비의 유륜 주위에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그러다 빳빳하게 서있는 은비의 유두를 엄지와 검지로 잡고서 살살 비비기 시작했다.
순간 은비는 찌푸러진 표정으로 참아왔던 깊은 숨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검은 사내의 얼굴이 은비에게 다가갔다.
그의 한 손은 여전히 은비의 유두에 머물러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은비의 다른 쪽 가슴으로 다가간 그의 입에서 새빨간 혀가 나와, 은비의 유두를 살살 핥기 시작했다.
은비가 몸을 틀어 찌푸러진 얼굴이 내가 있는 룸을 향해있었다.
순간 사내의 입속으로 은비의 유두가 빨려 들어갔다.
은비의 온몸이 전율하듯 요동쳤다.
“하아...하아...하아.....”
나는 눈을 떴다.
온몸이 땀으로 젖어 있었다.
은비의 손은 여전히 나의 바지 속에 들어가 있었고. 그녀는 세상모르게 색색거리며 잠들어 있었다.
제발 지워져버리기를 바랬던 광경이 꿈에서까지 그대로 재현되고 있었다.
나는 마치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것 같은 절망의 순간이었다.
심한 갈증이 느껴졌다.
나는 은비가 잠에서 깰까 봐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주방으로 걸어가다 거실에 옅은 불빛이 보였다.
거실 소파에 수연이 두 손으로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 앞에는 조금 전 마시던 독한 위스키와 마시다만 술잔 하나가 놓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