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화 (9/177)

욕망의 도시 (5)

마치 은비는 깨어날 수 없는 깊은 잠에 빠진 듯이 보였다.

검은 손....

짧은 반바지와 몸에 달라붙은 민소매티셔츠를 입은 그 사내는 몸 전체가 검게 물들어 있었다.

문신이었다.

그 사내의 바싹 마른 몸이 움직일 때마다 잔 근육들이 춤을 추듯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그의 몸에는 커다란 용이 보였고 손바닥만 한 부처의 얼굴도 박혀 있었다. 그리고 다리와 팔, 손등까지도 문신으로 푸르게 물들어 있었다.

은비가 엎드려 있는 침대로 그가 올라갔다. 그의 무릎 사이에 오일로 투명하게 반짝이는 은비의 쭉 뻗은 두 다리가 가지런히 들어가 있었다.

그는 능숙하게 은비의 허벅지에서 엉덩이 골 아래까지 두 손으로 쓸어 올렸다. 그의 얼굴에는 옆은 미소가 번져 있는 것 같았다.

“오빠! 마사지...마사지....릴렉스.”

방금 전까지 나의 몸에 올라타 나의 물건을 맛깔나게 빨던 태국 여자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하지만 나의 시선은 은비와 나를 갈라놓은 두터운 유리를 통해 보이는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머물러 있었다. 

“왜 남자가......”

“남자 No, No. 여자야. 게이...게이....저기에서는 여기 안보여. 오빠.”

옆에 있던 여자가 나에게 말했다.

나는 고민에 빠졌다.

왜 남자가 은비의 몸에 올라타 마사지를 하고 있는지....

그리고 은비는 왜 자신의 몸을 문신투성인 태국 사내에게 맡기고 있는지.... 

사내의 손길이 조금씩 은비의 엉덩이 골에 더욱 깊게 들어가 박혔다 빠져오고 있었다. 은비의 몸을 간신히 감싸고 있던 얇은 부직포 팬티가 사내의 손길로 인해 점점 위로 말려 올려갔다.

은비의 볼록한 엉덩이가 반쯤 드러나 보였다. 온몸이 오일로 반짝이는 은비의 몸은 마치 탐스러운 보석과 같았다.

숨기고만 싶었던 너무나 아름다운 은비의 몸을 검게 물들어 있는 그 사내의 손이 자유롭게 휘젓고 다니고 있었다.

“오빠!”

한동안 은비가 있던 룸을 말없이 지켜보던 여자가 나에게 다가왔다. 조금 검은 피부의 젖가슴이 출렁이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녀의 탱글하게 솟아 있는 젖꼭지도 보였다.

그 여자가 나의 상체를 밀어 침대로 다시 눕혔다. 하지만 나의 시선은 여전히 은비가 있는 방에 머물러 있었다.

그 여자가 내 왼쪽에 누웠다. 

잠시 후 그 여자의 허벅지가 나의 허벅지 위에 올려지고, 그 여자의 뜨거운 가슴이 나의 옆구리에 닿았다.

은비의 부직포 팬티는 오일로 완전히 젖어 그녀의 엉덩이 라인이 완벽하게 드러나 보였다. 남자의 손길은 은비의 엉덩이에 한참 동안 머물러 있었다.

은은한 파스텔 톤의 분홍색 매니큐어가 발려있던 은비의 엄지발가락 끝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내가 힘을 주어 은비의 엉덩이에 머물 때마다 은비의 엄지발가락이 오므려졌다 펴졌다를 반복했다. 

그리고 가지런히 모아져 있던 은비의 두 다리는 언젠가부터 조금씩 벌어지고 있었다.

은비는 깊은 잠에 빠진 것이 아니었다.

“오빠. 좋아?”

여자의 뜨거운 숨소리가 내 귓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그 여자의 손이 여전히 식지 않은 미지근한 온도의 오일이 묻어 있는 내 물건을 쥐고서 부드럽게 흔들기 시작했다. 

은비의 몸에 올라타 있던 남자가 침대 아래로 내려왔다. 그의 시선은 오일로 완전히 젖어있는 은비의 엉덩이에 꽂혀 있었다. 그의 한 손은 자신이 입고 있던 빨간 반바지 속에 들어가 움직이고 있었다.

아마도 발기된 자신의 물건이 불편했는지 가지런히 정리하는 듯 보였다.

“아음...”

내 곁에 있는 여자의 혀가 내 귓불을 잠시 빨다가 깊숙이 들어와 박혔다. 나의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내 머릿속에서는 지금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빨리 종료하라고 끊임없이 외치고 있었지만 내 몸은 그럴 수가 없었다. 나의 물건은 여자의 손길에 금방이라도 터져 녹아버릴 것 같았다.

