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도시 (4)
“오빠! 오빠! 괜찮아요?”
뒤에서 은비의 다급한 외침이 들렸다. 하지만 나는 모래사장에 그대로 엎드린 채, 내 시선은 정면에 고정되어 점점 멀어져 가는 그들을 쫓고 있었다.
나를 지나쳐 달려 나간 한 남자와 그를 피해 질주하던 까만 피부 소년과의 거리가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았다.
검은색 토트백이 그 소년의 손을 떠나 해변 쪽으로 내동댕이쳐졌다. 그 소년을 쫓고 있던 남자는 모래사장 위를 구르고 있던 그 가방을 한번 보고서 스피드가 점점 줄어들어 이내 멈춰 선 모습이 보였다.
“오빠. 괜찮아요? 어떡해? 다쳤어요?”
“아니. 괜찮아.....그냥 미끄러졌어.”
은비가 곁으로 다가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소년을 쫓던 그 남자는 파도가 밀려와 닿으려고 하는 은비의 검은색 토트백을 빠른 손놀림으로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그가 천천히 우리에게 가다오고 있었다.
그 남자는 동양인이었다. 숨이 찬지 우리와 가까워질수록 조금 헐떡이는 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하얀색 아디다스 민소매티셔츠와 동일 브랜드의 짧은 검은색 트레이닝 복을 입고 있었다. 햇볕에 조금 그을린듯한 피부에 오랜 운동으로 만들어진 듯, 다부진 몸매를 하고 있었고 확실치는 않지만 30대 후반 즈음으로 보였다.
“Mr! Thank you so much!”
그의 이마에 고인 땀방울이 보일 때 나는 머리를 숙이며 그에게 말했다. 그는 나와 은비를 잠깐 동안 훑어보고 있었다.
“저기.....혹시 한국 분이세요?”
“어머. 한국 분이세요? 너무 감사합니다.”
그의 말에 은비의 고마운 감정이 깊게 실린 목소리가 들렸다.
“아이고, 고 녀석 참 빠르네....다 잡았는데.....하하”
모래가 잔뜩 묻어 있는 은비의 토트백을 그가 나에게 내밀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다시 고개를 숙이며 그에게 인사했다. 은비의 그 가방에는 우리의 지갑, 여권과 부킹 바우쳐, 그리고 5만 바트의 현금이 들어 있었다.
“아닙니다. 운동하다가 보니까 고 녀석이 가방을 들고 도망가는 게 보여서.....그래도 소지품 모두 들어 있는지 확인 한번 해보세요.”
나는 가방에 묻어 있던 모래를 살살 털어 내고 가방을 열어 확인했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었다.
“여행 오신 거 같은데. 조심하세요. 해변이나 관광지 주변에는 소매치기나 날치기를 하는 현지인 들이 많이 있어요. 저도 항상 여기서 운동하는데 심심찮게 그런 장면을 목격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어떻게......보답해야 할지....”
은비가 그에게 말했다.
“하하하.....아닙니다. 보답은 무슨.......한국 사람들끼리 서로 도와야죠. 그래도 오랜만에 좋은 일 한번 했는데 한국 분들이시라 저는 더 뿌듯하고 기분이 좋습니다.. 하하하...”
그의 말투에는 겸손과 매너가 묻어 있었다. 나는 그가 참 좋은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뭐라도 보답해드리고 싶은데.......운동 중이신데 시원한 커피라도.....”
보기 좋게 그을린 그의 피부에 쉴 새 없이 샘솟고 있는 땀을 보며 내가 말했다.
“하하하....정 그러시면....이렇게 하시죠. 한국음식 드시고 싶을 때 한번 오세요. 저는 그걸로 충분합니다.”
그는 트레이닝팬츠 지퍼를 열어 파란 명함 한 장을 꺼내 나에게 전해주었다.
[Korean Restaurant. 가야금 / 대표 황 경태]
한국 음식점 명함이었다.
“세컨로드 쪽에서 작은 한국 음식점을 하고 있어요. 태국 음식 질릴 때 한번 오세요. 그걸로 충분합니다.”
나와 은비는 동시에 그에게 기분 좋은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
“그럼 갑니다. 담에 꼭 봐요!!”
그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우리에게 몇 번 손을 흔들고는 앞으로 천천히 달려 나갔다.
“오빠. 여기 괜찮아?”
그가 떠나자 은비는 서둘러 조금 붉게 변해있는 나의 무릎 부분을 살살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우리가 앉아 있던 비치 베드로 돌아오니 많은 현지인들과 관광객이 멀리서 우리의 모습을 보았는지 괜찮냐고 연신 걱정해주었다.
은비와 나는 먹던 음식을 남겨두고 호텔로 돌아와 샤워를 했다.
은비는 내 몸을 깨끗이 닦아 주었다. 그녀의 손길이 내 물건에 닿을 때마다 나도 모르게 그 녀석이 은비에게 인사를 하듯 끄덕거리고 있었다.
은비는 그게 너무 재미있는지 연신 깔깔대며 웃었다. 그리고는 검붉게 달아올라 있는 나의 물건에 입맞춤을 했다.