문신을 한 사내가 침대 위쪽으로 다가가 은비의 등을 조심스레 몇 번 두드리면서 무슨 말을 하고 있었다.

은비의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은비는 말 잘 듣는 아이처럼 착하게 몸을 돌려 가지런히 눕기 위해 자세를 고쳐 잡고 있었다.

오랫동안 숨겨져 있던 은비의 얼굴이 드러나 보였다.

은비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은비의 기다란 속눈썹이 천정을 향한 채 천천히 깜빡이고 있었다. 

사내가 은비에게 무슨 말을 하자 은비는 한참을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사내의 하얀 치아가 드러나 보였다.

“아.....오빠? You want fuck me?

여자가 나의 한쪽 몸을 뱀처럼 감고 있었다. 나는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다.

사내의 손이 은비의 가슴으로 향했다. 그리고 위태롭게 은비의 가슴을 감고 있던 부직포를 벗겨 냈다.

그러자 은비의 우윳빛 가슴이 완전히 드러나 보였다.

지금까지 나만 만지고. 나만 보고, 나만 빨아먹을 수 있던 은비의 가슴이 다른 사내에게 열렸다. 

은비의 가슴 가장 높은 곳에 자리 잡은 살구색 유두가 정확히 전정을 가리고 있었다. 

은비의 가슴에 데워진 오일이 뿌려졌다.

은비는 눈을 꼭 감았다. 

농도 짙은 오일이 가슴 부위에 떨어질 때마다 은비의 입술이 이따금씩 오물거리고 있었다.

사내가 가지런히 누워 있는 은비의 몸에 올라탔다. 그는 두 손에 오일을 충분히 뭍이고는 은비의 상체로 향했다.

사내의 손이 은비의 배에 닿자 그녀의 몸이 잠시 움찔 거렸다. 

사내의 손은 은비의 배를 타고 위쪽으로....위쪽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은비의 열려있는 가슴을 너무나 절묘하게 피해서 어깨까지 오르내리고 있었다.

은비는 여전히 두 눈을 꼭 감고 있었다. 하지만 사내의 손길이 반복될수록 숨이 가빠지는지 그녀의 입술은 조금 벌어져 있었으며, 가슴과 배의 움찔거리는 움직임은 숨길 수 없는 듯했다.

그때....남자의 검은손이 은비의 가슴으로 향했다.

여자의 입술이 나의 가슴에 닿았다. 

여자는 혀를 빼어내어 나의 젖꼭지를 빠르게 핥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의 물건을 쥐고 있던 그녀의 손 또한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우리는 정원에서 마사지가 끝나고 내어준 이름 모를 따뜻한 차를 마시고 있었다. 

은비는 전혀 달라진 것이 없었다. 얼굴에는 여전히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지만 좀 전의 여운이 남아 있는지 볼의 붉은 흔적이 완전히 지워지지 않은 채였다.

나는 화가 났다.

나는 당장이라도 은비의 속살을 확인하고 싶었다.

아직까지 온몸에 문신을 한 낯선 사내의 손길로 인한 여운이 남아, 속살이 젖어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나는 이렇게도 옹졸하고 이기적인 인간이었다.

“어땠어? 마사지 받을 만했어?”

한참을 고민 끝에 은비에게 말했다.

“네. 괜찮았어요. 오빠는요?”

“나는 뭐....이런 거 처음이니까. 괜찮았어.”

“그런데......오빠. 나 고백하게 있어요.”

“응?”

“사실은.......남자가......들어왔어요. 나는 여자가 들어올지 알았는데......”

순간 나는 너무나 고마웠다. 굳이 말할 필요가 없는 사실을 은비는 나에게 고백했다.

“처음에는 너무 놀라서.....바꾸려고 했는데. 매니저 언니가 와서 다른 마사지 관리사가 없다고 해서....그냥 받았어요.”

“아.....그랬구나. 뭐....어때. 나도 여자한테 받았는데.....”

“피이~”

은비의 얼굴이 또다시 점점 붉어졌다.

마치 예쁜 화보 속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그림 같은 해변 바로 앞에 원목으로 된 고급스러운 테이블들이 놓여 있었다. 이곳은 승호가 꼭 가보라고 한 레스토랑이었다. 그리고 어제 황 경태가 적어준 메모에도 들어가 있던 곳이었다.

잘 차려입은 현지인들이 여유롭게 음식을 즐기고 있었다.

테이블에 앉아 조심스럽게 음식을 먹고 있는 은비의 모습은 마치 유명한 모델 같아 보였다.

하지만 나는 뜬금없게도 오전에 마사지를 받던 은비 모습을 떠올리고 있었다. 지우려고 노력해도 지워지지 않았다.

은비의 바짝 서있던 유두가 생각났고, 남자의 손길에 따라 반응하던 은비의 입술과 몸, 그리고 발가락까지 생각났다. 나는 급하게 레몬이 들어가 있는 산미구엘을 한 모금 길게 마셨다.

“오빠. 여기 정말 너무 좋아요. 이렇게 예쁜 곳이 있었다니......한국에 돌아가도 여기는 절대 잊을 수 없을 거 같아......”

“승호가 그래도 여기는 제대로 알려준 것 같네.”

“호호호....”

은비의 기분 좋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천국 같은 곳이었다.

좋은 음식과 해변의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 그리고 나와 함께 있는 은비.

하지만 불행하게도 신은 나에게 이런 행복이 지속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듯했다.

해가 질 무렵 갑자기 짙은 먹구름이 물려와 붉게 물들 던 아름다운 하늘을 모두 덮어 벼렸다. 그리고 억수 같은 비가 쏟아져 내렸다.

우리는 비를 피해 식당 내부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굵은 장대비는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빗물이 모여 굵은 물줄기를 이루어 바다로 빨려 들어갔다. 그 모습이 마치 계곡물이 넘쳐 도로를 덮치는 것 같이 보였다.

“오빠. 어떡해요? 비 너무 많이 온다. 계속 기다릴 수도 없고.......”

“우버 불러야겠다.”

나는 어플을 실행했다. 하지만 그렇게 많던 차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폭우 때문인지 모두 운행을 하지 않는 듯했다.

시간은 그렇게 흘렀다.

오후 9시....

몇 시간을 기다렸지만 야속하게도 폭우는 멈출 기세가 아니었다. 

차를 몰고 온 사람들이 하나둘씩 간신히 레스토랑을 빠져나갔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택시를 타고 온 사람들은 야속한 하늘을 보며 비가 멈추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고립된 손님들을 위해 레스토랑 측에서 파타야 시내로 들어갈 미니버스를 불렀지만 그마저도 소식이 없었다.

“비가 계속 오는데 어떡하지?”

“시간도 지금 늦었는데....오빠. 우리 어떡해요?”

은비가 너무나 근심 어린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그때 나는 한 사람이 생각났다.

[여보세요?]

[저기....사장님. 안녕하세요. 어제 봤던 김 치우입니다]

[어? 치우 씨. 이 시간에......무슨 일 있어요?]

[바쁘신데 죄송합니다. 다름이 아니라.......저녁 먹으려고 크리스털 하우스에 왔는데요. 폭우 때문에 차가 없어서.....]

[아이고....지금 파타야 시내도 비 때문에 난리입니다. 세컨로드와 비치로드는 완전히 침수 됐어요. 가게도 지금 엉망이고...] 

[아....그렇지요? 죄송합니다. 하도 답답해서 사장님한테 연락 한번 해본 겁니다. 저희는 좀 더 기다렸다가 방법을 찾아봐야겠네요.]

[음.....그럼 이렇게 합시다. 좀티엔에 아는 사람이 있어요. 거기서 멀지 않은 곳이니까 그쪽으로 보낼게요.]

[네? 사장님. 어려우면 무리 안 하셔도 됩니다. 너무 죄송해서.....]

[하하하....아닙니다. 거기서 가까운 거리니까 오래 걸리진 않을 겁니다. 내가 치우 씨 연락처 그 사람한테 알려줄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봐요.]

갑갑하던 나의 마음이 한순간에 풀리고 있었다. 

황 경태와 통화한지 30분 정도 지났을 때 태국 현지 번호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저기.....경태 씨가 보내서 왔는데요. 김 치우 씨이신가요?]

[네...네...맞습니다]

[지금 주차장에 도착했는데....어디에 계시나요?]

우리는 서둘러 건물 뒤에 있는 주차장으로 향했다. 

1층에는 물이 발목까지 차올라 있었다. 은비와 주차장으로 가는 짧은 시간 동안에 비에 완전히 젖어버렸다.

주차장에 라이트를 밝힌 한 대의 차가 보였다.

운전석이 열리고 한 여자가 내려 우리를 주시했다.

“저기......김 치우씨?”

“네!”

“경태 씨가 보내서 왔어요....”

그곳에는...

커다란 우산으로 자신의 작은 몸을 가린 한 여자가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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