“오빠. 아까 가방 못 찾았다면 정말 어떻게 됐을까? 생각만 해도 너무 아찔해요.”
“휴....상상도 하기 싫어. 만일 그렇게 되었다면 이번 여행이 엉망이 되었을 거야. 그 사람 참 좋은 사람인 거 같아. 남의 일에 그렇게 도와주기 싶지 않은데....”
“그 아저씨 아니었으면.....오빠. 마음에 계속 걸려. 너무 고마운데...그냥 이렇게 넘어가도 될까요?”
나는 은비의 말에 침대 옆 테이블 위에 있던 파란 명함을 집어 들고서 한동안 그것을 보기 시작했다.
덜컹거리는 썽태우가 메케한 배기가스를 내뿜고 세컨로드를 달리고 있었다.
은비는 썽태우가 덜컹거릴 때마다 무서운지 나의 팔을 꼭 잡았다. 같은 공간에 앉아 있던 몇몇의 현지인과 관광객이 은비의 그런 모습이 귀여운지 그녀를 보며 미소 짓고 있었다.
호텔에서 불과 5분도 안 되는 거리였다.
명함의 약도를 보고 복잡하게 상가가 밀집해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가야금]
노란 불이 들어와 있는 노란 간판이 보였다. 우리는 그곳으로 들어갔다.
“싸와디!”
깔끔한 흰색 셔츠를 입은 현지인 남자가 우리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아이고! 오셨네요?”
카운터에 서있던 남자가 우리를 보며 반갑게 맞았다. 그는 날치기 소년에게서 은비의 가방을 찾아준 황 경태였다.
“안녕하세요? 하하하...”
“어서 오세요. 이쪽으로....”
나의 인사에 그가 카운터에서 나와 우리를 테이블로 안내했다. 홀 안에는 많은 현지인과 한국인들의 모습이 보였다.
우리가 테이블을 지나쳐 갈 때마다 한국 남자들이 은비의 얼굴을 훔쳐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가게는 매우 깔끔했다.
“안 이러셔도 되는데.....괜히 일부러 찾아오신 거 아닙니까? 하하하...”
“아니요. 삼겹살도 먹고 싶고 해서....겸사겸사...하하....”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부담 가지지 말고 많이 드세요. 우리 집 그래도 맛있다고 소문났어요.”
그가 기분 좋은 웃음을 뒤로하고 우리의 테이블을 떠났다.
그의 말대로 장사가 잘 되는 가게였다. 현지인들이 70% 이상 자리를 잡고 있었다.
현지인 종업원이 능숙한 솜씨로 불판에 삼겹살을 굽고 있었다. 이 모습은 한국에 있는 괜찮은 삼겹살집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밑반찬 또한 한국의 식당과 동일했다. 계란탕, 김치, 야채. 각종 반찬과 소스.....
“오빠. 이집 유명한 집인가 봐요. 손님도 많고 음식도 괜찮다.”
“응. 그런 거 같아”
은비가 잘 구워진 삼겹살이 맛있는지 급하게 씹어 넘기며 말했다. 더불어 내 입속에 넘어가는 소주가 달콤하게 느껴졌다.
사람들로 빽빽하던 내부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황 경태는 우리의 테이블이 지나갈 때마다 더 필요한 게 있는지 친절하게 물어왔다.
“사장님. 안 바쁘시면 소주 한잔하세요.”
웃으며 우리 테이블을 지나가던 그에게 말했다.
“그래요? 그래도 될까요?”
황 경태는 은비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아마도 오붓한 둘만의 시간에 자신이 방해가 될까 걱정하는 것 같았다.
은비는 미소를 지으며 나를 보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지나 통성명, 나이 등 간단한 대화가 오가며 소주잔이 몇 차례 돌았다. 그의 나이는 마흔이었다.
“사장님 아까는 정말 고마웠습니다. 사실 그냥 넘어가기가 너무 미안해서 일부러 여기 찾아왔는데. 잘 온 거 같네요. 음식도 너무 맛있고요.”
“하하하...고맙습니다. 자 우리 짠 합시다. 정말 반가운 인연이네요. 내가 파타야에 살면서 이런 적은 처음이라서 신기합니다.”
우리는 모두 웃으며 소주잔을 부딪쳤다.
소주 두어 잔을 마신 은비의 뺨이 너무나 예쁜 매력적인 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런데 두 분은......신혼여행?”
“아니요. 약혼 여행이에요. 호호홋....”
은비가 까르륵 웃으며 답했다.
“약혼 여행요? 하하하.....하긴 두 분 다 어려 보여서....요즘 왜 한국에서는 결혼이 늦잖아요. 그건 그렇고 두 분 정말 잘 어울립니다. 내가 여기서 장사하면서 수많은 한국 커플들 부부들 봐왔는데, 두 분이 탑입니다. 넘버원!!”
황 경태가 활짝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우리에게 펼쳐 보였다.
나와 은비는 너무나 매너 있고 유쾌한 그의 말투와 행동에 기분이 좋았다.
“파타야에 사신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7년 정도....한국에서 이런저런 장사하다가 너무 힘들어서 이곳에 왔습니다. 한 1~2년간은 정말 말도 못하게 고생했죠. 다 지난 일이지만.....그때 생각하면 끔찍합니다.”
“그래도 정말 대단하신 거 같아요. 타국에서 자리 잡고 이렇게 살아가신다는 게....”
은비가 말했다.
“하하하. 별말씀을!”
너무나 유쾌한 자리였다. 황 경태도 우리와의 자리가 마음에 드는지 처음 자리를 잡고서 한 번도 떠나지 않았다.
세병의 소주가 비워질 때쯤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장님. 오늘 정말 여러모로 고마웠습니다.”
“아니요. 좋은 분들 만나서 제가 더 기분이 좋았습니다.”
“사장님 말씀 편하게 하세요. 저보다 나이도 많이 위이신데.....”
“하하하. 나이 많은 게 무슨 감투라고.....그러면 다음에 만나면 제가 치우 씨한테 편하게 할게요.”
우리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한 황 경태는 파타야에서 꼭 봐야 할 스팟 포인트와 맛 집, 마사지 숍 등을 적은 메모지를 나에게 전해주었다.
“현지인들만 아는 곳도 있고 벌써 관광객에게 소문난 집도 있습니다. 검색해서 마음에 드는 곳으로 가보세요. 아마 만족하실 겁니다.
그리고 관광하시다가 무슨 일이 생기면 거기 아래 적힌 번호로 연락 주세요. 개인 핸드폰인데 제가 도울 수 있는 건 도와드릴게요. 그리고 치우 씨 앞으로 우리 친하게 진해 봅시다. 나 치우 씨 마음에 들어요. 하하하”
호텔로 돌아와 나와 은비는 한동안 황 경태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이번 여행에서 그를 만난 것은 너무나 큰 행운이었다고 결론지었다.
늦은 아침 호텔 조식을 먹으며 은비와 나는 서로의 스마트폰으로 마사지 숍 후기를 검색하고 있었다. 어제 황 경태가 우리에게 알려준 몇 군데 중에 평가가 가장 좋은 곳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깔끔하게 가꾸어진 정원을 통과하여 우리는 한 마사지 숍에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예약하셨나요?”
현지인이 조금 어설픈 영어로 우리에게 말했다.
“아니요. 오일 마사지 90분, 커플 룸으로 가능한가요?”
“그러시면....지금 커플 룸이 모두 예약 완료되었습니다. 개별 룸에서는 지금 바로 마사지가 가능하지만 커플 룸을 이용하려면 2시간 정도 대기하셔야 해요.”
“은비야 어떡하지? 예약 해놓고 있다가 다시 올까?”
“음....아니요. 그냥 받아요. 오빠하고 같이 있고 싶은데.......오빠는 어때요?”
“그러자 오늘은 그냥 받고 다음에 예약하고 오자”
은비와 나는 직원의 안내에 따라 2층으로 올라갔다. 다행히도 마사지를 받을 은비와 나의 룸이 벽 하나를 두고 붙어 있었다.
나는 옷을 모두 벗고 마사지 침대 위에 있던 부직포 팬티를 입고 기다렸다.
[똑똑]
조그만 키의 귀엽게 생긴 태국 여자가 들어와 나에게 인사를 했다.
“오빠. 미남! 미남!”
그 여자의 소리에 웃음이 새어 나왔다.
너무나 나른했다.
마사지를 하는 여자의 실력이 대단했다. 누적된 피곤 때문인지 나도 모르게 서서히 잠에 빠졌다.
꿈을 꾸는 듯 잠결에 기분 좋은 느낌이 들었다.
“아....”
깊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기억과 느낌이 점점 또렷해지고 있었다.
힘겹게 아래를 보니 마사지를 하던 여자가 벌어진 나의 다리 사이에 들어가 있었고 그녀의 머리가 아래위로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그 여자는 이미 발기된 나의 물건을 입에 담아 정성스럽게 빨고 있었다.
“뭐...뭐야!”
나의 말에 그 여자가 고개를 들어 나를 보고 있었다. 그녀의 입 주위는 흠뻑 젖어 있었고 봉긋한 가슴이 그대로 드러나 보였다.
“No. no. Stop! I don't like this!”
나는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말했다.
“오빠. 오빠 괜찮아!”
그 여자가 무방비로 열려있는 자신의 가슴을 출렁이며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녀는 속이 들여 다 보이는 검은색 레이스 팬티만을 입고 있었다.
“오빠. 괜찮아. 릴렉스.....릴렉스..”
그녀는 어설픈 한국말을 하며 벽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검은 암막 같은 커튼을 단번에 열어젖혔다.
벽이 아니라 두터운 유리였다.
유리를 통해 보이는 침대에 엎드려 누워있는 은비의 모습이 보였다. 은비는 부직포로 된 작은 팬티와 브라만을 입고 있었다. 그녀의 몸에는 반짝이는 오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나를 마사지하던 앙증맞은 손이 아니라 두터운 검은 손이 은비의 안쪽 뽀얀 허벅지를 쓸어 올리고 있었다.